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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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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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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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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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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0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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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A조 (6)

DUMMY

관객들은 최종전에 조영호가 가지 못하고 패자전에서 져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정말 실력이 있었다면 최종전까지 갔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영호가 떨어진 것은 실력이 좋더라도 변수를 이겨낼 실력이 되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 영호로서는 이런 관객들의 생각이 좀 억울할 수도 있는 것이, 단판 경기에서는 빌드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좀 전에도 종원이 먼저 찔러 들어왔을 뿐이고, 자신은 그걸 막지 못해 졌을 뿐이다. 실력이 절대적인 수치로 종원보다 못하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승아나 원재도 100%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쨌거나 영호는 떨어지고 지금 최종전은 다시 1차전에서 맞붙었던 종원과 제갈길의 대전이었다. 맵은 앞서 말한바와 같이 제노사이드.


3인용 맵인 제노사이드에서는 빠를때는 정면에서 붙는 경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긴 시간이 걸리는 경기일 때에는 돌아서 미네랄 벽을 넘어서 정찰을 가거나 그 뒤로 건물을 지어 러쉬를 하거나 멀티를 뜨는 등 여러가지 변칙 플레이가 많이 나오기도 했다.


초반 빠른 경기를 제외하고는 이 맵에서 다른 길로 돌아온다는 것은 멀티를 염두에 둔다는 전제가 있었다. 기본적인 운영 또는 장기전을 생각한 플레이. 이것까지 염두에 둔 종원은 생각이 좀 많아졌다. 이미 길이에게 첫 경기를 졌기 때문이었다.


- 사냥개 초반러쉬? 아냐. 안 올거야. 지면 끝인 최종전인데.

- 그럼 자원을 많이 가져가려고 본진 옆 미네랄 벽을 넘어서 가스멀티를 먹고 하피 가려나?

- 아님 아까처럼 드랍? 아니면 앞마당 멀티를 먹고 땡 라미아? 길이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이 안되네...


종원은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졌다. 일단 종원은 일꾼을 뽑으며 본진 위 입구를 틀어막고 경기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마지막 경기라 장기전으로, 최소한 멀티 1개는 먹는 운영을 할 지 모른다고 생각한 종원과 관객들의 예상을 뒤엎고 제갈길은 5일꾼 사냥개를 시전했다. 5번째 일꾼, 그러니까 처음 주어진 4마리의 일꾼 이외에 일꾼 하나만을 추가로 뽑고 더 이상의 일꾼을 추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뽑은 일꾼을 연못으로 변태시켜 경기 극초반에 사냥개를 뽑아 상대를 공격하는 빌드가 바로 5일꾼 사냥개였다.


이 빌드는 자원을 많이 캐는 것을 포기하고 매우 빨리 공격 유닛인 사냥개를 찍어내는 만큼 초반 공격에 특화되어 있고 상대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피해를 주어 같이 가난해 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물론 막히면 끝이었다. 도 아니면 모인 전략.


“제갈길!!! 5일꾼입니다!! 5일꾼 사냥개!!”

“일꾼 안 뽑죠! 러쉬가 확실합니다!!”

“이종원, 보급고냐! 막사냐!”

“이종원이 보급고를 먼저 지으면 저 초반러쉬를 막기가 힘듭니다. 제노사이드에서는 은근히 지상 거리가 가깝거든요.”

“지금 제갈길의 정찰 방향도 이종원이 있는 쪽으로 정확히 가고 있습니다.”

“이종원 선수, 초반을 막고 가야 할 텐데요. 막사가 먼저라면 일꾼과 함께 수비 가능합니다!”


안타깝게도 종원은 보급고를 먼저 갔다. 어쩌면 이건 당연했다. 단판 경기에서 인간 종족은 튼튼한 방어력을 기반으로 언덕위에서 입구를 막고 버틴다면 충분히 초반을 견뎌낼 수 있었다. 굳이 막사를 먼저 가서 자원이 불리해지는 페널티를 안고 시작할 이유가 이종원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4~5일꾼 사냥개 러쉬가 바로 오는 지금과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제갈길이 모험을 하는 것 같아도 이건 32강 조별 경기를 위해 제갈길이 팀원들 몰래 준비한 전략 그대로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었다.


제갈길은 자신의 실력을 알고 있었기에 많은 준비를 했다.


일단 첫번째 경기.


길이는 A조 4명중 가장 뒤떨어지는 실력이라는 것을 본인이 알고 있었다. 승아야 말할것도 없었고, 영호는 가끔 이기기는 하지만 질 때가 많았다. 종원에게도 이기는 횟수가 영호보다는 많았지만 여전히 자신이 많이 졌다. 종원은 자신보다 손도 빠르고 운영도 잘하고 초반도 잘 막지만 단점이 있었다. 우주전쟁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어야 하는 공평함이 있는 게임. 초반도 잘 막으면서 후반에도 부유해질 수 있는게 가능해지는 일 따위는 없었다.


종원은 패턴이 원패턴에 가깝다는 것, 그리고 과감하지 못하다는 것, 그리고 드랍에 약하다는 것 등 단점이 많지만 제갈길이 찾아낸 종원의 단점은 그거였다. 초반에 수비에 자원을 투자하고 그 뒤에 일꾼을 뽑기 때문에 일꾼을 뽑은 다음에는 병력이 늘어나고 수비가 더 굳건해져서 후반을 바라볼 수 있지만, 일꾼을 뽑는 그 타이밍은 유닛이 많은 것도, 생산 건물이 많은 것도, 테크가 빠른 것도 아닌 타이밍이 된다.


이런 종원만의 타이밍은 어느정도 공격력이 되지 않는 상대에게는 정말 지옥과도 같았다. 비슷한 실력에서는 장기전만 가면 된다는 마인드로 버티고 버티면서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면서 수비가 강한 인간 종족의 특성을 살리니 말이다. 물론 어느정도 실력이 되는 상대는 그 틈을 파고들거나 끝까지 운영을 가도 이겨서 종원이 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우주전쟁은 입구를 잘 막을수록 당연히 같은 자원을 소비하기 때문에 본진이 방어가 힘들어진다. 그런데 본진까지 종원의 스타일대로 참호로 방어하게 되면 테크가 느려지는데, 종원은 그 상태에서 일꾼도 많이 뽑는다. 당장 쓴 돈을 나중에 보충하기 위한 종원의 방법이었지만, 그 틈을 제갈길은 여러번 게임을 같이 하면서 알아냈다.


조금 전에도 살짝 지적했지만 테크가 늦어지는데다가 참호로 막기 때문에 실제 병력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과 참호로 모든 부분을 다 방어할 수는 없다는 것을 제갈길은 이용했다.


이 말은 가시괴물을 참호가 없는 부분에 드랍하면 레이더 스캔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장 그것을 잡을 병력이 소총병 몇기밖에 없기에 쉽사리 달려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말이다. 드랍한 가시괴물을 잡으려면 병력을 더 찍어야만 하고, 그래서 테크가 더 느려지거나 다른 부분의 방어가 허술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첫 경기에 그 틈을 노린 제갈길의 가시괴물 1기가 병력이 빈 앞마당 입구를 지나 앞마당 자원을 마비시켰고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이긴 뒤 본대를 보여주려는 종원에게 마지막 최종전에서 다시 만나서는 5일꾼 사냥개라는 극단적인 빌드를 시전한 제갈길이었다.


이것이 지금의 두번째 만남.


제갈길은 종원에게 1차전에서 이기면서 종원의 생각을 많게 늘려놓았고, 종원은 모든 변수를 줄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도 모두 계산된 제갈길의 예상 범위 내였다. 제갈길은 실력을 준비성으로 만회하고자 했다. 실력적으로는 조에서 제일 밀리지만 제갈길에게도 조 선정에 따른 장점은 있었다.


제갈길이 있는 A조는 길이를 제외하고는 승아, 영호, 종원 모두 인간 종족. 길이는 인간 종족만 준비를 해 오면 된다. 기계 종족전이나 괴물 종족전은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한 것은 조 1위를 할 마음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신계에서 거니는 승아를 이기기는 힘드니까.


반면 영호나 종원은 힘들지만 해볼만한 상대다. 게다가 처음 붙는 종원은 조 안에서는 제일 해볼만 했다. 길이는 조가 결정되자마자 처음 붙는 상대인 종원을 상대로만은 어떻게든 이길 생각이었다. 승자조에 가서는 승아를 만나서 지고, 다시 패자조에서는 영호나 종원 누가 나오든 5일꾼으로 승부를 건다. 종원이라면 좋고, 영호여도 극초반이라면 먹힐 수도 있다. 어차피 길게 가면 영호가 컨이 더 좋으니 힘들다. 그러니 닥치고 5일꾼.


이것이 길이의 최종전 전략이었다.


물론 길이에게는 운도 많이 따랐다. 첫 경기에서 종원이 무리를 한 덕분에 드랍이 성공적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지금도 3군데의 시작지점 중 한군데를 찍어서 비올란테를 보냈을 때 바로 정찰이 들어가면서 5일꾼 사냥개가 바로 달릴 수 있었다.


“이종원! 입구에 보급고 하나 더 추가해서 막으려 합니다!”

“하지만... 아! 바로 짓던 보급고 터집니다!”

“지금 저 보급고를 지어서 막기보다는 일꾼으로 블로킹 하는게 더 나아보였거든요? 이종원 선수, 지금 당황했어요!”

“제갈길! 일꾼 하나, 둘.. 셋.. 네마리 째 킬!”

“아... 끝났어요. 이러면 이종원, 이제 초반 일꾼으로는 사냥개를 막지 못합니다. 4기나 남았어요.”


종원은 사냥개가 들어오는 것을 일꾼들을 다 빼서 막는 것이 아니라 보급고를 하나 더 지어서 입구를 완벽하게 막으려고 시도했지만 사냥개가 그 새로 짓는 보급고를 일점사하자 자원만 날리고 길을 터 주고 말았다.


“이종원 선수, 왜 보급고를 지으려고 했죠? 저 정도면 일꾼으로 비벼도 될 법 했는데요?”

“조금 당황한 듯도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이종원 선수의 판단이 제가 보기엔 나올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일꾼으로 블로킹을 한다고 해도 막사가 아직 지어지고 있는 타이밍인데, 일단 막사가 지어지기까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봅니다. 일단 입구를 건물들로 막고 터지는 시간까지 조금만 더 버틴다면 소총병을 생산할 시간을 벌 수도 있었으니까요. 물론 보급고를 짓더라도 일부 일꾼을 보급고 바깥으로 먼저 던져서 앞에서 시간을 끌어주는 등의 액션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요.”

“하지만 결과는.. 아.. GG!! 이종원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승리를 거두는 제갈길 선수!”

“제갈길 선수가 이종원 선수의 의표를 찔렀어요!”

“제갈길 선수가 A조 최종전에서 이종원 선수를 이기고 16강에 진출합니다!”


***


개인리그는 그 뒤로도 매일매일 한 조씩 경기를 이어나갔는데, 다음날 있었던 B조의 서원재, 이종현, 김길용, 김학도 조에서는 학도가 분전했지만 김길용에게 패하고, 또 패자전에서도 이종현에게 패하면서 떨어졌다. 16강에 올라간 같은팀의 제갈길과는 반대되는 결과였다.


B조의 다른 선수들은 승자전에 서원재가 예상대로 조 1위로 올라가고, 최종전에서는 김길용과 이종현이 맵 상의 자원을 거의 다 먹고 소환이 이어지는 피말리는 경기끝에 결국 한방 싸움에서 이긴 김길용이 진출했다. 이종현과 김길용 중 한명은 탈락할 수밖에 없는 최종전.


이종현은 확실히 실력있는 게이머였지만 김길용에게 지면서 16강에 올라가지 못하고 최종전에서 탈락했다. 이렇게 개인리그의 32강은 조를 어디에 배치받느냐에 따라 이렇게 비슷한 실력이라도 운명이 진출과 탈락으로 판이하게 갈릴 수 있었다.


제갈길이 A조에서 변수를 일으켰듯이, 그런 일들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일은 같은 팀 선수들이 있는 조인 D조 등에서 또 일어나게 되었다.


이변이 일어난 D조인 이정민, 김은호, 최관원, 한광희 조에서는 상대적으로 계속 4강에 올라간 이정민이 무조건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팀에서 이정민과 김은호의 습관을 잘 아는 최관원이 승자전 승리로 조 1위 진출, 김은호가 뒤이어 2등으로 진출하면서 이정민이 처음으로 16강에 오르지 못하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매일 하루마다 한조씩 경기가 이어졌다. 경기들이 이어지면서 어떤 조는 예상대로의 결과를, 어떤 조는 예상 밖의 결과를 이루어냈다. 매일매일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A조 : 16강 진출자 - 윤승아, 제갈길

탈락자 - 조영호, 이종원


B조 : 16강 진출자 - 서원재, 김길용

탈락자 - 이종현, 김학도


C조 : 16강 진출자 - 지성철, 김칠구

탈락자 - 김옥지, 김지훈


D조 : 16강 진출자 - 최관원, 김은호

탈락자 - 이정민, 한광희


E조 : 16강 진출자 - 정창환, 채종관

탈락자 - 이진성, 최은결


F조 : 16강 진출자 - 김범수, 최상욱

탈락자 - 진 로베르토, 진정근


G조 : 16강 진출자 - 정호진, 손동운

탈락자 - 김영재, 이영진


H조 : 16강 진출자 - 타카노 히데요시, 문상진

탈락자 - 안창훈, 사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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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 김PD의 고민 (1) +4 17.12.10 454 18 18쪽
427 삼각 교대 수리 17.12.08 426 21 15쪽
426 준비 +1 17.12.06 442 19 11쪽
» A조 (6) +1 17.12.04 466 19 13쪽
424 A조 (5) +1 17.12.03 463 18 14쪽
423 A조 (4) 17.12.03 445 19 11쪽
422 A조 (3) +2 17.12.01 461 2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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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A조 (1) +2 17.11.27 481 2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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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사건화 (2) +5 17.11.12 518 2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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