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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님의 서재입니다.

만산공강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샛강
작품등록일 :
2023.02.02 21:35
최근연재일 :
2023.08.13 10:16
연재수 :
134 회
조회수 :
232,677
추천수 :
4,856
글자수 :
496,794

작성
23.03.02 19:56
조회
2,092
추천
41
글자
17쪽

그날이 오면

DUMMY

그녀는 사십대 초반정도로 여겨지는 자의궁장여인이었고 화용


월태의 미모가 나이답지 않게 사람들의 이목을 흐리고 신지를


흩트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의 심혼을 빨아들일 듯한 크고 흑백이 뚜렷한


두 눈동자는 백마디 달콤한 말보다도 군웅들의 가슴을 진탕


시켰다.


아울러 그녀 주위에 풍기는 지상의 것 같지 않은 그윽한 향


기는 험한 말을 내뱉으려는 군웅들의 말문을 그만 닫게 했다.


그녀 뒤로는 복면을 쓰고 한손에는 검을 든 삼십명 정도의


흑의인들이 어느새 출입문을 통해 들어왔는지 정연하게 도열


해있었다.


흑의인들의 기세가 좌중의 누구에게라도 밀리지 않을 정도


로 날카로운 예기를 띄고 있었다.


분명 복면을 벗으면 무림의 이름난 고수들인 듯 했다.


더욱이 갑자기 그녀 주위에 나열하며 동시에 중인들을 에워


싸는 정장을 단정히 입은 수십명의 여인들은 분명 방금전까지


군웅들을 깍듯이 시중들던 시녀들이 분명했다.


“쓰윽!-”


품속에 감추었던 싸늘한 기운이 흐르는 비수를 꺼내 손에든


시녀들의 기세 또한 예사 평범한 시녀들이 아니었다.


“모두 면구를 썼구나!”


이제야 날카로운 눈매로 시녀들을 살피던 군웅들중 천면


신군이라는 자가 자신의 불찰을 탓하며 후회의 말을 발했다.


하기는 중원무림에서 변용에 일가견이 있다고 평소 자부하


는 그라도 정밀한 면구에 화장까지 한 시녀들인지라 설마 가


짜인줄은 전혀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침 군웅들의 소란 때문에 중앙 청룡자리에서 일어서 있


던 화산의 청명자가 자의궁장여인의 용모를 자세히 살피더니


놀란 목소리로 그녀를 향해 물었다.


“노도의 눈이 틀리지 않다면 그대는 분명 십년전에 무림에서


홀연 사라진 천독선자 설평주일 것이오. 오늘 독을 시전한


것은 선자의 솜씨이오?”


“천독선자!”


곳곳에서 놀라움의 외침이 파도같이 일었다.


중원무림에 기라성 같이 많은 무림인이 있고 그중 독에 통


달한 독공의 고수들이 즐비했으나 무림 전역에 걸쳐 백년


사이에 절정고수로 이름을 날린 자는 불과 세 손가락에 꼽


았다.


그리고 천독선자 풍화미는 출중한 독공과 더불어 염기가 흐


르는 미모로 인하여 항상 그 삼인중 일인으로 꼽혔으며, 그 무공의


심후함이 대강남북으로 나누어진 현 무림계를 대표


하는 10대고수의 일인으로 능히 일컬어졌다.


10대고수는 순수하게 무공의 깊이와


실력만으로 평가했고, 무공뿐만 아니라 그 특이한 기행으로


평가되는 무림10기와는 격이 달랐고 명성이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더욱이 무림10대고수에 드는 그녀의 중후한 내공과 함께


그녀가 주로 사용하는 절독은 식물과 꽃가루를 사용하는지라


독사나 전갈등의 독물과 달리 시전하는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았다.


그녀가 실제 나이가 육십을 넘어섰으나 이렇게 시간을 뛰어


넘어 불과 사십대 초반의 아름다운 젊은 모습으로 군웅들 앞


에 다시 선 것이다.


“오호호호! 화산 말코도사의 안목이 냄새 맡는 말코만큼이나


정말 밝구나! 본 선자가 강호를 등진지 십여년이 지났는데


도 아직 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흥! 몹시 영광


스러운 일이군”


청명자가 그녀가 악담을 하는 가운데 천독선자 본인이라고 시


인하자 오히려 얼굴이 처음보다 더욱 굳어졌다.


이 자리에서 가장 높은 배분은 자신과 무림십기에 속하는 만


리신개 동방명과 소림사에 속한 항주 서림사의 주지인 해월대


사 등이 동배였다.


그러나 천독선자는 그들과 나이는 같은 연배였으나 그들보다


한배 앞선 선배들과 같이 활동한 배분상 미묘한 관계였고 특


히 화산과는 그의 사숙뻘들과 인과가 있었다.


청명자가 갑자기 등장한 천독선자를 보며 자신의 난처한 감정


을 표시했다.


“허허, 선자께서 의도적으로 직접 하독을 했다면 우리 모두가


경계했더라도 막기가 용이하지 않았겠구려!”


그말에 천독선자의 눈빛이 날카로와 졌다.


“굳이 오늘 이 자리를 빌지 않더라도 화산은 나와의 풀 수 없


는 원한이 있음을 기억할 것이다. 그 죽일 인간 천맹은 잘 지


내고 있느냐?”


역시나 마음속에 우려한 말이 나오자 청명자의 낯빛에 곤혹감


이 어렸다.


“천맹 사숙은 이미 세상에 대해 바위처럼 돌아 앉았소. 잃어


버린 시력과 함께 마음 또한 풍진속세를 벗어나 있소이다. 선


자께서는 이제 구원을 잊었으면 하오”


“흥, 아직 그가 살아 있단 말이지! 본녀는 그의 몸에 일만번


의 째찍질을 하지 않고서는 나의 원한을 풀지 않을 것이다.


가까운 시일에 화산에 가서 사람과 죄를 함께 물을 것이다!”


‘그분은 극히 가까운데에 계시오’


청명자가 마음속의 말을 삼키고 내뱉지 않았다.


만일 천맹 사숙이 가까운곳에 은거하고 있는줄 알면 그녀가 물불을 가리지 않


고 당장 찾아갈 것이고 그로 인해 일어날 대혼란을 감당치 못


하는 것이다.


천맹은 사숙의 세속을 떠난뒤의 칭호였고 그분의 진정한 명호


는 무림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분은 죽은줄로 알려진지라 지금 살아있다는 것조차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맹인의 몸으로 유천무관의 지하 습기찬 컴컴한 서고에서


거하고 있는 줄은 정말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때 좌중에서 한 사람이 일어서며 발언을 했다.


“천독선자 노선배, 불초 만척이 감히 물을 말이 있소이다”


사십대 후반의 용모에 마른편이나 큰 키에 목소리가 공력이


제압된 상태에서도 위엄이 있는 홍포인의 허리춤에는 기다란


폭이 좁은 검은 채찍이 감겨져 있었다.


분명 편(鞭)의 고수였다.


“말해 보아라”


“소생은 절강성 난호현에 자리잡은 만가장의 장주 생사편 만


척이라 하오. 패자는 유구무언이라 소생의 불찰로 중독이 된


것에 먼저 무어라 변명할 말이 없소이다”


그의 어투와 태도에 대장부다운 기풍이 서려 있었다.


“ 그러나, 사실 노부는 요즘 만강의 공세가 심상치 않아 오늘


절강, 강서 무림을 포함한 강남무림을 대표하는 고인들이 모인


이자리에서 줄곧 행동에 조심을 하고 있었소.


차한모금 조차도 소지한 은저를 사용하여 독을 시험하였는데


전혀 하독의 기미를 발견하지 못했소. 선자는 우매한 노신의


눈을 뜨게 해 주기 바라오”


생사편 만척의 의문이 좌중의 의문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 참여한 군웅들 치고 고수 아닌 자가 없었고 고수


들은 무의식중에라도 외부의 독에 자신의 몸이 금방 민감하게


반응하고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수를 중독 시켜 제압한다는 것은 용이치 않았고


더구나 이 자리의 천에 가까운 군웅들을 한번에 중독시킴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한 군웅들의 공통된 의문을 아는지 그녀가 생사편 만척


을 보며 날카로운 웃음을 띄었다.


“오늘 새벽 연회장으로 통하는 화심정 정원의 매화 꽃나무


의 수술들에 사람들을 시켜 일부 독분을 발라두었다. 그리


고 바람에 꽃잎과 가루가 날리며 그대들의 폐에 침투했으나


전혀 독성이 일지 않아 알 수 가 없었겠지.


물론 낮에 이곳을 출입한 일반인들도 전혀 중독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뒤에 연회장의 찻물과 술에 또 다른


독을 하독을 하고 두 독이 상응하여 홍매독(汞梅毒)이라는


무영지독이 되니 술을 마시지 않는 중과 말코 도사들조차도


필연 중독이 된 것이다”


“허허!”


“이런!-”


생사편 만척을 비롯하여 좌중에서 감탄과 탄식의 소리가 동


시에 터져 나왔다.


그러나 비록 천독선자가 말을 쉽게 했지만 이렇게 면밀히


준비를 거쳐 독을 나누어 시전함이 말과 같이 쉽지 않고 그


시전 시간과 바람의 풍향등을 바로 판단함이 어려운 것을 모


두가 알고 있었다.


능히 독과 더불어 천문지리에 정통하지 않고는 오히려 잘못


자신의 애꿎은 수하들만 다칠 수 있었다.


독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


는 적정량과 배포방법을 결정함에 독공의 고수와 하수의 커다


란 차이가 있는 것을 이 자리의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적이지만 그리고 중독된 절박한 상황에서도 자


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자도 있었다.


그중 나름대로 독물에 일가견이 있다는 장강십팔채 소속인 사


군 임호림이라는 중년인이 일어나서는 마음속의 의문을 물었


다.


“노선배, 소생은 물뱀 몇마리를 다루는 보잘 것 없는 재주를


지닌 장강의 임호림이라 하오. 후배가 알기에는 백년이 넘은 매화


나무 뿌리에 심해에서 생산된 수은(汞)을 품었다가 윤년에 맺은


열매로 제조된 홍매독은 몹시 비싸고 구하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소.


더구나 독을 그렇게 희귀하게 두개로 나누는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소이다.


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을 중독시킬 양이면 중원천하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제조에도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가 궁금하오 ”


천독선자가 얼굴에 자부심을 띠며 대답했다.


“만강의 재력과 부는 강가의 모래알 같이 끝이 없다. 결코 세


상의 잣대로 잴 그런 작은 부가 아니다. 그래서 본녀도 과거


멸문된 본녀의 출신가문인 천화독문을 지금 재건하고자 한


다.


독을 자신이 흡족한만큼 시험하고 운용하려면 일반 검과


장을 위주로 하는 정통문파보다도 몇배의 부와 경비가 필요


한 것을 잘 알 것이다. 만강은 그 모든 꿈과 같은 것을 가능


하게 하고 채워주고도 남음이 있다”


그 말에 사군 임호림이 경악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


다.


“하기는 재물과 부란 하늘의 귀신도 능히 부리는 법이지요”


천독선자가 만강의 부가 모래알보다도 많다는 말에 군웅들의


아연실색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홍매독은 공력만 억제하고 몸에 피해가 없는지라


스스로 공력을 운기해보기 전에는 중독된 사실을 알 수 없


다. 자신의 몸이 홍매독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결코 경계를


발하지 않지”


오늘 좌중의 대표격인 청명자가 다시 질문을 했다.


“노도가 알기로는 선자는 강남무림과는 특별한 은원이 없을


것인데 어이해 이렇게 많은 군웅들을 한꺼번에 중독시켜 그동안


쌓아온 높은 영명에 오점을 남기는 것인지 모르겠소”


청명자의 물음에 그녀가 생각을 정리하는지 잠시 백옥같은


손길이 푸른 영롱한 옥잠과 노리개가 장식된 검은 머릿결을


어루만졌다.


궁장을 높이 틀어올린 그녀의 풍성한 머릿채에 장식된 노리


개들이 하나같이 독을 가진 가공한 암기인줄은 이 자리의 노


고수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손길이 머리에 닿자 오히려 긴장을 했


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독선자가 여전히 얼굴에 차디찬 미


소를 지은채 그러나 ‘쌓아온 높은 영명’이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조금은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했다.


"청명도장, 본 선자가 늦은막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얼마전에


만강교에 가입했네. 그리고 오늘 강남무림의 영도자들을


중독시킨 이유는 오늘 본녀가 중대한 이야기를 전하는데 있


어 혹시 있을지도 모를 방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네.


물론 만강의 위대한 이름을 이번 기회를 빌어 공공연하게 알리


고자 하고 강남무림계에 경고의 의미를 둔점도 있네 “


그녀가 앞서 군웅들이 좌중에서 척결대상으로 중의를 모은


만강에 가입했다는 말에 모두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더구나 그녀와 같은 절대고수가 만강에 속해있다는 말은 방


금까지 그들이 쉽게 생각할뻔한 만강의 저력이 결코 녹녹치


않음을 깨닫고 있었다.


무엇보다 만강의 부가 끝이 없다는 말에 항주13세가의


가주들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이래저래 부를 굴리는 장사를 생계로 하는 그들 역시 만강의


칼끝을 피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천독선자의 목소리가 나지막했지만 연회


장의 구석까지 똑똑히 들렸는지라 구석자리 연회탁자 주위에


몰려 앉아 있던 무림의 후진들의 술렁임도 노고수들의 긴장


감에 결코 못지 않았다.


오히려 난생 처음 겪는 충격에 그 놀랍고 경악스럽기는 더하


면 더하였다.


“만강!-”


모두의 가슴속에 그 이름 두자가 지금 천독선자의 의도대


로 깊이 새겨지고 있었다.


마침 연회의 출입문 구석자리 의자에 앉아 있던 황유정 또


한 표정이 좋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표국을 경영하는 집안은 강호가 너무 평화로


워도 수익이 좋지 않았지만 잘못 사파가 득세하고 싸움이 전


면전으로 이어지면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만강의 등장으로 인해 곧 벌어질 처절한 싸움이 눈에 불보


듯이 지금 이 자리에서 확연해지고 있었다.


그때 황유정의 염려어린 시선이 멀리 장평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생애에 처음 참가한 연회 자리에서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으


니 장평이 얼마나 당황할지가 걱정되었다.


그렇다고 그녀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방금 전에도 같이 합석한 화산지파의 사형제중 한명이 옆


자리로 옮기다가 시녀에 의해 제지를 당한 것이다.


옆에 지켜 서있던 면구를 쓴 청의시녀가 손에 쥐고 있던


비수를 들어 그의 면전에 들이댄 것이다.


“자리를 지키고 움직이지 마라!”


서리같이 싸늘한 말투였다.


목소리로 보아 결코 황유정보다 많아 보이지 않았지만 비수


날에 어리는 기운은 상승의 경지를 보이고 있었다.


비수에 공력을 주입했는지 아지랑이 같은 푸른 검기가 어리


기 시작했고 검기는 금방이라도 발출되어 상대의 심맥을 베어


버릴 듯 짙은 살기와 함께 일렁이고 있었다.


청의시녀가 잠시 펼쳐보인 결코 쉽지 않은 무위에 주위에


있던 화산지파를 포함한 젊은이들이 경탄의 기색을 띄었다.


만강이라는 이름은 최근일이년 사이에 급부상한 신흥세력


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천독선자와 같은 전대의 절대고수를 포함하


고 이렇게 나이어린 소녀도 검기를 발할 수 있을 정도의 고수


로 가르쳤는지 경외로울 뿐이었다.


그런지라 황유정이 움직이지는 못하고 눈길만 멀리 좌석에


놀라움에 경직된 듯 꼼짝없이 앉아 있는 장평에게 두고 있었


다.


그때 중앙자리에서는 만리신개가 천독선자가 군웅들을 중독


을 시키고는 마치 손바닥안의 공기돌 같이 마음대로 취급하는


꼴이 탐탁치 않은지 노기를 띄고 말하고 있었다.


“흥!, 선자가 더 이상 우리들을 모욕하면 우리도 죽기로 싸울


것이오. 적어도 노부를 포함하여 이 자리의 명숙들은 늙은


목숨을 도외시 하면 몇번의 전력을 실은 공격 정도는 펼칠


수 있소이다"


천독선자가 만리신개 동방명을 향해 싸늘하게 대꾸했다.


"본 선자 또한 굳이 노개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강남무


림에 누가 있어 감히 그 명성을 오랬동안 이어온 무림십기의


능력을 무시할 수 있을까?


그러나 설마 개방 만리신개 동방대협의 귀한 목숨까지

잃어가며 그렇게 무모한 일은 저지르지는 않겠지. 본녀 또한


노개를 포함한 강남무림의 이름난 명숙들을 감히 억압할


생각은 없다“


그녀가 말을 잠시 중단하고는 좌중의 군웅들을 둘러보았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팽배해 있었고 이들 절대고수들의 결정


에 따라 잘못 연회장이 언제 피바다가 될지 모르는 것이다.


천독선녀가 조금은 말씨를 누그려뜨리며 말했다.


“그리고 화심정의 시녀들은 해치지는 않고 의복을 두는 창고


에 제압만 해두었으니 오늘의 은원은 향후 크게 논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본녀 또한 본녀가 윗사람으로 모시고 있는 분


의 말을 전하기만 하면 된다 “


그때 이번에는 대소림파에 속한 항주 서림사의 주지이며 청명


자등과 함께 이 자리의 가장 원로격인 해월대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나 무게가 실린 목소리로 물었다.


“아미타불, 설시주, 정말 오늘일은 알다가도 모를일 투성이군


요. 과연 십년 전에도 강남무림에서 적수를 찾기 힘들며 고고


한 학같이 혼자 행동하던 선자가 이제와서 지금 윗사람으로


모시는 분은 과연 누구시오? 현무림에 누가있어 은퇴했던 선


자를 불러 수하로 삼을 수 있다는 말이오”


“오호호호-!”


그 물음에 천독선자가 높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웃음소리가 끝나자 뒤에 시립한 흑의복면인들과


주위에 둘러서 있던 시녀들이 합창하듯 노래했다.


“하늘에서 대왕이 내려오리라!


동방의 대왕이 부활하리라.


이땅을 행복하게 지배하리라.


숲속의 두견새는 날카롭게 울고 가시나무 위 검은 지바뀌가 온갖


욕설을 해댄다.


새들아, 지저귐을 멈추고 운명의 날을 대비하라.


한 자루의 명검은 두 자루의 귀검을 탄생시켰으니


그날이 오면 숲은 베어지고 새들은 궁수의 화살에 붉은 심장을


꿰뚫리리라.


목없는 시신의 산맥은 돌아앉고 붉은 강은 한번 가서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날 사망은 긴그림자로 그대들의 발끝에 누워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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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무간지옥 23.08.13 363 15 8쪽
132 절망의 깃발 23.08.13 351 15 6쪽
131 죽음보다 깊은잠 23.08.13 388 15 7쪽
130 자운영의 경계 23.08.04 557 20 14쪽
129 별빛이 밤새 기와지붕위에 내리다 23.08.04 445 14 7쪽
128 각자의 강 23.07.24 688 20 12쪽
127 종은 속을 비움으로 맑은 소리를 내다 23.07.24 549 17 6쪽
126 세상은 타원이며 옆에서 보면 무한의 직선이고 위에서 보면 원이었다. 23.07.22 588 18 5쪽
125 죽은자의 꽃,부활의 꽃 23.07.22 535 16 6쪽
124 철위산 23.07.22 521 14 7쪽
123 내 마음의 화원 23.07.17 701 20 6쪽
122 연자의 검 23.07.17 600 17 5쪽
121 풍령검법 23.07.17 591 18 7쪽
120 무상검 23.07.16 633 17 19쪽
119 분노의 증오 23.07.15 616 14 5쪽
118 세월의 바람 23.07.15 556 13 6쪽
117 낙화의 노래 23.07.15 560 14 8쪽
116 마귀의 도인(道人) 23.07.15 554 13 8쪽
115 두려움을 베고 주저함을 뒤로 하다 23.07.15 548 13 8쪽
114 내 못다한 젊은 날들 23.07.15 575 13 11쪽
113 쌍검은 부러지고 영광의 꽃은 꺽이다 23.07.15 582 16 14쪽
112 꽃이 진다 하여 바람을 탓할소냐 23.07.15 566 16 11쪽
111 세월은 흐르고 기억은 줄어들다 23.07.15 592 16 14쪽
110 부평초의 강 23.07.15 594 12 14쪽
109 혼돈의 죽음 23.07.14 579 14 6쪽
108 인간의 굴레 23.07.14 606 15 8쪽
107 감정의 뒤안길 23.07.14 636 18 5쪽
106 세월이 흘러 누가 나를 기억할 것인가 23.07.13 603 16 8쪽
105 종달새의 둥지 23.07.13 582 13 10쪽
104 죽음을 위한 연습 23.07.13 576 12 8쪽
103 울지말아라 소녀야 23.07.13 631 16 5쪽
102 애정의 발로 23.07.13 645 13 12쪽
101 인간을 보지말고 하늘을 보라 23.07.12 667 18 6쪽
100 좋아한다는 것과 사랑한다는것 23.07.12 668 14 10쪽
99 파국 23.07.11 681 19 7쪽
98 세월의 바람속에서 23.07.11 692 15 11쪽
97 웃을줄 모르는 갓난 아이처럼 23.07.10 674 16 5쪽
96 몸이 다하는날까지 두려울것이 없다 23.07.10 694 14 5쪽
95 좋은인연은 함박눈같고 여름철 소나기같다 23.07.09 753 18 7쪽
94 해그림자 23.07.09 772 20 13쪽
93 무엇이 정의인가 23.07.07 792 19 11쪽
92 새로운 하늘과 땅 23.05.24 1,016 20 13쪽
91 죽음이 등에 업히다 23.05.24 832 22 7쪽
90 마지막 영광을 노래하다 23.05.20 943 26 7쪽
89 내가 서있는자리 23.05.20 825 19 5쪽
88 평생동안의 질문 23.05.20 868 18 7쪽
87 떠도는 산 23.05.17 962 25 10쪽
86 물속에서조차 목말라하다 23.05.17 863 23 4쪽
85 강물이 불어날때 23.05.17 947 22 7쪽
84 전쟁의 여신 23.04.19 1,281 35 8쪽
83 이해할 수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 23.04.19 1,094 32 7쪽
82 역광속의 얼굴 23.04.18 1,172 29 13쪽
81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오는 강가에 서서 23.04.17 1,246 32 11쪽
80 세상길을 가는 사람들 23.04.14 1,294 33 10쪽
79 감정의 밀물 23.04.13 1,278 32 8쪽
78 복숭아나무는 오얏나무를 대신해 죽다 23.04.12 1,199 28 4쪽
77 귀원 그리고 사상 23.04.11 1,322 27 16쪽
76 사람은 하늘의 일을 계획하지 않는다 23.04.10 1,258 32 8쪽
75 돌아오지 않는 강 23.04.09 1,276 33 8쪽
74 사망은 긴그림자로 발끝에 눕다 23.04.05 1,406 30 11쪽
73 태양의 이름 23.04.04 1,367 30 8쪽
72 잠 못 드는 날들 23.04.03 1,357 32 10쪽
71 내 마음 깊은 곳에 비는 내리고 23.04.02 1,420 33 6쪽
70 봄비는 오지않는 사람을 원망하게 하다 23.04.02 1,406 29 10쪽
69 9개의 산과 8개의 바다가 지키는 산 23.04.01 1,428 30 6쪽
68 구름그림자진 날의 대화 23.03.31 1,496 38 5쪽
67 세월의 걸음 23.03.28 1,577 34 6쪽
66 려년(돌아오지 않는 해)의 나귀 23.03.26 1,545 35 10쪽
65 달이 얼마나 밝고 둥근지 23.03.24 1,636 38 9쪽
64 말리꽃 피는 계절 23.03.22 1,585 30 8쪽
63 마음의 달그림자 23.03.20 1,671 36 5쪽
62 나는 벚나무되어 항상 네곁에 있으며 23.03.20 1,638 30 10쪽
61 공간의 주인 23.03.19 1,784 34 7쪽
60 조화의 완쪽 23.03.19 1,621 29 11쪽
59 연인 23.03.19 1,772 31 13쪽
58 사유와 직관 23.03.18 1,714 41 12쪽
57 귀신은 말을 타고 구름을 차며 풍악소리와 함께 오다 23.03.15 1,866 38 14쪽
56 그림자를 빛으로 그리는 사람들 23.03.14 1,831 42 13쪽
55 강가로 오라 23.03.13 1,852 36 10쪽
54 문닫으니 봄은 다하고 버들꽃이 떨어지다 23.03.11 1,858 39 9쪽
53 일시무시일 23.03.10 1,863 43 13쪽
52 진리의 모습 23.03.08 1,969 38 11쪽
51 매화가지를 꺽어도 가지안에는 꽃이 없다 23.03.06 1,923 44 15쪽
50 물아일체 23.03.05 1,972 48 12쪽
49 복숭아 나무 아래로 난길 23.03.04 1,921 47 11쪽
48 영광의 얼굴 23.03.03 1,961 44 13쪽
» 그날이 오면 23.03.02 2,093 41 17쪽
46 만강의 물가 23.03.01 2,151 46 14쪽
45 화분의 여행 23.03.01 1,997 44 7쪽
44 무림십기 23.02.27 2,132 46 9쪽
43 직관의 연못 23.02.26 2,113 41 14쪽
42 길이 없는 길을 따라 23.02.26 2,109 54 9쪽
41 올빼미는 황혼에 난다 23.02.25 2,136 48 7쪽
40 물보라 23.02.25 2,156 42 12쪽
39 그리움의 서신 23.02.24 2,230 47 11쪽
38 달빛은 매화나무 가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23.02.24 2,176 51 9쪽
37 흔적없는 길 23.02.23 2,190 51 9쪽
36 앵무의 계절 23.02.23 2,190 50 8쪽
35 삶은 죽음이 함께있어 고귀하다 23.02.23 2,255 52 5쪽
34 매화나무 아래에서의 결의 23.02.22 2,311 41 10쪽
33 비밀의 장 23.02.22 2,307 51 4쪽
32 빈배의 소상 23.02.21 2,410 52 7쪽
31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 23.02.21 2,483 55 11쪽
30 준비없이 맞는 비 23.02.20 2,473 54 7쪽
29 흐르는 시간속에서 23.02.20 2,484 49 5쪽
28 마음의 키 23.02.20 2,614 49 8쪽
27 나는 그곳에 있고 싶다 23.02.18 2,884 54 22쪽
26 천궁뇌지 23.02.18 2,834 55 8쪽
25 바람개비를 든 소녀 23.02.15 2,864 55 5쪽
24 그림자의 무게 23.02.14 3,003 56 11쪽
23 멈춤은 죽음의 다른 형태이다 23.02.12 2,933 59 3쪽
22 모든것은 변하여 가나니 쉬지말고 힘쓰라 23.02.12 2,931 54 3쪽
21 인식의 검 23.02.11 3,021 57 4쪽
20 빈집에 걸린 그림 23.02.11 3,076 58 5쪽
19 계절이 다시 돌아오면 23.02.10 3,064 54 3쪽
18 천류불식,강은 흐름을 쉬지 않는다 23.02.10 2,987 58 3쪽
17 마음의 터밭 23.02.09 3,093 60 6쪽
16 강은 고통을 덜어주어 차서 흘러간다 23.02.09 3,131 60 6쪽
15 인연은 길을 만들어 사람을 웃게하거나 때로는 슬프게 한다 23.02.09 3,263 61 5쪽
14 산은 외롭고 강은 사연을 담아 흐르다 23.02.09 3,438 59 8쪽
13 대련 23.02.09 3,553 68 7쪽
12 매화는 향기를 팔아 안락을 구하지 않는다 23.02.09 3,462 63 3쪽
11 말을 타지않고 말을 부리다 23.02.08 3,606 66 5쪽
10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나이 23.02.06 3,620 63 2쪽
9 손님 23.02.06 3,502 67 2쪽
8 새벽 매화나무 아래에서 23.02.05 3,612 67 5쪽
7 화분의 꽃은 아무데나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23.02.05 3,826 71 10쪽
6 우리 사랑의 삶이 죽음보다 짧더라도 23.02.05 3,921 79 4쪽
5 나무가지는 바람이 없는데도 흔들리다 23.02.04 4,028 85 3쪽
4 한줌 모래알의 소상 23.02.03 4,224 83 5쪽
3 흰눈 내리고 매화가 피어나다 23.02.03 4,852 75 11쪽
2 사람 사이에 산이 있고 강이 흐르다 23.02.03 5,301 82 4쪽
1 떠도는 산 23.02.02 7,419 9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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