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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94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6.10 21:54
조회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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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던전 답사(3)

DUMMY

그리고 잠시 후, 답사팀의 마지막 멤버인 B급 헌터 우승재가 도착했고, 잠시 인사를 나눈 뒤에 드디어 우리 답사팀은 새로 열렸다는 게이트가 있는 대구를 향해 출발하는 차량 앞에 모였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여러분."


이 회장님은 분명히 바쁠 텐데도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배웅해 주었고, 신혜씨와 유미씨까지도 나와서 우리를 배웅해 주었다.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야."

"류, 류진씨! 잠시만요!"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지막으로 차에 탑승하려던 나였지만 그런 나를 유미씨가 불러세웠다.


"응? 왜 그래 유미씨. 무슨 문제라도 있어?"

"이거 가지고 가세요."


유미씨는 그렇게 말하며 주먹 안에 뭔가를 쥔 채로 내게 내밀었고, 뭔가 준다니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었던 나는 아무 생각없이 손을 내밀었다.


"어라? 이건."


유미씨가 내게 건네준 것은 하나의 반지. 그런데 그 반지는 내 눈에도 익은 것이었다.


"이거 얼마 전에 히든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거잖아? 이걸 왜 나한테?"

"후후후. 그때는 류진씨 성격에 마다한다고 해도 억지로 저한테 쥐여줄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지만, 어차피 그 퀘스트의 보상은 류진씨에게 전부 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뭐? 그게 무슨..."


내가 그렇게 말하며 손 안의 반지를 다시 유미씨에게 건네주려는 순간 유미씨는 등을 돌려서 호다닥 도망쳐버렸고, 순식간에 저만치 멀리로 가버린 유미씨가 입에 손을 모으고 외쳤다.


"일단 가지고 가 보세요! 분명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리고 무사히 돌아오시면 다시 돌려주면 되니까요!"

"허..."


보통 돈 많은 사람들일수록 만족을 모르고 욕심은 커져만 간다던데 유미씨는 왜 이렇게 욕심이 없을까. 저렇게까지 아이템 욕심이 없는 걸 보면 신기하구만.


"허허허. 청춘이구만. 모처럼 딸아이가 신경을 써 주었으니 그 마음을 거절하지는 말아주게."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 회장님은 뭔가 흐뭇한 표정으로 내 어깨를 두드렸고, 이 회장님까지 그렇게 나오시니 나는 어쩔 수 없이 유미씨에게 받은 반지를 아무 손가락에서 끼워넣고는 차량에 탑승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런 사소한 해프닝과 함께, 드디어 우리 답사팀은 대구를 향해 출발했다.


-----


그렇게 한참을 달린 후에, 우리는 간신히 대구에 도착해 던전이 열렸다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긴..."


생뚱맞게도 던전이 열려 있다는 곳은 무려 유원지 한복판. 즐거움과 웃음이 가득해야 할 공간에 던전 게이트 같은 살벌한 것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은 굉장한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의외로 한적하군. 보통 답사 출발할 때는 기자들이니 뭐니 해서 엄청난 인파가 몰려오던데 말이야."


의외로 게이트를 감싸고 있는 봉쇄선 근처에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았고, 소수의 보안 요원들만이 서성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야 일정을 비밀리에 부쳤으니까요. 대대적으로 답사를 홍보하는 회사도 있지만, 저희 측에서는 가급적 일을 조용히 끝내려는 생각인 것 같아요."

"그렇구만."

"쩝. 뭔가 아쉽구만요. 헌터 짓 하면서 처음으로 신문이나 뉴스 같은 걸 탈 수도 있었는데유."


입맛을 다시며 아쉬움을 표하는 우승재.

우승재에게는 미안하게 됐지만, 아마 답사 일정을 비밀리에 부친 것은 나를 향한 이 회장님의 배려일 가능성이 컸다. 아직 충분한 힘을 되찾지 못한 지금 매스컴에 노출되는 건 곤란하니까 말이지.


"그럼 잽싸게 들어갑시다. 모처럼 이 회장님이 비밀리에 일을 추진하셨는데 괜히 눈에 띄는 건 좋지 않으니까요."

"쩝. 이 회장님의 의지라면 어쩔 수 없구만유."


다행히 우승재를 포함한 답사팀 멤버는 별 불만 없이 내 말에 따라주는 듯 했고, 그렇게 우리는 게이트의 바로 근처에 서있는 양복쟁이를 향해 다가갔다.


"죄송하지만 해당 게이트는 아직 정체가 판명되지 않은 출입 금지 구역입니다. 돌아가 주십시오."

"수고가 많습니다. 한성기업에서 온 답사팀입니다."

"아! 한성기업에서 오신 분들이셨군요?"


근엄한 표정으로 게이트를 지키고 서있던 양복쟁이는 답사팀이라는 말에 화색이 되어서 자리를 비켜섰다.


"잘 오셨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믿고 맡기라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망설임없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도 변함없이 속이 메쓱거리는 울렁거리는 기분과 함께 나는 순식간에 다른 공간으로 이동했고, 바로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대다수의 던전은 지구의 어딘가를 모방한 것만 같은 풍경을 지니고 있다. 얼마 전에 갔던 정글이나 유적, 동굴처럼 말이지. 그런데 이건...


"분위기가 심상치 않군요."


어느새 내 뒤를 따라 들어온 구선양 역시 이런 풍경은 본 적이 없는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내 눈앞에 풍겨진 풍경은 온사방이 옅은 붉은빛을 띠고 있는 거대한 돔 같은 공간이었다.

엄청나게 넓기는 하지만, 확실히 폐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게이트가 위치해 있는 이 공간 안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긴, 게이트가 위치한 공간은 대두분 안전지대였지."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이야.


"어우. 지반이 굉장히 불안정한데유? 마치 진흙탕을 밟고 있는 것 같아유."

"확실히 그렇군요."


우승재의 말대로 사방을 막고 있는 벽과 마찬가지로 붉은 무언가로 이루어진 바닥은 딱딱한 재질이 아닌 물렁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저기 길이 있군요."

"어디...아. 저기 있네요."


대충 주변의 탐색을 끝낸 나는 저만치 떨어져 있던 바닥에 뚫려있는 구멍을 가리켰고, 그 안에서 밑으로 향하는 경사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하 쪽으로 들어가는 타입인가. 골치 아프군."

"흔치는 않은 기믹이네요. 보통 던전은 수평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쪽이 대부분인데 말이죠."


확실히 양수호의 말대로 지하 미궁 형태의 던전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굉장히 드물었다.

이런 류의 던전의 보스 에이리어는 보통 최심부에 위치하기 마련이었고, 그 말인즉슨 보스를 처치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더 깊게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뜻.

길만 제대로 찾으면 보스 에이리어를 향한 지름길을 찾을 수 있는 수평적인 구조와는 다르게 정직하게 파고들어가야 하는 수직적 구조는 어디까지나 정찰이 목표인 답사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가급적이면 던전의 보스는 조우하고 복귀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뭔가 느낌이 쎄하다. 불길하기 그지없는 던전의 분위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


"뭐가 됐든간에 일단 부딫혀 봐야 하지 않겄슈? 여기서 죽치고 앉아 있어봤자 변하는 건 없구먼유!"


그렇게 말하며 손을 불끈 쥐는 우승재.


"열의는 좋지만 답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중함입니다. 여기서는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 그렇구먼유..."


다행히 말귀는 통하는지 머쓱한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러나는 우승재.


"하지만 우승재 헌터의 말대로 언제까지고 멈춰 서 있을 수만은 없겠죠. 전진합시다."

"후후후. 좋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아래로 향하는 통로 근처로 조심스럽게 다가섰고, 들여다본 지하로의 통로 쪽은 나선 형태로 내려가는 경사로 때문에 아래쪽에 무엇이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 진입하겠습니다만, 들어가기 전에 앞서 다시 한 번 숙지사항을 전달하겠습니다."

"...또요?"

"그만큼 중요한 거니까요."


대구로 내려오는 차량 안에서도 몇 번이고 설명한 것들이지만 몇 번을 거듭 강조해도 보자란 사실들이니 말이지.


"첫 번째 철칙,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숨입니다. 남을 구하려다 죽는 건 어불성설. 타인을 돕는 건 여유가 되는 범위 안에서만 행하십시오."

"네."

"두 번째 철칙, 답사팀의 대장인 제 명령은 절대적. 저는 언제나 여러분들의 인명을 가장 중요시할 것이고, 그런고로 제 지시사항이 하달된다면 그것이 첫 번째 철칙에 위배된다고 생각되더라도 두 번째 철칙을 우선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생각해 봐도 그건 좀 납득하기가 어렵군요."


피식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구선양.

여기까지 오는 차량에서도 다들 첫 번째 철칙까지는 납득을 했지만 두 번째 철칙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미 내 힘을 목격한 바 있는 양수호야 사정이 조금 나았지만, 구선양과 우승재 같은 경우는 내 레벨을 전해듣고 나서는 그야말로 똥씹은 표정이 되어서 입을 다물어버렸던 것이다. 차 안에서는 유야무야 넘겨버렸지만, 여기까지 와서도 그럴 수는 없으니 말이지.


"불만이 있으시다면 여기서 듣겠습니다. 실전에 들어가서 지휘체계에 혼선이 생기는 것만큼 최악의 상황은 없으니까요."


나는 조금의 불안 요소도 남기고 싶지 않았기에 싸늘한 어조로 딱 잘라 말했고, 그런 내 말에 나머지 셋은 모두 침묵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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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던전 답사(4) 21.06.11 14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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