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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령 님의 서재입니다.

먼치킨 아이돌 재벌, 911로 회귀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령
작품등록일 :
2019.09.01 23:41
최근연재일 :
2019.10.31 19:53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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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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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12
글자수 :
495,095

작성
19.10.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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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앞서가는 시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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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안무가 완성되자 블랙비트는 이추노에게 특별지도를 받았다.

7일부터 시작된 안무 연습에 앞서 그가 말했다.


“지금까지 잘 따라와 주어서 고맙고 고생 많았다. 이제 너희들의 노력이 빛을 발할 때가 되었다. 그러니 마지막 관문도 잘 넘기기를 바란다.”

“옛썰! 싸부!”


유동우가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댄스라는 공통 관심사로 인해 워낙 친하게 지내다 보니 둘은 스스럼이 없었다.


“짜식! 우리는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TV화면에 댄스동작이 뭉개져서 나오거나 슬로우비디오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안무 연습을 통해 적어도 너희들 노래에서는 이런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완전히 숙달해야한다.”


이건 댄스가수들의 숙명 같은 문제였다.


댄스가 너무 빠르면 카메라워크가 따라가지 못해 그림이 뭉개지고, 너무 느리면 슬로우비디오처럼 나오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했다면 하산해서 무림출도해도 좋을 터였다.


노래의 리듬에 맞춰서 댄스의 박자와 호흡을 완전히 가지고 놀 정도가 되어야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당연히 블랙비트는 아직 이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


“두번째는 폼생폼사와 댄스를 연결시켜 순간순간 가장 멋있는 포즈를 만들어 내는 문제다. 즉 너희들의 안무를 그냥 찍기만 하면 화보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만약 이 두 가지를 완성한다면 블랙비트는 전무후무한 아이돌 그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트레이닝과 직캠, 생목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지만 아직 완전하지는 않았다.


격렬한 안무가 진행되면 자기도 모르게 폼이 흐트러지고 안습한 장면이 나왔다.

이제는 실전이니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었다.


듣고 있던 재성이 말했다.


“형! 그럼 지금부터는 댄스 트레이닝 전체를 찍어서 굴욕 장면을 찾아내도록 하지요.”


“나도 그 생각을 했다. 어차피 노래도 나왔고 안무도 나왔으니 따로 시간 낼 필요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이추노가 찬성하자 재성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을 통째로 안무 연습에 할애했다.


그걸 카메라 기사들이 전부 찍어서 편집기사들이 문제 있는 장면을 찾아내도록 했다.


원도선 혼자 5명분의 필름을 다 편집하기는 무리라 밑에 2명을 더 충원했다.



첫날은 일단 이추노에게 18곡의 전체적인 안무를 배웠다.


사실 안무는 그동안 배운 스트리트 댄스에 비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가장 격렬하고 어려운 동작도 비보잉, 팝핑 등에 비하면 쉬웠다.


문제는 노래를 하면서 안무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Human Beat’의 고음은 Tears를 능가한다.

그러니 리드보컬인 민성의 고충은 대단했다.


첫날 연습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안무를 익힌 뒤 타이틀곡인 ‘Human Beat’는 20번이나 반복훈련을 했고, 나머지 17곡도 5번씩 반복연습을 거듭했다.


이미 SSM에 과거 SW처럼, 빙둘러 통유리 벽을 설치한 간이무대를 마련해 두었는데 모든 연습이 여기에서 이루어졌다.


당연히 유리벽 뒤에서는 카메라맨들이 멤버 개인별로 촬영을 하고 있었다.


무거운 카메라를 지고 바쁘게 뛰어다니며 촬영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4시간이 지나자 카메라 기사들은 녹초가 되고 말았다.


재성은 원도선 등에게 힘들겠지만 저녁에 편집을 마쳐 달라고 특별히 부탁했다.


편집기사들은 출근시간이 오후 1시고, 퇴근시간이 저녁 10시였다.

그래도 오늘은 근무시간 안에 편집을 마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격려 겸 부탁을 한 것이다.



다음 날 아침.


SSM의 모든 시선이 직캠과 생목 훈련 성과 확인 시간에 집중되었다.


블랙비트와 방주혁, 이추노 등은 물론이고 지득공 이사와 상철호 사장, 싸익, 김은우, 정지운, 최동운, 화이트비트, 백댄서 5인방, 심지어 백선주와 운산, 이아라, 강서희, 박용준까지 모여서 편집화면을 시청했다.


강서희는 자신이 체력 담당 트레이너라서 꼭 참석해야한다고 우겼고, 박용준은 블랙비트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드라마 촬영장에 가서 자랑을 할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먼저 굴욕장면부터 확인해보니 예상대로 상당히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아직 안무를 완전히 숙달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스텝이 꼬이는 장면도 있었고, 허겁지겁 뒤로 물러나거나 자리를 바꾸는 장면도 있었다.


이런 와중에 무슨 폼생폼사를 하겠는가?


방주혁이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내가 말한 것은 신경도 안쓰는 거야? 센터인 도익이 전혀 빛이 안나잖아?”


“처음이라서 그래.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안무를 따라가기 바쁜데 이것저것 어떻게 신경을 다 쓰겠어? 차츰 나아질테니까 괜찮을 거야.”


이추노가 블랙비트를 옹호했다.


다음은 생목 비디오를 확인해보았다.


역시 우려했던대로 고음부에서 문제가 있었다.

민성의 목소리는 깨끗이 올라갔지만 그 직전에 격렬한 안무를 소화한 뒤 숨을 크게 들이쉬는 소리가 오디오에 잡힌 것이다.


“흐읍~!”


우리의 원도선 기사가 참 할 일도 없지, 어찌나 실감나게 호흡소리를 크게 키워놓았던지?


덕분에 민성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얼굴이 되었다.


다들 정도 차이지만 비슷한 문제가 멤버들에게서 나왔다.

이 때문에 멤버들은 물론 함께 보고 있던 사람들도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어서 멋있는 장면만 모아놓은 비디오를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노래와 안무가 접목된 ‘Human Beat’에서 재성 등은 수많은 명장면들을 선보였다.


강렬한 눈빛은 기본이고, 환하게 웃는 표정연기나 카리스마 넘치는 손동작들이 곳곳에서 나왔다.


그동안의 폼생폼사 훈련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니었다.


특히 이 날은 원도선이 특별 서비스를 했는데, 멋있는 장면만 모아 ‘Human Beat’에 맞추어서 편집을 해놓았던 것이다.


이게 정말 멋있다.

그냥 방송용으로 써도 좋을 정도였다.


멋있는 장면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다섯 명이 같이 군무를 추는, 4번의 씬이 가장 보기 좋았다.


절도와 박력이 넘치고 카리스마가 무대를 압도했다.


재성은 속으로 이 정도면 2020년 탑 아이돌들의 필살기인 파워댄스, 아니 그 기본에는 근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동우가 센터로 나서는 장면도 아주 멋있었다.

그동안 갈고 닦아온 댄스실력이 유감없이 나왔다.


물론 이것도 유동우의 댄스실력을 풀로 발휘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유동우를 도익이 나서서 제압하며(?) 더 멋있는 댄스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즉 도익을 위해 동우가 희생한 것이었다.


원도선이 아주 작심을 하고 만든 것 같았다.

‘Human Beat’ 베스트 편집본이라고 해야 할까?

하여튼 원도선의 특별서비스 작품을 감상한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원더풀!”

“브라보!”

휘이익~!


박성현과 박남홍은 휘파람까지 불었다.


“재성아! 정말 고생했다. 이 정도면 국내 최고는 물론이고 보이즈 투 맨을 데려와도 안되겠다. 내가 목에 힘주고 마음껏 자랑해 주마.”


박용준이 재성과 멤버들의 어깨를 두들겨 주며 말했다.


“역시 내가 체력 트레이닝을 잘 시켰네. 재성아! 너 이 누이의 은혜를 잊으면 안된다.”


아직도 필라테스 강습을 계속하고 있는 강서희가 웃으며 말했다.


너도나도 칭찬하는 가운데 방주혁만은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떠나자 그가 말했다.


“이건 편집한 장면일뿐이야. 생방송에서 이 정도로 나와야해.”

“그래야죠. 오늘부터 더 열심히 할 게요.”


재성의 대답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강조를 했다.


“말일까지는 완전히 숙달하도록 해줘. 특히 민성아! 네 책임이 가장 크다. 고음부를 거의 혼자 책임지고 있고, 그러면서도 니가 튀지 않아야한다는 이중고가 이만저만이 아닐 거다. 만약 네가 이번 앨범에서 이걸 완벽하게 해낸다면 2집에서 네 솔로곡을 하나 넣어주마. 어떠냐?”


“소, 솔로곡이요? 저, 정말이에요?”

“그럼~! 내가 언제 빈말하는 것 봤어?”


“알았어요. 진짜 약속했어요? 나중에 딴말하면 안돼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강민성은 재차 확인을 받아냈다.

방주혁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는 사람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재성이 곰곰 생각을 해보니 원도선의 작품을 이대로 버리기가 아까웠다.


“방PD님! 이 영상을 홍보용으로 쓰면 어때요?”

“홍보용이라니?”


“일단 여기서 베스트컷을 따서 신문에 내도록 하고, 인터넷에도 올리도록 하죠.”

“신문에 내는 거야 수한의 홍보부에 시키면 될 거고 인터넷은 어떻게 해?”


“포털 대문에 ‘Coming Soon! BlackBeat!’라고 걸어놓고 짤방을 올려놓는 거죠.”


생각 같아서는 인터넷 개인방송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아프리카TV의 베타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 2005년 5월이었다.


아직 인터넷 개인방송을 할만한 여건이 아니었다.


재성의 생각과 달리 방주혁은 다른게 궁금한 모양이었다.


“짤방? 짤방이 뭐야?”

“아? 짤막한 방송화면을 줄인 말이에요. 뭐 방송화면은 아니지만 베스트 영상 중에서도 베스트만 뽑아서 올려놓도록 하죠.”


“히야~! 역시 넌 신기한 녀석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하냐?”


저기요. 2020년이면 상식이거든요?

다만 포털 대문에 걸어놓는 것은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꿈도 못꿀 일이죠.

뭐 지금은 몇 십만원이면 되겠지만...


“그럼 방PD님이 이거 가지고 홍보부 민상렬 부장을 찾아가 의논해서 진행하세요.”

“알았어. 걱정 말고 연습이나 계속해.”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날 오전이 가기 전에 모든 언론에 관련 기사가 나왔다.


‘천재 작곡가 방주혁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 블랙비트!’

‘모든 장면이 화보! 새로운 아이돌이 온다’

‘연말 가요계에 태풍 상륙 주의보! 블랙비트의 카스리마 태풍이 몰려온다’


점심시간에 잠시 인터넷을 훑어보니 뉴스마다 베스트컷이라고 할만한 명장면들이 올라와 있었다.


댓글을 살펴보니 우호적인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기대된다. 사진만 보면 마이클 잭슨이 울고 가겠다 등등의 내용이었다.


물론 이 그룹 세 번이나 망한 것으로 아는데 왜 또 나오냐는 등 좋지 않은 댓글도 보였지만 비율은 현저하게 낮았다.


거기에 포털 대문에 큼지막하게 걸어둔 동영상 광고에서는 블랙비트가 군무를 추는 장면과 Coming Soon!이라는 글귀가 반복되고 있었다.


이 당시만 해도 D포털은 물론이고 N포털도 매우 어려웠고 광고도 적었던 시절이라 하루 100만원을 준다고 하니, 아예 뉴스를 아래로 내리고 블랙비트 동영상을 제일 상단에 걸어주었다.


몇 년만 지나도 상상도 못할 일이 지금은 가능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블랙비트는 ‘The Beat!’의 모든 노래와 안무에 숙달되어 갔다.


안습 장면은 점점 줄었고 명장면은 양산되고 있었다.


아침이면 모두 모여서 이걸 시청하는 것이 일과처럼 되었다.


박용준은 바로 드라마 현장으로 가지 않고 꼭 회사에 들러서 보고 갈 정도였다.


거의 매일 저녁을 같이 먹다보니 재성과 나이를 떠나 진짜 형·동생처럼 친해진 덕분이었다.



안무 연습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자 오후 6시가 되면 모두들 초주검이 되기 일쑤였다.


재성은 그런 그들을 송원으로 몰고 가서 소고기까지 사주면서 단백질 보충을 충분히 시켜주었다.


하루는 이추노가 많이 취해서 횡설수설을 했다.


“재성아! 정말 고맙다.”

“예? 형이 고맙다니요? 제가 훨씬 더 고맙죠.”


“그게 아니라 서패지와 아이들 활동 끝내고 뭘 할지를 몰랐거든? 맨날 아는 사람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유흥을 즐기는게 일이었어. 그러다보니 옆에 이상한 얘들 꼬이고 이런저런 유혹들이 많았지. 주식 투자하라는 놈, 같이 사업하자는 놈, 돈 빌려달라는 놈, 여자들은 또 왜 그렇게 많이 달려드는지...”


“....”


하긴 이때 아이돌들은 서른 살이 넘기 전에 은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은퇴한 뒤에는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방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런저런 말이 나오면 외국으로 나가서 생활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아마 이추노도 그러했을 터였다.


“만약 네가 조금만 늦게 나를 불렀으면 진짜 잘못된 길로 빠졌을 거야. 그런데 너희들과 지내면서 춤만 추니, 아시다시피 옆에 죄다 춤꿈만 모이게 되었지. 알랑방귀 뀌던 이상한 놈들과 여자들은 하나둘씩 다 떨어져 나갔고... 특히 SSM에서 실시한 교육을 받고 보니 그놈들이 무슨 생각으로 접근했는지 조금은 알겠더라.”


하긴 엄청난 돈을 가지고 있었을 그에게 얼마나 많은 날파리들이 꼬였을까?


그런 면에서 보면 이추노는 바쁘게 사는 것이 좋았다.

저녁 늦게까지 춤추고 가르치니 개인적인 시간 자체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원래 역사에서 이추노에게도 몇가지 문제가 생기는데 추측하자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재성은 그를 더 바쁘게 만들어야겠다는 음흉한 생각이 들었다.



SSM과 SIM, SEC의 연예인들을 통해 관계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고, 뉴스와 포털을 통해 일반일들까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12일에 MBS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오전 연습이 끝나고 방주혁이 찾아와 말했다.


“이대표! MBS에서 블랙비트 앨범 발표과정을 다큐로 찍자는데?”

“예? 다큐요?”


나중에는 이런 경우가 종종 생기지만 이 당시까지만 보면 최초의 사례였다.

그만큼 혁신적인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교양국 PD가 말이다.


호기심에 만나보니 김인업이라는 이름의 PD는 현역 PD답지 않게 권위의식도 없고 털털했으며 매우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의 미래가 어떤지는 기억에 없었다.

하지만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그냥 이름 없는 교양국 PD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상철호 사장이 재성의 사정을 설명하고 비밀을 지켜달라는 약속을 받은 상태였다.

때문에 재성을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러웠다.


“김PD님. 기왕 연예인을 모티브로 다큐를 찍는데 그냥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러니 좀 색다르게 해보는 것은 어때요?”

“예? 색다르게요?”


“그렇습니다. PD님이 저희에게 이런저런 미션을 주는 거죠.”

“미, 미션이요?”


“네. 가령 1주일을 만원 가지고 살아라든지...”


재성의 제안에 김인업의 눈동자가 똥그래졌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곧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그럼 사실상 예능이 되는데요? 저희는 교양국 소속이라서 곤란합니다.”


“하지만 교양과 예능의 경계선은 애매하잖아요? 교양이 조금 더 공익성이나 교훈성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재미없으란 법은 없습니다. 다만 본격적인 예능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아주 약한 미션만 주는 거죠.”


“으음, 이건 제가 결정하기 어렵고 국장님과 상의해보겠습니다.”


말을 끝내기 무섭게 바로 MBS로 간 그는 두 시간 뒤에 돌아왔다.

표정이 난처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예. 국장님을 설득해서 함께 제작본부장님께 보고하러 갔더니 아예 저더러 예능국으로 옮겨서 본격 예능을 만들라고 하셨습니다. 1만원으로 1주일을 생활하면서 앨범 발표를 준비하는 다큐식 예능은 전에 없던 획기적인 트렌드라고 하시면서요.”


일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재성의 제안으로 졸지에 한 사람의 인생이 변해버렸다.

뭐 전생에도 김인업이 예능국으로 갔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재성이 제안한 내용은 원래 MBS에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방송한 ‘만원의 행복’에서 따온 모티브였다.


그게 조금 빨리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일단 앨범을 발표하면 눈코 뜰새 없이 바쁠 터였다.

물론 재성은 첫무대만 서고 빠질 생각이었지만...


앞으로 일정을 생각하면 생활 과정에서 바로 찍을 수 있는 만원의 행복 같은 예능이 블랙비트에게는 딱이었다.


스튜디오에 갈 필요도 없고 따로 시간을 낼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문제는 있었다.


“그런데 재미없으면 어쩌시려고요?”

“사실은 그게 문제입니다.”


만약 블랙비트를 찍은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망하면 큰 불명예를 안게 된다.

이 리스크는 생각보다 크고, 두고두고 흑역사가 될 터였다.

재성은 그렇게 되도록 그냥 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럼 일단 2회 분량을 특집방송 형식으로 내보내서 반응이 좋으면 정규편성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때만 해도 명절 파일럿 프로그램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나중에야 명절에 2~4회 정도 방송을 해보고 인기가 좋으면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하는 방식이 일상화되지만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재성의 제안에 김인업PD는 크게 놀란 표정이었다.


“아?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게 하면 되겠습니다.”


“그럼 어떤 식으로 촬영하실 건가요?”

“사실 이것도 문제입니다. 다큐식으로 촬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본 적이 없어서 대본을 어떻게 써야할지 난감합니다.”


하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중에는 버라이어티가 대세가 되지만 지금은 잘 짜여진 대본이 우선하는 시대였다.


“다큐가 뭡니까? 그냥 있는 그대로 찍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대본에 의지하지 말고 일단 찍고 나서 생각하지요.”

“예? 찍고 나서요?”


“대본대로 하면 김PD님이 편집할 시점이 고정되어버립니다. 대신 다큐식으로 일단 찍어놓고 보면 김PD님이 마음대로 편집을 할 수 있습니다. 편집하다가 재미가 없으면 다시 해도 되고요.”


“어? 그, 그런가요?”


생각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

알고 나면 진짜 아무 것도 아닌데 이때까지는 이런 생각을 한 PD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교양국에서 다큐를 맨날 찍으면서도 이걸 예능에 접목할 생각은 못했으니 생각의 관성이라는 것이 그만큼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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