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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801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6.28 18:23
조회
107
추천
3
글자
9쪽

던전 이스케이프

DUMMY

"안녕. 좋은 아침이야."

"앗. 류진씨. 벌써 일어나셨어요?"

"그냥 눈이 떠지더라고. 다시 자기도 뭐해서 그냥 일어났지."


뭔가 노트 같은 것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열심히 뭔가를 끄적이고 있던 수연이 내 인사를 듣고 노트를 덮으며 인사를 돌려주었다.


"그나저나 뭘 하고 있었어?"

"아. 그냥 일기에요. 밤에 혼자 깨어 있는 건 무섭기도 하고...시간 죽이기도 할 겸 해서요."

"헤에, 일기인가. 뭐, 나쁘지는 않지."


마지막으로 일기를 써 본게 얼마나 전인지 기억도 안 나는군. 아마 초등학생 때 방학 숙제로 끄적였던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데. 그마저도 난 그리 성실한 학생은 아니었던지라 몰아서 썼던 걸로 기억한다.


'뭐, 일기를 몰아서 쓸 수 있을 정도로 매일매일이 무난한 평화로운 날이었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군.'


나는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며 스마트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배터리가 거의 다 되어 가기 때문에 조만간에 전원이 꺼질 것 같기는 했지만, 애초에 던전 안에서는 시계 이외의 용도로는 활용하기 힘든 것이 스마트폰이다. 던전 안에서는 통화도, 인터넷도 되지 않으니까 말이지.


나는 그렇게 잠깐 동안 수연의 옆에 앉아서 아직 몽롱한 정신을 깨운 뒤에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읏차. 그럼 나는 잠깐 주변을 정찰하고 올게."

"엣. 호, 혼자서요? 혼자서는 위험하지 않을까요?"

"뭐, 확실히 다른 사람들과 같이 다니는 것보다는 위험하긴 하겠지만, 다들 상태가 영 좋지 않잖아. 조금이라도 더 쉬게 해줘야겠지."


특히 어제가 되어서야 겨우 배를 좀 채운 구선양 같은 경우에는 남들 이상의 휴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오늘은 불침번에서도 제외시켰고 말이지.


'딱히 고마워하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본인도 결국 필요한 행동이었다고 생각이야 하고 있겠지만, 그걸 받아들이게 하는 과정이 좀 험했으니까 말이지. 이쪽에 대한 원망을 가지는 것도 이해는 간다. 딱히 사과할 생각은 없지만.


"그리고 은밀성 면에서는 혼자 다니는 편이 더 나으니까 말이야. 내 몸 하나 뺄 자신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래도 걱정되는걸요. 류진씨도 처음 던전에 들어올 때에 비해서는 훨씬 수척해지셨어요."

"그런가? 뭐, 요즘 평소 생활에 비해서는 좀 잘 먹긴 했는데, 굶주림에는 익숙해. 걱정하지 말라고."

"네? 그건 무슨..."


그러고보니 이녀석은 내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지였다는 사실을 모르겠군.


"허세 부리는 거 아니니까 정말로 걱정같은 건 안 해도 돼. 그럼."


나는 그렇게 수연이에게 손을 한번 흔들어 준 후, 발소리를 죽이며 조용히 위로 향하는 경사로로 향했다.


-----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주변의 에이리어를 탐색한 나는 무사히 일행이 쉬고 있는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여어. 다들 좋은 아침."

"류진씨! 돌아오셨군요!"

"오오. 검성님이 오셨구먼유!"

"..."


기상 시간이 되어 수연이 모두를 깨운 것인지 다들 일어나 있는 상태였고, 다들 돌아온 나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한 명만 빼고 말이지.


"여어, 구선양씨. 몸은 좀 괜찮고?"

"...속이 느글거리는군요. 누구 덕분에 말입니다."

"그래? 최소한 위장이 일은 하고 있다는 말이로군. 드디어 소화할 게 생기기는 했다는 말이지. 참으로 다행인 일이야."

"...쯧."


내 능청스러운 말에 구선양은 더는 대화하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버렸고, 나는 입꼬리를 틀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요 주변을 대충 둘러보고 왔어. 아직 출구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애벌레들이 있는 에이리어는 찾았으니 아침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아침...으."


진저리가 난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떠는 수연이. 확실히 그 붉은 액체는 맛으로는 내가 찾아낸 세 가지 식량 자원 중에서는 최악이니까 싫어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의외로 좀 맛없는 육포 같은 맛이 나는 던전의 벽은 아무도 먹고 싶어하지 않고 말이지.


"여전히 꺼림칙하기는 합니다만...살기 위해서는 먹어야겠죠."

"하하하!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검성님의 보은입니다! 뭐가 되었든 기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구먼유!"

"아. 구선양씨. 어제는 경황이 없어서 미처 확인을 못했는데 말이야. 그 네비라는 녀석이 작성한 이 던전의 청사진을 확인하고 싶은데."

"...그러죠."


나에 대한 감정이 영 좋지 못한 것은 둘째치고, 이 던전의 청사진을 확인하는 것은 던전의 탈출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었으므로 구선양은 두말없이 장치에서 네비를 꺼내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웠다.


"여기 던전의 청사진입니다. 이만큼 전진했으니 제법 되는 양의 데이터가 쌓였군요."


확실히 구선양의 말대로 허공에서 천천히 회전하고 있는 던전의 입체 지도는 제법 그럴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흠...직접 돌아다닐 때는 잘 실감이 나지를 않았지만, 역시 이 던전. 더럽게 넓어 보이는군."

"...그런데 이상하군요. 네비가 작성한 이 청사진...뭔가 던전의 중심부 부분에 부자연스러운 공백이 존재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구선양은 홀로그램을 확대시키고는 반으로 잘라진 채로 속이 파헤쳐진 코코넛 같은 모양이 된 청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 눈에 보이는 통로란 통로는 다 한 번씩은 가 봤던 것 같은데, 저 비어 있는 공간으로 가는 통로는 발견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애초에 원래부터 생겨먹은 게 이렇게 생긴 공간이 아닐까유?"

"그럴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지만...뭔가 걸리는데."

"그런 건 저희 뒤에 들어올 공략조 헌터들이 고민할 문제겠죠. 저희는 일단 탈출에 집중하도록 합시다."


그렇게 말하는 양수호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역시 예상대로 이 던전의 전체적인 형태는 구체 형태로 이루어진 것 같군. 그 말인즉슨 우리는 꼭대기에 닿기까지 절반 정도 진행했다는 말이지."

"절반...인가요."

"암울하군..."


이제 반 왔다는 사실에 다들 침울해지는 듯한 분위기. 하지만 굳이 침울해질 것까지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너무 그렇게 가라앉지는 말라고. 이 던전의 형태로 봤을때 이제 제일 넓은 중앙 부분은 이미 지나 왔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가면 갈수록 던전의 위로 향하는 통로는 찾기 쉬워질 거란 말이지."

"듣고보니 그렇군요?"

"역시 검성님이어유!"

"우리도 어느 정도는 이 던전에 익숙해졌으니 여기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보다는 월등히 빨리 탈출할 수 있을거야. 짐작하기로는 내일쯤이면 출구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빠르군요. 그렇게까지 빠르게 진행할 수 있습니까?"

"뭐, 그거야 너희들 하기 나름이지."


나 혼자 빠르게 던전을 통과해 구조대를 불러온다는 선택지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구조대가 형성될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확실치 않고, 내가 없는 사이에 몬스터의 습격을 받게 될 경우의 안전도 걱정이었기에 내가 이 일행에서 이탈하는 것은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닐 것 같았다.


"자, 그럼 잘들 잤으면 슬슬 일어나서 출발하자고.."

"...애초에 이런 곳에서 코까지 골아가면서 잘 자는건 류진씨랑 우승재씨밖에 없는데요."

"그래? 뭐...그래도 다들 체력만큼은 자신있는 헌터들이잖아? 근성으로 어떻게든 해 보라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서 일행을 인도할 준비를 했다.


"앞으로 30분 정도는 내가 미리 확인한 길로 진행할거야. 늘 그렇듯이 발소리를 죽이고, 몬스터 보이면 바로 숨고, 다들 알지?"

"7일이나 지났으니까요. 싫어도 몸이 기억하게 됩니다."

"검성님께서 앞장 서시는데 뭐가 두렵겠습니까? 저희는 그냥 따라가기만 할 뿐인걸유!"

"...어제같은 추태는 보이지 않도록 하죠."


좋아. 다들 피곤한 거랑은 별개로 의지가 꺾이지는 않았군. 굉장히 바람직해.

솔직히 지금쯤이면 한 명 정도는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야. 다들 무슨 생각으로 버티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거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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