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은 죽음의 다른 형태이다
"목검은 생기를 잃고 삶을 멈춘 죽은 나무입니다. 그리고 목검을
쥔 사관님 또한 목검을 예기를 띤 진검인양 사용하나 목검에
생명을 불어넣는 활검의 경지는 아닙니다. 설혹 그러한 능력을
지녔더라도 그런 의지가 없었습니다.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는 움직임을 멈추면 거꾸로 하류로
밀려내려가며 죽게됩니다“
냉정하면서도 솔직하게 지도사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그녀의
말이 앞서의 머뭇거리던 태도와 달리 단호했다.
그녀가 그말에 사우평의 붉게 충혈되는 낯빛을 보면서도 이왕
내친 김에 질끈 두눈을 감고 다시 말을 이었다.
“오행에서 모든 사물은 생(生)하면 동(動)해집니다. 곧 멈춤은
죽음의 다른 형태입니다. 검에 마음을 불어넣지 못한 검수가
죽은 검을 쥐고 설혹 천고의 검학을 그대로 따라 시전한다고
해도, 이는 생하여 동한다고 할 수 없고 단지 죽음과 사멸의
의미인 멈추어 있는 것입니다"
잠시 주위사람들이 말을 잊고 있었다.
장평과 다른 논리이나 그녀의 대답 역시 틀린 점을 지적할
수 없었다.
단지 답변함에 있어서 그녀의 내성적인 첫인상과는 달리 검의
조예에 있어서 궁극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검치 사유평의
약점을 찾아내어 냉렬히 지적함에 놀란 것이다.
사우평 역시 한숨을 쉬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허허, 보현 관주님은 어떡해서 항상 이런 입이 험한 신입관원
들만 내반에 배치를 하는지 이번 기회에 단단히 따져보아야 겠다.
그리고 너는 생긴 것과 행동은 양순해 보이면서 말하는 것이
마치 고슴도치같이 바늘로 쏘는듯하며 야무지구나"
그말에 그녀의 하얀 얼굴이 창피함에 붉게 상기 되었다.
그녀가 마음속의 말을 표현함에 있어서 완곡하게 말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듯 했다.
검치 사우평이 장평과 임숙영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말했다.
"두 사람 모두의 대답에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되며 내
능력으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다“
그가 그래도 옳고 그름이 분명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데
있어서 인색하지 않았다.
“ 그러니 물주전자 당번은 두 사람이 하루씩 번갈아 가며 하도록
해라. 그리고 두 사람에 대한 나머지 교육은 반장이 알아서 하고
오늘 수련이 끝날 시간에 다시 보도록 하자"
사우평이 말을 마치고는 다른 볼일이 있는 듯 횡하니 문을
박차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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