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은 속을 비움으로 맑은 소리를 내다
7개의 죽음의 기운과 한 개의 푸른 생명의 기운이 맞부딛치며
그 결과를 달리했다.
개방의 백결연화신공의 백결은 백 개의 매듭이 본래 누더기
를 기운 형상이 마치 백 마리의 메추라기가 달라붙은 모양새를
표현한 것이라고 세인들이 알고 있으나 그 가운데 깊은 뜻이
따로 있었다.
유불도의 이치가 복합된 백결연화신공은 본래 삶에 있어
생겨나는 백 개의 마음의 장애를 나타내는 마디를 지혜로 푸는
것이다.
불경 능엄경(楞嚴經)에 의하면 일찍이 부처가 제자인 아난
에게 목면천에 여섯 개의 매듭을 엮어 여섯 개 감각으로 생겨난
아집의 단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오직 매듭은 양끝에서 욕심으로 당겨서 풀러지는 것
이 아니고 그 중심에서 비움의 지혜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본래 절간의 종은 속을 비울수록 청명한 소리를 내며 굳은
대나무는 속을 비움으로써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고 백 년 후
에 결실의 꽃을 피운다.
지금 만리신개의 몸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허허로움이
흘렀고 청죽장은 7개의 죽음을 흡수하더니 우주가 탄생하듯이
일수간에 휘감았다가 다시 한 번에 내쳤다.
쾅!
복면인들이 급작스레 진퇴되었고 네 명이 선혈을 토했다.
네 명의 복면인 중 한 명의 가슴에는 자신의 장검이 깊이 박혀
있었다.
그 경이로운 결과에 장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우두머리인 흑의복면인의 놀란 시선이 만리신개에게 향했
으며 그의 시선이 다시 무심히 가라앉는 것은 만리신개 역시
무사하지 못한 이유였다.
비록 만리신개가 익힌 초식과 무공경지는 하늘을 움직이나
초절정고수와 ,적어도절정고수들의 합격진 내공에
그의 내공이 같이 손상을 받으니 7개의 기운을 당긴 백결연화신공
의 흡이 반으로 전환되는 찰나에 그의 심맥이 크게 손상된
것이다.
머리는 산발되고 입가에 선지피가 배였으며 스쳐간 검기에
가슴과 옆구리가 7개로 길게 베어져 있었다.
상황을 올바로 파악한 흑의복면인이 처음과 같이 연수합공을
지휘했다.
그리고 얼마후 만리신개의 몸이 아쉽게도 날이 밝기 전에 저항을
상실해 있었다.
두 다리는 잘려져 있었고 몸의 오른 어깨쪽은 잘려 흉하게
떨어져 나가 있었다.
만리신개가 죽기전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대들이 말하는 죽은 자의 꽃의 실체는 무엇인가? 정말 무림의
성역인 천하제일가가 이번 일을 획책한 것인가?”
그의 최후의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하기에 우두머리인 흑의복
면인이 비록 적이나마 그 마지막까지도 꿋꿋함을 잃지 않는
장렬한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했다.
“우리가 있는 철위산은 천하제일가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소
철위산은 수미산과 거울과 같은 것이오.
천하제일가의 은거한 원로들의 세계 인
수미산이 천하제일가 근처에 있으나 수미산은 전혀 다른또 다른 세계이오
수미산은 천하제일가 내에서 조차도 그 이름만이 알려져있소
철위산은
백천 개의 지옥이 있는 그곳에서 본인은 영광스럽게도 철검산주
휘하 흑옥령주의 지위를 맡고 있소”
일개 령주휘하들에게 무립십기의 일인이 졌으니 무어라할것인가
“.이제 모든 것을 알 것 같군. 그러
나 노부는 너무도 늦게 알았구나!”
그가 기진한 목소리로 독백을 하는 사이 흑의복면인 역시
아쉬운 듯 말했다.
“잘 가시오. 귀하는 이제 죄의 형틀을 벗고 해탈하기 바라오”
순간 그의 검이 희미한 새벽빛 속에 번뜩였고 만리신개의
목이 베어져 솟구쳤다가 붉은 선혈과 함께 지면에 굴러 떨어
졌다.
그리고 그때에는 장원에는 살아남은 식솔들이 하나도 없었다.
복면인들이 장원에 불을 질렀다.
와룡장이라는 개방의 자부심이며 ,이번 만강의 총단의 위치를
밝히고 월락성의 수호신녀의 행적을 쫓는데 결정적인 눈과
귀가 되어준 절강성 내 개방의 비밀조직이 잿더미로 사라지
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흑의 복면인이 품속에서 하나의 두루마리를 꺼내
더니 크게 펼쳐서는 대문옆 큰 석비를 향해 진기를 주입하여
던졌다.
쾅!
돌가루가 분분하더니 강기로 인해 두루마리의 끝이 석비에
파고들며 누구나 볼 수 있는 하나의 큰 방이 붙여졌다.
곧 아침이 되면 개방의 식솔들이 특유의 여유로운 걸음걸이
로 나타날 것이다.
그들 손에 든 바구니에는 강변 고기잡이 배에서 얻은 살아 있는
싱싱한 잉어 몇 마리도 들려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잿더미가 된 와룡장의 참화에 그만 잉어를 바구니 째
놓칠 것이고 경악속에서 그 방을 보게 될 것이다.
흑의복면인이 잠깐 그 방을 주시하더니 수하들을 둘러보며
지시했다.
“이제 철수한다. 장원 주위를 포위했던 수하들도 철수시키도
록 하라. 개방 와룡장의 멸망은 이제 우리가 아닌 만강교에
의해 저질러 진 것으로 알려질 것이다”
그들이 떠난 참혹한 현장에는 석비만이 하나의 핏빛 방을
인 채 서있었다.
아침이 마침내 동쪽끝에서부터 밝아왔다.
검은 묵으로 쓰진 방의 글씨는 읽는 많은 사람들을 전율하게
했다.
“본 만강교는 개방의 잠룡장을 멸문하는 바이다. 개방은 본
교 형제들과 같이 낮은 곳에 거하면서도 하늘의 이치를 배반
하고 구파와 무림의 위선자들에게 붙어 와룡장을 본거지로
하여 본교의 총단을 밝혔으며, 더구나 월락성에서 수호신녀를
호위한 33인의 숭고한 목숨을 해치는 데 일조를 했으니 이에
대한 불의 심판을 내리는 바이다. 향후 개방은 구파의 앞잡이
노릇을 멈추지 않는한 심판의 그날에 가장 먼저 멸문될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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