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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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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729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6.24 17:03
조회
118
추천
4
글자
9쪽

던전에서 살아남기(6)

DUMMY

"그건 그렇고 슬슬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만."


그렇게 말하며 이쪽으로 다가와 늘 곁에 두는 기계장치 위에 걸터앉는 구선양. 드디어 올 게 왔구만.


"제대로 된 설명이라...뭐가 궁금하시죠?"

"...자칭 검성이라는 자가 이 던전에 들어오게 된 계기 말입니다. 자세한 설명 없이 얼버무릴 생각이었습니까?"

"저, 저도 좀 궁금하기는 하구먼유. 물론 검성님이 검성님이시라는 걸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유."

"..."


양수호와 수연이도 굳이 말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구선양의 말에 동의하는 듯한 눈치였다.


잠시 대충 거짓말로 둘러대 볼까도 고민해 봤지만, 이내 관두었다. 우승재가 속여넘기기는 쉽겠지만 구선양은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고, 박선호와 나 사이의 대화를 옆에서 들었던 기억이 있는 수연이 있었으니 자칫 잘못해서 거짓이 들통나기라도 한다면 내 신뢰도에 있어서 심각한 타격이 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선택한 방법은 제법 많은 생략이 들어간 실토. 자세한 얘기까지는 해주지 않았지만, 내가 모종의 사유로 스틱스의 강물을 마시고 힘을 잃게 되었고, 이 회장님과의 계약으로 힘을 되찾아 한성기업 소속의 헌터로 활동하게 되었다는 사실만을 간략하게 전달해주었다.


"...흠. 그런 일이."

"궁금하던 건 해결됐어?"

"가장 궁금하던 것은 해결되었지만, 아직 궁금한 게 산더미입니다."

"하하. 마음은 알겠지만 오늘은 그만 이쯤 해두자고. 그 왜, 우리 일행엔 미성년자도 있잖아? 일찍일찍 안 자면 키 안 큰다고."

"..."


영 못마땅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구선양이었지만, 더이상 캐물어 봤자 의미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구선양은 입을 다물었고, 우승재는 그 옆에서 눈을 빛내며 감동에 떨고 있었다. 방금 내가 해준 얘기에 감동할 부분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아.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말입니다."


여태 침묵하다가 갑자기 입을 여는 양수호.


"뭔데?"

"류진씨 레벨은 확실히 19가 맞는거죠?"

"그런데."

"그렇다면 오늘 잡은 몬스터의 수라면 진작에 레벨 업이 되었어야 했을 것 같은데...어째서 류진씨 레벨은 그대로인 것 같죠?"

"아. 그거 말이지? 그건 아마 내 레벨과 이 던전의 레벨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서 그런 걸거야."

"예? 그게 무슨...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처치하면 당연히 더 많은 경험치가 들어오는 것 아닌가요?"

"그렇기는 한데. 대체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정치 이상의 레벨 차이가 나는 몬스터에게서는 아예 경험치를 얻을 수가 없는 것 같더라고."


마치 무분별한 버스를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게임 시스템 같이 말이지.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그건 수연이도 똑같을걸? 오히려 내 쪽에서 묻고 싶은데 너희 쪽은 제대로 경험치가 들어온 거 맞아?"

"앗. 네. 저희 쪽은 제대로 경험치가 들어왔습니다. 그러고보니 단 하루만에 어마어마한 경험치가 쌓였네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쌓인 경험치를 확인할 시간도 없었던 것인지 이제야 상태창을 확인한 것 같은 눈치의 양수호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참으로 통탄스럽기 그지없어. 이럴 줄 알았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던전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레벨 20은 달성하고 오는 거였는데 말이지."


레벨 20을 달성해 직업을 해방할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배 이상은 수월하게 던전을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틈 직업이라는 것은 헌터의 능력에 크게 관여하는 것이니 말이지.


"흠. 왜 다른 레벨도 아니고 굳이 레벨 20이죠? 레벨 1 차이로는 별 차이도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아. 그냥 뭐, 레벨 20을 찍으면 잠겨 있던 내 직업이 봉인이 해제되거든."

"직업...말입니까? 류진씨의 직업이라면 분명히..."

"아! 어쩐지 예전에 검성님이 싸우던 방식과는 사뭇 다르게 싸우시더라니 그 직업이 봉인되어 있는 상태였구먼유?"

"뭐 그렇지."


거기까지 말한 나는 더 이상은 대화를 질질 끌 생각이 없었기에 작게 박수를 한번 치고는 일행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 대화는 여기까지. 다들 피곤할테니 이제 슬슬 잠자리에 들도록 하자고. 1성급 호텔 수준은 아니지만 뭐, 최소한 딱딱하지는 않은 잠자리잖아?"


나는 쓸데없이 조금 푹신한 바닥을 두드리며 말했고, 우승재가 표정을 구기며 말을 받았다.


"우...이 바닥의 재료를 생각해보면 차라리 돌바닥이 낫겠구먼유."

"저도 동감입니다. 재질은 둘째치고 정신이 버티지를 못할 것 같은 잠자리에요."

"정 불만이면 구선양씨의 저 장치라도 빌려서 침대로 쓰시던가? 뭐, 본인이 허락해줄지는 미지수지만."


반쯤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이걸 쓸데없이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인지 양수호와 우승재는 간절한 표정으로 구선양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구선양은 엉망진창으로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다들 꿈 깨시죠. 이게 대체 얼마짜리 장비인 줄이나 알고 말하시는 겁니까?"


그렇게 말하니 나도 궁금해지는걸. 저거, 잘은 몰라도 이것저것 기능이 굉장히 많아 보이는 것이 여간 비싼 게 아닐 것 같다. 대체 얼마나 하려나.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제법 험하게 다루던데. 하하."


내 말에 구선양은 더더욱 표정을 구겼지만, 나머지 인원들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자, 그럼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불침번을 서는 순서를 정하도록 하자고."

"예? 불침번이요?"

"그래 불침번. 설마 이 던전에서 불침번도 없이 전부 꿀잠을 자려던 생각은 아니었겠지?"


만약 정말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그 놀라운 용기에 경의를 표해야 할 판이다.


"아, 아니요...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뭘 사과까지야. 자, 그럼 각자 원하는 시간대를 말해 보라고. 나야 뭐 아무 시간대나 상관 없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한 나는 잠깐 여유를 두고 인원들이 상의하는 것을 기다렸지만 다들 눈치라도 보고 있는 건지 나서는 이가 없었기에, 나는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말했다.


"그럼 그냥 내가 임의로 정한다? 자, 그럼 처음은 양수호씨, 두번째로 구선양씨, 세번째로 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승재씨. 이렇게 하면 되겠어?"

"불만은 없습니다."

"저기...잠깐만요 류진씨."

"응? 왜?"


뭐가 불만인지 끼어든 것은 의외로 수연이었다.


"양수호씨가 처음인게 불만이라서 그래? 이래 봬도 조금 전까지 기절해있었던 지라 나름 배려한 거..."

"그, 그게 아니라요. 저도 불침번에 끼워 주셨으면 해서요."

"어? 굳이?"


마음씨야 기특하지만 저 레벨로는 직접적인 전투는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를 쫓아오는 것만 해도 벅찰 것이다. 내 쪽이야 논외로 치더라도 말이지. 애초에 답사팀 일원도 아닌 수연이기에 굳이 불침번까지 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배려는 고맙지만, 저도 조금쯤은 도움이 되고 싶어서요. 전투에서 도움이 되기는 힘들겠지만...정말 사소한 것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제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혼자만 편해지려고 하다니, 혹시 너무 이기적인 생각일까요?"

"이기적이라니 그럴리가. 솔직히 네 나이때 나였다면 당장 나 힘든 것만 보여서 주변은 보지도 못했을거야. 우리 수연이, 기특한걸?"

"누, 누가 우리 수연이에요? 그리고 너무 어린애 취급하셔도 곤란해요."

"그치만 어린앤걸."

"아우 정말...아니라니까요!"


나는 그렇게 던전 안에서도 변함없이 놀려먹기 좋은 수연이를 잠깐 놀려먹은 후, 수연을 마지막 불침번으로 결정하고는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취침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뭐, 준비라고 해봐야 그냥 자리 깔고 바닥에 눕는 게 다지만 말이지.


참고로 나는 그냥 평범하게 걸치고 있던 검은 코트를 깔고 편하게 누운 게 다고, 구선양이는 본인이 말하던 것과는 다르게 영 불편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하고는 예의 그 장치 위에 누워있었다. 저저. 그리고 우승재는 아직도 영 껄끄럽다는 표정으로 바닥이랑 눈싸움을 하고 있는 듯 했고, 수연이는 첫번째 불침번인 양수호와 아직 뭔가 할 얘기가 남았는지 옆에 쪼그려앉아 작은 소리로 뭔가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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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데이트?(2) +2 21.05.21 168 6 11쪽
65 데이트? +1 21.05.20 172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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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답사 준비(5) +1 21.05.18 167 4 11쪽
62 답사 준비(4) 21.05.17 175 7 11쪽
61 답사 준비(3) +1 21.05.14 173 6 9쪽
60 답사 준비(2) +1 21.05.13 176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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