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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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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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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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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19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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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조 지명식 (3)

DUMMY

“아.. 예상외네요.”

“첫 시드 배정이 이렇게 되면.. 어느선수가 어디에 들어가게 될 지 알 수가 없는데요?”

“다음 1번 시드 배정자인 이종현 선수도 당황하는 모습입니다. 옆의 정창환 선수와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네요.”


GT 스타즈의 이종현은 지난 시즌 준우승자의 권한으로 1번 시드자리 배정 권한을 2장 가지고 있었지만,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서원재나 지성철 같은 강자들을 1번 시드에 놓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자리를 거의 같은 팀원들로 승아가 채웠기 때문이었다.


“야야. 창환아. 나 누구 올려?”

“그러게. 히데요시도 서원재도 지성철도 다 센데..”

“윤승아가 머리 잘 쓴거 같은데? 이러면 난 선택지가 별로 없어. 너 못올린다. 셋중에 둘을 골라야 돼.”

“흠..”


원래 종현은 승아가 히데요시나 원재, 지성철 등을 적어서 각 조의 1번 시드에 분배할 것이라 예상하고는 자신의 2장 카드를 같은팀의 김길용과 정창환을 위해 사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팀킬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그 2장의 카드를 잘 써야 했다. 자신과 같은 조에 강자만 몰린다면 승리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계속 고민하던 종현은 결국 B조에 히데요시를, 제일 오른쪽인 H조의 1번 시드에는 원재를 넣었다.


이종현 나름대로는 정말 고민해서 최상의 배치라고 생각한 것이, 4명중 2명이 결정되면 히데요시와 승아가 전부 조 1위를 한다는 전제하에 4강쯤에서 히데요시와 만나는 엔트리였다. 히데요시가 승아를 이긴 횟수가 좀 있기에 이렇게 엔트리를 짜는 것이 제일 좋다고 종현은 생각했다.


그 뒤로 각 조의 1번 시드에 자리한 사람이 자신과 붙을 상대를 지명하는데, 여기에서도 승아는 사람들의 생각과 다른 사람을 지명했다. 승아는 앞의 선수들의 이름이 붙어있는 판넬에서 한 선수의 이름을 떼어 자신의 이름표 밑의 빈 칸에 붙였다.


“저는.. 음.. 이 선수를 고를게요.”

“어? 아니! 김은호 선수요? 아이템카이 제노스의 김은호 선수를 골랐습니다?”

“1번 시드라면 아무래도 자신이 처음 붙을 상대를 고르게 되는데요. 김은호 선수? 김은호 선수우~? 김은호 선수를 골랐어요? 왜죠? 아이템카이를 대표하는 선수중 하나인 김은호 선수를 윤승아 선수가 골랐어요!!”

“강한 선수라도 상관이 없다는 건가요!”

“이로써 A조는 그 뒤에 들어갈 선수들이 누가 되든지 좀 꺼려지겠는데요?


승아가 강한 선수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김은호를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 제일 상대하기 쉬웠기 때문이었다. 사소한 습관과 예상되는 빌드를 전부 다 아는 김은호와 이정민은 다른사람에게는 강할지 몰라도 승아에게는 상대하기 쉬운 선수일 뿐이었다. 회귀전과 달리 승아의 빌드가 넘어가지 않은 상태의 김은호는 승아에게는 게임내의 습관이 전부 파악된 먹이일 뿐이었다.


그리고 팀에서 학도의 경우 동족전을 매우 못하는데, 특히 김은호를 어려워했다. 같은 평범한 빌드라면 기본기가 좋은 선수가 승률이 높은데, 심리적인 면에서도 기본기 면에서도 아직 학도가 김은호를 따라가기는 힘들었다. 승아가 특훈을 해 준다고 하더라도 김은호는 아직 학도보다 기본기가 좋았고, 학도는 김은호만 만나면 승률이 좋지 않았다. 그런 김은호를 미리 뽑아가는 것은 학도에게도 도움이 될 터였다.


그렇게 승아가 김은호를 골라가고, 다른 선수들도 각각 선수들을 고르고, 또 선택받은 선수가 다른 선수를 선택하는 반복이 계속되었다.


1번 시드의 대부분을 차지한 XK 마르스와 머큐리의 선수들은 각기 자신이 상대하기 편한 천적관계에 있는 선수들이나 이름값이 덜한, 실력이 낮아 보이는 선수들을 골랐다. 그렇게 3번 시드까지 다 고르고 나자, 한국항공의 호진은 엔트리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점을 알아챘다.


“이건...”


호진은 아직 아무에게도 지명당하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 시즌에 이런 조지명식을 했다면 호진을 지목하는 사람들이 많았겠지만 이번 시즌만 놓고 본다면 호진은 히데요시와 함께 한국항공이 프로리그에서 포스트시즌에 가는데 기여한 강한 선수였기 때문에 그러했다. 무언가 아주 강한 선수 같지는 않은데 붙으면 이상하게 진다고 할까. 그것은 호진이 선수들의 경기를 분석하여 자료를 활용한 공략법 때문이었지만, 이를 모르고 달려드는 선수들은 평소의 습관을 그대로 노출할 수밖에 없었고, 그리고 호진에게 패배하면서 한국항공의 승리에 도움을 주는 것이 반복되어 승리를 헌납하는 것이 지난 프로리그에서의 패턴이었다.


그런 호진의 승리는 데이터에 기반한 만큼, 호진은 지금 각 조별로 3시드까지 지목된 선수들이 대체로 XK 마르스의 선수들이 평소에 승리를 하던 그런 선수들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했다.


- 1번 시드는 2번 시드와 먼저 붙으니까.. 일단 승자전에 가기 쉬우니까 1번 시드를 같은 팀 선수들로 선점한 건가? 1번 시드 배분이 승아의 손에 달려 있으니까?


호진은 승아의 의도를 이제 알아차렸지만, 시드권이 없고 지명권도 없는 호진은 그저 자신이 누군가에게 지목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자~ A조! A조는 3번 시드의 한광희가 김옥지 선수를 지명함으로써 윤승아, 김은호, 한광희, 김옥지 네 선수가 한조를 이루게 되네요.”

“제일 먼저 한조를 만들었는데요.”

“한광희 선수, 왜 김옥지 선수를 뽑았죠?”


한광희는 김옥지를 한번 바라보더니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음.. 남은 선수중에 제일 쉽다고 생각했습니다.”

“아~ 남은 선수중에 제일 쉽다. 이렇게 이야기했네요. 김옥지 선수. 화난 표정입니다.”

“내가 그렇게 쉽게 보이냐. 이런 얼굴인데요. 상대 전적은 한광희 선수와 비슷한 편인데요? 한광희 선수의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경기에서 실력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오히려 제가 한광희 선수를 만나서 꿀 빨고 올라갈 것 같습니다. 저는 조에 만족합니다.”

“아~ 만족한다는 말은 이 조라면 충분히 조 1위나 2위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런 이야기로 봐도 되나요?”

“아.. 음.. 조 1위는 힘들고 조 2위를 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옥지는 해설진의 물음에 같은조의 1번 시드, 승아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승아가 있는 한 조 1위는 조금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김은호나 한광희나 자기와 그다지 꿀릴 것이 없다고 생각한 듯 했다. 물론 그 생각은 한광희도 같았기에 김옥지를 고른 것이지만 말이다.


덕분에 A조는 승아를 제외하고는 누가 올라갈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그 뒤로도 계속해서 선택을 했고, 끝에 남은 사람은 정호진과 지성철이었다.

둘은 G조나 H조중 하나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 G조의 1번 시드에는 이종원이 있고, 2번 시드에는 진 로베르토가 있었다. 반면 H조는 1번 시드에 떡하니 원재가 버티고 있고 3번 시드에는 최상욱까지 있는 상황. 누구라도 G조를 가고 싶지 H조를 가고 싶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H조에 간다면 혹시나 2위를 가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상황에서 해설진들은 호진과 지성철을 상대로 마이크를 넘겨주었다.


“정호진 선수, 지성철 선수. 두 선수가 남았는데요. 마지막까지 남았다는 것은 정말 강한 선수라고 다른 선수들이 인정한다는 말인데 두 선수의 운명은 이제 G조의 3번 시드인 문상진 선수의 손에 달렸네요. 문상진 선수에게 어필 한번 하시죠.”

“지성철 선수보다는 제가 문상진 선수의 전적상 승리를 더 가져다 주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를 뽑는게 좋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정호진 선수보다는 저를 뽑는게 승률이 좋습니다. 인간에 약한 괴물 종족을 뽑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호진과 성철은 문상진에게 계속 자신을 뽑을 경우의 장점에 대해 어필했고, 문상진은 고민하다가 호진을 뽑았다. 아무리 종족 상성상 인간이 괴물에게 유리하다지만 지성철은 그것을 커버할 만한 실력이 되는 선수이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이번 프로리그 시즌에 반짝한 정호진이 지성철보다는 상대하기가 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H조의 4번 시드, 제일 마지막 자리에는 지성철이 들어가게 되었다. H조는 상욱과 원재, 지성철까지 모인 죽음의 조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2번 시드의 최정일이 만만해 보이지만 바둑실력을 바탕으로 전략을 잘 짜는 의외성이 있는 만큼 쉽게 볼 상대만은 아니었다.


“아~ 이렇게 되면 H조. 정말 피터지겠는데요. 누구하나 강자가 아니라고 볼 수 없어요.”

“죽음의 조죠. 죽음의 조.”

“하지만 여기서 조가 확정된게 아니죠?”

“그렇습니다! 지난 시즌 우승자! 윤승아 선수에게는 한번의 선수 위치 교환권이 있어요!”


카메라는 승아를 클로즈업했다. 승아가 누구의 자리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조 편성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선수들은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계속 자신의 자리를 누구와 바꾸어 달라고 어필하고, 서로간에 회의를 하기도 하는 등 분주했다.


그때 H조로 편성된 4명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한명이 손을 들었다.

상욱이었다.


“아! 최상욱 선수! 손을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상대가 지성철 선수라면 부담이 좀 가는 느낌이죠?”

“아직 확정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어필 할 수 있을 때 해 둬야 해요!!”

“아. 최상욱 선수. 본인을 바꾸길 원할까요. 아니면 지성철 선수를 바꾸길 원할까요?”


상욱이 손을 들자 해설진들은 상욱이 H조의 변경을 요구하리라 생각했다. 다른 프로게이머들처럼 조금더 높이 올라가기 위한 변경을 말이다. 하지만 상욱이 던진 말은 조를 바꿔 달라는 말이 아니었다.


“저는 윤승아 선수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잠시 뜸을 들인 상욱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승아야. 나나 지성철을 바꾸지 말았으면 좋겠다.”


상욱이 말한 것은 바꾸어 달라는 것이 아닌 오히려 상대를 바꾸지 말아달라는 부탁이었다.


“어엇?”

“다들 자신의 조를 바꾸어 달라고 어필하는 와중에 최상욱 선수, 자신의 상대를 바꾸지 말아달라고 어필합니다?”

“상대가 지성철 선수인데 말이죠! X-게임넷의 에이스! 지성철 선수에요! 그런데 바꾸지 말아달라! 이건 자신감인가요?”


그랬다.

첫 상대가 지성철이면 어떻단 말인가. 프로가 상대를 두려워 해서야 그게 프로인가? 라는 생각을 상욱은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지성철에게 상대전적이 그다지 밀리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렵긴하지만 오히려 투지가 불타오르는 상대. 그렇게 상욱은 생각하고 있었다.


상욱의 말을 들은 승아는 상욱을 쳐다보았다.


- 우움.. 상욱오빠 성격상 거짓말이나 빈말은 안할텐데.. 그럼 진짜라는 건데.. 어떻게 하지?


오기전 팀원들끼리 미리 생각한 바는 서로 조만이라도 다르게 가자는 내용이었는데 2순위의 선수인 이성의 최정일이 상욱을 지명했기 때문에 원재와 상욱이 같은조가 되어있어서 승아는 상욱을 옮겨주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렇게 이야기한다면..


- 그래도 상욱오빠 올려주고는 싶은데... 후웅...


고민이 되는 승아였다.


이대로면 H조는 최정일이 그나마 제일 약체라서 첫 경기를 원재가 이기겠지만, 두번째 경기인 상욱과 지성철의 경기는 누가 이길지 알 수가 없다. 여기서 누가 이기든 원재와 붙어서 조 1위를 다투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다시 경기를 더 치뤄서 최종전까지 가야 진출하는 험난한 일정이었다.


“윤승아 선수, 고민하는데요.”

“과연 누구를 옮길지. 아! 일어납니다.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윤승아 선수. 누군가는 옮겨져야 하는 운명인 듯 합니다. 윤승아, 판넬 앞으로 다가갑니다! 과연 이동이 되는 선수는 누가 될지!!”


승아는 앞으로 나가기 전까지 고민한 것이 무색하게 바로 2명의 이름표를 교체했다.


그 선수는 바로...


“어? 윤승아 선수! 서원재 선수의 이름표를 집어듭니다!”

“1번 시드의 선수도 자리를 옮길 수 있었나요?”

“그럼요. 윤승아 선수는 본인 포함해서 누구라도 자리를 옮길 수 있습니다. 각 조의 1번 시드도 당연히 옮길 수 있죠.”

“하지만 서원재 선수라니, 예상 밖입니다.”

“어느조로 가든 그 조는 험난해지겠는데요.”


승아는 원재의 이름표를 뗀 상태에서 판넬을 등지고 뒤돌아서 선수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선수들은 원재의 이름표가 승아의 손에 들리자 순간 심장이 덜컹했다. 서원재라니. 서원재의 이름표는 왜 집어든단 말인가. 서원재가 같은조에 오면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 아니, 쟤는 왜 저 이름표를 집었어... 서원재라니.

- 제길. 우리 조에만 넣지 마라.

- 제발. 승아야. 승아님. 우리조만은.


선수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려는지 승아는 원재의 이름표를 D조의 이름표 위에 슬쩍 올리고 뒤를 돌아보고, E조의 이름표들 위에 원재의 이름표를 들고 옆으로 슬쩍 보고 선수들의 반응을 보며 새액 웃었다.


승아는 원재의 이름표를 붙일랑 말랑 하면서 선수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아~ 윤승아 선수가 서원재 선수의 이름표를 가지고 어디에 붙일지 고민하는 모습에 선수들이 마음이 철렁철렁 흔들립니다.”

“서원재 선수, 정말 강자거든요. 프로리그 4위에 신생팀인 XK 머큐리를 올린데에는 서원재 선수의 공이 정말 컸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거든요.”

“그 뿐입니까? 개인리그 초대 우승자 아닙니까. 서원재 선수에요. 두말할 것 없죠. 서원재라면 누구나 자기조에 오길 바라지 않고 있어요.”

“지금 H조의 선수들 말고는 표정이 다 굳어 있는데요.”


실제로 H조의 최정일이나 상욱, 지성철은 얼굴이 많이 풀어져 있었다. 원재가 다른조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올라갈 확률이 확실히 상승하니 말이다. 다른 선수들은 긴장했지만 세 선수만은 긴장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긴장감을 잠시 즐기던 승아는 결국 한 선수의 이름표를 떼어 그 자리에 원재의 이름표를 붙였다.


바로 같은조의 한광희였다.


“어! 윤승아 선수! A조 3번 시드인 한광희 선수를 떼고 거기에 서원재 선수를 붙입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죠?”

“윤승아 선수, 선수 교체권으로 같은 조, 자신의 조를 더 힘들게 만들었어요!”

“김옥지 선수와 김은호 선수, 망연자실한 표정입니다. 나라잃은 표정이에요.”

“아니, 선수 교체권으로 설마 서원재를 자기조로 뽑아오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죠! 누가 자기조에 강자를 넣겠습니까! 편하게 보던 두 선수, 당황했어요! 다른 조로 강자를 보내면 보냈지! 누가 이렇게 합니까! 그런데 윤승아 선수는 했어요! 두 선수, 이게 뭐란 말이냐! 이런 얼굴이에요!”

“윤승아 선수! 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아니, 아까 전에 같이 있는 오빠들이랑 싸우기 싫다고 하지 않았나요?”


해설진들은 승아의 해명을 듣기 위해 마이크를 넘겼지만 승아는 단호히 말했다.


“원재 오빠는 같은 팀이 아니에요. 그리고 한번 붙어보고 싶었어요.”

“아니, 그럼 선승엽 선수는 어떻게 된 겁니까? 선승엽 선수도 같은 팀이 아닌데요?”

“우웅.. 승엽 오빠는 어제 저한테 어묵을 사줬어요.”

“어묵요? 아.. 어묵 로비인가요. 그럼 서원재 선수는 어묵을 사주지 않았나요?”

“네. 안사줬어요.”

“아.. 선승엽 선수. 어묵으로 로비를 했다고 합니다. 윤승아 선수에게 어묵을 사주지 않은 서원재 선수, A조로 이동하게 되네요.”


나중의 일이지만, 선승엽은 이 일로 ‘선어묵’이라는 모 어묵 회사의 상표와 자신의 성이 조합되어 별명이 선어묵으로 불리게 되었다.


실제로는 승아에게 무얼 사준적도 없었던 선승엽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선어묵, 선어묵 하고 방송을 보는 인터넷 채팅창에 단어가 올라오고 난 뒤였다.



승아가 원재를 같은조로 데려오면서 조가 확정되었다. 조 이동에는 A조의 2명과 H조로 가게된 한광희를 제외하고는 모두 만족했다. 다른 조라고 힘든 선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끝에 자신에게 오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있었다.


조 지명식 동안 원재는 계속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지만 승아가 자신을 지명해서 데려가자마자 왼쪽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리고 원재는 승아와 무언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 오케이.

- 계획대로에요. 오빠.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같은 조에 넣었는데 계획대로라니?


상황은 전날 조를 짤때로 다시 되돌아간다.


전날, 팀원들과 상의한대로 각 조별로 배치를 하려고 했지만, 지명식에서 승아가 1번 시드에 팀원들을 다 넣는다고 해도 상욱과 원재는 다른 조에서 편성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오늘 나온 것처럼 같은 조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원재와 승아가 팀원들과 대화를 다 하고 원재가 윗층의 머큐리 숙소로 다시 올라가려고 할 때, 승아가 원재를 잡고 방금 세운 계획의 허점을 이야기하고는 둘이서 보완했던 것이었다.


“오빠. 그런데 상욱오빠가 잘하긴 하지만 시드를 안줘도 괜찮을까요?”

“흠. 상욱이가 상성이 안 좋은 선수랑 같은조가 되면 방법이 없긴하지.”

“오빠. 그럼 제가 상욱오빠나 오빨 제 조로 끝에 바꾸면 어때요?”

“응? 무슨 소리야? 다른 조에 넣어야지 왜 같은 조에 넣어.”

“오빠. 봐요. 제가 2번에 당연히 쉬운 선수 데려올 거거든요. 조 지명은 A조 1번부터 H조 1번까지 하고, 다시 A조로 가요. 그럼 A조는 계속해서 남은 선수중에 쉬운 선수가 지명이 되잖아요?”

“그렇지. 회귀전처럼 스네이크 방식이 아니지.”

“네. 그때야 s자로 빙글빙글 지명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이러면 A조에 당연히 저 말고는 남은 선수중에 최약체가 뽑힐 거에요. 적어도 2명정도는 제가 있는 조에 약한 선수가 낀다는 거에요.”

“호오... 과연. 어떻게든 16강에 올리자? 어차피 조 2위는 상대팀 조 1위랑 붙으니 8강도 올라갈 수 있고?”

“맞아요. 그 이상은 뭐.. 어쩔수 없구요.”

“좋네.”


승아의 말은 같은 조가 되어 2명을 약체로 데려오면, 실력이 차이가 나는 선수라면, 조 1,2위를 가지고 확실히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H조처럼 같은 조가 3명이 강자인 죽음의 조가 된다면 원재는 몰라도 상욱은 미래를 장담할 수가 없다. 원재야 치트키인 제 3의 눈이 있지만 상욱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 상황이 그리고 정말 오자 바로 상욱을 당기려다가 상욱의 말을 듣고는 원재를 당긴 것이었다.


승아는 그렇게 원재와 전날 이야기한대로 원재를 데려오고 조에서 제일 약체인 한광희를 H조로 보냈다. 한광희는 예전에 잠시 언급했었지만 취미로 게임을 하는 부잣집 자제분인지라 아무래도 김옥지나 김은호보다는 컨트롤에 헛점이 있었다.


그렇다고 김옥지나 김은호를 원재나 승아가 못이기는 것도 아니었다. 상대가 누가 되든 이 두 선수 정도면 몸상태가 좋지 않지 않은 이상 거의 확실히 이길 것이었다. 그리고 상위 라운드에 확실히 진출한다.


그럼 H조는 어떤가? 원재와 광희를 바꿈으로써 한광희, 최정일이 2약. 최상욱과 지성철이 2강이 되었다. 이 조도 역시 상욱과 지성철의 처음 대결에서 누가 이기든 간에 최종전에서 나머지 2명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는 승아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게 16강 진출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린 승아.

그런 승아의 의도대로 일단 엔트리는 짜여졌다. 이제 경기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다른조도 덕분에 크게 힘들지 않았다.

단지, 제일 힘든 사람이 하나 있었다.


“제길, 왜 내 첫상대는 서원재냐고!! 이겨도 윤승아 잖아.. 으아아악!!!”


김옥지, 그는 이번 개인리그에서는 ‘기모찌!’를 외치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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