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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령 님의 서재입니다.

먼치킨 아이돌 재벌, 911로 회귀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령
작품등록일 :
2019.09.01 23:41
최근연재일 :
2019.10.31 19:53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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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1,773
추천수 :
18,213
글자수 :
495,095

작성
19.10.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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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재즈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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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예상은 적중했다.

다음 날, 필 케이츠가 부리나케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뉴스에는 마치 자신이 제안했듯이 IT산업 전반에 대한 협력관계를 논의했다고 하니 얼마 불안했겠는가?


IT산업 전반을 논의하려면 MDS의 경영권은 필수적인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고서야 무슨 IT산업을 논하겠는가?


그 소식을 듣고 재성은 크게 웃었다.


전생에 그와 인터뷰를 했을 때는 이미 은퇴한 뒤 재단 활동을 하고 있던 때라 유머러스하고, 넉넉하고 부드러운 인상이 무척 보기에 좋았다.


과연 이번 생에서도 그런 여유를 보여줄 수 있을까?

재성은 무척 기대되었다.



그건 그렇고 김은우의 보컬 트레이닝 중간에 빠지는 날이 많다보니 무척이나 미안했다.


얼굴빛도 좋지 않은 것이 서운한 감정을 품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래서 이 날은 삐삐가 아무리 울어도 꾹 참고 트레이닝을 끝낸 뒤 말했다.


“형! 정말 죄송해요. 이런 저런 일이 많아서 계속 빠지게 되네요.”

“...그럴 수도 있지 뭐. 너 바쁜 거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랑 식사하실래요?”

“둘이서?”


이 말의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

항상 송원에서 같이 식사를 하는데 이런 말을 하는 것은 특별히 할 이야기가 있다는 말이었다.


이런 일은 지금까지 단 두 차례!

축서백과 천현종 이사뿐이었다.


특히 축서백이 독대 후 무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30종목에 랭크된 램니서치의 대표이사로 발령받아 가자, 이재성과의 독대는 하늘을 오르는 지름길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로인해 수한에서도 곧 천현종 이사가 승진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어쨌든 연예인 중에는 가장 먼저 독대를 요청 받았기 때문인지 김은우의 눈동자가 똥그랗게 변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는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미, 미안한데 오늘 약속이 있어서... 어쩌지?”

“무슨 약속인데요?”


“절친한 후배가 디너쇼를 하거든? 초대권을 받았는데 안가면 대단히 실례일 것 같아서 말이야?”


“예? 형 후배인데 디너쇼를 해요?”


이 당시 디너쇼는 나이 지긋하신 원로 가수들이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응. 재즈하는 친구인데 루이 암스트롱 같은 옛날 가수들의 노래를 정말 맛깔나게 부르거든. 작년에 처음 디너쇼를 했는데 2회차부터는 좌석을 매진시켰지.”


재성은 호기심이 동했다.


“그래요? 우리나라에 그런 재즈 가수가 있었나요? 대체 누구죠?”

“예명이 좀 특이한데 운산이라고 해.”

“운산이요?”


뜻밖의 이름에 재성은 놀라고 말았다.

전생에 그녀는 재성이 가장 좋아했던 가수였다.


그녀의 Yesterday는 에밀레의 ‘그대 떠난 빈들에 서서’와 함께 자신의 애창곡 중 하나였다.


그런 그녀의 이름을 뜻밖의 장소에서 들으니 말할 수 없는 감회가 밀려왔다.

잠시 전생의 추억을 더듬던 재성이 말했다.


“혹시 이름이 이은영 아니에요?”

“어? 맞아. 어떻게 알아?”


“재즈계의 신성이 나타났다고 이야기만 들었어요.”

“그래? 하긴 오랜만에 재즈계에 나타난 신성이기는 하지.”


“초대권 한 장뿐이에요?”

“응. 왜?”


“형! 미안한데 같은 자리에 좌석 하나 더 마련할 수 있는지 알아봐 주실래요? 꼭 가보고 싶네요.”

“그, 그래? 잠시만.”


김은우는 전화를 걸어서 잠시 이야기를 하더니 말했다.


“원래 3명이 앉는 자리인데 4명도 가능하다네.”

“잘됐네요. 같이 가죠. 다른 두 분에게는 실례가 아닐까요?”


“괜찮아. 한 명은 백선주라는 재즈 뮤지션인데 운산의 절친한 선배이고 나하고도 친해. 다른 한 명은 아직 어려서 나도 모르겠지만, 선주 누나 사무실에 드나드는 고등학생이라고 들었으니 별 문제 없을 거야.”


백선주라니?

이런 재수가 있나?

하마터면 재성은 좋아서 손뼉을 칠뻔했다.


사실 그녀는 2006년 재즈와 일렉트로니카, 소울이 어우러진 4집 ‘A4rism’을 발표할 때까지 큰 명성을 얻지 못한다.


그러다가 4집을 계기로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가수로 성장한다.

한국에서는 운산보다 한 발 앞서 명성을 얻는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그녀의 끝없는 실험정신으로 인해 2010년 이후 아이돌 음악까지 영역이 넓어졌고 수많은 히트곡을 쏟아낸다는 것이었다.


즉 그녀는 3~4세대 한국 아이돌 음악의 한 축을 담당한 사람이었다.


실제 그녀는 Nnet ‘슈퍼스타K2’에서 전속 보컬트레이너를 맡았고, 이후 DD여대 실용음악과 교수를 거쳐, DW공과대학 K팝학과 겸임교수, 뉴스타일이엔티 수석 프로듀서 등을 역임하게 된다.


이런 경력으로 인해 그녀는 2016년부터 몇 년에 걸쳐 저작권료 수입 1위에 올랐다.


운산과 백선주!


누가 더 우위에 있다고 하기 힘든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의 쌍벽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를 뜻하지 않게 보게 되었으니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특히 운산은 2003년 12월에 ‘Love Letters’라는 자작곡 앨범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발매하면서 데뷔한, 보기 드문 싱어송 라이터였고, 재즈 한류의 선봉장이었다.


초기에 그녀는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린다.


재성은 크게 흥미가 동했다.

저녁 댄스 훈련을 생략하고 김은우와 함께 디너쇼가 열리는 호텔로 향했다.


이번에도 소공동의 초선호텔이었다.

초선호텔의 정식명칭은 새세계 훼스틴 초선호텔이다.


세계적 호텔체인인 훼스틴과 한성 그룹 회장의 누나가 주인인 새세계 그룹의 합작법인이었다.


그러다가 1995년 새세계가 훼스틴의 지분을 완전히 인수함으로써 초선호텔은 온전히 새세계 그룹의 소유가 되었다.


어쨌든 디너쇼장으로 들어가니 거의 다 나이 지긋한 부부들이 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젊은 여가수가 디너쇼를 한다는 자체가 대단했다.

좌석은 매진이었다.


1집 앨범이 나오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벌써 그녀는 상당한 명성을 얻고 있었던 것이다.


지정석에는 두 명의 여성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중 나이든 여성을 향해 김은우가 인사를 했다.


“누나! 안녕?”

“오잇! 어서와. 그런데 옆에 잘생긴 귀공자분은 누구?”


“역시 누나가 남자 보는 눈이 있네. 이 분이 바로 내가 말하던 우리 대표의 대표, 이재성이야.”


“아~! 이 분이 바로 그 분이시구나! 안녕하세요? 백선주에요.”


“반갑습니다. 뛰어난 싱어송 라이터시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조그만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이돌 지망생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은우 형에게 훈련을 받고 있지요.”


“안그래도 들었어요. 참 특이하신 분이구나 생각했어요.”

“일단 앉으시죠. 그리고 제가 한참 후배인데 말씀 낮추세요.”


“친해지면 차차 그렇게 하죠. 참! 그리고 이쪽은 이아라라고 하는데 고등학교 후배이고 같은 동네 살아요.”


백선주의 소개에 고등학생답지 않게 성숙하고 아름다운 소녀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아라라고 합니다. 선주 언니 밑에서 재즈를 배우고 있어요.”


묘하게도 낯이 익었다.

기억이 날 듯 말 듯 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든 재성이 물었다.


“혹시 본명인가요?”

“아니에요. 이아라는 예명이고 본명은 조정인이라고 합니다.”

“아? 조정인!”


재성은 그제야 기억이 나서 소리쳤다.


“예? 저를 아세요?”

“아, 아닙니다. 이름과 성숙한 아름다움이 너무 잘 어울려서 저도 모르게 감탄했습니다.”

“어머?”


부끄러운지 그녀의 볼이 빨개졌다.

그러자 백선주가 놀리듯 말했다.


“대사가 너무 기름지시다. 혹시 선수?”

“서, 선수라니요? 저 이래봬도 모태 솔로고 아직 연애도 한 번 못해봤습니다.”


“아니 전에 SW에 있었다면서요? 여자 아이돌 연습생들도 많을텐데요?”


“아유~! 그런 말씀마세요. 같이 뒹굴고 훈련하면서 땀 냄새 몇 번 맡고 나면 아무 생각이 없어집니다. 그냥 같이 사선을 넘은 전우라고나 할까요? 전혀 여자로 보이지 않아요.”


“호호!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정인이가 성숙하기는 해요.”


전생에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빠져 한동안 좋아했던 기억이 났다.

특이하게도 그녀는 트로트 가수였다.


트로트 가수 중에는 탑을 달리는 미모와 섹시함으로 무장하고, 피아노를 치며 재즈도 부르는 그녀는 많은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톱스타라고 불리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뭔가 아쉬움이 남는 가수였다.

사실 그녀의 정도의 미모와 보컬 실력으로 트로트를 하기는 아깝다는 평이 많았던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김은우를 보고 말했다.


“형! 미안해요. 제가 너무 바빠서 보컬 트레이닝에 자주 빠지는데 이해를 부탁드릴게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상철호 사장하고 콘서트 이야기는 잘 되어가고 있어요?”


“준비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휴~! 폴 스타일리스타리니? 부담이 너무 크다 야.”


그러자 백선주가 말했다.


“폴 스타일리스트라니?”

“아? 좀 있으면 은우 형 콘서트를 시작하는데 컨셉이 폴 스타일리스트에요.”

“컨셉?”


백선주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이 당시만해도 컨셉이라 캐릭터 같은 개념이 없던 시절이었다.


“네. 그 사람만의 특성이랄까, 보여주고자 하는 바라고 할까, 주제라고 생각하셔도 좋고요.”


“그거 말 되네. 그런데 폴 스타일리스트라니? 어우~! 닭살! 까불이 은우가 언제 이렇게 컸나 몰라?”


그 말에 김은우가 즉각 반격했다.


“누나! 왜 이래? 살기애애하게 폭로전 한 번 해보실까?”

“얘는? 뭘 또 그렇게 눈을 부라리고 그래?


재성은 두 사람의 말을 끊고 말했다.


“형! 콘서트에 필요한 게스트는 다 구했어요?”

“아직...”


“잘됐네요. 실례가 아니라면 백선주씨와 운산씨에게 요청하면 어떨까요?”

“게스트는 무료다 보니... 내가 말을 꺼내기가 좀 그래.”


이 말에 백선주가 바로 대답했다.


“나야 좋지. 어차피 백수신세인데 무대 한 번 서는 게 어디야?”


재성은 다른 면에서 어처구니가 없어 말했다.


“아니 왜 게스트가 무료죠? 당연히 수고비를 드려야죠.”

“어? 지금 다 그렇게 하는데?”


“다른 회사는 어떤지 몰라도 우리는 공짜가 없습니다. 우리 가수나 배우, 개그맨이 가서 어떤 일을 하던 모두 비용을 청구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일을 도와주는 다른 회사 분들도 똑같이 비용을 지불합니다.”


“상철호 사장은 그런 말 없던데?”


이 시대는 그저 모든 것이 인정에 의해 좌우될 때였다.

하지만 재성은 이런 관계가 오래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오고가는 현찰 속에 우정은 더욱 돈독해지기 마련이었다.


“제가 미처 그 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네요. 내일 바로 지시를 해놓을게요.”

“그럼 나도 당연히 선주 누나나 운산이를 초청하고 싶지.”


“그렇게 하시죠. 참! 아라씨도 테스트 한 번 해보시고 괜찮으면 게스트로 초청하시고요. 아라씨! 어때요?”


재성이 쳐다보며 묻자 그녀는 다시 볼을 붉히며 대답했다.


“조, 좋아요. 은우 오빠 무대에 설 수 있다니 큰 영광이에요.”


아직 청순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녀를 향해 싱긋 미소를 보인 재성이 다시 김은우를 보고 말했다.


“형! 그리고 조만간 앨범 내자고요.”

“뭐? 앨범? 진짜? 나 준비 하나도 못했는데?”


김은우도 작곡을 하지만 재성이 기억나는 노래는 없었다.

2집도 2004년 1월에나 나오기에 텀이 너무 길었다.

이번 생에서는 김은우의 음악인생도 조금 바꾸어 보고 싶었다.


“방PD한테 살짝 말해놨어요. 시간 있으면 형 앨범도 준비하라고요.”

“정말?”


“예. 요새 방PD 머리속에서 콩나물 대가리가 온천수 솟구치듯이 마구 솟구친다니까 한번 맡겨 보세요.”


“어우~! 주혁이 같은 일류 작곡가가 맡아주면 최고지. 감사하지.”

“방PD 무림출도하면 같이 앨범 내면 되겠네요.”

“흐흐, 그럼 내가 블랙비트 압살할건데?”


김은우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앨범을 내면 B급 가수도 20~30만장은 예사로 팔았다.

음악다방만 돌려도 5만장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다가 CD가 나오고, 1990년대 말이 되자 앨범 시대는 급격하게 저물었다.

이제는 5만장 팔기도 쉽지 않았고 HQT가 60만장을 판 것은 1995년 강건모가 280만장을 팔았던 것 이상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어지간히 자신 있지 않고는 앨범을 내기 힘들었다.

내봐야 적자가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수들은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하고 프로듀싱까지 한 앨범을 아주 소량만 찍어서 라디오에 돌리고는, 복권처럼 혹시나 하고 노래가 뜨기를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친 앨범의 퀄리티야 뻔하지 않겠는가?


당연히 99.9%가 조용히 묻히고, 몇 집 앨범을 발표했다는 타이틀만 얻게 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김은우가 좋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갑자기 좋은 생각이 번쩍하고 떠올랐다.

어쩌면 내년 1월에 나올 싸익의 2집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지금은 김은우가 우선이었다.


“좋죠. 형이 성공해도 내가 성공하는 거고, 블랙비트가 성공해도 내가 성공하는 거니까요.”


“그게 그렇게 되나?”

“그렇죠.”


기획사가 서포트하는 정식 앨범을 김은우가 낸다는 소식에 백선주와 이아라가 격하게 축하를 해주었다.


그녀들의 얼굴에는 부러움이 가득했다.


이때 운산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전생에서 보았던 것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고혹적이었다.


1973년생인 그녀는 아직 29살에 불과하지만 그보다 훨씬 성숙해 보였고, 디너쇼가 어색하지 않았다.


그녀는 첫곡으로 Hello, Dolly!를 불렀다.


1964년, 14주 연속 1위를 하던 비틀즈의 ‘Do You Want To Know A Secret’을 제치고, 이 곡으로 빌보드 팝 차트의 정상을 차지한 루이 암스트롱은 ‘비틀즈 위에 있는 기분은 최고죠’라고 말했다.


그녀의 Hello, Dolly!는 루이 암스트롱의 원곡에 비해서는 반 박자 정도 느렸다.


그 때문인지 원곡의 강렬하고, 흑인 특유의 툭툭 튀는 발음으로, 익숙지 않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것과 달리, 무척이나 고혹적이라 완전히 다른 노래 같았다.


덕분인지 노래가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운산은 재즈를 편안하게 부르는 장점이 있었다.

거부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흥겨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운산이 테이블로 오자 함께 식사를 했다.

가급적 날씬하게 보이려고 식사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 재성 등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미녀도 배고픔은 어쩔 수 없나보다.

운산은 빠르게 배를 채웠다.


어느 정도 식사가 끝나자 김은우가 재성을 보고 물었다.


“재성아! 혹시 운산과 선주 누나에게 관심 있어?”

“물론이죠.”


그러자 백선주가 한쪽 눈을 찡긋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여자로?”

“당연히 가수로 관심 있죠.”

“쳇! 너무 단호하시네.”


재성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기요. 운산씨만 해도 제 고모뻘이거든요?’


다시 김은우가 말했다.


“이 분들 아직 소속사 없는데 우리 회사 오라고 하면 안될까? 내가 너무 주제 넘나?”


이 당시는 김은우 같은 실력파 가수도 돈이 안되다 보니 소속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니 마이너 장르인 재즈 가수가 소속사 없이 혼자 활동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상적인 일이었다.


“전혀요. 오히려 좋죠. 세 분은 어떠세요?”


재성이 묻자 백선주, 운산, 이아라의 눈이 커졌다.


“정말 우리를 받으시려고요?”

“그럼요.”


“돈이 안될텐데요?”

“하하! 그럼 디너쇼만 계속하죠.”


“그래봐야 대여료와 식대 등 경비를 빼고 호텔측과 수입을 나누면 200 남기기도 힘들어요.”


“200씩 일년 내내 계속하면 큰돈이잖아요?”

“....”


물론 호텔이 그렇게 할 리가 없다.

사실 이 날의 총수입은 1000만원에 달했지만 경비가 600이고, 수익을 반반씩 나누면 호텔이 800을 가져가고 운산은 겨우 200을 가지는 것이다.

호텔도 재료와 직원을 동원하고 장소를 빌려주었으니 어떻게든 경비를 뽑으로 할 터였다.


아무튼 꼴랑 200에서 드레스 대여비, 메이크업 비용 등을 빼면 운산은 사실상 빈손이었다.


재성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운산씨, 아니 두 분 다 누나라고 불러도 될까요? 제가 아직 21살이라 운산씨라고 부르려니 미안하네요.”


“미안할 건 없지만 그렇게 하세요. 우리야 환영이죠.”


백선주가 재빨리 말했다.


“고맙습니다. 누나. 사실은 운산 누나 노래를 들으면서 안타까움을 느꼈어요.”

“왜죠?”


“이렇게 편안하고 매력적인 재즈가 또 있을까? 이런 분이 왜 TV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


“그래서 운산 누나가 저희 회사와 계약한다면 TV에도 나오고, 많은 청중들이 환호하는 곳에서 활동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이 말에 운산이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 곳이 있나요? 그곳이 어디죠?”

“바로 일본입니다.”


“이, 일본이요?”


“네. 저희는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SW에 친하게 지냈던 동생이 곧 일본에서 활동할 예정이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일본 기획사 한 곳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업무 제휴 계약을 맺었습니다. 만약 운산 누나가 결심만 하시면 저는 최대한 뒷받침을 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일본은 재즈시장도 무척이나 크다.


전생에 운산은 일본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활동했지만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

한국 기획사들의 분배비율이 짜다고 하지만 일본 기획사들은 훨씬 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자신이 그렇게 두지 않을 터였다.

일본에서 활동한 대가 그 이상을 그녀가 챙기도록 할 생각이었고, 자신도 챙길 생각이었다.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얼떨떨하네요.”

“천천히 생각하셔도 됩니다. 혹시 일어는 가능하시나요?”


“아니요. 그저 인사말 정도만...”


“계약하시면 제가 바로 원어민 일어 교사를 24시간 붙여드리죠. 함께 생활하면서 일어를 익히면 한 달 안에 웬만한 의사소통은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장난은 아니신 것 같군요.”

“은우 형 지인분께 제가 어떻게 장난을 치겠어요? 참! 선주 누나. 아라씨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무대에 서도 괜찮은 수준인가요?”


재성의 질문에 약간 멍해 있던 백선주가 빠르게 대답했다.


“아, 아라요? 음... 뭐랄까? 아직 조금 부족한 면이 있지만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매력적이에요. 몇 달 더 배우면 재즈 가수로 나서도 손색이 없을 거에요.”


“좋습니다. 그럼 선주 누나도 결심이 서면 아라씨와 함께 사무실로 출근하세요. 누나의 첫 임무는 한 달 안에 아라씨의 실력을 프로 재즈 가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전생에 그녀는 보컬 트레이너로 명성이 높았다.

그녀에게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엄지척을 할 정도였다.


“하, 한 달이요?”

“예. 아라씨도 운산 누나와 함께 일본으로 보내서 재즈 가수로 데뷔시키려고요.”

“....”


세 사람은 다 놀랐는지 눈이 똥그래져 쳐다본다.

그러자 김은우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우리 이대표가 통이 커. 그러니 너무 놀라지들 마. 앞으로 놀랄 일이 더 많을 거니까.”


전생에 이아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다른 길을 찾아주고 싶었다.


그녀의 성숙한 외모와 호소력 짙은 목소리라면 오히려 일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았다.


김은우의 말에 정신을 차린 백선주가 물었다.


“그럼 난? 나는 트레이너만 해요?”


“그럴 리가요? 누나는 작곡에 재능이 있다고 들었어요. 특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왕성한 곡을 쓴다면서요? 우리 회사에 와서 트레이너 겸 작곡가 겸 프로듀서 겸 가수로 활동해 주세요. 곡비와 프로듀싱비, 트레이닝비는 따로 드릴 거고요. 물론 가수로 활동하면 수익을 분배해 드립니다. 일단 은우 형처럼 콘서트 무대를 위주로 활동하시고요. 누나는 재즈 스타일리스트를 컨셉으로 하시면 되겠네요.”


사실 재즈 스타일리스트는 ESB의 ‘스페이스 공감’에서 운산에게 붙여준 애칭이었다.


전생에 재성은 운산편과 백선주편을 보고 재즈 스타일리스트는 오히려 백선주에게 어울리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던 바가 있었다.


“재즈 스타일리스트?”

“가을밤에 재즈를 어루만지는 여자~! 캬~! 운치 있지 않아요?”


“동생은 스타일리스트를 좋아하시나 보다? 왜 아는 스타일리스트 중에 마음에 드는 여자 있어요?”


“컥? 그, 그럴 리가요?”


한방에 재성의 감상을 박살내는 그녀였다.

아니 이렇게 공감 능력이 없는 분이 어떻게 주옥같은 곡을 써냈지?

이 날의 만남은 이렇게 끝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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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앨범 준비 +17 19.10.26 6,316 165 15쪽
62 개그 한류 +8 19.10.25 6,425 182 15쪽
61 새로운 전쟁 +8 19.10.24 6,923 180 17쪽
60 점입가경 +5 19.10.23 6,928 189 14쪽
59 쿠도의 방문 +2 19.10.22 6,998 173 13쪽
58 영화전쟁의 서막 +18 19.10.21 7,276 184 14쪽
57 마세웅의 귀국 +11 19.10.21 7,092 155 14쪽
56 황금알을 대신 낳아줄 신사업을 권하다. +6 19.10.20 7,813 198 15쪽
55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빼앗다 +11 19.10.19 8,182 185 13쪽
» 재즈 스타일리스트 +13 19.10.18 8,062 183 21쪽
53 이재성 vs. 풀 핼런 +7 19.10.17 8,229 207 15쪽
52 개미지옥 +8 19.10.16 8,320 211 16쪽
51 비자금 뻥튀기기 +4 19.10.15 8,582 210 15쪽
50 램니서치 장악 +14 19.10.14 8,883 208 25쪽
49 새끼손가락 걸고 한 약속 +10 19.10.13 9,018 226 16쪽
48 결별 +11 19.10.12 9,624 210 23쪽
47 답답한 사람이 우물 파야지 +14 19.10.11 9,505 216 15쪽
46 어디서 귀여운 척이야? +18 19.10.10 9,558 209 13쪽
45 그놈이 그놈 +11 19.10.09 9,815 223 13쪽
44 이재성 vs 윈스톤 +7 19.10.08 10,110 22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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