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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79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5.21 10:30
조회
167
추천
6
글자
11쪽

데이트?(2)

DUMMY

그렇게 우리는 잠시 대화를 멈추고 산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유미씨는 생각을 정리하는 듯이 말이 없었고, 나는 그저 유미씨의 생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유미씨의 옆에서 걸을 뿐이었다.


"제 어머니...우리 엄마는요. 3세대 각성자 분들 중 한분이세요. 아버지께서도 마찬가지시구요."

"흠."


3세대 각성자라. 오래간만에 듣는 말이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헌터로 각성하기 시작한 그때는 헌터들을 하늘이 내려준 영웅이라고 칭송하면서 온갖 지랄 발광을 자 떨고는 했었지. 비슷한 시기에 각성한 사람들을 묶어서 저렇게 분류하기도 하고 말이야. 지금이야 헌터들도 수가 제법 많아져서 그런 유난은 떨지 않게 된지가 꽤 됐지만 말이지.


"우리 엄마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참으로 던전 탐사에 의욕이 넘치시는 분이셨죠. 제법 실력도 있으신 분이셨구요. 어머님께서 직접 게이트를 닫으신 던전도 제법 될 정도로 실력 있는 헌터라고 들었어요."

"헤에, 그렇단 말이지. 3세대면 내가 이름을 알 수도 있겠는걸. 혹시 성함이 어떻게?"

"아. 최혜미에요. 혹시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최혜미?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뭔가 낯설지 않은 이름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을 되새겼고, 이내 오래된 기억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아!"

"앗. 들어본 적 있으신 것 같군요."

"뭐 그렇지. 사실 그렇게 좋은 기억은...아닌 것 같지만."

"에엣. 지, 진짜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말해줄 수 있을까요?"

"뭐, 큰 일은 아니야. 예전에 한창 길드가 성장할 때, 가능성이 보인다고 스카우트한 인재들 중에 최혜미라는 이름을 본 적이 있어서 말이야."

"아앗! 그게 정말인가요? 저, 정말 대단하네요! 우리 엄마가 설마 가디언 길드에 스카웃될 정도로 훌륭한 헌터셨다니!"


가디언 길드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유미씨답게 내 말에 손뼉을 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약속이 잡힌 그날에 약속 장소에서 두 시간 가량을 기다렸는데 오지를 않아서 말이야. 후에 간신히 연락이 닿아서 얘기를 해봤더니 마침 그 전날에 새로운 인연이 생겨버려서 못 갔다나 뭐래나. 스카웃 과정에서 이쪽이 퇴짜를 놓기는 커녕 맞은 건 처음이라서 기억에 남은 일이었지."

"무, 무려 가디언 길드의 러브콜에 퇴짜를 놓았다구요? 세상에나...우리 엄마지만, 굉장하네요."

"그래. 참 보통 사람은 아니구나 싶었지. 정말로."

"아. 그러고보면 예전에 엄마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 참 큰 걸 포기했어야만 했다고 하시던데 아마 그 일 때문일까요?"

"허. 잘은 모르지만 만약 그런 이유라면 참. 대단하네. 여러 의미로."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열렬한 사랑이다.


"아. 슬슬 던전 입구가 보이네요. 사람이 참 많아요."

"여기 던전은 난이도가 쉬워서 인기가 좋거든. 내가 신경을 쓰긴 하겠지만, 유미씨도 조금만 조심하면 목숨이 위험할 일까지는 없을거야."

"그, 그렇군요. 그건 조금 아쉬울지도..."


안전할 것 같다는 말에 오히려 시무룩해지는 유미씨. 던전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대충 예상은 했던 거지만 유미씨는 아무래도 스릴에서 재미를 느끼는 부류인 것 같다.


"굳이 함정 같은 것만 발동시키지 않으면 안전해. 개중에는 몬스터가 우루루 튀어나오는 함정 같은 것도 있거든? 함정 같은 거에는 알아먹기 쉬운 표시가 있으니까 그쪽으론 가까이 가지 말라고."

"앗! 그게 정말인가요? 알겠어요. 에헤헤."

"...왜 함정이 있다는 말을 듣고 기뻐 보이는거야?"


이거 영 불안하기 그지없다. 마치 어린아이를 데리고 위험물 근처를 돌아다니는 기분이군.

그런 불안한 마음을 품고 우리는 버려진 신전의 게이트를 통해 던전 내부로 입장했고, 유미씨는 눈빛을 반짝이며 던전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폐허라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네요!"

"그, 그러네."


뭐랄까.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텐션이 갑자기 올라가버린지라 상대하기가 난감하다. 던전 안의 유미씨는 대체적으로 이런 분위긴가?


"저번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라고는 하지만, 죽을 위기에 놓여있는데도 신이 나 있다면 그건 그냥 정신병자일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쪽이 유미씨의 본모습에 가깝다는 건가.


"앗! 저기 골렘이에요!"

"그렇네."

"제가 처리할게욧!"

"응? 아, 아니 잠깐만!"


몬스터를 발견하자마자 신이 나서는 저번에 얻은 붉은 장검을 들고 돌진하는 유미씨. 내가 미처 말릴 새도 없이 골렘에게 접근한 유미씨는 골렘을 향해 냅다 검을 휘둘렀고, 유미씨를 적으로 인식한 골렘은 천천히 동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꺄아악! 단단해요!"


하지만 유미씨의 검은 골렘의 단단한 방어력 때문에 약간의 흠집만을 내며 튕겨나왔고, 골렘은 그런 유미씨를 향해 주먹을 들어올렸다.


"이, 이런!"


젠장! 멍때리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나 정도 되는 사람이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나는 총알같이 몸을 날렸지만 이미 골렘의 주먹을 유미씨를 향해 쇄도하고 있었고, 이대로라면 제때를 맞추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으왓!"

"오, 오?"


하지만 다행히도 유미씨는 무사히 골렘의 주먹을 피해내고는 골렘의 배후로 돌며 골렘의 머리 부분을 검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으...레벨이 부족해서 딜이 제대로 안 들어가네요. 이거 어떻게 잡으면 좋죠 류진씨?"


까앙. 까앙. 하는 청명한 소리를 내며 골렘을 신나게 후려치는 유미씨. 아무래도 유미씨는 조금 전에 가해진 공격에서는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었다.


"새, 생각보다 잘 싸우네 유미씨?"

"그, 그래요? 류진씨가 그렇게 말해주니까...뭔가 신용도가 남다르네요. 헤헤."


그렇게 말하면서 이쪽을 바라보며 생긋 웃는 유미씨. 척 봐도 유미씨의 전투 센스는 일반적인 수준의 헌터보다 확연히 우위에 있는 모습이었다.


'하긴, 저번의 그 외신의 하수인이라는 놈한테서도 혼자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였지.'


그러고보니 유미씨 정도의 레벨에서라면 마주치는 순간 전멸이 당연한 수준의 강함을 가진 녀석이었건만 그 녀석에게서 어떻게든 출구 근처까지 도망칠 수 있었다는 것만 봐도 유미씨의 실력이 보통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그때는 그저 상대가 너무 강했던 것.


"유미씨 레벨이 몇이라고 했었지?"

"저요? 13이요!"

"흠."


이 와중에도 천천히 몸을 돌리고 있는 골렘의 배후를 계속해서 포착하며 집요하게 머리를 후리는 유미씨. 이쯤되면 골렘이 불쌍할 수준이다.

그렇게 한참을 얻어맞던 골렘은 결국 머리가 빠개지며 평범한 돌무더기가 되어 바닥으로 쓰러졌고, 유미씨는 혹여나 떨어지는 돌에 발등이라도 찧을지라 신속하게 뒤로 물러나며 어떠냐는 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굉장하네 유미씨. 아무리 동 레벨 대에 비해서는 약하다고는 하지만 20레벨의 몬스터를 이렇게 간단하게 해치우다니 말이야."

"에헤헤헤. 고마워요 류진씨."


이 칭찬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아무리 레어급의 무기 덕에 부족한 공격력이 보충되었다고는 하지만 유미씨 정도 레벨의 헌터라면 골렘의 단단한 방어력에 지레 겁을 먹고는 소극적으로 싸우다가 빈틈을 얻어맞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 본능적으로 골렘의 느린 속도를 이용해 일반적으로 몬스터의 약점으로 작용하는 머리를 계속해서 노린 것은 훌륭한 판단이었던 것이다.


"이 회장님이 유미씨가 던전에 들어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재능이 없는건가 싶었는데 제법 재능이 있는데?"

"에휴. 정말이지 그렇다니까요?"


유미씨는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침묵했다.


"...그래도, 아버지 심정도 이해가 가질 않는 것도 아니에요. 그렇게 강했다던 엄마도, 던전에서 그렇게 되셨으니까요."

"아."


하긴, 지금 이 회장님이 아내분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 아내를 던전에서 잃었는데 하나밖에 없다는 금지옥엽인 유미씨를 던전에 들여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이해가 간다. 충분히 말이지.


'그래도 나는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게 냅두라는 방침의 가정에서 자란지라. 완전히 납득은 못하겠지만 말이야.'


이 회장님 가정의 방침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집안의 방침은 자유 방임주의. 물론 결과는 본인 책임이지만 말이야.


"그건 그렇고 이정도라면 해 볼만 하겠어요. 그러니까 저 사냥 좀 해도 될까요?"


그렇게 말하며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이쪽을 올려다보는 유미씨. 던전 밖의 유미씨는 뭔가 유능한 회사원 같은 이미지인데 던전 안의 유미씨는 신난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다. 이게 바로 갭모에? 라니, 난 뭔생각을 하는 거지.


"그래 뭐...내 눈이 닿는 범위 내에서라면, 별 문제는 없겠지."

"와! 고마워요 류진씨! 류진씨가 지켜봐주신다면 거릴 것 없이 날뛸 수 있겠네요!"

"나, 날뛰다니. 뭐 상관없지만 말이야."

"야호! 그럼 조금 있다가 봐요!"

"그래. 너무 멀리 떨어지지는 말아 달라고."


유미씨는 신이 나서는 골렘들을 향해 달려갔고, 나도 유미씨와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유미씨가 간 쪽의 반대편에 있는 골렘들을 향해 검을 뽑아들었다.


"조심조심 베어야겠군. 이것마저 잃어버리면, 진짜로 짤릴지도 몰라."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유미씨의 힘으로 회사에서 빌려온 착용 레벨 10짜리 장검을 쳐다보았다.


"그럼 가보자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전투 모드로 돌입해 눈앞의 골렘들을 썰어제끼기 위해 발을 내딛었다.


-----


"후. 이제 여기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군."


현재 내 시야에 들어오는 골렘들을 모조리 전멸시키는데 걸린 시간은 단 5분. 사실 스테이터스는 마력 말고는 별로 오른 것도 없지만, 요근래 워낙에 많은 일들을 겪어서 그런 것인지 예전의 감각이 많이 돌아온 것이 느껴졌다.


"레벨은 안 오르는군. 아쉬운걸."


그렇게 중얼거리며 변함이 없는 상태창을 잠시 들여다보던 나는 유미씨 쪽에 생각이 미쳤고, 유미씨쪽을 돌아보았다.


"유미씨? 그쪽은 어떻...엑!"


내가 바라본 쪽에 유미씨는 없었고,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 저만치에서 어째선지 등을 돌리고 도망치고 있는 골렘을 쫓아가는 유미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 저쪽은!"


골렘이 도망치고 있는 방향은 예의 그 전이 함정 쪽. 골렘이 지성이 있어서 일부러 유미씨를 그쪽으로 유도하는 건지 아니면 어쩌다보니 생긴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젠장! 저 선은 왜 끊어져 있고 지랄인데!"


더 환장할 만한 사실은 우너래 그 전이 함정 쪽으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던 노란색 줄이 왠지는 모르겠지만 끊어져 있었다는 것. 아무래도 유미씨는 눈앞의 골렘에 정신이 팔려 바닥에 늘어진 줄은 보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유미씨! 위험해! 돌아와!"


작가의말

오늘은 5천자 돌파! 분량이 들쭉날쭉해서 죄송합니다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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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9 냥ㅋㅋ
    작성일
    21.05.21 17:28
    No. 1

    재밌어 근데 유미 엄마가 남편만났을때를 알정도면 주인공이랑 20살 이상 차이나는듯?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9 냥ㅋㅋ
    작성일
    21.05.21 17:28
    No. 2

    재밌어 근데 유미 엄마가 남편만났을때를 알정도면 주인공이랑 20살 이상 차이나는듯?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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