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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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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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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4,293
글자수 :
2,597,240

작성
17.12.17 23:37
조회
433
추천
17
글자
12쪽

서원재 (3)

DUMMY

원재의 선택은 병력을 나누지 않는 것이었다. 왼쪽이니 아래쪽이니 앞쪽이니 이야기했지만, 결국 병력이 나눠질 경우 비슷한 병력이 되고, 멀티태스킹에서 밀리는 자신이 승아를 이길 수 없게 된다.


- 일단, 행동한다!


원재의 행동은 빨랐다. 원재는 병력을 몰고 본진 쪽으로 오는 수송선을 일단 격추시키러 쫒아내는 액션을 취해 수송선을 도망가게 만들고는 보급고 쪽은 무시한 채 정면에 집중했다.


“서원재, 아래쪽 보급고로 떨어질 수송선 병력은 무시! 병력, 앞으로 나갑니다!”

“교전!”


샤아~파타파팍~!


원재의 바이오닉 병력들이 뽕을 빨고 승아의 병력에 돌진하는 순간, 승아는 적당히 교전을 하다 뒤로 뺌과 동시에 드랍한 병력을 컨트롤 하기 시작했다. 승아의 특기인 빠른 손놀림을 이용한 동시 화면 조작, ‘멀티태스킹’이었다.


“윤승아! 본진 쪽은 드랍 실패! 보급고 쪽은 드랍 성공입니다!”

“본진에 간 수송선은 회군! 애초에 병력이 타고 있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보급고에 내린 병력은 보급고 공격중!”


펑! 쿠왕!


“보급고 소리내며 터집니다!”

“서원재, 보급고 쪽은 보지 않나요? 중앙 병력을 쫒아가느라 보급고를 포기한 서원재!”

“윤승아, 병력 빼다 일부 잡힙니다! 아! 지금 상대적 병력 열세입니다!”


승아는 병력을 실제 들어갈 생각은 없이 들어가는 척만하고 다방면으로 견제하면서 원재의 컨트롤을 흔들려 했다. 본진에 드랍하는 수송선은 빈 수송선이었고, 보급고 쪽에 있는 수송선은 꽉 차있는 수송선이었다.


- 둘 중 한쪽이라도 막으면, 그 사이 살짝 병력 떨어진 것을 갉아먹고 나온다!


하지만 원재는 승아의 예상과 달리 본진과 보급고 쪽 중 어느쪽도 막지 않았다. 있는 병력 모두를 모아 나올 뿐.


승아의 원래 예상은 원재의 병력이 정면대기와 본진, 보급고 쪽으로 3방향으로 나뉘어지는 틈을 타서 정면의 병력 우위로 남은 대기병력을 갉아먹고 끝내는 것이었는데, 원재는 승아의 뜻대로 병력을 나누지 않고 오히려 돌격해 나왔다.


둘 다 멀티가 없이 병력을 선호한 만큼 일단 첫 교전이 누가 이기는지가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가는데 꽤 중요했다. 첫 교전의 중요성은 다들 알고 있는 상황.


원재가 병력을 나누었다면 전면의 주 병력이 승아가 순간적으로 많아졌겠지만, 원재는 승아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정면을 이기겠다는 듯 병력을 계속해서 전진시켰다. 이렇게 되면 드랍에 병력을 나눈 승아가 약간 적은데, 거기에다가 원재가 역으로 나올 줄 몰라서 일부 병력이 조금 잡혀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승아는 순간적으로 병력을 바로 빼기는 했지만 조금 상해서 차이가 더 난 상황.


- 차이는 미세하지만 이정도면 정면에서 져!


그대로 붙으면 전 병력이 모인 원재의 병력과 상대가 되지 않는 상황. 상대하면 못할 것은 없지만 병력이 조금 적은 상태에서의 교전은 결국 상대에게 많은 병력을 남겨주게 된다. 그것을 알고 있는 승아는 더 뒤로 빼면서 보급고 쪽에 드랍한 병력으로는 보급고를 계속 부수는 컨트롤을 했는데, 그 사이 원재가 조금 더 강하게 치고 들어올 줄은 몰랐다.


샤아앗~ 타타타팟~!


“서원재! 계속 전진!”

“후퇴하는 윤승아의 병력 따라잡습니다!”

“그대로 교전 들어가는 윤승아!”

“윤승아! 이젠 어쩔수 없죠! 도망치기에는 늦었어요!”

“서원재! 전면 윤승아의 병력 정리!”

“서원재, 본진으로 병력 되돌아 갑니다!”

“보급고 부근 병력 정리하려는 거죠!”

“윤승아, 보급고는 다 쓸었습니다! 소수 병력으로 큰 효과!”

“정면은 밀렸지만 서원재의 보급고가 거의 다 터졌습니다! 드랍은 대성공!”

“윤승아, 다시 수송선에 병력 태워서...”


펑!


“아! 수송선 잡힙니다! 공중 폭사!”

“윤승아의 수송선! 터졌습니다! 보급고를 깨고 돌아가던 병력 공중 폭사!”

“도망가는 길이 안 좋았어요. 벽을 타고 돌아갔어야 했는데, 회군하는 서원재 병력의 정면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윤승아가 지금 보급고를 깼지만.. 좋지 않죠?”

“네. 윤승아는 전면 병력과 드랍 병력 모두가 몰살했습니다. 지금 병력을 뽑고 있기는 하지만 병력의 공백이 있죠!”

“반면 서원재는 병력이 좀 소모되기는 했지만 거의 반.. 반보다는 좀 적지만 하튼 많은 수가 살아남아 있습니다! 물론 본진의 보급고가 터져서 인구수가 빨간불이 들어오긴 했습니다. 당장에 뭘 뽑을 수는 없는 상황!”


병력이나 일꾼을 뽑는 숫자를 표시하는 인구수는 각 종족 공통으로 200까지 가능했는데, 이 수는 보통 (현재 인구수/최대 인구수) 로 화면 우측 위에 (74/86)과 같이 표시되곤 했다. 그런데 이를 늘려주는 인간 종족의 인구수 증폭 건물인 보급고가 승아의 공격에 터지면서 (74/52)와 같이 왼쪽의 현재 인구수가 더 큰 숫자가 되어버리면, 당연히 최대 인구수보다 작으니 더 이상의 병력이나 일꾼을 뽑지 못하게 되는데, 이러한 것을 경고하기 위해 이렇게 될 때에는 인구수 숫자들이 빨간 색으로 표시되는 게임 시스템이 있었다.


그래서 보통 이런 상황을 ‘빨간불이 들어왔다’ 내지는 ‘인구수가 터졌다’는 식으로 표현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병력을 추가로 더 뽑지 못하기 때문에 당장에 돈을 쓸 수가 없게 된다. 원재는 승아보다 병력은 많지만 인구수가 터진 이런 상황에 있었던 것이다.


“서원재, 당장은 병력이 많지만 윤승아가 병력 뽑고 있구요.. 미래를 봐야한다면 보급고를 당장 지어야... 어!!! 서원재!! 달립니까!! 달립니다!!!!”

“있는 병력으로 달립니다!”

“서원재! 당장 일단 러쉬를 선택합니다!”


원재는 보급고를 추가하여 후반을 보는 대신, 달리기를 선택했다. 보통 인구수가 막히면 당장 승부를 보지 않는 이상 보급고를 늘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원재는 러쉬를 선택했다.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것이, 승아는 당장 병력을 뽑아야만 원재의 러쉬를 막을 수 있고, 모르는 상황이라서 일꾼을 뽑고 있었다면 병력을 채 다 뽑기도 전에 밀릴 수 있었다.


물론 원재는 승아가 병력을 일부 뽑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래도 달렸다. 일꾼도 병행해서 뽑는 것을 ‘보고’ 있는지라, 충분히 승부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원재도 보급고가 막힌 상태를 유지한 만큼 뒤는 없었다.


원재의 병력은 맵의 중앙을 거쳐 승아의 앞마당까지 다다랐다. 승아도 그제서야 원재의 러쉬 의도를 알아차렸다.


“윤승아! 병력 뽑고 있는 와중에 서원재의 병력 들이닥칩니다!”

“서원재도 병력이 많은 건 아니에요! 반수 이상이 아까 교전에서 죽었거든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병력! 윤승아! 윤승아! 병력과 함께 일꾼도 나갑니다!”

“블로킹!”


승아는 약간이지만 새로 뽑은 병력과 함께 원재의 병력들을 일꾼으로 앞에서 블로킹하며 병력들이 뒤에서 보조하는 형식으로 같이 막았다. 여기서 승아의 마이크로 컨트롤이 빛났는데, 원재도 잘한다고는 하지만 일꾼과 함께 공격하는 것은 승아의 트레이드 마크인 만큼 확실히 불리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교전을 하는 듯 보였다.


교전 결과 승아는 일꾼을 다수 잃기는 했지만 원재의 병력 모두를 잡아 낼 수 있었다. 병력이 교전중 일부 충원되기도 했고, 의무병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둔 것도 주효했다. 단지 승아도 병력이 다시 없는 상황에 처했다. 막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낭패였다.


“윤승아, 막기는 막았는데요. 일꾼이 너무 상했나요?”

“네. 인구수가 뻥 뚫려있는게.. 아.. 윤승아. 일꾼이 7마리밖에 남지 않았어요.”

“물론 지금 일꾼이 없으면 막을 수 없었을 겁니다. 게임을 던질게 아니라면 일꾼을 던져서라도 막아야 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아.. 출혈이 큽니다.”

“그렇다고 서원재 선수가 지금 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급고를 지어야 뭐라도 만드니까요. 하지만 아까보다 당장 필요한 보급고가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 병력이 줄어든 만큼 서원재 선수는 보급고 필요량이 줄어들었거든요.”

“일꾼 수 2배 차이! 이러면.. 윤승아 선수. 많이 불리하죠?”

“네. 이정도 진행 되었는데 일꾼이 7마리와.. 15마리..16마리인가요? 이정도 차이는 단순 2배가 아니라 3배, 4배의 느낌이죠.”

“윤승아, 스캔!”


승아는 레이더로 원재의 본진에 스캔을 때려보았는데, 보급고가 재건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보다 월등히 많은 일꾼 숫자도. 이래서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 당장에 피해를 줄 수는 없는데, 시간은 원재의 편이었다. 승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포기를 선언했다.

[GG]


“GG!! 지지가 나왔습니다! 윤승아 선수 GG!”

“서원재 선수가 윤승아 선수를 상대로 2:0으로 앞서갑니다!”

“아.. 방금 판은 윤승아 선수의 판단력이 안 좋았다기보다 서원재 선수의 판단력이 좋았다고 볼 수 있겠죠?”

“네! 윤승아 선수의 3방향 공격이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분명히 윤승아 선수가 피해를 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서원재 선수가 본진 드랍만 막고 바로 전진했죠!”

“보급고를 내주더라도 정면 싸움에서 승리하면서 다시 재차 공격! 전 판이 길게 간 게임이라면 이번판, 정말 스피디한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해설진들이 흥분해서 외치는 것은 경기의 호흡도 호흡이지만, 처음 원재가 자신만만함을 내비친대로 승리를 거둬가기 때문이기도 했다.


승아가 0:2로 몰린 상황.


개인 리그에서 승아가 이렇게까지 스코어로 코너에 몰린 적은 없었다. 피지컬도 좋고 전략도 잘 짜고, 우주전쟁 판이 흘러가는 것도 잘 아는 승아는 단점이 있었는데, 그걸 원재가 공략한 것.


손목? 예전에 나아진 이후로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첫번째 세트만 해도 꽤 장기전이 아니었던가?


원재가 보는 승아의 단점은 멘탈이었다. 원재의 경우는 원래 멘탈이 좋았던데다가 회귀하면서 연륜이 더해져 멘탈이 강화되었다. 보통은 회귀하면 그러할진대, 승아는 그렇지 못했다. 거의 유리멘탈에 가까웠다. 당장 게임을 회피하거나 그동안 기복이 심했던 것만 보아도 그랬다.


승아는 회귀하면서 멘탈도 어린 시절로 돌아갔는지, 아니면 원래 약했는지는 몰라도 정신력을 게임으로 치자면 100점 만점에 30정도에서 70정도를 오갔다. 그것도 게임에 관련된 정신력을 빼자면 10에서 30정도로 급격히 떨어질 터였다.


원재가 자신감 있게 말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일단 첫번째 이유로는 승아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실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흔들기 위함이었다. 주변의 것을 활용하는 것도 실력이라고 원재는 생각했다.


처음 무대 인터뷰부터 폭탄 발언으로 승아의 생각을 많아지게 하고, 마치 경기에 자신이 잘 하는 것을 할 것처럼 하면서 생더블. 그리고 2세트에서는 수비를 도외시한 한무리 병력의 끊임없는 공격태세. 전부 승아와 맵 모두를 연구해서 가져온 것들이었다.


질 경우에 은퇴?


원재는 지면 은퇴한다고 한 적이 없었다. 지면 다음 시즌 프로리그에 나오지 않는다고 한 것 뿐이지. 그리고 원재가 호언 장담한 제일 큰 두번째의 이유가 있었다. 원재는 피식 웃으며 나직하게 내뱉었다.


“어차피 이겨도 다음 시즌은 못 나오는데 뭐.”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기없이 행복한 새로운 한 주 되시길 소망합니다.

내일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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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원재 (3) +4 17.12.17 434 17 12쪽
431 서원재 (2) +2 17.12.15 437 16 16쪽
430 서원재 (1) +4 17.12.13 448 20 12쪽
429 김PD의 고민 (2) +1 17.12.11 458 20 17쪽
428 김PD의 고민 (1) +4 17.12.10 454 18 18쪽
427 삼각 교대 수리 17.12.08 426 21 15쪽
426 준비 +1 17.12.06 442 19 11쪽
425 A조 (6) +1 17.12.04 466 19 13쪽
424 A조 (5) +1 17.12.03 464 18 14쪽
423 A조 (4) 17.12.03 445 19 11쪽
422 A조 (3) +2 17.12.01 461 22 15쪽
421 A조 (2) +4 17.11.29 476 23 16쪽
420 A조 (1) +2 17.11.27 481 22 10쪽
419 조 지명식이 아닌 조 추첨식 +1 17.11.26 445 22 16쪽
418 개인리그 예선 (4) 17.11.24 450 20 12쪽
417 개인리그 예선 (3) 17.11.22 460 20 11쪽
416 개인리그 예선 (2) +1 17.11.20 466 24 11쪽
415 개인리그 예선 (1) 17.11.19 473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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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사건화 (2) +5 17.11.12 518 2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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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 이기는 빌드 (2) 17.11.06 479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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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 균열 (2) +2 17.11.01 486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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