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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84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6.17 17:26
조회
131
추천
4
글자
9쪽

던전에서 살아남기

DUMMY

"말도 안 돼...하나 쓰러트리는 데도 그 고생을 했는데 그놈보다 훨씬 큰 놈들이 떼거지로 몰려다닌다고...?"


어느 새 내 뒤로 다가와 나와 같은 풍경을 목격한 구선양이 이 던전에 들어온 뒤로 처음으로 절망적인 표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었다.


"제길...우승재 헌터의 말대로 못해도 엘리트 급에 제법 강한 축에 속하는 몬스터라고 생각했었는데 정 반대였다니."


구선양의 뒤를 이어 나온 나머지 인원들도 거대한 벌들이 날아다니는 광경을 보고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좋지 않은데. 적당한 긴장감은 생존에 도움이 되지만 이건...'


자칫 잘못하면 절망감에 먹혀서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 이쪽에서 뭔가 수를 써야만 한다.


"다들 주목."

"...뭔가요?"


나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팀원들의 시선을 모았고, 힘빠진 목소리로 구선양이 대답했다.


"저걸 보면 알겠지만 정면돌파라는 방식을 여전히 고수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야 물론이쥬..."

"정면돌파만큼 빠르고 확실하게 던전을 돌파하는 방법이 없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지만,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이 아닌 통과하는 방법은 정면돌파 뿐만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뭐, 저런 광경을 보고 의욕이 사라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모든 것을 포기하기는 이르다는 말입니다. 믿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이런 상황보다 훨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벗어난 적이 있으니까 말이죠."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아무리 당신 실력이 19레벨의 헌터보다는 훨씬 월등하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 당신이 어떻게 이 던전 이상의 위기를 겪어 봤다는 겁니까?"


그렇게 말하는 구선양처럼 모두의 표정에는 불신이 담겨 있었지만, 그 정도는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미리 말했지만 못 믿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딱히 죽치고 앉아서 댁들을 설득할 생각은 없고요. 그러니까 저는 행동으로 증명할 겁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입꼬리를 비틀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저는 검성입니다. 검성의 이름을 걸고, 내 지시에만 똑바로 따라와 준다면 여러분 모두의 생존을 보장하도록 하죠."

"네?"

"그건 무슨..."

"자. 가도록 하죠. 이 길은 틀렸으니 반대쪽 길은 여기보다는 상황이 낫기를 바랄 수 밖에요."


내 발언에 다들 어안이 벙벙해 보였지만, 굳이 여기서 말로만 떠들 생각은 없다. 내 말에 대한 증명은 행동으로 보일 뿐. 그것이 검성의 이름에 어울리는 행동일 테니까 말이야.


-----


내가 굳이 검성의 이름을 들먹인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의 정신은 유약하기 그지없고, 연약한 정신은 견디기 힘든 절망 앞에서 너무나도 손쉽게 무너져내리고 만다. 그러한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그들의 마음을 지탱할 버팀목이 필요한 법. 그렇기에 나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을 품을 법한 이름인 검성을 들먹인 것이다.

물론 내 한 마디에 아 그렇습니까 하고 내가 검성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거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는다. 내가 의도한 것은 그래도 혹시...라는 기대를 끌어올리는 것.

인간의 마음은 연약하지만, 그래도 아주 미약한 희망의 끈만 보여도 그 끈을 쉽사리 놓지 않는다. 아니, 놓지 못하는 법이다.


"후우. 빡세구만."


조금 전의 그 어마무시한 군세가 모여있던 에이리어에서 벗어난 후, 네 개의 에이리어를 거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아까 전에 쓰러트렸던 몬스터와 덩치가 비슷한 놈 하나가 있는 에이리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몸을 숨기고 조용히 지나쳐오거나 방향을 틀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별 수 없이 우리는 교전에 들어갔고, 팀의 탱커인 양수호가 빈 상황이었기에 조금 전보다는 내게 가해지는 부담은 가중되었지만, 그래도 한 번 싸워봤던 상대였던만큼 아까 전만큼 고전하지는 않고 무사히 몬스터를 해치울 수 있었던 것이다.


"...정말 굉장하기는 하군요. 당신이란 사람의 강함은 그 상한선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뭐, 그래봤자 노딜이라 이것저것 기교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지만."


몬스터에게서 뿜어져나온 피 때문에 더러워진 검을 닦고 있자 구선양이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저도 한국의 헌터인지라 검성의 전투를 몇 번 본 기억이 있습니다. 당신의 그 전투는...검성의 전투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이 드는군요."

"그야 본인이니까. 그때만큼의 출력이 나오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검술이나 몸놀림 같은 건 비슷하게 할 수 있어."

"그래도 아직 당신이 검성이라는 말을 믿는다는 건 아닙니다."

"뭐, 그게 정상이겠지. 저거 같은 경우가 특이한 거고 말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신이 나서는 몬스터의 잔해에서 나온 마석 덩어리들을 수거하고 있는 우승재를 쳐다보았다.


"우하하하! 마석이 잔뜩! 검성님 덕분에 이런 횡재를 다 하네유!"


우승재는...아무래도 내가 검성이라는 사실을 굳게 믿어버리지 않고서야 현 상황을 버틸 자신이 없었는지 지나칠 정도로 내 쪽을 맹신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히려 조금은 긴장감을 가져달라고 한소리 해야할 정도로 말이다.


'양수호 쪽은 조금은 정상적인 반응을 보여주면 좋겠는데.'


그것도 일단 의식을 되찾아줘야 할 수 있는 일일 테지만 말이야.

그리고 현 상황에서 가장 약하다고 할 수 있기에 멘탈적으로도 가장 취약할 터인 수연이의 경우에는 사실 지금의 정신상태를 알기가 힘든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양수호가 쓰러지고 난 후부터 줄곧 양수호에게만 찰싹 달라붙어서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침묵을 일관하는데 나야 너무 바빠서 케어해줄 시간이 없었고, 구선양은 애초에 나 외의 다른 팀원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였으며, 우승재는...보다시피 살짝 맛탱이가 간 상태라 대화가 힘든 상태다.


'양수호가 의식을 되찾아 주는 걸로 상태가 괜찮아지면 좋을텐데.'

"그건 그렇고, 이 던전...등급은 어느 정도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순간 구선양이 화제를 돌렸고, 나는 간단히 대답해주었다.


"최소 S급. 보스의 난이도에 따라서는 SS급까지도 올라갈 수 있겠지."

"그렇, 습니까. 좋지 않군요."

"그래도 에이리어 간의 난이도 격차가 큰 편이라 돌파하기에는 쉬운 편이야. 오픈월드형 던전보다야 어렵지만, 투기장형 던전보다는 형편이 낫지."

"그것도 운이 따라줘야겠지만 말입니다. 지금까지는 약한 몬스터 한 마리만 존재하는 에이리어가 나와줘서 어떻게 됐지만..."

"그래도 너나, 나나 서로 남은 여력이 없는 건 아니잖아?"

"...눈치채고 계셨습니까?"

"어느 정도는. 워낙에 많고 많은 헌터놈들을 만나다 보니까 말이야. 어느 정도는 사람 보는 눈이 생긴다고 해야 하나."

"..."

"그래도 조만간에 가진 밑천을 모두 털어내야 하는 상황이 올 거야. 그 때가 오면 현명한 판단할 내릴 거라고 믿어. 뭐, 너도 가장 중요한 건 네 한 목숨 아니겠어?"

"...새겨듣도록 하죠."


뭔가 찔리는 거라도 있는지 구선양은 표정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다른 곳으로 가버렸고, 나는 여전히 잠들어있는 박수호에게 다가가 수연이에게 말을 걸었다.


"양수호씨는 좀 어때? 괜찮아?"


내 말이 아예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닌지 수연이는 무릎을 끌어안고 쪼그려앉은 자세에서 이쪽을 슬쩍 올려다보기는 했지만, 이내 다시 양수호에게로 시선을 돌려버리고는 침묵할 뿐이었다.


"끙차."


나는 쪼그려앉은 수연의 옆에 주저앉아 잠시 멍하니 시뻘건 천장을 쳐다보다 이내 말을 꺼냈다.


"아마 별 문제는 없을거야. 애초에 헌터들은 모가지가 날아가지 않는 이상은 치료만 제때 되면 죽기가 힘든 편이니까 말이야. 게다가 양수호씨는 헌터들 중에서도 재생에 특화된 탱커니까, 아마 얼마 안 있어서 눈을 뜨겠지."

"..."

"뭐, 지금 신뢰해야할 힐러가 저 모양 저 꼴이니 믿음이 안 가는 것도 이해는 가는데, 그래도 상태가 안 좋은 거랑은 별개로 치유 솜씨는 괜찮았으니까 안심하라고."


이 와중에 파밍을 끝내고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든 우승재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였고, 나는 대충 손을 휘적여주고는 그저 가만히 수연이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침묵하던 수연이 입을 열었다.


작가의말

조별과제 조장 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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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답사 준비(4) 21.05.17 175 7 11쪽
61 답사 준비(3) +1 21.05.14 173 6 9쪽
60 답사 준비(2) +1 21.05.13 176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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