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99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6.22 17:07
조회
126
추천
3
글자
10쪽

던전에서 살아남기(4)

DUMMY

"으윽..."


양수호는 전신을 몽둥이로 두들기는 것 같은 통증과 귀를 때리는 격한 소음에 의해 눈을 떴다.


"야, 양수호씨! 드디어 눈을 떴구만유!"

"네, 네..."


모든 것이 흐릿하게 느껴지는 백일몽 같은 상태와 요란한 굉음이 날뛰는 상황에서도 우승재의 특이한 말투는 양수호의 귀에 똑똑히 들어왔고, 멍한 상태에서도 일단 대답은 하는 양수호였다.


"정신 차리셨으면 후딱후딱 거들어유! 설마 검성님께서 질 리는 만에 하나라도 없다고 생각하지마는...그래도 빨리유!"

"거, 검성...? 그게 무슨?"


느닷없이 검성이라니 양수호는 당최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우승재의 목소리에 담긴 다급함만큼은 충분히 전달되었기에 아직 흐릿한 시야로 황급히 주변의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누군가...싸우고 있는 것 같은데.'


마치 물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이 시야가 흐릿한 상황이었지만, 저 멀리서 온 사방이 붉은 가운데서 검은 형태의 무언가가 종횡무진 돌아다니고 있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점점 선명해지는 끔찍한 소음 역시도 그곳을 중심으로 울리고 있었고 말이다.


"류진...씨?"

"으윽...! 이 미친 구더기 새끼들이!"


저 멀리서 수십 마리의 애벌레 같은 무언가에게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으면서도 주변 반경 1m 이내에는 단 한 마리의 애벌레조차 접근시키고 있지 않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류진이었지만, 그의 몸놀림은 확연히 양수호가 알고 있던 모습보다 느린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었고, 걸치고 있는 코트와 머리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피로 온통 붉게 물들어 있는 상태였다.


"류, 류진씨!? 괜찮습니까!"

"어? 양수호씨 일어났어? 윽!"


양수호의 외침에 슬쩍 이쪽을 돌아보다가 생긴 빈틈을 노리고 들어온 애벌레의 머리를 절단하는 류진.


"하하...좋은 아침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상황이 영 좋지가 않구만!"


반쯤은 송장에 가까운 몰골이고, 목소리도 조금은 떨리고 있지만 말투만큼은 여전히 평소의 그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류진이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아니,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로군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양수호는 고개를 저으며 상황을 파악하기를 포기하고는 우선 류진에게 가세하기로 했다.


"잘 생각...했어! 나도 슬슬 혼자서 버티기는! 상태가! 영! 좋지 않아!"


말 마디마다 한 놈씩 애벌레를 베어내며 분투를 펼치는 류진. 양수호는 그런 류진을 보며 여전히 괴물같은 남자라고 생각하며 누워 있던 곳 옆에 떨어져 있던 타워 실드를 들고 류진을 향해 높게 도약해 류진의 후방을 향해 다가가던 애벌레 한마리를 짜부라뜨렸다.


"철벽의 영역!"


스킬 시전자의 주변 좁은 반경에 시전자의 방어력에 비례한 보호막을 부여하는 스킬인 철벽의 영역. 사실 소모하는 MP에 비해서 효율이 좋다고는 말 못할 스킬이었기에 숙련도도 낮고, 양수호에게도 익숙하지는 않은 스킬이었지만 류진에게는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질 스킬이었다.


"좋구만! 이걸로 조금은 저돌적으로 나갈 수 있겠어! 우승재씨! 버프 켜!"

"네, 넵! 용맹의 가호!"


우승재의 외침과 함께 그의 지팡이에서 검의 형태를 띈 붉은 마법진이 떠올랐고, 양수호와 류진은 몸 안에서부터 알 수 없는 힘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등을 맞대고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벌레들과 맞서 싸울 태세를 갖추었다.


-----


이제 좀 살겠구만. 검심은 진작 꺼진지 오래고, 마나 포션 한 병 마실 시간조차 없어서 솔직히 위기인 상황이었단 말이지.


이제 슬슬 한계가 아닌가라고 느껴질 만한 순간에 적절히 눈을 떠 준 양수호 덕분에 간신히 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애벌레들...성체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단단해서 베어내는 것도 골치아프고, 뭣보다 골때리는건 대체 어디서 올라오는건지 끝도 없이 자꾸만 기어나온다는거지.'


끝없이 이어지는 물량공세. 검심을 켜면 조금 상황이 나아지지만, 그래도 나는 다수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일대 일 전투에 더 자신이 있는 편이니까.


"실드 배시!"

"키이이이이익!"


푸른 막이 씌워진 양수호의 방패에 의해 저 멀리로 날아가버리는 애벌레. 솔직히 양수호의 공격력으로는 아무리 애벌레들이라고 하더라도 나처럼 쓸어버리기는 힘들기에 그로써는 적극적으로 머릿수를 줄이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도움이 되어주고 있었다.


'전방위 360도를 커버하는 것과 전방만 커버하는 것의 난이도는 천지차이니까 말이지.'


양수호의 탱커의 본분을 다하며 내 등 뒤에서 이쪽으로 접근하는 애벌레들을 죽이지는 못하고 있지만 적어도 접근하지는 못하게 막고 있었고,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상대하던 것의 절반 정도만 상대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포션을 마실 수 있는 여유도 생겼기에 나는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MP 포션을 급하게 입 안으로 털어넣었고, 없는 돈 털어서 구비한 고급 MP 포션인지라 지금까지 마셔왔던 하급의 포션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MP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맛은 더 없어졌지만 말이지.


"류, 류진씨! 그런데 나머지 사람들은 어디로 간 겁니까? 어째서 저희 셋만."

"구선양씨랑 수연이라면 저쪽에 있어. 다행히 우리 쪽에 어그로가 집중되어서 그쪽은 안전한 것 같아."


나는 정신없이 양손의 검을 휘두르는 와중에 구선양과 수연이가 있는 쪽으로 턱짓을 하며 그쪽을 가리켰고, 저 멀리서 표정을 찌푸리고 있는 구선양과 초조해 죽겠다는 표정의 수연을 확인한 양수호가 접근하는 벌레의 대가리를 방패로 찍어버리고 외쳤다.


"방금까지 기절해 있던 제가 말하기는 뭐하지만 구선양씨는 지금 뭘 하는 거죠? 그가 원거리에서 지원 사격을 해주면 전투가 훨씬 수월해질 텐데요?"

"확실히 그렇긴 하지. 그 양반의 대포라면 이 저글링같은 벌레 새끼들을 뻥뻥 날려버릴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왜...!"

"진정하라고. 구선양씨도 나도 바보는 아니니까 그걸 모르는 바가 아니야. 지원을 못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그게 무슨!"

"지금 내 몸에 묻은 이게 뭐라고 생각하냐?"

"뭐냐니...피가 아닙니까? 그래서 전 영락없이 류진씨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줄로만 알았습니다."

"안됐지만 꽝이야. 참고로 이거 네 몸에도 잔뜩 묻어 있다고."

"예, 예? 그러고보니 그렇군요?"

"우리가 떨어진 곳이 이 시뻘겋고 끈적한 액체가 가득 들어있던 풀장 같은 곳이었거든."

"떨어지다니 그건 또 무슨..."

"아무튼, 그래서 떨어진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여기서 싸우고는 있었는데, 이 액체에는 아주 골때리는 특징이 있단 말이지."

"뭡니까 그게?"

"이거 가연성이야."

"가연...허."


그걸 듣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탄식을 흘리는 양수호. 좋아좋아. 우승재에 비해서는 말이 잘 통해서 좋군.


"구선양이 처음 쏜 게 폭발력이 약한 탄환이었어서 망정이지 대뜸 대포 같은 걸 쐈었으면 이 벌레 새끼들과 우리까지 싸잡아서 몽땅 통구이 신세가 됐었겠지. 뭐, 양수호씨야 탱커라서 죽지야 않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난 내구력이 종잇장이라서 말이야."

"납득했습니다. 영 좋지 않은 상황이군요."

"그렇지. 정말로, 좋지 않아. 슬슬 검의 내구도도 걱정이 되고 말이야."


비싼 돈 주고 사온 응급 수리 키트가 몇 개 있기는 하지만, 충분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아무리 정교하게 검을 휘두르더라도 최소한의 내구도 감소는 막을 수 없는 상황이고, 이런 상황이었기에 마음대로 약점조차 노릴 수 없는 광역기를 무턱대고 날리기도 힘든 상황. 하지만 양수호가 정신을 차린 지금은 굳이 여기서 계속 싸워줄 필요는 없어졌다는 것이 희소식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슬슬 튀어야 할 것 같은데, 양수호씨. 뜀박질은 자신 있어?"


나야 검심, 활공검의 2단 점프가 있어서 도약의 범위가 엄청나게 넓었기에 언제든지 전장을 마음대로 이탈할 수 있었지만, 양수호와 우승재는 그럴 수 없는 상황. 잘못해서 벌레들 사이에 혼자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저 흉악한 집게턱들에 순식간에 찢겨져 다진 고기가 될 것이 뻔했다.


"못 뛰는 편은 아닙니다만, 어쩌시게요?"

"이 애벌레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는 끝이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내가 스킬로 잠깐 시간을 벌어줄테니 그 틈에 빠져나가라고."

"류진씨는...뭐, 혼자서도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으시겠군요."

"그럼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양수호씨가 고생을 좀 해 줘야겠어."

"네? 그게 무슨..."


양수호는 그렇게 말하며 애벌레가 휘두르는 집게턱을 피해내며 벌레의 목을 방패의 하단부로 찍어눌렀다. 저 단단한 것과 방패가 부딫히면 불티가 일어서 큰일이 날 수도 있으니까 말이지.


"이놈들이 보기보다 단단해서 이만한 수를 불티도 안 튀게 뚫어내려면 등급이 많이 높은 스킬을 써야 할 텐데, 그러면 내 몸에 가해지는 부하가 상상 이상이란 말이지. 아마 스킬을 사용하고 난 뒤에는 몸에 가해진 부담 때문에 잠깐 움직이기 힘든 상태가 될 거야. 양수호씨는 그런 나를 들고 튀어주면 좋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던전 거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9 던전에서 살아남기(5) 21.06.23 123 4 9쪽
» 던전에서 살아남기(4) 21.06.22 127 3 10쪽
87 던전에서 살아남기(3) 21.06.21 119 3 9쪽
86 던전에서 살아남기(2) 21.06.18 131 4 10쪽
85 던전에서 살아남기 21.06.17 132 4 9쪽
84 던전 답사(7) 21.06.16 133 3 10쪽
83 던전 답사(6) 21.06.15 130 4 8쪽
82 던전 답사(5) 21.06.14 123 3 11쪽
81 던전 답사(4) 21.06.11 148 3 9쪽
80 던전 답사(3) 21.06.10 149 3 9쪽
79 던전 답사(2) 21.06.09 147 3 8쪽
78 던전 답사 21.06.08 150 3 10쪽
77 데이트?(13) 21.06.07 142 4 8쪽
76 데이트?(12) 21.06.04 148 3 8쪽
75 데이트?(11) 21.06.03 141 4 8쪽
74 데이트?(10) 21.06.02 135 4 10쪽
73 데이트?(9) +1 21.06.01 138 4 10쪽
72 데이트?(8) 21.05.31 155 4 11쪽
71 데이트?(7) +1 21.05.28 162 4 9쪽
70 데이트?(6) +1 21.05.27 151 5 10쪽
69 데이트?(5) 21.05.26 151 4 9쪽
68 데이트?(4) +1 21.05.25 152 5 9쪽
67 데이트?(3) +1 21.05.24 156 4 12쪽
66 데이트?(2) +2 21.05.21 168 6 11쪽
65 데이트? +1 21.05.20 172 4 9쪽
64 답사 준비(6) +1 21.05.19 168 4 10쪽
63 답사 준비(5) +1 21.05.18 166 4 11쪽
62 답사 준비(4) 21.05.17 175 7 11쪽
61 답사 준비(3) +1 21.05.14 173 6 9쪽
60 답사 준비(2) +1 21.05.13 176 5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