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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69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6.08 19:38
조회
149
추천
3
글자
10쪽

던전 답사

DUMMY

-선택은 끝났는가?


그렇게 밖으로 나온 우리를 맞은 것은 당연히 몰렉. 몰렉의 몸은 퀘스트의 보상 선택까지 마친 탓인지 보물고에 들어가기 전보다 더 희미해진 상태였다.


"그래. 뭐, 그동안 수고 많았어. 죽어서도 죽지 못하고 그런 동상 안에 갇혀 있었으니 힘들었겠지."

-그렇네. 참으로 기나긴 인고의 시간이었지.


그렇게 말하는 몰렉의 몸은 지금도 점점 희미해지는 상황. 이제는 정말로 승천이 머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가기 전에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냐?"

-시간이 많지는 않네만.

"간단한 거야. 네 왕국은 외신의 하수인들에게 멸망당했다고 했었지?"

-...그렇다.


별로 좋지 못한 기억인지 몰렉은 표정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


"내가 그놈들을 제법 많이 때려잡아 봐서 그런데. 사실 왕국 하나를 무너뜨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단 말이지."

-당연히 하수인 한 놈에게 내 왕국이 무너지게 된 것은 아니다. 내 왕국을 무너뜨린 것은 수천에 달하는 하수인의 무리였다.

"수천이라. 확실히 위협적인 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왕국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야."

-...

"어디까지나 어림짐작이지만, 외신이라는 작자가 너희 왕국의 몰락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게 있나?"

-...


내 말에 입을 닫고 침묵하는 몰렉. 눈치를 보아하니 정답인 것 같기는 한데, 얘기해주기 싫은 건가?


-그대의 말이 맞다. 외신의 하수인들 뿐이었다면, 힘들게나마 그들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었겠지. 내 왕국이 무너지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외신의 존재였다.

"직접적인 계기라. 정확히 그놈이 뭔짓을 한 건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뭐?"


이건 또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야.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왕국 몰락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니?


"좀 상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데."

-후우, 가급적이면 다시 떠올리고 싶지가 않군. 그 저주받아 마땅한 자에 대해서는 말이지.


이미 죽어 잃을 목숨이 없는 지금도 그 외신이라는 존재가 두렵기라도 한 것 같은 발언. 그만큼 외신이라는 놈이 대단하다는 건가?


"그래도 힘 좀 내보라고. 그래야 장래 복수라도 해 줄 수 있지 않겠어?"

-복수...라고? 그대는 설마 외신에게 도전할 생각인 것인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묻는 몰렉.


"아니 뭐, 장래는 어떻게 될 지 아무도 알 수가 없으니 말이지. 딱 봐도 얌전한 놈들은 아닌 것 같으니 장차 맞붙게 될지 누가 알겠어?"

-그런가.

"어쨌든 말해 달라고. 그 외신이라는 작자가 정확히 네 왕국에서 무슨 짓을 한 거지?"

-...미리 말했듯이, 그 저주받아 마땅한 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지.

"...진짜 그거 뿐?"

-그렇다. 그것만으로도, 그 저주받아 마땅한 자가 본신을 드러내는 것을 목격한 것만으로도, 내 왕국의 용맹한 전사들은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 싸울 의지를 잃게 되었다. 그건 이몸조차 예외가 아니었지.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싸울 의지를 잃었다라...흥미로운걸. 대체 어떤 모습이었길래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그토록 황폐화시킬 수 있는 거지?


"대체 어떤 모습이었길래 그래?"

-...미안하지만, 떠올릴 수가 없구나.

"뭐? 그게 대체 뭔 소리야? 떠올릴 수가 없다니. 아저씨 치매야?"

-그렇지 않다. 외신에 대한 다른 정황 같은 것들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지만, 그 외신을 직접 목격한 일에 대해서는 아무리 기억을 되새겨봐도 새카만 장막에 가려진 것처럼 도저히 기억이 떠오르지를 않는 것이다.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그저 압도적인 공포. 그래, 마치 혼에 직접 새겨진 것만 같은 공포뿐.

"하...진짜 도움이 안 되네. 내가 알고 싶은 건 그런 두루뭉실한 정보가 아니고 갓 잡아올린 생선처럼 파닥거리는 정보라고."

-...미안하게 됐네. 젊은 영웅들이여.


이 정도로 갈구면 짜증이 나서라도 기억이 날 법도 한데 그저 면목 없다는 표정만을 짓고 있는 몰렉. 이쯤 되면 이쪽이 미안해질 지경이다. 아무리 인간이 아니라지만 일단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고 한참은 연장잔데 말이야.


"뭐 됐어. 떠오르지 않는다는 정보도 정보기는 하니까."


하수인 놈들이 말하는 외신의 이름에 섞이는 노이즈도 그렇고, 외신 놈에게는 자신의 정보를 차단시키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당최 어떻게 하는 건지는 알 수가 없지만 말이지.


-이제는 정말로 작별이군. 나를 끝없는 속박에서 해방시켜 준 것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는 바이네.

"이쪽도 받을 건 제대로 받았으니까 말이지. 줄 거 다 줬으면 냉큼 가버리라고."


나는 귀찮은 걸 쫓아버리기라도 하듯이 손을 휘적였고, 이제는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희미해진 몰렉의 몸은 옅은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사라져...버렸네요."

"그래. 어? 근데 잠깐. 저놈이 사라져버렸으니 이제 보물고에는 주인이 없는 거 아닌가?"


나는 별 기대는 하지 않고 보물고 쪽을 돌아봤지만, 보물고에 쌓여있던 보물들 역시 몰렉의 몸처럼 희미해지더니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지는 중이었다.


"쩝. 하긴 될 리가 없지."

"그래도 충분히 좋은 보상은 얻을 수 있었잖아요? 너무 아쉬워 하지는 마세요 류진씨."

"그래야겠지? 뭐, 떠나가버린 것에 언제까지고 미련을 가지는 건 시간 낭비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코트 자락을 펄럭이며 뒤로 돌며 몰렉의 방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그럼 나가자고. 이제 여기서는 볼 장 다 봤어."

"네. 류진씨."


그 길로 우리는 무사히 던전 밖으로 나와 서울로 돌아왔고, 약간은 아쉬운 느낌도 들었지만 유미씨와는 그 길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더 이상은 지체할 시간이 없었고, 유미씨도 바쁜 와중에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한다는 이유 때문에 시간을 낸 것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유미씨를 무사히 한성기업 본사까지 배웅해준 나는 잽싸게 빌렸던 레벨 제한 10짜리 장검을 반납했다. 음양쌍검이라는 걸출한 장비도 손에 넣었겠다, 혹시라도 또 빌린 걸 잃어버리면 안되니까 말이지.


"그럼...이제 어디서 레벨을 올려야 하려나."


떠오르는 후보는 많다. 하지만 문제는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려면 어디를 가야 하느냔데...


"에이씨 몰라. 한 자리에 박혀서 고민하는 건 나답지 않으니까 말이지."


이럴 땐 고민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많은 던전을 도는 게 이득이다. 일단 움직이면서 생각하자고!


-----


나에게 남아 있던 시간은 단 4일. 아니, 마지막 날은 출발 당일이니까 실질적으로는 3일밖에 남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3일이라는 시간 동안 레벨을 5나 올리는 것은 불가능. 이건 확실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미친 듯이 던전을 돌았는데도 레벨을 4밖에 올리지 못했으니까 말이야.


"뭐, 이것도 다른 사람이 들었으면 지랄하지 말라고 할 만큼의 속도기는 하지만."


삐걱거리는 매트리스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나는 눈앞에 상태창을 띄웠다.


-----


헌터명 : 류진

Lv : 19(봉인됨)

칭호 : ???(봉인됨)

직업 : ???(봉인됨)

보유 어빌리티 : 검심(EX), 일당백(S), ???(???), ???(???), ???(???)

스테이터스

힘 : 36(봉인됨) 기량 : 36(봉인됨) 체력 : 18(봉인됨) 마력 : 110(봉인됨)


-----


"흠."


보면 알겠지만 15레벨 이후로 마력에는 전혀 손도 대지 않고 힘과 기량을 위주로 올리고, 남는 약간의 스테이터스를 체력에 투자한 상황. 사실 이건 이제 마력 스테이터스가 충분하다 느낀 것도 있지만, 몰렉 동상을 잡을 때 느꼈던 뽕맛을 잊지 못해서 그런 것도 있다.


"그때가 모든 스테이터스가 50이었으니까...에휴, 아직 한참 멀었구만."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시 신혜씨에게 지급받은 경비복과 이 4일간 완전히 몸에 익은 그림자의 장막 코트를 걸치고 내구도를 풀로 빵빵하게 채운 음양쌍검을 허리에 찼다.


"좋아. 상태는 만전. 가 보자고.'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쉴새없는 던전 강행군에 거의 좀비나 다름없을 정도로 피로해진 나였지만, 어젯밤 만큼은 모든 근심걱정을 날려버리고 전력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었기에 내 컨디션은 완벽한 상태였다.


"휴식에도 나름의 노하우가 있단 말이지. 컨디션 관리가 안 돼서 던전에도 죽어버리면 농담거리도 못 돼."


나는 그렇게 말하며 어젯밤에 당장 죽어버릴 정도로 피로해진 상태에서 미리 준비해놓은 배낭을 열었다.


"흠. 좋아."


배낭 안에 꽉꽉 들어찬 것은 수많은 포션. 던전 강행군을 하는 동안 한성기업에서 지급받았던 포션들과, 그간에 모아온 몬스터의 유실물들과 마석을 처분해서 구매한 고급 포션들이었다.


"가능하면 쓸 일이 없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야말로 뼈아픈 지출이었지만, 포션이란 건 많이 챙기면 챙길수록 이득이니까 말이지. 안 쓰면 되팔 수도 있고 말이야.


"뭐, 이것들을 다 합쳐도 요놈 하나만 못하지만 말이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코트 안주머니에 고이 모셔져 있는 엘릭서를 떠올렸다.


"음. 좋았어. 추가 장비는 한성기업에 도착해서 빌리면 되겠고, 더 준비할 건 없을 것 같아."


나는 그 길로 자리에서 일어나 거처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한번 해 보자고. 던전 개척!"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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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던전 답사(4) 21.06.11 148 3 9쪽
80 던전 답사(3) 21.06.10 148 3 9쪽
79 던전 답사(2) 21.06.09 147 3 8쪽
» 던전 답사 21.06.08 150 3 10쪽
77 데이트?(13) 21.06.07 142 4 8쪽
76 데이트?(12) 21.06.04 147 3 8쪽
75 데이트?(11) 21.06.03 141 4 8쪽
74 데이트?(10) 21.06.02 134 4 10쪽
73 데이트?(9) +1 21.06.01 138 4 10쪽
72 데이트?(8) 21.05.31 155 4 11쪽
71 데이트?(7) +1 21.05.28 162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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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데이트?(3) +1 21.05.24 156 4 12쪽
66 데이트?(2) +2 21.05.21 167 6 11쪽
65 데이트? +1 21.05.20 172 4 9쪽
64 답사 준비(6) +1 21.05.19 168 4 10쪽
63 답사 준비(5) +1 21.05.18 166 4 11쪽
62 답사 준비(4) 21.05.17 175 7 11쪽
61 답사 준비(3) +1 21.05.14 173 6 9쪽
60 답사 준비(2) +1 21.05.13 176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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