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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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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56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6.23 19:23
조회
122
추천
4
글자
9쪽

던전에서 살아남기(5)

DUMMY

"후우...그럼 갑니다. 달릴 준비를 하세요 양수호씨, 우승재씨."


전성기 때도 사용하면 몸에 부하가 제대로 걸리는 스킬이었는데 잘 될지 모르겠군. 하지만 이거 말고는 딱히 사용할만한 스킬이 떠오르지 않으니 해 볼 수밖에 없지만.


"간다. 광룡난무!"


외침과 함께 마력이 팔과 다리를 따라 달리는 것이 느껴지며 내 몸은 폭발적으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당연하게도 앞을 가로막는 애벌레들. 지금까지 는 애벌레들의 갑피 사이사이의 약한 부분들만을 노려가며 참격을 날리느라 필연적으로 놈들을 썰어대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비켜!"


마력으로 강화된 팔로 휘두르는 참격은 애벌레의 갑피를 두부 자르듯이 베어내며 놈을 두동강냈고, 이어지는 참격에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한 놈도 몸이 횡으로 썰리며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대, 대단해...!"

"뭐하고 있어! 빨리 따라와!"


양수호와 우승재가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는 사이에 순식간에 벌어진 거리는 벌써 10m 가량. 한순간 증가한 폭발적인 패기에 애벌레들의 어그로가 모두 이쪽으로 쏠리기는 했지만, 저 둘이 도태되기라도 하면 모든 게 말짱 꽝이다.


광룡난무라는 이름 그대로 용이 미쳐 날뛰는 것만 같이 이어지는 무수한 연격. 평상시같은 정교함과 예리함은 부족하지만, 그것들의 부족함을 훨씬 상회하는 힘과 속도로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베어가른다.


본래대로라면 지금의 내 스테이터스로는 절대로 낼 수 없는 위력. 하지만 일단 발동해버린 스킬은 몸이 지르는 비명을 무시하며 강제로 삐걱거리는 육체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크으...으아아아!"


반쯤 무아지경에 가까운 상태로 움직이는 양팔에서는 과도한 활동에 부하가 걸린 근육에서 피가 터져나오기 시작했고, 다리도 팔에 비하면 상황이 한층 나았지만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다.


"류진씨! 어서 이쪽으로!"


대체 몇 마리나 베었을까. 몸이 감당해내기 어려울 정도의 활동이 요구하는 산소는 내 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고, 그 때문인지 과호흡때문인지는 몰라도 뇌 또한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들려온 구선양의 목소리에 나는 놓을 뻔한 정신줄을 부여잡고는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침침한 시선을 향했다.


소리가 들려온 쪽에서는 구선양과 수연이 보였고, 그 앞을 가로막고 있는 애벌레들은 이제 몇 남지 않은 상태였다. 좋아, 끝이 보이는군.


"이걸로 끝!"


마지막으로 내 앞으로 다가오던 한 마리의 애벌레를 베어낸 후, 나는 검을 놓치며 바닥으로 엎어졌고, 그런 내 뒤를 따라 양수호와 우승재도 헉헉거리며 달려왔다.


"지, 진짜로 성공할 줄이야. 류진씨? 괜찮습니까?"

"안...괜찮아. 으윽, 삭신이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 아픈 곳이 없다. 과장 없이 말 그대로 사지가 터져나갈 정도로 검을 휘둘러댔으니 당연한 거지만.


"윽. 구선양씨...이제 봐줄 것 없이 모조리 통구이로 만들어버려."


나는 엎어져있는 와중에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구선양에게 말했고, 내 말을 들은 구선양은 씨익 웃으며 장치 안에서 화염 방사기를 꺼내들었다.


"뭘 좀 아는군요 류진씨. 모름지기 벌레 박멸에는 이거만한 게 없죠."


나는 물론이고 양수호와 우승재 모두 성공적으로 벌레 무리를 빠져나와 대피하는데 성공한 상황. 이제 가릴 것이 없어진 구선양은 입꼬리를 틀어올리며 이쪽을 향해 해일처럼 몰려오는 벌레 무리를 향해 화염 방사기를 겨누었다.


"타올라라. 버러지들."


찰칵. 하는 작은 기계음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구선양의 화염 방사기에서 시뻘건 화염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고, 벌레들의 몸에 묻어 바닥에 흥건히 고여있던 시뻘건 액체에 그 화염이 옮겨붙는 순간, 폭음이 터지며 화염이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마치 지옥 같은 풍경이군요."

"그래? 내 쪽에서는 잘 안 보이기는 하는데, 굳이 보고 싶지는 않네."


바닥에 엎어져 있었기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제법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되는 이쪽까지 전달되는 이글거리는 열기와, 벌레 놈들이 질러대는 끔찍한 비명만 봐도 뒤쪽의 참상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화염에 의해 순식간에 밝아진 주변에 의해 지금까지는 잘 보이지 않던 이 에이리어의 전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끝도 없이 튀어나오나 했더니, 온 사방에 벌레 소굴이었나보군."


우리가 내려온 천장을 제외하고는 마치 벌집을 거꾸로 뒤집어놓은 것 같이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벽면. 그곳에서 지금까지 질릴 정도로 베어냈던 애벌레들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 잘 타는군요."

"그러게요."


이제 완전히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긴장을 완전히 풀어버린 것 같은 대화를 하는 양수호와 우승재.


"우선은 다시 위로 올라가는 게 좋겠군요. 다른 방향으로 통하는 통로는 보이지 않는 것 같으니까요."


꽝인가. 이 생고생을 했는데 그게 다 헛고생이었다니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로군.


"그러죠. 그런데 수연아. 지금 몇시지?"

"시, 시간이요? 지금...어. 벌써 밤 열한시 가까이 됐네요?"


이른 아침에 출발했는데 벌써 밤인가. 대충 여덟시 정도 됐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군.


"그럼 슬슬 취침 준비를 하도록 하죠."

"취, 취침이요? 가급적이면 빠르게 이 던전을 벗어나는게 급선무 아닐까요?"

"그게 가능한 상황이면 그렇게 하겠는데 내 생각에는 이삼일 내로 여길 벗어나긴 힘들어 보이거든. 제아무리 헌터의 체력이 있다지만 사흘 이상을 잠도 못자고 전진하면 아무리 그래도 무리가 와. 직접 겪어 본 거니까 틀림없어."

"그, 그런가요. 그런데 이 던전 안에서 잠을 잘 수 있을만한 곳이 있을까요?"

"안심하고 잘 수 있는 곳 같은 건 없겠지. 보아하니 그 벌레 놈들은 에이리어 사이를 이곳저곳 이동하는 것 같고 말이야."

"그런데 어떻게..."

"그래도 어떻게든 자야해. 최상의 몸상태로 도전해도 버거운 곳인데 컨디션 난조까지 오면 정말로 버틸 수가 없게 돼."

"...그렇군요."


제대로 납득은 하지 못한 것 같군. 천천히 이유를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제 슬슬 내 피로도 한계다.


"그리고 불구경도 좋지만 슬슬 치료 안해주면 죽어버릴 것 같은데 우승재씨?"

"우, 우와아아아악! 미, 미안합니다 검성님! 제가 이런 큰 실수르을!"


멍하니 화염을 바라보고 있던 우승재는 내 말에 호들갑을 떨며 있는 힐 없는 힐 다 내 몸에 때려박기 시작했고, 우승재의 회복 덕분에 나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는 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다.


"으윽. 온몸이 쑤시는군."

"아, 아직 통증이 남았나요? 남은 상처는 없는 것 같은데...힐 더 드릴까요?"

"아니 됐어. 외상이 아니라 내상에 가까운 형태의 탈력이라 힐로는 한계가 있을 거야. 이 경우에는 아마 자연 치유에 기대는 편이 확실하겠지."


무리한다면 못 움직일 수준은 아니지만 휴식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였다. 파티의 핵심으로 활동하는 내 운신이 자유롭지 못해서야 더 전진하는 것도 무리니까 말이지.


"그럼 위로 올라가자고. 와우. 진짜 잘 타는군. 그렇게 넋놓고 구경할 만큼 장관이긴 한걸."

"죄, 죄송..."

"굳이 사과할 필요까진 없고, 가자고."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우승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고는 일행을 이끌고 다시 위로 향하기 시작했다.


-----


"후아...정신없는 하루였어요."

"정말 그렇군. 수연이 너는 팔자에도 없는 고생을 하느라 수고가 많아."


잠시 후 우리는 지금까지 지나쳐온 에이리어 중에서 제일 크기가 크고 몸을 숨길만한 엄폐물들이 많은 에이리어를 골라 자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아니에요. 고생은 제가 아니라 류진씨가 제일 많이 하고 있는걸요."

"뭐, 그렇기는 해. 그래도 어쩌겠어. 그럴 능력이 되니까 하는거지."

"하하...류진씨는 가끔 보면 겸손한 건지 아닌 건지 헷갈려요."


양수호가 정신을 차린 뒤부터는 그나마 조금 멘탈이 회복되었는지 옅은 미소도 띄는 수연. 이런 상황에 웃을 수 있다는 것도 생존에 있어서의 재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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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던전 답사(3) 21.06.10 148 3 9쪽
79 던전 답사(2) 21.06.09 147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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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데이트?(3) +1 21.05.24 156 4 12쪽
66 데이트?(2) +2 21.05.21 167 6 11쪽
65 데이트? +1 21.05.20 172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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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답사 준비(5) +1 21.05.18 165 4 11쪽
62 답사 준비(4) 21.05.17 175 7 11쪽
61 답사 준비(3) +1 21.05.14 173 6 9쪽
60 답사 준비(2) +1 21.05.13 176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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