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류불식,강은 흐름을 쉬지 않는다
장평이 무어라 대답할지 머뭇거리는 사이에 황유정이 대신
답변했다.
“제자가 어제 그와 겨루어 본 바로는 본관의 삼년정도 수련생에
해당됩니다”
그녀가 장평을 위하는 의도인지 장평의 실력을 그녀가 알고 있는 유천무관의
수련생 기준으로 오년정도에서 무려 절반이나 낮추어 말했다.
하지만 장평에게 있어서 실제 무공의 수련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원을 하나 그리는 동작을 하면서도 그는 손으로 우주를 그릴 수
있었고, 손을 횡과 종으로 움직이며 시간의 늦고 빠름과 공간의
왜곡을 감지하며 느낄 수 있었다.
공간을 못 인식하는 바쁘게 움직이는 벌레는 벽을 타넘지
못했으나 비록 느리게 움직여도 사유의 달팽이는 언젠가는 벽을
넘어 갈 수 있었다.
달걀을 보는 것만으로 나중 봄날 피어난 신이화꽃 아래에서
먹이를 쪼고 있는 노란 병아리를 그릴 수 있는 인간 고유의
능력인 인지와 사유의 능력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과 같이 컸고, 장평에게 있어서 주위 수업이나 수련 여건이 결코 장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대답에 머리를 끄덕이며 관주가 말했다.
“무공의 기본은 이미 다져진 상태라는 말이지. 잘되었구나.
그러면 검치 사우평이 지도하는 천류반에서 배우는 것이 좋을
듯 하구나”
그말에 그녀의 고운 아미가 찌푸려졌다.
천자문의 천지현황순으로 나누어지는 무관내 삼십 여개의
반에서 장평을 하위에 속하는 천류반에 소속시키는 것은 그녀도 예견
했으나 담당 사범이 그녀도 꺼려하는 검치 사우평이기에 곤혹스러웠다.
관주가 그녀의 속내를 아는지 웃으면서 말했다.
“장평은 공산의 맑은 계류에서 묵은 때를 씻어 몸과 마음을
이미 정갈하게 했다. 이제 장강 하류의 그가 씻은 땟물에서
사람들과 함께 목욕을 하는 가운데 나름대로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인간의 때는 결코 더러운 물에 목욕을 한다 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자신 내면의 악과 욕념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검치 사유평은 나름대로 남이 알지 못하는 그만의 장점이 있다.
반의 이름도 천자문중 '시냇물이 흘러 쉬지 아니하니 군자의
행지를 말한다'는 천류불식(川流不息)에서 딴 천류반이지
아니 하냐”
총명한 그녀가 그말을 이해했다.
맑은 물을 소가 마시면 젖이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고
언젠가 관주가 부친과의 수련 방법에 대한 대화중에 한말이
있었다.
유천무관은 수련생 모두의 몸의 수련과 동시에 정신의 도야도
강조했다.
장평의 정신의 세계는 청산을 닮아 홀로 고고하게 높더라도
무림의 적자생존의 생리에 빨리 적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검치 사우평은 어쩜 그 적격자일 것이다.
두 사람이 이윽고 관주인 보현진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는 아래층에 있는 집무실에서 필요한 가입절차를 마저 마치고
는 전각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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