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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아들이 생겼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미딛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5
최근연재일 :
2021.08.23 12:00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217,006
추천수 :
3,387
글자수 :
492,368

작성
21.05.14 08:00
조회
5,090
추천
69
글자
11쪽

4. 진짜 내 아들인가 (5/20 수정)

DUMMY

4. 진짜 내 아들인가


진짜 서강훈이 자기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에 강래원은 온 몸에 힘이 쫙 풀려버렸다.


“근데 아빠는 언제 엄마랑 저 보러 올 생각이었어요?”


그저 눈앞에 아빠 강래원이 신기한 서강훈은 눈을 빛내며 질문을 던진다.


“응?”


“엄마는 맨날 아빠가 나중에 우리 보러 올 거라고 그랬는데, 아빠는 진짜 언제 올 생각이었어요?”


“어.... 그게 말이지.”


꼬마야... 실은 말이지... 내가 너란 존재를 지금 알게 됐단 말이다. 너가 나를 안 찾아왔다면 나는 너란 존재를 몰랐단 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내가 정말 니 아빠 맞니??? 너 진짜 맞게 찾아온 거 맞니...???


서강훈과 눈이 마주칠수록, 사진 속에 7살 강래원 본인과 실사로 마주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사실이 강래원을 더 소름 돋게 만들고 있다.


완전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강래원은 마지못해 대답한다.


“성공하면 보러가려고 그랬지~”


“성공이요? 무슨 성공이요??”


“어...? 무슨 성공이냐고?”


서강훈은 구체적으로 질문 드리블을 하며 강래원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어... 그게... 아빠가 강훈이랑 엄마 만나러 가는데, 쫌 멋있게~ 비싼 차도 똭 끌고 옷도 막 멋있게 입고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거든~”


대답을 위한 대답을 하던 강래원은 본인도 모르게 아빠라는 말을 내뱉고 아차 싶었다.


아빠라니!! 아빠라뉘!!! 강래원!! 니가 니 입으로 니 무덤을 파는 구나!!!


“그런 거 필요 없어요~ 저는 정말 아빠가 언제 오시나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꼬마가 아빠를 기다렸다는 말에 강래원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해버렸다.


결혼을 생각해 본 적 없는 27살 강래원.


막연히 2세는 아들보다는 딸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그건 그냥 막연히 정말 막연히... ‘언젠간 우주여행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랑 비슷한 부류의 생각이었다.


인간 강래원은 워낙 뭘 책임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 흔한 반려동물 아니 심지어 여자 친구들 조차도 가볍게 만나고 헤어졌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아들이 아빠를 기다렸다고 말하자 강래원은 그동안 본인도 모르고 있었던 부성애가 폭발하는 느낌을 받았다.


뭐야...? 나한테 부성애라는 게 있어...? 뭐야 이 뭉클한 이 감정은;;; 이 벅차오르는 이 감정은;;;; 뭐야 내 가슴 한편이 왜 뻐근한 건데;;;;


은행장인 아버지 덕에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살았지만, 워낙 과묵하고 차가운 아버지와 어린 시절 추억이 하나도 없는 강래원은 막연하게 본인이 만약 아버지가 된다면 무조건 자녀와 친구 같은, 함께하는 추억이 많은 아버지가 되리라 마음먹곤 했었다.


그런데 이건... 만약 서강훈이 내 아들이 맞다면... 내 아버지보다 더 못한... 아버지가 바로 나라는 거 아니야. 자기 아들이 있는 지도 모르고, 싸질러 놓고 책임도 안지는... 평소에 내가 인간쓰레기라고 부르던 사람이 바로 나라는 거 아니야.


자기 자신에게 누구보다 실망한 강래원은 고개를 푹 숙인다.


책임지는 걸 싫어해서 책임질 일을 안 만들고 산거지, 책임질 일 있으면 끝까지 책임진다가 또 이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중시하는 이 강래원의 철칙인데... 그런 내가... 그런 내가... 아... 신이시여... 저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살면서 크게 잘 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왜 서우는 나한테 알리지도 않고... 아... 미치겠네...


눈앞에 서강훈과 또 눈이 마주친 강래원은 다시한번 무너진다.


아이씨... 나랑 똑같이 생겼어... 보면 볼수록 진짜 내 아들 같아...


머리로는 내 아들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슴에는 알 수 없는 부성애가 차오르고, 사진으로는 도플갱어다.


내 마음에 차오르는 이 감정 이거 대체 머야!!


지금 강래원은 이 세상 누구보다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


“그래. 강훈아. 근데 말이지... 그나저나 아빠 집은 어떻게 알고 왔니? 정말 혼자 찾아왔어?”


“네.”


“그럼 엄마도 아빠가 여기 사는 거 알아?”


“몰라요.”


“응? 모른다고?? 그럼 너 여기 오는 거 엄마한테 이야기는 하고 온 거야?”


“아니요.”


분명 꼬마는 묻는 말에 꼬박꼬박 대답하고 있지만, 강래원은 꼬마와 대화를 할수록 의문투성이다.


서우는 내가 여기 사는 것을 모른다고? 근데 꼬마는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지...? 정말 이 꼬마 혼자 찾아온 거라고? 그리고 서우한테 말도 안하고 왔다고??


“저기... 엄마한테 먼저 연락 좀 하자. 엄마한테 말도 안하고 나온 거면 엄마 걱정하시겠다.”


“아빠. 엄마한테 저 여기 왔다고 전화 하실 거예요?”


뭔가 켕기는 게 있는지 서강훈은 눈이 똥그래져서 강래원에게 묻는다.


“어. 당연하지. 엄마 걱정하시는 데!”


강래원은 전화기를 집어 든다.


“근데 아빠가 엄마 연락처를 모르거든...”


순간 강래원이 바로 전화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던 서강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런 서강훈의 눈치를 살피던 강래원이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강훈아. 엄마 전화번호 좀 알려줄래?”

“싫어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거절하는 서강훈의 대답에 강래원은 앙탈을 부린다.


“왜? 아~ 알려줘~”


“아빠 하는 거 봐서요.”


시크하게 대답을 던진 서강훈은 남은 탕수육을 야무지게 먹는다.


“뭐? 나 하는 거 봐서?? 내가 뭘~ 해야 하는 데???”


이미 대화를 단절하고 남은 탕수육 삼매경에 빠져버린 서강훈을 앞에 두고 강래원은 어이가 없다.


아무리 물어봐도 알려줄 것 같지 않은 철벽을 느낀 강래원의 눈에 소파 위에 덩그러니 놓인 서강훈의 가방이 들어왔다.


“아~ 배부르다. 잘 먹었다. 이거 탕수육 맛있지? 군만두도 여기 이거 찍어먹으면 더 맛있어. 강훈아 맛있게 천천히 먹고 있어. 아빠는 화장실 좀 잠깐 갔다 올게.”


괜히 서강훈 앞에 이것저것 남은 음식들을 몰아주고, 강래원은 눈보다 빠르게 서강훈의 가방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온다.


“니가 아무리 그래도 7살 꼬마지~ 어디 가방에 뭐가 있는 지 좀 볼까?”


가방을 속에 뭔가 서우의 연락처나 실마리가 될 만한 게 있겠지???


강래원이 서강훈의 가방을 열고 뒤적이려는 찰나 방문이 확 열렸다.


“아빠!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번개 같이 날아든 서강훈이 본인의 가방을 두 손으로 잡는다.


그래도 7살 서강훈이 키로 보나 힘으로 보나 27살 강래원을 이겨낼 순 없다.


“아니~ 가방에 뭐 가져왔는지 궁금해서~ 아빠가 한 번 좀 보자!”


갑자기 서강훈이 방으로 들이닥치자, 당황한 강래원은 급한 마음에 가방을 들고 손을 위로 들어버렸다.


“안돼요!!! 제 꺼 에요!!! 아빠 나빠요!!!”


꼬마가 악을 쓰거나 말거나, 키가 큰 강래원은 여유롭게 머리 위에서 가방 속을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피지컬의 열세를 뛰어넘을 수 없는 서강훈은 분노에 찬 표정으로 강래원의 급소를 향해 일격을 날린다.


“윽.... 야.... 너... 아무리 그래도....”


괴로워하는 강래원을 뒤로 한 채 서강훈은 가방을 들고 유유히 방을 빠져나와 방문을 쾅 닫아버린다.


잠시간의 회복시간을 가진 강래원이 쿵쾅거리며 거실로 나왔다.


탕수육과 군만두까지 야무지게 다 해치운 서강훈은 가방을 꼭 끌어안은 채 소파에 앉아 분노의 눈빛을 발사하고 있다.


“야. 서강훈. 너 아무리 그래도. 말이지. 아빠가 가방 속에 뭐가 들어있나 궁금해서 그런 건데, 그렇다고 아빠를 어! 그렇게! 어! 되겠어!!”


아씨... 벌써 내 입에 아빠가 붙어버렸어;;;


당황한 강래원은 급소를 공격하는 나쁜 행동을 혼내야한다는 생각에 서강훈에게 큰소리를 낸다.


“이건 내 가방인데 허락도 안 맡고 몰래 가져간 거는 아빠가 잘못한 거잖아요!”


“그래!! 그래도 말이야!! 너 사람을... 잘 못하면 큰 일 나! 너 앞으로 사람 거기 때리면 안 돼!! 잘못하면 너 사람 죽을 수도 있어!!!”


“엄마가 나쁜 어른 만나면 공격하라고 알려줬단 말이에요!”


“야. 아빠가 어! 말이야! 나쁜 어른이 아니잖아!”


“그래도 아빠가 먼저 치사하게 가방 손에 안 닿게 위로 들어버렸잖아요!”


아빠 하는 거 봐서 엄마 연락처 알려준다는 녀석에게 이거 어째 첫 단추를 심하게 잘못 끼고 있다.


한마디도 안지는 7살 꼬마에게 원래 누구와 말싸움 같은 거 해본 적이 없는 강래원은 어째 밀리는 느낌이다.


생각해보니까... 허락 없이 그래... 내가 가방 몰래 가져 간 거는 잘못했지... 그래도 그렇다고 사람 거기를... 열 받지만, 강래원 참아야해. 참자. 참아. 이거면 너 서우 번호 못 받는다. 너 꼬마를 잘 구슬려서 서우 번호 받아 야하잖아. 강래원 참자. 참아. 넌 어른이야!!


햇볕 전략을 선택한 강래원은 태도를 바꾼다.


“알았어. 그래. 가방 몰래 가져간 건 아빠가 미안해.”


어색한 침묵을 깨고 강래원이 따뜻한 미소와 함께 먼저 사과의 말을 건넨다.


그래도 여전히 화가 안 풀린 서강훈은 씩씩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강래원은 아직도 입에 짜장을 잔뜩 묻히고 씩씩대고 있는 서강훈이 오히려 귀엽게 느껴진다.


아악... 이거... 이런 게... 아버지의 마음인거야??? 왜 지금 상황에!! 왜 귀여워 보이는 건데!!! 왜!!!


아버지의 마음을 애써 부정하면서도, 강래원은 손수 냅킨을 챙겨 와 서강훈에게 건네준다.


“서강훈. 화 그만내고 입에 묻은 짜장이나 좀 닦아.”


냅킨을 받아든 서강훈은 한 손으로는 가방을 움켜쥔 채, 경계의 눈빛을 발사하며 다른 한 손으로 입을 닦아본다. 하지만, 이미 단단하게 굳은 짜장은 잘 닦아지지 않는다.


에휴... 입에 묻은 짜장 하나 못 닦는 꼬마한테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이냐...


그 모습을 보고 현타가 온 강래원은 물 묻힌 냅킨을 다시 가져와 서강훈 옆에 앉는다.


그래... 어쨌거나 아빠를 찾아 온, 입에 묻는 짜장도 혼자 못 닦는 7살짜리 꼬마다. 내 아들이 아니더라도 내 첫사랑 서우 아들이다. 서우 찾기 전까지 까짓것 그래. 노블리스 오블리제. 내 첫사랑 서우를 위해, 내가 아빠 노릇 좀 해주마. 이 대한민국 건강한 청년 나 강래원!! 크게 선심 쓴다!!!


“이쪽 좀 봐. 아빠가 닦아 줄게.”


아직도 화가 안 풀린 서강훈은 입 주변이 빨개졌는데도 오기로 계속 냅킨으로 문지르고 있다.


“아빠가 정말 잘못했어. 미안해. 화 풀어. 거기 아니야. 너 짜장 하나도 안 닦였어. 봐봐. 아빠가 닦아줄게.”


어린 시절 강래원도 식구들 모두 두 손 두 발 다 들게 하는 고집쟁이에, 동네에서 유명한 장난꾸러기였다.


씩씩대며 화를 내고 있는 서강훈을 보니 강래원은 본인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작가의말

이런;;; 예약으로 올리면서 전편이 올라가 있었네요^^;;; 알려주신 리트머스님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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