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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령 님의 서재입니다.

먼치킨 아이돌 재벌, 911로 회귀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령
작품등록일 :
2019.09.01 23:41
최근연재일 :
2019.10.31 19:53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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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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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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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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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글자
24쪽

고래와 대구, 명태,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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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대후전자와 파이닉스 인수전에 모든 이목이 쏠린 가운데 11월 13일, 다시 한 번 시장을 강타하는 놀라운 소식이 발표되었다.


한성그룹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은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세계 최대의 회사인 GF와 손잡고, 대후전자와 파이닉스 인수에서 전면적으로 협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인수전을 조기에 종결 짓고 하루라도 빨리 두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대후전자 인수에 7조원 즉 52억 달러, 파이닉스 인수에 15조원 즉 110억 달러를 쓰기로 하였습니다.”


“예? 어, 얼마라고 하셨죠?”

“저, 정말입니까?”


충격을 받은 기자들이 아우성을 치면서 반문했다.


“총액 22조원 162억 달러가 되겠습니다.”


“두 회사간에 금액은 어떻게 분담합니까?”

“한성 4, GF 6의 비율로 부담하고 지분은 5:5가 될 것이며, 경영권은 한성이 가집니다.”


“그, 그럼 한성이 부담해야할 금액은 얼마입니까?”

“8조 8천억원, 65억 달러가 되겠습니다.”


“한성이 그 엄청난 돈을 조달할 수 있습니까?”

“이미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고, 한 달 안에 모두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 날 나온 금액은 이미 두 회사의 가치를 초과한 액수였다.


대후전자의 공정한 가치는 자산+영업권을 고려하여 6조 5천억원이 최대치라고 평가되고 있었다.


물론 대후전자 하나만의 가격은 아니고 대후전자를 비롯한 전자 관계회사 13개를 합친 가격이었다.


수한은 대후전자 인수에 이미 3조 5천억원을 제안했고, 월풀과 컴팩은 5조원의 예비제안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단숨에 7조원이라는 초거액을 제시했으니 인수전 참가자들은 물론이고, 시장의 예상을 한참이나 초과해 버렸다.


파이닉스도 마찬가지였다.


시장에서 평가한 자산 가치는 자산+영업권으로 평가하면 7조 4천원이고, 부채를 기준으로 하면 10조 5천억원이 최대치였다.


근대전자와 LC반도체가 각기 엄청난 돈을 들여 생산라인을 설치하면서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빅딜로 두 회사를 합쳐 파이닉스를 만든 뒤에는 치킨게임이 벌어지면서 영업적자가 확대되어 한때 부채가 10조 5천억원에 달했던 것이다.


이미 은행들은 4조원에 가까운 부채를 상각했다.


이로 인해 누가 인수하던 상각액수만큼 미국이나 EU에 과징금을 내야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실제 역사에서도 이 부채 상각금액을 정부의 특혜 보조금이라고 보고 EU에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그런데 한성과 GF가 15조원에 인수를 한다면 최대 부채 10조 5천억원을 아득히 초과하기 때문에 과징금 문제도 자연스럽게 묻히고 말 터였다.


다른 인수후보자들인 마이크논과 헬피다가 최대 11조원(80억 달러)를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고, 토시바와 힌피니온은 최대 13.5조원(100억 달러)을 쓸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다.


하지만 한성과 GF가 무려 15조원(110억 달러)이라는 확정적인 인수가를 제안할 것이라는 발표하자 경악하여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대구, 명태, 고등어들이 깝치던 시장에 고래가 등장하니 모두들 혼비백산하여 허둥거리고 있었다.


그들이 진정하고 대책을 강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4일이 지난 17일 토요일, 어지간히 급했던지 토요일임에도 월풀과 컴팩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10시 30분에 찾아왔지만 사전 약속도 없었기에 재성은 1시간 10분이 지난 11시 40분이 되어서야 대표실로 올라갔다.


금번 인수전도 중요하지만 앨범 발표가 임박했기에 연습에 빠지기 힘들었던 것이다.


잠시 인사를 나누고 나자 월풀에서 나온 알프레드 로빈슨 이사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


“대표님! 시간이 별로 없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북미시장에서 한성이 약진하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급형 드럼세탁기 분야에서는 이미 시장의 42%를 상실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생산 라인을 폐쇄해야할 지경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인건비가 싸면서 기술력이 뒷받침 되는 한국 회사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전에 우리 주동수 이사님이 귀사를 방문해서 의견을 교환한 바 있지 않습니까? 그때도 그런 사항이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재성의 말에 옆에 배석한 주동수 이사가 급히 말했다.


“로빈슨 이사님은 당시 뵙지를 못했습니다.”

“아? 그렇군요. 다른 분이 오셨군요.”


그러자 알프레드 로빈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시 저는 다른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상세한 보고를 받았기에 내용은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대후전자를 인수하면 저희와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한성에 대항하고 싶다고 하셨다면서요?”


“그렇습니다.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한성을 잡지 않고는 전자업에 진출하는 의미가 없으니까요.”


“아시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습니다. 한성이 GF를 끌어들여 거액을 제안하는 바람에 수한이던, 저희던 단독인수는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협력해서...”


그의 말을 재성이 끊었다.


“잠시만요! 우리의 협력제안을 거부하고 오히려 대후전자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처사입니다. 여기에 대한 사과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재성이 불쾌한 표정으로 말하자 알프레드 로빈슨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말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옆에 있던 컴팩의 조엘 벤플렉 이사가 말했다.


“제가 알기로는 월풀과 수한 사이에 계약서가 작성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의견교환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들었습니다. 굳이 사과를 받고, 사과를 할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더구나 과거의 일보다는 앞으로의 일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잠시 그를 쳐다보던 재성이 말했다.


“동양에서는 의견을 교환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집니다. 인수전에 뛰어들기 전에 최소한 사전 통보는 했어야합니다. 그게 예의기 때문입니다.”


“흠흠, 저희가 동양의 예의에 어두운 점을 이해하여 주시고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건설적인 논의라? 좋습니다. 그 건은 그 정도로 해두고 제안을 들어보도록 하지요.”


재성의 말에 알프레드 로빈슨의 안색이 밝아지며 대꾸했다.


“저희는 이번 인수전에 수한과 협력하기를 원합니다.”

“어떻게요?”


“인수금액의 30%를 투자해 주십시오.”

“나머지 70%는 어떻게 조달합니까?”


“월풀이 40%, 컴팩이 30%를 부담할 것입니다.”

“경영권은요?”


“당연히 경험이 많은 월풀이 가지는 조건입니다.”


“흠~! 저희는 전자업종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지 투자가 목적이 아닙니다. 대후전자 인수가 무산되면 아난전자라는 소규모 업체를 인수해서 조금씩 회사를 키워나가거나 아니면 전자업종 진출 자체를 포기할 생각입니다.”


“그, 그렇습니까? 결국 경영권이 문제군요. 하지만 한성이 대후전자와 파이닉스를 모두 삼킨다면 전자업계의 공룡이 되어버립니다. 더구나 한성의 본진이 있는 한국에서 수한이 소규모 전자업을 영위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아야합니다.”


“일이 그렇게 되면 철수해야지요.”

“대표님! 설령 철수하더라도 공룡이 될 한성과 수한은 곳곳에서 부딪칠 것입니다. 그러니 장래를 생각하면 저희에게 투자를 하는 것이 매우 적절한 처사입니다.”


알프레드 로빈슨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서려 있었다.

다만 컴팩의 조엘 벤플렉은 의외로 느긋했다.


두 사람의 얼굴을 한번씩 쳐다본 재성이 천천히 말했다.


“우리가 설령 협력한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GF가 참여했습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아시죠?”


“예. 그, 그래서 더욱 문제입니다. 만약 GF가 예정대로 필리스의 미국 전자사업부를 인수하고 한성과 공동으로 대후전자까지 인수한다면 무서운 기세로 북미 시장을 휩쓸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는 사면초가입니다.”


이 양반아! 세상사가 어디 다 돈으로 된답니까?

재성은 속으로 혀를 찼다.


이때부터 시작된 GF의 무모한 확장은 2020년 파멸적 결과로 돌아온다.


회사는 엉망진창이 되고 2019년에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30종목에서도 제외되는 수모를 당한다.


물론 현재 5천억 달러가 넘는 시가총액도 곤두박질쳐 1천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누가 현 시점에서 이런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뭐 이걸 로빈슨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다.


오히려 궁지에 몰린 그들에게 뜯어낼 것이 없나 궁리를 했다.

잠시 기억을 더듬은 끝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 전에 좀 더 겁을 줄 필요가 있었다.


“시가 총액 5천억 달러가 넘는 GF가 참여한 이상 인수가는 7조원, 즉 52억 달러에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설령 우리가 7조 1천억원을 제안해도 저들은 더 많은 금액을 제안할 테니까요. 로빈슨 이사님은 상한선이 어디까지라고 보십니까?”


“8조원 정도면 되지 않겠습니까?”

“어림도 없는 금액입니다. 저는 최소 10조원, 아니 12~14조원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예에? 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그, 그럼 시장가치를 2배 이상 넘어갑니다.”

“M&A에서 경쟁이 붙으면 어디 2배가 문제인가요? 3배, 4배, 심지어 10배까지 올라간 사례도 있지 않습니까?”


“그, 그렇기는 하지만 대후전자만큼 덩치가 큰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이 상한선을 정해야한다고 봅니다.”


“맞는 말씀이기는 합니다만... 그럼 수한은 어디까지 참여할 수 있습니까?”


“저희는 최대 14조원도 가능합니다. 거기서 30%면 4조 2천억원이군요. 당초 예상한 3조 5천억보다 많기는 하지만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의 금액입니다. 다만 이 금액은 원래대로 램니서치의 주식으로 지불하겠습니다.”


“JI은행에 알아보니 주식이든 현금이든 인수가만 높다면 상관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추가로 주식을 발행하기가 곤란하니 현금으로 부담해야합니다. 과연 5조 6천억원을 조달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한가지 조건만 들어주신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어, 어떤?”


“월풀, 컴팩의 미국·캐나다 내 판매망과 서비스망을 수한에 양도하세요.”


“예에? 무,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헉? 판매망을 팔라고요?”


알프레드 로빈슨과 조엘 벤플렉이 깜짝 놀라 반문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소 여유가 있어보였던 벤플렉의 표정이 돌변했다.


“물론 두 회사에는 끔찍한 제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면 어떻습니까?”

“어, 어떻게요?”


“판매망과 서비스망을 10년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세 회사의 제품을 똑 같이 대우하고 매장의 A급 자리도 1/3로 나누어 전시합니다. 지금 월풀은 모든 카운티의 1/3에, 컴팩은 1/4에 판매점과 서비스센터를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카운티는 한국으로 치면 군 정도에 해당하는 행정단위다.

워낙 숫자가 많다보니 월풀이나 컴팩 같은 회사도 수십년에 걸쳐 판매점 등을 설치해왔지만 아직도 이 정도 수준에 불과했다.


모든 카운티에 판매점을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구가 1만명도 되지 않는 카운티도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특히 캐나다는 인구가 몰려 있는 동부 일부를 제외하면 전국이 거의 황무지였다.


“두 회사의 판매망을 합치면 카운티의 40%수준까지 올라갑니다. 인구 10만명 이상의 카운티는 다 설치가 되는 셈이지요. 이런 판매망과 서비스망을 세 회사가 공동으로 사용하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입니다. 그리고 10년간 차근차근 독자 유통망을 구성하면 시간도, 비용도 충분히 아낄 수 있을 것이고요.”


“조, 좋은 의견이기는 하지만 수한은 거기서 무엇을 팔려고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소규모 전자업체를 독자 운영할 생각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진출은 필연입니다. 또한 모든 회사의 전자제품 중 품질이 뛰어난 베스트 상품만 모아 판매할 생각도 있습니다.”


“예에? 여러 전자회사의 제품을 모아서 판다고요?”


인간이라는 존재가 참 우습다.

이 간단한 생각을 이때까지 누구도 하지 못했다.


이 당시 전자제품 판매점은 오로지 한 회사의 제품만 취급하고 있었다.

심지어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도 각 전자회사별로 매장이 따로 있었다.


대후의 아이마트도 대후전자의 제품만 팔다가 살아남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올해 10월부터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전자회사의 제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4/4분기 아이마트의 매출이 전년 대비 200%나 급성장했던 것이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고, 신문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었다.


이로 인해 대후전자와 아이마트 사이에 법적분쟁이 생겨 곧 소송전이 벌어지는데 법원은 일방적으로 대후전자 편을 들어 아이마트에 1조 3천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배상을 명령한다.


과연 아이마트가 이 금액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시장은 우려했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단 2회에 걸쳐 1조 3천억원을 완납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고, 이후 주목받는 존재가 되었다.


재성은 지금 미국판 아이마트를 만들려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전자회사를 직접 운영한다면 아이마트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라고 할 생각이었다.


거기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어차피 가망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왜 전자제품은 별도 판매장에서 팔아야합니까? 소비자는 옷이나 과자처럼 한 매장에서 손쉽게 여러 제품을 비교해보고 골라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아무래도 이건 저희들이 결정하기 어렵겠습니다. 회사와 협의를 한 뒤에 월요일 결정을 하시지요. 만약 저희들이 판매망 등을 매각한다면 인수가격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십니까?”


조엘 벤플렉이 그래도 침착했다.


“월풀은 25억 달러, 컴팩은 21억 달러를 드리지요. 여러분들이 기존에 준비하신 금액에 이 돈을 보탠다면 설령 인수가격이 14조원으로 치솟는다고 하더라고 충분히 감당하실 수 있을 겁니다.”


“....”


“판매망과 서비스망의 인수자는 램니서치입니다. 다만 서비스센터 운영을 위해서 각 회사의 원가에 부품을 조달할 수 있는 권리를 주셔야합니다.”


“으음... 부품이야 뭐.... 그리고 매각가는 나쁘지 않지만 판매장이 없는 전자회사라? 회사에서 받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회사와 의논해 보세요.”


두 사람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떠나자 재성이 배석했던 주동수 이사와 천현종 이사를 보고 말했다.


“저들이 낚시를 물면 우리는 미국과 캐나다 판매망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대후전자의 원래 판매망은 물론이고 한성일렉트로닉스의 현재 판매망 보다 훨씬 커요.”


“하긴 미국과 캐나다에 새로 판매망과 써비스망을 구축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지 모릅니다. 46억 달러면 싼 편입니다.”


“싼 편이 아니라 훨씬 싼 겁니다. 그건 그렇고 컴팩의 등장은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월풀은 우리가 파놓은 함정에 제대로 걸려 들었군요?”


그러자 주동수 이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제가 미국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한성의 급격한 시장 점유율 상승에 고전하고 있던 월풀이 GF의 전자업종 진출이라는 뉴스까지 나오자 아주 다급한 상태였습니다. 거기에 우리가 대후전자를 인수한 뒤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한성과 경쟁할 것이라고 자극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대후전자 인수에 뛰어들었습니다.”


“인간의 심리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습니까?”


“그 말씀이 맞습니다. 한성만 해도 버거운데 GF와 수한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까지 등장하면 죽을 맛이겠지요.”


이것은 재성의 함정이었다.


원래 역사에서 GF의 전자사업부는 거의 힘을 쓰지 못했고, 한성도 곧 막대한 반덤핑관세를 얻어맞아 비틀거린다.


월풀은 그 사이에서 충분히 잘 살아남는다.

역사를 안다면 허둥거릴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재성은 이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 월풀을 자극해 인수전에 뛰어들도록 했고 작전은 성공했다.


거기에 월풀의 다급함을 이용해 판매망과 서비스망까지 뜯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였다.


뭐 미래를 알 수 없으니 세상사가 재미있는 것이겠지만...


재성이 약간 굳은 안색으로 천현종 이사를 보고 물었다.


“왜 마이크논은 반응이 없죠? 지금쯤 무슨 말이 나와야하잖아요?”


“그러게 말입니다. 토시바외 힌피니온 연합군의 참전 이후 자신들도 100억 달러를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더니 그 뒤로는 소식이 없습니다.”


“토시바도 버거운데 GF까지 나타나니 겁먹고 포기한 것 아닙니까?”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번에 마이크논을 방문해서 의논해 보니 CEO인 크리스토퍼 아자렐로의 의지가 매우 강력했습니다. 그들은 수한과의 협력을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수한에서 토시바와의 합작을 통해 대규모 투자를 할테니, 지분 참여를 하고, 생산을 위탁하라고 했으니, 자존심이 강한 아자렐로가 받아들일 리 만무하지요.”


이때까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한성일렉트로닉스, 토시바, 마이크논, 파이닉스, 헬피다, 힌피니온 순으로 매출이 많았다.


사실 6개도 많은 숫자였다.

이미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비해 생산능력이 120%나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다시 수한이 뛰어들어 공장을 세운다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처절한 치킨게임만 남게 된다.


미국에서 공장을 돌리다보니 원가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마이크논에게는 끔찍한 상황이었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그들은 원래부터 파이닉스 인수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저와 대화를 나눈 바로 다음 날 실사단을 파견해서 조사를 시작했으니 그 전에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당연한 일이었다.

원래 역사에서도 그랬으니까.

다만 그 욕구를 더욱 강하게 자극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독일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좀 의외였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대표님 지시대로 한성이 뛰어들면 수한 혼자서는 힘들테니 헬피다와 손을 잡아야할지도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는데 그게 먹힐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독일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이야기가 끝났더군요. 물론 다른 곳을 들러서 3일후에 갔습니다만.”


원래 역사에서 헬피다도 파이닉스에 약간의 관심을 보이다가 막대한 부채규모에 놀라 철수한 일이 있었다.

즉 관심이 없지는 않았다는 뜻이었다.


“이번 인수전에서 헬피다가 소외되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헤게모니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또한 마이크논이 우리를 의식해 공동으로 파이닉스를 인수하자며 귀가 솔깃할만한 조건을 제안했을 것입니다. 그 조건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독일 정부의 지원금이 결정될 겁니다.”


“그렇습니다. 어쨌든 마이크논이 헬피다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제안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걸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의 정보망은 미미하니 무리겠지요?”

“제가 이곳저곳 쑤셔보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알겠습니다.”


“사실 마이크논과 헬피다의 자체 역량만 생각하면 토시바가 제안한 100억 달러만 해도 버거운 금액입니다. 그런데 한성과 GF가 110억 달러를 불렀으니 여기서 물러나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일입니다.”


“그럼 계획이 틀어지지 않습니까?”


“110억 달러로는 한성에게 결정적 타격을 주기 어려워요. 그러니 더 큰 금액을 쓰도록 해야합니다. 월요일까지 기다려 보고 안되면 이사님이 찾아가보세요.”

“예. 그렇게 하지요.”


“고이즈미는 합의대로 움직이고 있나요?”

“그렇습니다. 이미 마세웅 이사에게 비밀리에 소식을 전했고 준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건은 비밀유지가 생명입니다. 보안에 철저히 유의하시고 모든 준비를 끝냈다가 단숨에 해치워야합니다.”

“물론입니다.”


“펠릭스 하넨은 어쩌고 있죠?”

“축 이사의 경고를 받은 뒤에는 넙죽 엎드려 꼼작도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분수는 아는 것 같으니 다행이네요.”

“차라리 잘라버리시지요. 자기가 뭐라고 토시바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겁니까?”


“일단 조금 더 두고 봅시다.”


원래 역사에서 펠릭스 하넨은 애풀의 일본 법인장으로, 일본을 하이폰의 천국으로 만든 사람이었다.


미국 주요 경영자 중 일본에서 성과를 낸 유일한 사람이었다.

다소 독선적인 면은 있지만 이대로 버리기에는 아까운 인재였다.


그러자 듣고 있던 주동수 이사가 말했다.


“대표님, GF는...”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가 되면 제가 말하지요.”


“아? 예. 알겠습니다.”

“한성 주식매수는 얼마나 진전 되었나요?”


재성의 질문에 다시 천현종 이사가 답했다.


“상장한 한성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여 평균 13% 정도를 매수했습니다.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물량은 이게 한계인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거래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어제 한성화재의 경우에는 거래량이 겨우 2천주에 불과했으니까요. 백만주가 넘게 거래되던 한성일렉트로닉스도 10만주로 줄었고요.”


“그래요? 시장에서 그렇게 매수했는데 겨우 13%라니? 주식 매수를 통한 M&A는 원래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네요?”


“대부분의 물량을 대주주들이 쥐고 있으니까요.”

“외국인의 지분은 어느 정도죠?”


“그룹 평균 52%나 됩니다.”

“그래요? 벌써 그런가요? 외국인 대주주들은 다 파악했어요?”


“예. 대표님. 5% 이상 주식을 모은 헤지펀드들은 다 알아냈습니다. 지시만 하시면 바로 접촉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알았어요. 일단 시작하면 망설이지 마세요. 프리미엄을 50% 아니 100%라도 주어서 바로 그 자리에서 타결을 보도록 하세요.”


“예? 100%나요?”


“지금 주가가 많이 오른 것 같지만 아직은 전체적인 수준이 매우 낮아요. 코스피 지수가 이제 겨우 576p니까요. 저는 1000p, 아니 2000p도 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2천 포인트라고 하셨습니까? 너무 높게 잡으신 거 아닌지?”


이 당시에는 한국 주가지수가 2천은커녕 1천도 넘기 힘들 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원래 역사에서는 2005년 2월 25일에 1천p를 넘었고, 2007.7.24.에는 2천p를 넘었다.


생각이 앞서가는 천현종 이사도 좀처럼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재성의 말대로 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임무를 맡은 직원들에게 단단히 일러두겠습니다.”


“한성생명 주식은 어떻게 되었죠?”

“명동을 사채시장에서 5%를 구했습니다.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그 정도만 하면 되었어요. 이제 기회를 엿보면서 때를 기다리도록 합시다.”

“저도 그게 좋겠습니다.”


“사채시장에서 움직이는 것은 한성의 정보망에 들어갔겠죠?”

“몇다리 건너서 움직였고, 아주 소액으로 분산했기 때문에 전주가 우리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우리 직원들은 믿을만한가요?”


“대표님 지시대로 수한경호 부사장 피상덕이 은밀하게 팀을 꾸려 비밀임무를 맡을 직원들을 사전에 철저하게 조사했습니다. 그 중에는 국정원 출신도 있어 휴대전화도 도청했고요. 이주 이상 감시하여 문제가 없는 직원만 투입하고 있습니다.”


“미안한 일이지만 비밀임무를 맡은 직원들은 이번 작전이 끝날 때까지 계속 감시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이번 일은 정보가 생명이니까요.”

“일반적인 사항들은 전부 한성의 귀에 들어갔겠죠?”


“놈들의 정보망은 한국 제일입니다. 어쩌면 피상덕이 꾸린 비밀팀보다 더 우위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만큼 웬만한 사항은 전부 노출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하긴 한성이 그 정도도 안되면 말이 안되죠. 그리고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 방에서 논의된 사항은 절대 비밀입니다. 아시겠죠?”


“물론입니다.”

“걱정마십시오.”


주동수 이사와 천현종 이사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이제 하루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인수전이라도 끝내기 위해서 대충 급하게 전개합니다.

다소 엉성해도 양해하시길...

새 글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한성에 복수하게 됩니다.


아이돌 활동도 앨범 발표까지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올릴게 많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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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讐漢 +22 19.10.31 7,031 177 46쪽
68 완성 +3 19.10.31 5,473 128 18쪽
» 고래와 대구, 명태, 고등어 +6 19.10.30 5,817 150 24쪽
66 한성-GF 연합 +6 19.10.29 5,875 159 12쪽
65 전초전 +6 19.10.28 6,080 155 16쪽
64 앞서가는 시도들 +9 19.10.27 6,329 164 18쪽
63 앨범 준비 +17 19.10.26 6,305 165 15쪽
62 개그 한류 +8 19.10.25 6,416 182 15쪽
61 새로운 전쟁 +8 19.10.24 6,913 180 17쪽
60 점입가경 +5 19.10.23 6,917 189 14쪽
59 쿠도의 방문 +2 19.10.22 6,989 173 13쪽
58 영화전쟁의 서막 +18 19.10.21 7,268 184 14쪽
57 마세웅의 귀국 +11 19.10.21 7,082 155 14쪽
56 황금알을 대신 낳아줄 신사업을 권하다. +6 19.10.20 7,804 198 15쪽
55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빼앗다 +11 19.10.19 8,172 185 13쪽
54 재즈 스타일리스트 +13 19.10.18 8,052 183 21쪽
53 이재성 vs. 풀 핼런 +7 19.10.17 8,220 207 15쪽
52 개미지옥 +8 19.10.16 8,308 211 16쪽
51 비자금 뻥튀기기 +4 19.10.15 8,569 210 15쪽
50 램니서치 장악 +14 19.10.14 8,870 208 25쪽
49 새끼손가락 걸고 한 약속 +10 19.10.13 9,005 226 16쪽
48 결별 +11 19.10.12 9,613 210 23쪽
47 답답한 사람이 우물 파야지 +14 19.10.11 9,490 216 15쪽
46 어디서 귀여운 척이야? +18 19.10.10 9,542 209 13쪽
45 그놈이 그놈 +11 19.10.09 9,800 223 13쪽
44 이재성 vs 윈스톤 +7 19.10.08 10,093 22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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