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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90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6.14 21:01
조회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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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던전 답사(5)

DUMMY

"왜냐니...수호 오빠. 집에서 오늘 답사는 위험할테니 가지 말라고 엄마가 그렇게나 말리셨는데 엄마 말은 싹 다 무시하고 나와버렸잖아."

"뭐? 너 설마 그런 이유로 서울에서 여기까지 따라온거야?"

"그, 그치만...말릴 타이밍을 놓쳤는걸."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떨구는 수연. 허어...범상치 않은 꼬마라고 생각은 했지만 상상 이상이군. 보통 저런 이유로 던전까지 따라들어오나?


'설마 이런 결과를 노린 건 아닐 테지만.'


다들 어이없는 표정으로 수연을 쳐다보고 있는 와중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말을 꺼냈다.


"아무튼 던전 안에 일반인...은 아니지만 이번 답사와 무관계한 사람이 따라들어오는 사태가 발생했으니 아쉽지만 우선은 물러나야 합니다."


그냥 이녀석을 밖에 데려다주고 우리는 바로 다시 들어오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아쉽게도 세상 일이란 게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대기업들간의 약속으로 정해진 원칙에 따르면, 사전 답사팀을 제외한 다른 헌터들이 던전에 출입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은 답사팀이 해당 던전 밖으로 나온 직후부터다. 뭐...굳이 그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려는 헌터들은 적지만, 그래도 있기는 하다는 것. 그렇기에 답사팀은 이 한 번의 기회를 최대한 던전을 최대한 꼼꼼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하아...이번 일에 대체 얼마나 많은 이해관계가 오가는데."


얼굴을 붙잡고 한숨을 내쉬는 구선양. 나도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으으...죄송해요오..."

"알면 됐어. 그럼 나가볼까?"


뭐, 답사에 실패한 건 아쉽게 됐지만 말이야. 그래도 정작 내가 손해 볼 건 거의 없어서 그런가 그렇게까지 마음이 아프진 않다. 이건 좀 이기적인 생각이려나?


"우...그, 그런데 말이에요.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뭔데?"

"그, 답사팀은 네 명이라고 들었는데요. 왜 다섯 명인가...해서."

"...뭐?"


나는 순간 등골을 관통하는 오싹함을 느끼며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고, 어느새 내 등 바로 뒤에 시커먼 로브 같은 것을 걸친 인간의 형상 비슷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시야 한켠에 들어오자마자 번개같이 검을 뽑아 그 인간의 형상 같은 것에게 검을 휘둘렀지만 어째선지 내 검은 분명히 그 검은 형상에게 적중했음에도 그저 허깨비를 베는 것처럼 놈을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영체인가...!'


물리적 타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체가 없다는 것. 지금까지 기척다운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터였다.

하지만 만약에 놈이 영체 형태의 몬스터라면 영체들이 발하는 특유의 한기가 느껴졌어야만 하건만, 어째선지 그것도 느끼지 못한 상황. 여러가지 의문들이 순간 머리를 스쳤지만, 일단 뒤로 제껴두었다.


'여긴 미지의 던전. 뭐가 나와도 이상할 건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뒤로 뛰며 놈에게서 거리를 벌리며 검에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그 순간 내 검격에도 미동도 하지 않던 검은 형상에게서 처음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히익...!"


시커먼 암흑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놈의 안면부에서 세로로 실선 같은 것이 그어지더니, 마치 인간의 눈처럼 보이는 거대한 동공이 감았던 눈을 뜨는 것처럼 드러났다. 그리고 그 눈동자에서 순간 빛이 점멸하더니.


-----


"...뭐야?"

"어?"


뭐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아니, 우선은 상황 파악이다.


"우선은 부상당한 사람 있습니까?"


빠르게 주변을 훑은 나는 일단 답사팀 인원들과 수연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은 형상 같은 것은 없어져버렸고, 변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원."


그렇게 중얼거린 것은 어느 샌가 미래형 권총 같이 생긴 것을 꺼내들고 있던 구선양. 보아하니 느닷없이 나타난 검은 형상 같은 것에 반응한 것은 나를 제외하면 그뿐인 듯 했다. 우승재는 무기를 꺼내들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고만 있을 뿐이었고, 양수호는 이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수연을 지키려는 듯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다행히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는 것 같군요. 불행 중 다행입니다."

"류진 헌터. 방금 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짐작이 가십니까?"

"...글쎄요. 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긴 합니다만, 그나마 최근에 비슷한 일을 겪은 기억은 나는군요."

"비슷한 일이라 하심은?"

"전이 함정입니다."


그 검은 형상은 사라졌지만, 어느 샌가 우리가 서 있는 장소 또한 바뀌어 있었다. 우리가 서 있던 곳은 굉장히 넓은 공터에 세 군데의 통로가 있는 공간이었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보다 훨씬 좁은 공간에 위치해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갇힌 건 아닌 듯 옆으로 향하는 통로 하나와 위쪽으로 향하는 나선 형태의 길이 보이기는 하지만.


"전이...입니까."

"확언할 수는 없습니다. 전이 함정에 걸리는 감각은 게이트를 타고 이동하는 것과도 비슷하니까요. 그런데 이건...마치 여기까지 이동한 기억이 사라져버린 것만 같군요."


지금까지 던전을 돌아다니며 별에 별 함정에는 다 걸려 봤지만 이건 또 처음 당해보는 유형. 기척도 없이 느닷없이 나타나서는 광역으로 공간 이동을 시켜버리는 놈이라니 이건 좀 선을 넘어도 너무 심하게 넘은 것 아닌가 싶다.


"구선양씨. 혹시 그 네비란 장치를 한번 살펴볼 수 있겠습니까? 만에 하나 우리가 여기까지 이동한 것이라면 그 기록이 남았을 테니까요."

"아! 그렇군요. 그럼 바로..."


구선양은 그렇게 말하며 손목시계에 홀로그램을 띄웠지만, 그걸 확인한 구선양의 표정은 일그러질 뿐이었다.


"...먹통이군요. 여기까지 이동한 기록은 없습니다. 애초에 이 장소가 원래 있던 곳보다 얼마나 떨어져 있던 장소인 건지도 파악이 되지를 않는 모양이군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네비란 놈도 같이 이동이 되기는 한 것인지 아직 구선양의 근처에서 둥둥 떠다니고는 있다는 것.


"혹시나 싶어서 묻는 겁니다만, 그 스캔 기능이라는 것에 아까 전의 그것은 탐지되지 않았던 게 확실한 겁니까?"

"확실합니다. 저희 근처에는 살아있는 생물체라고는 우리와 저 양수호 헌터의 여동생 외에는 전무했습니다."

"역시 그렇습니까."


가면 갈수록 그 검은 녀석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진짜 골때리는군.


"어, 어쩌면 좋죠?"


졸지에 수연이까지 위기에 처하게 된 탓인지 해쓱한 표정이 되어버린 가엾은 양수호였다.


"어쩌고 자시고...이런 상황이 발생한 이상은 탈출이 급선무죠. 지금은 본래 목적이었던 답사보다는 수연이의 안전을 확보한 채로 탈출하는 것이 최우선사항입니다."

"그, 그렇습니까. 이거 면목없게 되었습니다. 우리 수연이 때문에 이런 일이..."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양수호. 음...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데 말이지.


"그래도 일찍이 그 검은 형상을 발견하고 말해준 수연이 덕에 이정도로 끝난 걸지도 모릅니다. 대체 언제부터 제 등 뒤에 서있던 건지...오싹하네요."

"드, 들키고 나서 처음 내려올 때부터 있었는데요...말하는 게 늦어서 죄송합니다."

"...진짜로? 그때부터 있었다고?"


한참 전부터 뒤에 달라붙어 있었다는 거잖아? 젠장. 대체 어떻게 일말의 기척조차 없이 붙어있던 거지. 앞으로는 틈틈히 등 뒤에도 신경을 써줘야겠군.


"아무튼 올라갑시다. 그 네비라는 녀석도 있으니 최소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으니 계속 올라가다 보면 언젠가는 출구에 도달할 테니까요."


이 던전의 정확한 구조는 모르지만 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있었던 공간은 돔 형태의 공간에 통로라고는 아래로 향하는 것 하나. 즉 게이트가 위치한 장소는 이 뭔지 모를 미궁의 꼭대기라는 뜻.


"그러도록 하죠. 정확히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어차피 보스룸이 위치해 있을 가장 깊은 공간에서 다시 올라가는 것보다는 쉬울테니 말입니다."

"그, 그렇구먼유..."

"으...다시한번 죄송합니다."

"알면 됐어. 그럼 수연이 너는...전투가 벌어지면 우승재씨 근처에서 적당히 숨어 있어. 일단은 너도 헌터니까 도망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허. 헌터였습니까? 아무런 능력도 없이 던전 안까지 따라올 정도로 무모한 건 아니었군요."


말투가 좀 띠껍게 들리기는 했지만 딱히 비꼴 의도는 아니었는지 금방 수연에게서 시선을 돌려버리는 구선양이었다.


"그나저나 여기 대체 뭐하는 곳일까유? 벌써 세 번째 에이리언데 쭉 아무것도 없이 시뻘건 공터 뿐이니..."

"그것도 그렇기는 하군요. 그래도 일단은 던전이니 몬스터가 없지는 않을 겁니다. 몬스터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던전은 봤어도 몬스터 없는 던전은 못 봤으니까요."

"으...역시 그렇겠쥬?"

"하하. 혹시 모르죠. 굉장히 운이 좋아서 출구까지 몬스터를 한 마리도 안만나고 돌아갈 수 있을지도? 애초에 일이 이렇게 된 것부터가 운이 없는 것 같기는 하지만요."


어느새 기운을 차린 것인지 다행히도 본래의 웃는 낯으로 돌아온 양수호가 그렇게 말했고, 그의 긍정적인 마인드에 조금은 답사팀의 분위기도 밝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그게 우리의 운까지 좋게 만들어주지는 못한 것 같지만.


"저게...뭐야?"

"쉿. 조용히."


위로 올라가는 통로로 향한 우리는 지금까지 몬스터를 한 마리도 만나지 못한 것이 거짓말같게도 바로 몬스터를 맞닥뜨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쪽은 우리를 눈치채지 못한 거지만.


'저건 벌인가? 우리가 알던 것과는 좀 많이 다르게 생기긴 했지만.'


에이리어의 한복판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은 거대한 벌처럼 생긴 몬스터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벌과는 다르게 그 몬스터의 육체는 이 던전의 것들이 으레 그렇듯 피처럼 붉었고, 대가리가 위치해 있어야 할 곳에는 이곳의 음침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디스코볼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겹눈 하나만이 달려있었다. 애초에 대가리가 없었기에 먹이는 어떻게 먹나 싶었지만 장수말벌의 턱과도 비슷한 집게 모양의 입은 어째선지 가슴 한복판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도합 여섯 개의 다리에는 날카로운 톱니 형태의 칼날이 달려 있었고, 그 다리와 가슴에 달린 턱으로 놈은 뭔가를 자르고, 찢으면서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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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던전 답사(4) 21.06.11 148 3 9쪽
80 던전 답사(3) 21.06.10 148 3 9쪽
79 던전 답사(2) 21.06.09 147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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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데이트?(2) +2 21.05.21 168 6 11쪽
65 데이트? +1 21.05.20 172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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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답사 준비(5) +1 21.05.18 16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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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답사 준비(3) +1 21.05.14 173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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