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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님의 서재입니다.

만산공강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샛강
작품등록일 :
2023.02.02 21:35
최근연재일 :
2023.08.13 10:16
연재수 :
134 회
조회수 :
232,680
추천수 :
4,856
글자수 :
496,794

작성
23.02.09 22:22
조회
3,093
추천
60
글자
6쪽

마음의 터밭

DUMMY

그들이 들어간 정의전 전각의 내부는 밖에서 보기보다

더욱 크고 넓고 화려했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집무를

보고 있었다.

황유정이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갔고 장평 또한 넓은 집무실에 놀랐으나 한눈을 팔지

못하고 그뒤를 따랐다.

이층 역시 몹시 넓었고 그중 중앙의 가장 크고 웅장해

보이는 집무실 앞에는 커다란 나무 탁자가 놓여 있었고,

어린 도동이 탁자위에 연적과 종이를 두고 열심히 먹을 갈고

있다가 황유정이 관주를 뵈러 왔다는 말에 박꽃같이 맑은

얼굴과 손에 잔뜩 먹이 묻은 채로 기별을 알렸다.

그리고 잠시후 두 사람을 방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두 사람이 햇살이 밝게 비쳐들어오는 실내로 들어서니

한곁에 놓인 업무용 자단목 탁자앞 의자에 한 노도인이

편히 담요를 무릎위에 두고 앉아있었다.

노도인이 창밖에 시선을 두고 있다가 그들이 들어서자

담요를 걷고 천천히 일어서며 시선을 두 사람에게 향했다.

노도인은 육십 정도로 보였고 키가 작고 여위어 보였으며

늦은 이월의 날씨가 쌀쌀한지 목면수건을 목부분과

하얀 도복 상의 위에 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풍겼고

장평이 생각하기에 분명 유천무관의 관주가 분명했다.


"제자 황유정이 관주님을 뵙습니다"


황유정이 먼저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포권을 하며 인사를

했고 장평 역시 그녀를 따라 인사를 했다.

노도인이 두 젊은이의 인사를 받고는 흐뭇한지 웃는 낯으로

말했다.


“백매검 황유정이 모처럼 할일 없는 빈도를 찾아 왔구나.

어젯밤 꿈에 정의전 창밖의 매화나무가 흰 몽우리를 한꺼번에

피우고 평소 보이지 않던 휘파람새가 바람결에 가지에 앉아

울기에 화산의 본산에서 누가 찾아올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더니 한겨울 눈보다 흰 매화를 닮은 유정이가 시간만많은  노도를 찾아

주었구나”


“죄송합니다. 제자가 그동안 많이 격조했습니다”


노도인이 두 사람을 실내의 단목나무로 된 탁자앞 의자에

앉게 하고는 자신도 맞은 편 자리에 먼저 앉았다.

장평이 곁에서 지켜보니 노도인과 황유정 사이에 오고가는

짧은 대화지만 말속에 조손의 정다움이 있었다.

그리고 실내의 단목 정향과 함께 창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매화의 향기 또한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고 쾌청하게

해주고 있었다.

노도인이 이번에는 장평을 향해 말을 건넸다.


“노도가 부족하나마 이곳 유천무관의 관주

직함을 맡고

있는 보현이라 하네. 자네가 호남성 공산이라는 곳에서

왔다는 장평인가?”


두 사람이 동시에 놀라와 했다.

장평이 공산에서 내려온 사실은 말하지 않기로 황유정과

묵시했고 더구나 아직 무관에 입관할 의사조차 밝히지 않은

상태였다.

보현진인이라고 도호를 밝힌 나이든 관주가 미리 알 까닭이

없었다.

그때 두 사람의 의구심을 풀어주듯 관주가 황유정을 향해

말했다.


“네 부친이 아침나절에 먼저 다녀갔다”


그제야 두 사람이 이해가 되었다.

장평을 위해 미리 황대녕이 두 사람에게 말도 하지 않고

다녀간 것이었다.

더구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미 사람을 시켜 가입비와

월회비까지 한꺼번에 완납한 것이다.

장평과 황유정이 내심 황대녕에게 고마워했다.

다시 관주가 장평에게 물었다.


“자네 사부님은 어떤 뛰어난 분이신가? 황대녕 국주의

이야기로는 그곳에서 마음공부를 많이 한 모양이다. 한 사람이

개인의 신분이 아닌 명망있는 표국 국주의 신분으로 , 그리고

무림에서 구대문파라는 명문정파중 하나인 본파의 제자로서

잘못 오해를 살 여지를 알면서도 오랬동안 과거의 사문을

추억하며 다시 그곳과 사람을 공공연하게 자랑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황대녕이 공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 모양이었고

역시 관주에게도 부지불식간에 공산에 대한 자랑을 섞어

들려준 것이다.

장평이 잠깐 생각하는 듯 하더니 대답했다.


“돌아가신 사부님의 함자는 천허 풍현유라고 합니다. 그러나

평생을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산속에서만 사시다가 한달 전에

타계 하셨습니다”


장평이 기억하기로는 사부는 평생 산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황유정은 장평에게 산의 기운이 물들어 있다 했다.

그러나 사부는 산 그 자체였다.

산은 평소 결코 지루하지 않고 어느 한 곳이라도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산은 또한 한결 같았다.

관주인 보현진인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범인들이보기에는 애초에 두드러지지 않아 보이는

나무가 산을 지키는 법이다. 겉보기에 화려하고 요란해

보이는 나무는 일찍 옮겨져 부호의 정원을 치장하는 관상수가

되나 결국 일장이 넘게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어린 나무때 특출하게 드러나 보이지 



산에

남은 나무는 나중 그 숨겨진 진면목을 드러내어 하늘을 찌르는

아름드리 거목이 되는 법이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인지라 큰

인물은 본래 산에 남는 법이다. 빈도와 같이 풍진속세에 발을

담그고 세상의 때를 묻히지 않지”


그때 황유정이 말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간세상 자체가 곧 도인들이 진정으로

갈고 닦아야 될 마음의 터밭임을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도인인 관주가 산에서 내려와 풍진세상에 발을 담그고 있는

점을 오히려 존경한다는 뜻이었다.

관주가 그녀의 하는 말뜻을 알기에 흐뭇해했다.


“유정이는 참으로 총명하구나. 네 부친과 사부에게 있어서 큰

홍복이로다”


평소 황대녕이 그의 장녀를 자랑하던 모습이 노진인의 눈앞에

훤했다.

그가 이제 온화한 눈빛으로 장평을 돌아보며 물었다.


“자네의 입관은 이미 노도가 아침에 황대녕 국주





에게 허락했네.

영화표국의 사람은 항상 자격이 되지. 그런데 무관에서의

배속과 위치를 지금 결정해야 되니 현재 자네의 무공수준은

스스로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그의 질문은 장평을 소개한 황유정에게도 마찬가지로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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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질문속의 답 23.08.13 601 19 8쪽
133 무간지옥 23.08.13 363 15 8쪽
132 절망의 깃발 23.08.13 351 15 6쪽
131 죽음보다 깊은잠 23.08.13 388 15 7쪽
130 자운영의 경계 23.08.04 557 20 14쪽
129 별빛이 밤새 기와지붕위에 내리다 23.08.04 445 14 7쪽
128 각자의 강 23.07.24 688 20 12쪽
127 종은 속을 비움으로 맑은 소리를 내다 23.07.24 549 17 6쪽
126 세상은 타원이며 옆에서 보면 무한의 직선이고 위에서 보면 원이었다. 23.07.22 588 18 5쪽
125 죽은자의 꽃,부활의 꽃 23.07.22 535 16 6쪽
124 철위산 23.07.22 522 14 7쪽
123 내 마음의 화원 23.07.17 701 20 6쪽
122 연자의 검 23.07.17 600 17 5쪽
121 풍령검법 23.07.17 591 18 7쪽
120 무상검 23.07.16 633 17 19쪽
119 분노의 증오 23.07.15 616 14 5쪽
118 세월의 바람 23.07.15 556 13 6쪽
117 낙화의 노래 23.07.15 560 14 8쪽
116 마귀의 도인(道人) 23.07.15 554 13 8쪽
115 두려움을 베고 주저함을 뒤로 하다 23.07.15 548 13 8쪽
114 내 못다한 젊은 날들 23.07.15 575 13 11쪽
113 쌍검은 부러지고 영광의 꽃은 꺽이다 23.07.15 582 16 14쪽
112 꽃이 진다 하여 바람을 탓할소냐 23.07.15 566 16 11쪽
111 세월은 흐르고 기억은 줄어들다 23.07.15 592 16 14쪽
110 부평초의 강 23.07.15 594 12 14쪽
109 혼돈의 죽음 23.07.14 579 14 6쪽
108 인간의 굴레 23.07.14 606 15 8쪽
107 감정의 뒤안길 23.07.14 636 18 5쪽
106 세월이 흘러 누가 나를 기억할 것인가 23.07.13 603 16 8쪽
105 종달새의 둥지 23.07.13 582 13 10쪽
104 죽음을 위한 연습 23.07.13 576 12 8쪽
103 울지말아라 소녀야 23.07.13 631 16 5쪽
102 애정의 발로 23.07.13 645 13 12쪽
101 인간을 보지말고 하늘을 보라 23.07.12 667 18 6쪽
100 좋아한다는 것과 사랑한다는것 23.07.12 668 14 10쪽
99 파국 23.07.11 681 19 7쪽
98 세월의 바람속에서 23.07.11 692 15 11쪽
97 웃을줄 모르는 갓난 아이처럼 23.07.10 674 16 5쪽
96 몸이 다하는날까지 두려울것이 없다 23.07.10 694 14 5쪽
95 좋은인연은 함박눈같고 여름철 소나기같다 23.07.09 753 18 7쪽
94 해그림자 23.07.09 772 20 13쪽
93 무엇이 정의인가 23.07.07 792 19 11쪽
92 새로운 하늘과 땅 23.05.24 1,016 20 13쪽
91 죽음이 등에 업히다 23.05.24 832 22 7쪽
90 마지막 영광을 노래하다 23.05.20 943 26 7쪽
89 내가 서있는자리 23.05.20 825 19 5쪽
88 평생동안의 질문 23.05.20 868 18 7쪽
87 떠도는 산 23.05.17 962 25 10쪽
86 물속에서조차 목말라하다 23.05.17 863 23 4쪽
85 강물이 불어날때 23.05.17 947 22 7쪽
84 전쟁의 여신 23.04.19 1,281 35 8쪽
83 이해할 수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 23.04.19 1,094 32 7쪽
82 역광속의 얼굴 23.04.18 1,172 29 13쪽
81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오는 강가에 서서 23.04.17 1,246 32 11쪽
80 세상길을 가는 사람들 23.04.14 1,294 33 10쪽
79 감정의 밀물 23.04.13 1,278 32 8쪽
78 복숭아나무는 오얏나무를 대신해 죽다 23.04.12 1,199 28 4쪽
77 귀원 그리고 사상 23.04.11 1,322 27 16쪽
76 사람은 하늘의 일을 계획하지 않는다 23.04.10 1,258 32 8쪽
75 돌아오지 않는 강 23.04.09 1,276 33 8쪽
74 사망은 긴그림자로 발끝에 눕다 23.04.05 1,406 30 11쪽
73 태양의 이름 23.04.04 1,367 30 8쪽
72 잠 못 드는 날들 23.04.03 1,357 32 10쪽
71 내 마음 깊은 곳에 비는 내리고 23.04.02 1,420 33 6쪽
70 봄비는 오지않는 사람을 원망하게 하다 23.04.02 1,406 29 10쪽
69 9개의 산과 8개의 바다가 지키는 산 23.04.01 1,428 30 6쪽
68 구름그림자진 날의 대화 23.03.31 1,496 38 5쪽
67 세월의 걸음 23.03.28 1,577 34 6쪽
66 려년(돌아오지 않는 해)의 나귀 23.03.26 1,545 35 10쪽
65 달이 얼마나 밝고 둥근지 23.03.24 1,636 38 9쪽
64 말리꽃 피는 계절 23.03.22 1,585 30 8쪽
63 마음의 달그림자 23.03.20 1,671 36 5쪽
62 나는 벚나무되어 항상 네곁에 있으며 23.03.20 1,638 30 10쪽
61 공간의 주인 23.03.19 1,784 34 7쪽
60 조화의 완쪽 23.03.19 1,621 29 11쪽
59 연인 23.03.19 1,772 31 13쪽
58 사유와 직관 23.03.18 1,714 41 12쪽
57 귀신은 말을 타고 구름을 차며 풍악소리와 함께 오다 23.03.15 1,866 38 14쪽
56 그림자를 빛으로 그리는 사람들 23.03.14 1,831 42 13쪽
55 강가로 오라 23.03.13 1,852 36 10쪽
54 문닫으니 봄은 다하고 버들꽃이 떨어지다 23.03.11 1,858 39 9쪽
53 일시무시일 23.03.10 1,863 43 13쪽
52 진리의 모습 23.03.08 1,969 38 11쪽
51 매화가지를 꺽어도 가지안에는 꽃이 없다 23.03.06 1,923 44 15쪽
50 물아일체 23.03.05 1,972 48 12쪽
49 복숭아 나무 아래로 난길 23.03.04 1,921 47 11쪽
48 영광의 얼굴 23.03.03 1,961 44 13쪽
47 그날이 오면 23.03.02 2,093 41 17쪽
46 만강의 물가 23.03.01 2,151 46 14쪽
45 화분의 여행 23.03.01 1,997 44 7쪽
44 무림십기 23.02.27 2,132 46 9쪽
43 직관의 연못 23.02.26 2,113 41 14쪽
42 길이 없는 길을 따라 23.02.26 2,109 54 9쪽
41 올빼미는 황혼에 난다 23.02.25 2,136 48 7쪽
40 물보라 23.02.25 2,156 42 12쪽
39 그리움의 서신 23.02.24 2,230 47 11쪽
38 달빛은 매화나무 가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23.02.24 2,176 51 9쪽
37 흔적없는 길 23.02.23 2,190 51 9쪽
36 앵무의 계절 23.02.23 2,190 50 8쪽
35 삶은 죽음이 함께있어 고귀하다 23.02.23 2,255 52 5쪽
34 매화나무 아래에서의 결의 23.02.22 2,311 41 10쪽
33 비밀의 장 23.02.22 2,307 51 4쪽
32 빈배의 소상 23.02.21 2,410 52 7쪽
31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 23.02.21 2,483 55 11쪽
30 준비없이 맞는 비 23.02.20 2,473 54 7쪽
29 흐르는 시간속에서 23.02.20 2,484 49 5쪽
28 마음의 키 23.02.20 2,614 49 8쪽
27 나는 그곳에 있고 싶다 23.02.18 2,884 54 22쪽
26 천궁뇌지 23.02.18 2,834 55 8쪽
25 바람개비를 든 소녀 23.02.15 2,864 55 5쪽
24 그림자의 무게 23.02.14 3,003 56 11쪽
23 멈춤은 죽음의 다른 형태이다 23.02.12 2,933 59 3쪽
22 모든것은 변하여 가나니 쉬지말고 힘쓰라 23.02.12 2,931 54 3쪽
21 인식의 검 23.02.11 3,021 57 4쪽
20 빈집에 걸린 그림 23.02.11 3,076 58 5쪽
19 계절이 다시 돌아오면 23.02.10 3,064 54 3쪽
18 천류불식,강은 흐름을 쉬지 않는다 23.02.10 2,987 58 3쪽
» 마음의 터밭 23.02.09 3,094 60 6쪽
16 강은 고통을 덜어주어 차서 흘러간다 23.02.09 3,131 60 6쪽
15 인연은 길을 만들어 사람을 웃게하거나 때로는 슬프게 한다 23.02.09 3,263 61 5쪽
14 산은 외롭고 강은 사연을 담아 흐르다 23.02.09 3,438 59 8쪽
13 대련 23.02.09 3,553 68 7쪽
12 매화는 향기를 팔아 안락을 구하지 않는다 23.02.09 3,462 63 3쪽
11 말을 타지않고 말을 부리다 23.02.08 3,606 66 5쪽
10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나이 23.02.06 3,620 63 2쪽
9 손님 23.02.06 3,502 67 2쪽
8 새벽 매화나무 아래에서 23.02.05 3,612 67 5쪽
7 화분의 꽃은 아무데나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23.02.05 3,826 71 10쪽
6 우리 사랑의 삶이 죽음보다 짧더라도 23.02.05 3,921 79 4쪽
5 나무가지는 바람이 없는데도 흔들리다 23.02.04 4,028 85 3쪽
4 한줌 모래알의 소상 23.02.03 4,224 83 5쪽
3 흰눈 내리고 매화가 피어나다 23.02.03 4,852 75 11쪽
2 사람 사이에 산이 있고 강이 흐르다 23.02.03 5,301 82 4쪽
1 떠도는 산 23.02.02 7,420 9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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