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샛강 님의 서재입니다.

만산공강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샛강
작품등록일 :
2023.02.02 21:35
최근연재일 :
2023.08.13 10:16
연재수 :
134 회
조회수 :
232,678
추천수 :
4,856
글자수 :
496,794

작성
23.02.02 21:42
조회
7,419
추천
91
글자
5쪽

떠도는 산

DUMMY

때는 원명이 교체되고 백여년이 흐른 어느 늦은 이월 하루였다.

매서운 혹한의 겨울을 이겨낸 매화나무 나무가지는 그동안 쌓인

눈의 무게를 떨치고 따뜻한 양광 아래 푸르른 물기를 맺고 있었다.


길거리마다 녹은 눈은 겨우내 얼어붙었던 사람들의 마음도

같이 풀어주고 있었으나, 보도석이 깔린 길은 진창이 되었고

절강성내의 번화한 항주의 길거리는 마찬가지로 질퍽대고

있었다.

그나마 네모반듯한 보도석을 조심스레 골라디디며 아침나절

햇살을 등뒤에 받으며 한 청년이 걷고 있었다.


봇짐을 등뒤에 짊어진 청년은 나이는 스물둘 정도 되어 보였고

그다지 큰 체구는 아니나 단아한 외모며 맑은 눈빛을 띄고 있었다.

입고 있는 남색 의복은 밤을 새우며 길을 걸어 왔는지 허름했고 남루해보였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 듯 흐트러지지 않은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남의 청년의 발걸음이 마침내 한 표국 앞에 섰다.


“영화표국!”


사람들은 자고로 부귀와 영화를 추구했고 표국은 그 선두에

서고자 했다.

인류의 잠든 새벽을 깨우고 개척해야할 미지의 길을 먼저

내닫는 표국이기에 그 이름이 영화표국이었고 항주의 한 이름

있는 표국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일필휘지의 글이 새겨진 현판을 올려다보던 청년이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누구시오?”


문 두드리는 소리에 닫힌 육중한 대문을 열던 표국의 문지기로

여겨지는 노인이 못보던 낯선 얼굴에 의아심이 들어 물었다.

청년이 두손을 모아 정중히 포권을 하며 그의 아래위를 훑어

보는 노인에게 찾아온 용건을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호남성 진현에서 온 장평이라 합니다. 다름

아니옵고 국주님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청년의 느닷없이 국주를 찾는 말에 노인이 다시 물었다.


“무슨 용건인가?”


“저의 돌아가신 스승님의 유명이 있어 찾아뵙고자 합니다”


진현은 항주에서 걸어서 꼬박 십여일 거리였다.

결코 가깝지 않은 먼길을 온 청년이기에 노인이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를 안으로 들였다.


표국의 내부는 아침이었지만 붐비고 있었다.

정원에 울창히 심어진 매화나무 꽃은 부푼 망울을 맺고

있었고 표국사람들은 겨우내 웅크렸던 어깨를 펴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청년에게 다행스럽게 마침 국주인 진천검 황대녕이

집무실에 나와 있었다.

그가 노인의 기별을 듣고 청년을 만났다.

진천검 황대녕은 오십대의 호한이었다.

큰 체구에 각이 진 얼굴, 사람 좋은 듯한 호방한 모습이었다.

진천검 황대녕이 장평이라는 청년이 본인 스승의 유지를

가지고 먼길을 찾아 왔다기에 청년을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

보며 물었다.


"본인이 표국의 국주이네, 젊은이는 누구이며 무슨 일로 나를

찾았는가?”


장평이 국주의 호방한 모습과 그것에 걸맞는 우렁찬 목소리에

호감을 느꼈다.


“제 이름은 장평이라 합니다. 그리고 진현의 공산(空山)에서

내려오는 길입니다”


그말에 국주의 안색이 급속히 달라졌다.


“공산! 자네가 공산에서 왔다는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공산에서 선사의 유명이 있어 사형을 찾아뵙고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리고는 품속에서 한통의 봉서를 꺼내었다

국주가 반가움에 신발도 신지 않고 버선발로 마루를 내려오더니

서신을 받고는 장평의 두손을 붙잡았다.


“반갑네, 자네가 내 사제가 되는군...그런데 선사라니 사부님이

돌아가셨단 말인가?”


“예, 달포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 말에 진천검의 큰 두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분이 그동안 돌아가시지 않고 살아계셨구나. 나는 그동안

소식을 모르고 있었네...”


그가 무기명제자로 있으면서 모시던 스승에게서 도망치다시피

한 것이 거진 이십 몇여 년 전이었다.

그리고 대화산파의 제자가 되어 표국을 창립했고 그리움에

세월이 흘러 비록 명목상이었으나 한 때 스승으로 모신 분을

찾았으나 소식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까맣게 잊고 있던 사문에서 생각도 못했던 사제가

찾아온 것이다.


“잘왔네, 그런데 공산은 그동안 어디에 있었는가”


말이 앞뒤가 맞지 않았다.

자신이 살았다는 곳을 모른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장평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호남성 진현의 세헌산입니다.


공산은 있는 위치가 일정하지 않았다.

곧 공산은 산이면서 산이 아니었고 특정 지역은 더욱이 아니

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산공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4 질문속의 답 23.08.13 601 19 8쪽
133 무간지옥 23.08.13 363 15 8쪽
132 절망의 깃발 23.08.13 351 15 6쪽
131 죽음보다 깊은잠 23.08.13 388 15 7쪽
130 자운영의 경계 23.08.04 557 20 14쪽
129 별빛이 밤새 기와지붕위에 내리다 23.08.04 445 14 7쪽
128 각자의 강 23.07.24 688 20 12쪽
127 종은 속을 비움으로 맑은 소리를 내다 23.07.24 549 17 6쪽
126 세상은 타원이며 옆에서 보면 무한의 직선이고 위에서 보면 원이었다. 23.07.22 588 18 5쪽
125 죽은자의 꽃,부활의 꽃 23.07.22 535 16 6쪽
124 철위산 23.07.22 521 14 7쪽
123 내 마음의 화원 23.07.17 701 20 6쪽
122 연자의 검 23.07.17 600 17 5쪽
121 풍령검법 23.07.17 591 18 7쪽
120 무상검 23.07.16 633 17 19쪽
119 분노의 증오 23.07.15 616 14 5쪽
118 세월의 바람 23.07.15 556 13 6쪽
117 낙화의 노래 23.07.15 560 14 8쪽
116 마귀의 도인(道人) 23.07.15 554 13 8쪽
115 두려움을 베고 주저함을 뒤로 하다 23.07.15 548 13 8쪽
114 내 못다한 젊은 날들 23.07.15 575 13 11쪽
113 쌍검은 부러지고 영광의 꽃은 꺽이다 23.07.15 582 16 14쪽
112 꽃이 진다 하여 바람을 탓할소냐 23.07.15 566 16 11쪽
111 세월은 흐르고 기억은 줄어들다 23.07.15 592 16 14쪽
110 부평초의 강 23.07.15 594 12 14쪽
109 혼돈의 죽음 23.07.14 579 14 6쪽
108 인간의 굴레 23.07.14 606 15 8쪽
107 감정의 뒤안길 23.07.14 636 18 5쪽
106 세월이 흘러 누가 나를 기억할 것인가 23.07.13 603 16 8쪽
105 종달새의 둥지 23.07.13 582 13 10쪽
104 죽음을 위한 연습 23.07.13 576 12 8쪽
103 울지말아라 소녀야 23.07.13 631 16 5쪽
102 애정의 발로 23.07.13 645 13 12쪽
101 인간을 보지말고 하늘을 보라 23.07.12 667 18 6쪽
100 좋아한다는 것과 사랑한다는것 23.07.12 668 14 10쪽
99 파국 23.07.11 681 19 7쪽
98 세월의 바람속에서 23.07.11 692 15 11쪽
97 웃을줄 모르는 갓난 아이처럼 23.07.10 674 16 5쪽
96 몸이 다하는날까지 두려울것이 없다 23.07.10 694 14 5쪽
95 좋은인연은 함박눈같고 여름철 소나기같다 23.07.09 753 18 7쪽
94 해그림자 23.07.09 772 20 13쪽
93 무엇이 정의인가 23.07.07 792 19 11쪽
92 새로운 하늘과 땅 23.05.24 1,016 20 13쪽
91 죽음이 등에 업히다 23.05.24 832 22 7쪽
90 마지막 영광을 노래하다 23.05.20 943 26 7쪽
89 내가 서있는자리 23.05.20 825 19 5쪽
88 평생동안의 질문 23.05.20 868 18 7쪽
87 떠도는 산 23.05.17 962 25 10쪽
86 물속에서조차 목말라하다 23.05.17 863 23 4쪽
85 강물이 불어날때 23.05.17 947 22 7쪽
84 전쟁의 여신 23.04.19 1,281 35 8쪽
83 이해할 수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 23.04.19 1,094 32 7쪽
82 역광속의 얼굴 23.04.18 1,172 29 13쪽
81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오는 강가에 서서 23.04.17 1,246 32 11쪽
80 세상길을 가는 사람들 23.04.14 1,294 33 10쪽
79 감정의 밀물 23.04.13 1,278 32 8쪽
78 복숭아나무는 오얏나무를 대신해 죽다 23.04.12 1,199 28 4쪽
77 귀원 그리고 사상 23.04.11 1,322 27 16쪽
76 사람은 하늘의 일을 계획하지 않는다 23.04.10 1,258 32 8쪽
75 돌아오지 않는 강 23.04.09 1,276 33 8쪽
74 사망은 긴그림자로 발끝에 눕다 23.04.05 1,406 30 11쪽
73 태양의 이름 23.04.04 1,367 30 8쪽
72 잠 못 드는 날들 23.04.03 1,357 32 10쪽
71 내 마음 깊은 곳에 비는 내리고 23.04.02 1,420 33 6쪽
70 봄비는 오지않는 사람을 원망하게 하다 23.04.02 1,406 29 10쪽
69 9개의 산과 8개의 바다가 지키는 산 23.04.01 1,428 30 6쪽
68 구름그림자진 날의 대화 23.03.31 1,496 38 5쪽
67 세월의 걸음 23.03.28 1,577 34 6쪽
66 려년(돌아오지 않는 해)의 나귀 23.03.26 1,545 35 10쪽
65 달이 얼마나 밝고 둥근지 23.03.24 1,636 38 9쪽
64 말리꽃 피는 계절 23.03.22 1,585 30 8쪽
63 마음의 달그림자 23.03.20 1,671 36 5쪽
62 나는 벚나무되어 항상 네곁에 있으며 23.03.20 1,638 30 10쪽
61 공간의 주인 23.03.19 1,784 34 7쪽
60 조화의 완쪽 23.03.19 1,621 29 11쪽
59 연인 23.03.19 1,772 31 13쪽
58 사유와 직관 23.03.18 1,714 41 12쪽
57 귀신은 말을 타고 구름을 차며 풍악소리와 함께 오다 23.03.15 1,866 38 14쪽
56 그림자를 빛으로 그리는 사람들 23.03.14 1,831 42 13쪽
55 강가로 오라 23.03.13 1,852 36 10쪽
54 문닫으니 봄은 다하고 버들꽃이 떨어지다 23.03.11 1,858 39 9쪽
53 일시무시일 23.03.10 1,863 43 13쪽
52 진리의 모습 23.03.08 1,969 38 11쪽
51 매화가지를 꺽어도 가지안에는 꽃이 없다 23.03.06 1,923 44 15쪽
50 물아일체 23.03.05 1,972 48 12쪽
49 복숭아 나무 아래로 난길 23.03.04 1,921 47 11쪽
48 영광의 얼굴 23.03.03 1,961 44 13쪽
47 그날이 오면 23.03.02 2,093 41 17쪽
46 만강의 물가 23.03.01 2,151 46 14쪽
45 화분의 여행 23.03.01 1,997 44 7쪽
44 무림십기 23.02.27 2,132 46 9쪽
43 직관의 연못 23.02.26 2,113 41 14쪽
42 길이 없는 길을 따라 23.02.26 2,109 54 9쪽
41 올빼미는 황혼에 난다 23.02.25 2,136 48 7쪽
40 물보라 23.02.25 2,156 42 12쪽
39 그리움의 서신 23.02.24 2,230 47 11쪽
38 달빛은 매화나무 가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23.02.24 2,176 51 9쪽
37 흔적없는 길 23.02.23 2,190 51 9쪽
36 앵무의 계절 23.02.23 2,190 50 8쪽
35 삶은 죽음이 함께있어 고귀하다 23.02.23 2,255 52 5쪽
34 매화나무 아래에서의 결의 23.02.22 2,311 41 10쪽
33 비밀의 장 23.02.22 2,307 51 4쪽
32 빈배의 소상 23.02.21 2,410 52 7쪽
31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 23.02.21 2,483 55 11쪽
30 준비없이 맞는 비 23.02.20 2,473 54 7쪽
29 흐르는 시간속에서 23.02.20 2,484 49 5쪽
28 마음의 키 23.02.20 2,614 49 8쪽
27 나는 그곳에 있고 싶다 23.02.18 2,884 54 22쪽
26 천궁뇌지 23.02.18 2,834 55 8쪽
25 바람개비를 든 소녀 23.02.15 2,864 55 5쪽
24 그림자의 무게 23.02.14 3,003 56 11쪽
23 멈춤은 죽음의 다른 형태이다 23.02.12 2,933 59 3쪽
22 모든것은 변하여 가나니 쉬지말고 힘쓰라 23.02.12 2,931 54 3쪽
21 인식의 검 23.02.11 3,021 57 4쪽
20 빈집에 걸린 그림 23.02.11 3,076 58 5쪽
19 계절이 다시 돌아오면 23.02.10 3,064 54 3쪽
18 천류불식,강은 흐름을 쉬지 않는다 23.02.10 2,987 58 3쪽
17 마음의 터밭 23.02.09 3,093 60 6쪽
16 강은 고통을 덜어주어 차서 흘러간다 23.02.09 3,131 60 6쪽
15 인연은 길을 만들어 사람을 웃게하거나 때로는 슬프게 한다 23.02.09 3,263 61 5쪽
14 산은 외롭고 강은 사연을 담아 흐르다 23.02.09 3,438 59 8쪽
13 대련 23.02.09 3,553 68 7쪽
12 매화는 향기를 팔아 안락을 구하지 않는다 23.02.09 3,462 63 3쪽
11 말을 타지않고 말을 부리다 23.02.08 3,606 66 5쪽
10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나이 23.02.06 3,620 63 2쪽
9 손님 23.02.06 3,502 67 2쪽
8 새벽 매화나무 아래에서 23.02.05 3,612 67 5쪽
7 화분의 꽃은 아무데나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23.02.05 3,826 71 10쪽
6 우리 사랑의 삶이 죽음보다 짧더라도 23.02.05 3,921 79 4쪽
5 나무가지는 바람이 없는데도 흔들리다 23.02.04 4,028 85 3쪽
4 한줌 모래알의 소상 23.02.03 4,224 83 5쪽
3 흰눈 내리고 매화가 피어나다 23.02.03 4,852 75 11쪽
2 사람 사이에 산이 있고 강이 흐르다 23.02.03 5,301 82 4쪽
» 떠도는 산 23.02.02 7,420 91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