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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92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6.02 19:51
조회
134
추천
4
글자
10쪽

데이트?(10)

DUMMY

작열하는 마력의 구체를 향해 사선으로 그어지는 한줄기 섬광, 차가운 강철은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베어내며 하늘을 달린다.


"꺄아아악!"


그리고 이어지는 폭풍. 절명일섬에 의해 양단된 마력의 구체는 베어진 자리에서 폭발했고, 그 후폭풍은 내 위쪽의 덤불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그, 그어어억...!"


그리고 자신이 쏘아낸 마력의 구체와 함께 등을 보인 자세에서 내 검격에 그대로 노출된 소대가리는 허리부터 두동강이 난 채로 바닥으로 허물어졌고, 전방위의 우거진 나무들과 덤불들 역시 깔끔하게 절단된 채로 우지직 소리를 내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오. 여기도 일단 태양은 떠 있었군. 하긴, 햇빛도 없이 나무들이 이만큼 자라날 리가 없지."


하늘을 가리고 있던 전방의 나무들이 쓰러진 것에 의해 가려져 있던 태양이 드러나 이쪽을 밝게 비추었고, 나는 눈부신 태양빛을 한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자, 그럼 마무리를 지으러 가보자고. 유미씨."

"에, 엣. 저요?"

"그럼. 저놈한테 원한이 있는건 내가 아니라 유미씨잖아? 난 그냥 보상때문에 잡아 족치는 거고 말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고 있던 유미씨에게 손을 뻗었다.


"일단 두동강을 내놓기는 했지만, 저놈들 종특이 저 꼴이 되고서도 한참동안은 목숨이 붙어있는 거더라고. 오늘이야 뭐, 굳이 고문까지는 할 생각은 없으니 그냥 유미씨는 마무리만 지어주면 돼."


내 말을 들은 유미씨는 잠깐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여전히 얼떨떨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나저나...정말 엄청나네요."


확실히 유미씨의 말대로 눈앞의 풍경은 살벌하기 그지 없었다. 소대가리가 쏘아낸 마력의 구체가 지나온 길은 엄청난 고열에 의해 시뻘겋게 된 상태로 패여 있었고, 우리 주변도 마력의 구체가 폭발하며 일으킨 폭풍으로 인해 엉망이 된 상태였기에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풍경이었던 것이다.


"저 몬스터의 공격도 엄청났지만...류진씨가 한 일은 정말로 믿기지가 않아요. 분명히 스킬의 사용은 할 수 없었을 텐데 대체 어떻게 한 거죠?"

"아. 하긴 유미씨도 저놈 특수능력의 범위 안에 있었으니 시스템 메시지가 떴겠군. 그리고 스킬을 사용한 건 별 거 없어. 그 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도 나는 스킬을 사용했었잖아? 그거랑 같은 원리라고. 솔직히 잘 될지는 미지수였지만."


실패했어도 설마 죽기까지야 했겠냐만은, 솔직히 위험한 도박이었다. 성공했으니 다행이지만.


"괴, 굉장하네요. 저도 알고 있는 스킬이 있지만, 그걸 완벽하게 흉내내서 사용한다는 건 상상도 못하겠어요."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었지. 나도 모든 스킬을 다 그렇게 쓸 수 있는 건 아니야. 원래 자주 사용해서 몸에 익었던 스킬들을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의 횟수로 연습한 끝에 간신히 할 수 있게 된 거니까 말이야."


온갖 고생을 겪고 난 후 간신히 슬럼에서 정착하고 난 후에는 남는 건 시간밖에 없었으니까 말이지.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검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는 던전 시스템에 의한 스킬 발동이 아닌데 MP 같은 경우는 어떻게 되는거지?'


문득 그런 의문이 든 나는 상태창을 열어 MP의 상대를 확인했고, 놀라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소모되지 않았어?"


놀랍게도 소모된 MP는 전혀 없이 내 MP는 완전히 차있는 상태. 아무리 지금의 내 MP량과 회복력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 잠깐 사이에 절명일섬에 의한 MP소모를 다 채울 정도는 아니었기에 MP는 소모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터였다.


"류진씨? 왜 그러세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가자고."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나 자신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유미씨에게 자세한 내막을 설명해줄 필요는 없었으므로 이 현상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고민해 보기로 한 나는 시뻘겋게 달궈진 길을 피해서 유미씨와 함께 바닥에 쓰러져 버르적거리고 있는 소대가리에게 향했다.


"그, 그어어억...!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여어 소대가리. 꼴이 아주 보기 좋은걸?"

"흐, 흐어어억! 네, 네녀석! 어, 어떻게 그 공격에도 상처 하나 없이 서 있을 수 있는거냐!?"


바닥을 기다가 이쪽을 돌아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는 소대가리. 하긴, 저런 꼴을 당했으니 이쪽을 보고 놀라는 것도 이해는 간다.


"아, 안 돼! 난, 난 아직 죽을 수 없다! 크으으윽!"


격렬하게 피를 뿜어내면서도 악착같이 내게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기 위해 바닥을 기는 소대가리. 조금 전에 보여준 오만한 모습과 대비되는, 처절한 모습이었다.


'역시 들은 대로군. 다른 개체들보다 욕망에 충실한 만큼, 생에 대한 의욕 역시 강한 거겠지.'


그 보라돌이 놈에게서 전해들은 이 소대가리의 특징. 그것은 바로 이놈은 다른 외신의 하수인들과는 다르게 스스로의 욕망에 굉장히 충실한 놈이고, 외신에 대한 감정도 경외보다는 털어먹을 콩고물이 많기 때문에 붙어있는 비즈니스적인 관계에 가깝다고 한다. 그렇기에 같은 하수인들에게조차 배척받는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건 이쪽에서는 어찌되든 상관없는 이야기고, 중요한 건 저놈의 생을 향한 집착과, 외신이라는 놈들과의 관계에 있었다.


'이걸 잘만 이용하면, 지금까지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외신이라는 놈들의 정체에 대해 조금은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게 바로 내가 이 소대가리를 잔혹하게 느껴질만큼 거세게 몰아붙인 이유. 이놈들도 그렇게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마주치게 된 절망이 크면 클수록 눈앞의 회망에 악착같이 매달리는 법이니까.

유미씨한테는 왜 말 안했냐고?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말이지. 유미씨는 보아하니 거짓말 같은 것도 잘 못하는 성격일 것 같은데 이런 걸 미리 알아버리면 이놈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챌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자, 그럼 슬슬 떡밥을 던져 보실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씨익 웃었고, 그런 내 표정을 본 소대가리는 표정을 엉망으로 일그러뜨리며 더더욱 열심히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굉장히 살고 싶은가 보군. 그 꼴이 되었는데도 필사적인 걸 보면 말이야."

"그으으윽...!"


냉소에 가득찬 이쪽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놈은 이를 악물며 계속해서 손을 움직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소대가리의 머리 옆에 쭈그려앉은 채 소대가리에 귓가에다 대고 달콤한 거짓을 속삭였다.


"살고 싶다면, 살려 줄 수도 있는데 말이야."


내 속삭임에 얼어붙듯이 움직임을 멈추는 소대가리. 놈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내 쪽을 올려다보았고, 나는 그런 놈을 향해 사악한 미소로 답했다.


"무슨, 말이냐."

"하하. 별로 복잡하게 말하지는 않았는데 우리 소대가리는 가는귀가 먹었나? 살고 싶으면 살려 주겠다는 말이지."

"..."


놈도 생각이란 게 있으면 지금 내가 한 말이 얼마나 어이없는 말인지는 알고 있을테니 그냥 입을 다물어버렸고, 이미 그 정도는 예측하고 있었던 나는 입꼬리를 틀어올리며 말했다.


"물론 거저로 살려줄 생각은 없어. 하지만, 너한테는 내가 바라는 걸 이루어줄 능력이 있고, 넌 어떻게 해서라도 목숨을 건지고 싶고, 이 정도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을까?"

"...원하는 게 뭐냐."

"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


거친 호흡을 토해내며 말하는 소대가리의 말에 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류, 류진씨? 그게 무슨 말이에..."

"쉿. 잠깐만 유미씨. 나한테 생각이 좀 있거든. 날 믿고 조금만 기다려주지 않겠어?"

"그, 그런..."


유미씨는 잠깐 머뭇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로 물러섰다.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 있으니 일단은 지켜볼 심산이겠지. 뭐, 내가 생각해도 내 쪽이 수상쩍어 보이기는 하는군.


"갑자기 왜 마음을 바꾼거지? 넌...인간을 죽인 나를 죽이고 싶었던 게 아닌 건가?"

"아니 뭐, 같은 인간이라고는 해도 일면식도 없는 사이를 위해 흘려줄 눈물은 가지고 있지 않거든. 뭐, 그 사람들이 운이 없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냥 거기까지지. 내가 널 족치러 온 건 그냥 페이가 쎄서 그런 거란 말이지. 결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안위니까 말이야."

"..."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뭐, 아님 말고."


대충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어낸 나는 슬슬 본론을 꺼내기 위해 입술에 침을 바르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원하는 건 간단해. 사실 뭘 해줄 필요도 없고, 그냥 네가 아는 것 하나만 말해주면 그걸로 끝. 어때 간단하지?"

"내가 아는 것? 대체 뭐가 궁금하다는 거냐?"

"그냥 네 고용주한테 관심이 좀 가서 말이야."

"고용...주? 네놈, 설마 그분을 말하는 거냐?"

"그래 그분. 얼굴도, 이름도, 어디 사는 뭐하는 놈인지도 전혀 모르겠는 빌어쳐먹을 그분 말이야. 그분에 대한 정보를 좀 알고 싶은데."

"인간이 어째서 그분을...?"


좋아. 외신에 관해서는 조금만 얘기가 나와서 거의 경기를 일으키며 말 못한다, 어림 없다며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던 그놈과는 반응이 제법 다르군. 이 정도라면 잘 구슬리면 좋은 결과를 얻을수도 있겠어.


"너도 솔직히 그분이라고 부르고는 있지만 그 외신이라는 작자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 그도 그럴 게, 너같이 욕심 많은 녀석을 템플스테이라도 보내는 것도 아니고 벌레 말고는 뭣도 없는 이런 던전에 쳐박아 둔 게 바로 그 외신이라는 작자잖아. 내 생각이 틀렸나?"

"..."


반응을 보니 정답이군. 헛다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바르게 짚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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