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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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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연재수 :
3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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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45
글자수 :
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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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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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go] 4장 41화

DUMMY

저택을 나온 레나드는 우선, 적당히 보이는 길까지 걷기로 했다. 리온이 골렘을 통해 얻은 정보가 사실이라면, 레나드의 첫 목표인 저택은 은신처로부터 4일 정도 걸리는 거리다.

서둘러도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한 레나드는 느긋하게 도보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 “이봐.”


레나드가 한참 도보로 숲길을 나아갈 때. 레나드의 머릿속을 울리듯 체이스가 말을 걸었다. 아무런 전조 증상도 없이, 갑작스레 머릿속을 뒤흔드는 목소리. 일반인이라면 놀랄 법도 하지만, 이미 익숙한 레나드는 동요하나 없이 숲길을 나아갔다.

제국에서부터 시작된 인연으로, 지금까지 상당한 대화를 나눈 레나드는 체이스의 목소리에 익숙해졌다. 또한, 체이스의 성격도 대체적으로 파악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레나드는 체이스가 어떤 이유에서 말을 걸었는지 이해했다.


“시간이 많으니까.”

- “그런가. ···하지만, 아버님은 서둘러 움직이셨다.”


체이스는 레나드가 느릿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말을 걸었다. 레나드는 역시나 하는 생각에 내심 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리온과 이쪽은 사정이 다르니까. 리온이 알려준 일정대로 움직이면 돼.”

- “···알았다.”


체이스는 묘하게 고분고분한 태도로 레나드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평상시의 체이스였다면, 레나드의 대답을 듣고 한 번쯤은 반발할 법도 했다. 그러나 체이스는 생각에 잠긴 듯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에 의문을 느낀 레나드는 고개를 기울이며 체이스에게 물었다.


“왜 그래?”


레나드는 체이스와 오래 대화를 나누고 지내면서, 체이스를 명확히 동료라고 인식했다. 그 이상으로 함께 힘을 나누고 지내는 파트너라고 인식했다.

그런 파트너가 오늘따라 유난히 기운이 없다. 레나드는 일단, 체이스의 상태를 파악하기로 했다. 체이스는 자신의 파트너이자, 믿음직한 전력이다. 그런 체이스는 리온이 예상한 일정을 수행하기에도 필수인 전력이다.

그렇기에 레나드는 더더욱 체이스에게 물었다.


- “······네놈은 그 녀석을 어떻게 생각하나?”

“응···?”


한참 말을 참다가 내뱉은 체이스의 질문은 심히도 많은 내용을 생략한 질문이었다. 체이스의 질문을 들은 레나드는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고 한참을 생각했다.

그런데도 정확한 내용을 짐작하지 못하자, 보기 답답해진 체이스가 다시 물었다.


- “그 녀석 말이다. 작은 녀석. 아버님이 만드신 존재다.”

“아···. 에모트 말인가?”

- “쯧. 그래, 그 녀석이다.”


레나드가 정답을 말하자, 체이스는 미묘하게 기분이 틀어진 상태로 긍정했다. 그 모습에 더욱 고개를 기울인 레나드는 천천히 체이스의 설명을 들었다.

다소 설명이 얽힌 이야기는 간단히 말해서, 체이스가 에모트를 좋게 볼 수 없다. 그런 이야기다. 체이스는 리온이 직접 만든 인공 영혼이다. 반면, 에모트는 외부의 영혼을 안정화시킨 경우다.

체이스와 에모트의 구성 방식은 다르더라도, 전체적인 모습을 본다면 비슷한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체이스는 에모트를 볼때부터 기분이 틀어졌다.

체이스가 기분이 나빠진 것. 이는 체이스가 리온을 숭배하는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과 유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존재, 에모트가 있다. 그 사실 하나로 인해, 리온에게 만들어진 유일한 영혼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모트는 처음부터 리온이 만든 영혼도 아니다. 그저 외부의 덩어리를 리온이 조형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더욱 체이스의 기분은 틀어지기만 했다.

반면, 모든 이야기를 들은 레나드는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갑작스레 동생이 생긴 아이같네···.’


레나드는 결혼은 물론, 애인조차 없다. 그러나 주변에서 본 이들은 많다. 그중에서도 체이스와 닮은 게, 동생이 생긴 아이다.

첫 째에게 갑작스래 둘 째가 생기면 주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레나드는 자신이 가정을 가진 적이 없기에, 이 이상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

체이스의 이야기를 전부 들은 레나드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 어쩌지.’


체이스는 명백히 리온을 숭배하고 있다. 지금은 아버님이라 부르며 충실히 따르고 있다. 영혼 계약은 레나드 자신과 되어있지만, 계약이 없었더라면 당장이라도 리온에게 날아갈 법한 숭배였다.

그렇기에 레나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체이스가 원하는 것은 체이스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체이스의 이야기를 긍정하면, 오히려 리온을 깎아내리는 것이 된다.


‘에모트도 리온이 만든 건 사실이니까.’


반면, 리온의 말을 긍정하면 숭배하는 감정은 지켜진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히려 체이스 자체를 깎아내리게 된다. 체이스가 건넨 선택지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손해밖에 없다.

체이스가 원종이니 더욱 뛰어난가, 에모트도 리온의 손길을 거쳤으니 인정해야 하는가. 레나드는 한참 생각하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체이스에게 물었다.


“동생이라고 생각하면 어때?”

- “···뭣?”


체이스의 상황을 비유하기 위해 떠올린 생각은 이미 레나드의 인식에 박혀버렸다. 그로 인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던 레나드는 귀찮음이 섞인 목소리로 곧장 물었다.

체이스는 처음에 레나드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뒤, 레나드의 말을 이해하더니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 “아니···. 하지만, 맞는 말인가···? 그렇지만, 큭. 네놈···! 왜 쓸데없는 말을 한 거냐!”

“···딱히, 틀린 말은 아니잖아.”


생각 이상으로 체이스가 고민하며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자, 레나드는 너무 쉽게 말을 내뱉은 것인지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뱉은 말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레나드는 내심을 숨기기로 했다.

체이스는 레나드의 내심을 알지 못한 상태로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나중에 리온에게 물어봐.”

- “······그래야겠군. 이번 일이 끝나면, 아버님에게 물어보겠다.”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 체이스는 레나드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레나드와 체이스는 생각보다 평화로운 도보 여행을 보내고 있었다.


-+-


“···?”

“왜 그러시나요?”

“아니, 기분 탓.”

“그런가요···?”


레나드와 마찬가지로 도보로 길을 걷던 리온은 걷던 걸음을 멈추고,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우연히도 그 방향은 레나드가 있는 곳이었다. 리온이 갑작스레 멈춰서자, 웬디가 물었다. 리온은 기분탓이라며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리온 일행은 현재, 에모트를 선두로 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도보 여행이지만, 레나드 쪽과 다른 점이라면 리온이 갖은 마법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에모트는 본래 하늘을 날 수 있으니 넘어가더라도, 리온과 웬디. 칼리안마저 바닥에서 조금 뜬 상태로 걷고 있었다. 이는 리온의 마법으로, 땅에서 걷는 것보다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기에 리온이 사용한 마법이다.


“컁!”

“···리온 씨. 죄송하지만 에모트의 케어도 부탁드립니다.”

“에모트의 지능은 상당하니 괜찮아.”

“그렇습니까···.”


웬디와 리온이 뒤에서 이야기를 나누느라 에모트와 선두에 선 칼리안이 묘하게 불안한 눈치로 말했다. 에모트는 웬디와 리온을 바라보며 향하고 싶어 했지만, 리온의 명령을 지키느라 선두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칼리안은 리온의 말처럼 에모트가 명령을 지키는 모습에 안심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에모트는 선두를 벗어나지 않았을 뿐. 마찬가지로 자신의 곁에 있는 칼리안에게 몸을 내던졌다.

갑작스레 털 뭉치가 날아들자 칼리안은 놀라면서도 반사적으로 안아 들었다. 에모트는 꼬리를 뒤흔들며 장난을 치려고 했으나, 칼리안이 진행 방향을 가리키자 미묘하게 풀이 죽은 울음소리를 내며 앞으로 돌아갔다.


“···왠지 미안하네요.”

“일이니까.”

“그래도, 스승님. 나중에 제대로 휴식할 수 있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알고 있어.”


웬디는 에모트가 지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걸어갔다. 리온 일행은 에모트의 고유 마법에 의지하여 나아가는 중이다.

에모트의 고유 마법은 상당히 많다. 그 전체 수는 리온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그런 고유 마법 중에서 이번에 유용하게 사용된 것은 잔향을 추적하는 마법이다.

명확한 구분이 없기에 정식 명칭은 없다. 그러나 효과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기억한 냄새를 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시각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라···.’


에모트가 마음만 먹으면 한 번 기억한 냄새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이런 고유 마법이 만일, 본래 키메라일 때 발휘되었다면 최악의 괴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리온은 에모트의 잠재능력에 감탄한 동시에 키메라를 만들려던 조직에 관해 다양한 의문점이 떠올랐다.

우선, 키메라를 만든 이유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무력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자의 생각 방식은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같은 연구자인 리온이기에 더욱 의문이 든 점이다.

보통의 연구는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로망. 어릴 적의 꿈이다. 다른 하나는 의문. 과연 가능할까. 그런 의문에서 출발하는 연구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갈망.’


무언가를 향한 갈망을 연구로써 풀어내는 것이다. 리온의 경우에는 두 번째와 세 번째가 섞인 상황이다. 연인을 구하기 위한 욕망, 갈망이 연구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어떻게 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할까. 그런 의문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그렇다면, 키메라는 어떻게 연구를 시작한 것일까. 그런 의문으로 생각하던 리온은 한 가지 가능성에 도달했다.


‘키메라는 살상에 초점이 갖춰진 상태였어. 그렇다면···. 대량 학살. 또는, 추적을 위한 무언가. ···추적이 필요한 이유는 뭐지?’


에모트의 능력은 본래 키메라의 최종형태나 다름없다. 물론, 영혼이 깎인만큼 본래의 취지와는 상당히 달라진 상태다.

그러나 에모트의 능력이 키메라의 일부라는 것은 다름없다. 그렇기에 조직에서 만들려던 키메라를 예상할 수 있었다. 조직에서 만들려던 키메라는 목표를 끝없이 추적하며, 때로는 은밀행동까지 가능한 생명체를 만들려고 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노리는 게 무엇인가. 길을 나아가며 생각을 반복하던 리온은 확실한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리온이 대답을 찾는 것보다 먼저, 에모트가 반응을 보이는 게 빨랐기 때문이다.


“컁···?”

“···?”


에모트의 상태를 지켜본 리온은 에모트가 갑작스레 멈추자, 즉시 탐지 마법을 사용했다. 주변 일대를 확인한 리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리온과 에모트가 멈춘 것으로 함께 멈춘 웬디와 칼리안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나 이내 두 사람도 비슷한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이 한숨을 내쉰 이유. 그건 간단하다.


“이봐···! 돈 되는 걸 전부 놔두고 가시지!”

“호···. 그쪽의 꼬맹이는 수요가 있겠는데. ···살고 싶으면 그 꼬맹이도 두고 가라.”


숲을 빠져나가기 직전. 아직 숲을 나아가던 리온 일행의 앞으로 무장한 이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본래라면 웬디와 칼리안은 당황하거나 경계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웬디와 칼리안은 경계를 할 수 없었다. 오히려 나타난 이들을 내심 걱정할 정도였다.

무장한 이들의 무기는 품질이 조악한 칼이 전부다. 마법사는 전혀 없고, 마술 도구조차도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리온과 에모트를 상대로 나타난 이들. 흔히 산적이라 불리는 이들의 목숨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컁?”


그러나 웬디와 칼리안의 예상과 달리 에모트는 연신 고개를 기울이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더니 산적의 근처에서 냄새를 맡는 등. 묘한 행동을 보였다. 산적들은 에모트를 경계하긴 했으나, 연약하게 생긴 외모에 속아 특별히 무기를 휘두르지는 않았다.

리온은 잠시 에모트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에모트의 생태는 리온조차 모르는 게 많다. 게다가 에모트는 조직의 흔적을 알고 있는 증인이나 다름없다. 그런 에모트가 흥미를 보인다면, 산적들에게도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직후.


“컁!”


에모트가 산적 중 한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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