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연재수 :
962 회
조회수 :
4,114,874
추천수 :
126,750
글자수 :
10,687,407

작성
24.03.01 09:05
조회
1,863
추천
82
글자
22쪽

빅딜 해볼 생각 없어?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베이징 올림픽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폐막했다.

지구촌은 올림픽 열기로 뜨거웠지만, 미국의 금융가와 경제정책 담당자들의 피가 말리는 시간이었다.

Lehman Bro, 메릴린치, AIC가 파산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며 월스트리트를 바짝 긴장시켰다.

무더웠던 8월도 지나고, 맞이한 9월의 초순.

뉴욕 맨해튼 리버티 스트리트 33번지 뉴욕연방준비은행(NY Fed) 사무실.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미국의 20개 투자은행(IB)과 상업은행(CB)의 CEO들이 집결했다.

JPM Chase Bank의 다이먼, 골드만대거스의 블랭크파인, 스탠리모웬의 맥, 메릴린치의 테인, G&P의 파커 등 대형(투자)은행 최고책임자들이 미국 재무장관과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소집령으로 NY Fed 1층 회의실에 모였다.

한 가지 이채로운 점은 이 자리에 낄 레벨이 아닌 GARAM Invest의 매튜 그레이엄도 보인다는 사실이다.

급작스럽게 소집된 모임이다.

그럼에도 모인 이유를 묻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임을 제안한 재무부 장관과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약속 시간 30분이 지나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40여 분 늦게 나타났다.

나타나자마자 재무부 장관이 월가의 권력자들을 향해 무겁게 입을 열었다.


“Lehman이 위태로운 상태에 처했습니다.”

“....!”

“정부가 아닌, 여러분이 해결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모두가 알고 있었고, 모두가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

결코 원하지 않았던 이야기다.

마치 사형선고 같은 말을 기어코 재무부 장관으로부터 듣게 됐다.

Lehman Bros가 원활하게 매각될 수 있도록 민간에서 자금 지원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여러분이 앞장서 Lehman을 지원해야 합니다.”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이 손실을 분담해야 Lehman이 팔릴 수 있다는 얘기였다.

재무장관보다 늦게 모습을 드러낸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대형은행 CEO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에 힘입어 재무장관이 계속해서 월가 거물들을 몰아 붙였다.


“Lehman에 공적자금을 집어넣으면 정치권이 반발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나머지 금융회사들도 고통 받게 될 겁니다.”


명백한 협박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반론을 펴지 않았다.

왜냐하면 Lehman Bros 다음 차례가 메릴린치. AIC, 스탠리모웬 같은 금융사들이 될 수도 있기에.

이날의 모임은 자정이 임박해서야 끝났다.

같은 시간 서부에서는 류지호가 업무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드넓은 집무실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Lehman Bros 파산 때문에 류지호가 초조해 하는 것은 아니다.


삐이익.


류지호가 급하게 인터폰을 받았다.


“알아서 하라고 전하세요.”


기다리던 소식이 아니었다.


“......”


최근 부모님이 LA로 날아왔다.

첫 아이의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장모인 캐서린 파커도 열일 마다하고 LA로 날아와 벨에어에서 지내고 있다.

오늘 새벽이었다.

레오나가 심한 산통으로 매우 힘들어했다.

곧바로 UCLA 메디컬 센터 산부인과에 입원을 시켰다.

월가의 금융회사 CEO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고, <생명의 항해< 프리프로덕션도 챙겨야 했다.

하는 수 없이 출근했는데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다.

하루 종일 원하는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수석참모 데이빗 브레이텐바크가 두툼한 보고서를 들고 들어왔다.

보고서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지이잉!


바지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진동했다.

아주 가까운 이들만 번호를 아는 류지호의 개인 휴대폰이다.


“벌써요? 예정일은 내일 아니었... 알겠어요. 갈게요. 아니. 레오나는 괜찮아요? 힘들어 하진 않고요? 아, 일단 끊어요.”


수십 억 달러 규모의 빅딜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던 류지호다.

평소에는 감정변화 폭이 크지 않는 보스다.

말까지 더듬고 표정변화 또한 변화무쌍했다.

그런 보스의 어딘지 당황하는 듯한 모습은 최측근인 비서들도 보지 못한 진귀한 광경이라고 할 수 있다.

수석참모와 비서들은 그 같은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을 눈치 챘다.

아마도 보스의 아내가 예정보다 조금 일찍 산통이 시작된 모양이다.


“제니퍼, 경호팀에 차 대기하라고 전해요!”

“벌써부터 대기 중입니다.”

“갑시다. 아니 초산이니까... 지금 가봤자 당장 아기가 나오는 것도 아닌가?”


집무실을 나서려다 류지호가 멈칫 했다.


“제 아내는 반나절 정도 걸렸습니다. 보스.”


비서실장 제니퍼 허드슨이 웃으며 말을 보탰다.


“제 경우에는 진통 후에 출산까지 세 시간 걸렸던 걸로 기억해요.”


데니스 정이 재촉했다.


“한국 여성과 서양 여성의 산통 후 출산까지 다른지 알 수 없지만, 진통이 시작되었다면 빨리 가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보스.”


태어나서 한 번도 출산을 지켜본 적이 없는 류지호다.

무의식적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담배를 찾는 행동처럼 보였다.


“....?”


초조한 마음에 안 피우는 담배까지 찾다니.

고치기 어려운 오랜 습관이라기보다는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압박감을 느낀다는 의미다.

류지호는 멈췄던 발걸음을 다시 떼서는 집무실을 나섰다.

그 뒤를 비서들이 따랐다.

복도에서 대기 중이던 경호원들까지 줄줄이 뒤따랐다.

열 명 가량의 수행원들이 즐거운 얼굴로 보스의 등만 보고 걸었다.

기쁨, 기대, 초조함, 걱정 등.

오직 선두에선 류지호만 마음이 복잡했다.


❉ ❉ ❉


대한민국 선수단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총 13개를 수확했다.

서울 올림픽과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 12개의 기록을 경신한 최고기록이었다.

종합순위도 7위에 올랐다.

올림픽 기간 동안 전해지는 메달 소식은 열대야에 지친 한국인에게 무더위를 잊게 하는 청량제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분쟁, 고유가와 고물가에 따른 생활고 등 정치·경제·사회적인 악재로 오랫동안 한숨만 지어야 했던 국민들은 베이징에서 연일 전해지는 낭보로 모처럼 환한 미소를 되찾았다.

그렇게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선선해질 무렵.

한국 매스컴에서 류지호와 그의 아내 레오나의 이름이 심심찮게 오르내렸다.

얼만 전까지만 해도 류지호 이름 석 자는 주로 나쁜 쪽으로 언급되었다.

류지호의 미국시민권 취득 이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조차 덮어버릴 만큼 대한민국 사회를 시끄럽게 했다.

그러던 차에 마침내 류지호가 자녀를 갖게 되었다는 뉴스가 속보로 전해졌다.

어쩌면 세계 최고 부자일지도 모를 한국계 슈퍼리치가 마침내 후계자를 얻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관심이 매우 클 수밖에.


- 류지호의 아들로 태어나는 아이는 전생에 도대체 무슨 짓을 했을까. 어떻게 해야 류지호 아들로 태어날 수 있을까.

└ 아들이래요?

└ 딸이라던데?

└ 아들딸 구별 말고 둘 만 낳아 잘 기르자.

└ 하나만이라도 제발 좀 낳아라!

└ 결혼도 못한다. 무슨 수로 애를 낫냐.

└ 낳 놓고 시옷자 모름?

└ 꺼져. 이 뭐 븅아.


- 류지호 아들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ㅜ.ㅜ

└ 딸로 태어나고 싶어요. 엄마 닮으면 성형수술 따로 안 해도 되잖아 ㅠㅠ

└ 류지호는 그렇게 미남은 아닌데?

└ 혼혈들은 웬만해서는 다 잘생기고 예쁨.

└ 나 류지호 애비다. 니들은 다시 태어나도 글렀다. 발 닥고 자라.

└ 장인어른!

└ 시아버지!


한국의 네티즌들은 류지호의 재산을 물려받을 아이를 부러워했다.

레오나의 외모를 꼭 빼닮을 아이의 외모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

여주의 부모님이 거주하시는 주택단지로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미 부모님이 LA로 떠난 후라서 허탕만 치고 말았지만.

미국에서도 레오나의 출산이 큰 화제다.

영미권 타블로이드의 단골메뉴가 억만장자와 관련한 가십이다.

뉴욕의 지역소식을 위주로 전하는 Daily News와 가십성 뉴스의 강자 New York Post가 류지호·레오나 부부의 2세에 관한 뉴스를 특집으로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레오나의 출산일.

UCLA 메디컬센터에서 쫓겨난 각국의 기자들이 벨에어 입구에 진을 쳤다.

특히 한국취재진의 열기가 무척 뜨거웠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류지호의 2세 출산 소식은 국민적 관심사였으니까.


“딸이에요.”

- 산모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산모 태아 모두 건강하답니다. 그 외에는 나도 몰라요.”

- 미국에는 산후조리원이 없는데....

“여동생에게 물어보세요. 바빠서 최근에 형하고 통화를 못해봐서 자세한 건 모릅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는 류순호는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질려버렸다.

류지호 부부의 출산소식과 함께 또 하나의 충격적인 뉴스가 나왔다.


[새만금으로 연결되는 (준)고속철도가 놓이게 된다면 가온그룹 오너 류지호가 일정부분 공사비를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은 기부채납이 될지 민자로 개발한 후 통행료를 저렴하게 책정할지 관계당국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The Wall Street Journal 아시아판.


공군의 노후 레이더 교체 관련 이슈를 집어삼킬 초대형 기부뉴스였다.

미국시민권 취득으로 좋지 않았던 여론이 2세 출산과 초대형 기부체납 뉴스로 인해 완전히 반전되었다.

한국의 양대 포털사이트 뉴스댓글에는 류지호의 득녀를 축하하는 글들이 폭주했다.

한국의 언론들도 태세를 완전히 전환했다.

준고속철 기부체납과 관련한 뉴스의 진위여부를 밝혀내는 동시에 류지호의 득녀 소식을 1면 헤드라인으로 일제히 실었다.

류지호의 미국국적 취득과 관련해서 매국노 운운하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득녀를 축하하고 준고속철 기부체납을 칭송해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LA지역에서 아주 위급한 환자가 발생했을 때, UCLA 메디컬 센터로 가면 생명을 건질 확률이 아주 높다.”


그 말대로다.

LA 지역에서만큼은 UCLA 메디컬 센터가 최고의 병원이다.

전국 병원평가에서도 매해 10위 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암 진료에서 비뇨기과까지 16개 진료과목 모두에서 전국 상위그룹에 포진해 있다.

류지호는 UCLA대학 재학 시절부터 어린이와 저소득층 환자 수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UCLA 메디컬 센터에는 JHO Foundation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지원과 기부를 워낙에 많이 하니, 병원에서도 최고의 의료진이 류지호 부부의 건강을 관리해 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류지호는 걱정을 완전히 지울 수 없었다.

UCLA 메디컬센터 의료진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인·장모의 의견을 받아들여 뉴욕에서 출산을 준비했을 걸 하는 후회도 잠시 들었다.


‘아빠가 된다는 기분이 이런 건가.....?’


아버지가 되고서야 부모의 그 마음을 안다고 했던가.

류지호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며느리를 안심시키고 있는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제발 아무 일 없이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바랐다.


“.....!”


레오나의 진통은 다섯 시간이나 지속되었다.

류지호는 어느 때보다도 느린 시간의 흐름 속에서 놓여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이리 시간이 더디 가는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이 자신이 아픈 것보다 훨씬 더 힘든 것이라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류지호는 대신 아파주고 싶었다.

레오나 대신 아이를 낳아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자꾸 주책없게 마음속으로 오버를 하게 된다.

정작 레오나는 무통주사를 맞아 안정되었는데.

다섯 시간 동안, 류지호는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모든 초월적인 존재에게 쉬지 않고 기도했다.

류지호의 간절한 기도에 호응했을까.

레오나는 산통으로 고생했지만, 초산치고는 무사히 아이를 낳았다.

한국에서는 아빠가 탯줄도 자른다는데, 미국은 그런 게 없는 모양이었다.


“레오나, 고생했어. 그리고 고마워. 복댕이를 낳아줘서....”

“....”


레오나는 자신이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에 여전히 무섭고 신기하고 실감을 잘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아기를 처음으로 안아보며 그제야 울음을 터트렸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감동의 눈물이었다.

류지호라고 다르지 않았다.

두 번의 삶을 통틀어 혈육을 처음으로 안아볼 수 있었다.


“시아야... 류시아.”


괜히 코끝이 찡해졌다.

우렁차게 울던 아기는 이윽고 배운 적도 없으면서 본능적으로 엄마 젖을 잘도 찾아 물었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기는 엄마의 심장 고동을 느끼며 젖을 물고는 단잠에 빠져들었다.

누군가에는 평범할 지도 모를 9월의 어느 날이다.

그런데 류지호 가족에게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날이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하루다.

그리고 영원히 잊지 못할 날이기도 하고.


"고생하셨습니다! 보스!"

"내가 뭘? 레오나가 고생했죠.“

“뉴욕에서 좋은 소식이 막 전해졌습니다. 보스.”

“축하드립니다. 보스!”

“시아가 태명처럼 복덩이입니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아빠에게 큰 선물을 안겨줬으니까 말입니다.”


류지호는 뉴욕에서 날아온 전언이건 뭐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자신의 딸에게만 온통 정신이 팔렸다.

꼬물꼬물 대는 아기가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류지호의 눈에서는 계속해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심영숙이 류지호의 곁으로 다가와 은근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들... 한 번 만 더 분발하자.”

“뭘요?”

“첫 째는 며느리 닮은 이쁜 딸을 낳았으니, 둘째는 널 닮은 씩씩한 아들을 낳아야 하지 않겠니?”

“....?”

“아들, 건강에 문제없지? 아직 한창이니까 문제없겠지, 뭐.”


이제 막 첫째를 낳았다.

그런데 어머니는 어서 빨리 둘째를 보고 싶은 모양이다.

그것도 아들을.


[억만장자 영화감독 지호 류가 첫째 딸을 낳았다고 전하며 자신의 감정을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지호 류는 지난 9일 UCLA 메디컬센터에서 딸 시아 류를 품에 안았다. “우리는(본인과 아내 레오나) 기적 같은 경험을 했고, 천사의 부모가 된다는 사실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다. 딸의 이름은 시아이고 매우 건강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지호 류는 비공식적으로 재산순위에서 1위다. 미국과 한국에서 소유한 기업을 증권거래소에 공개하게 된다면 아랍 왕족 못지않은 재산을 거머쥐게 된다.]

- LA TIMES.


마침내 류지호의 첫 째 딸 류시아가 태어났다.

이 소식이 LA지역 언론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언론은 물론이고 대중의 관심이 쏟아졌다.

UCLA 메디컬센터는 철저하게 레오나 병실 출입을 통제했다.

레오나와 아기를 볼 수 있는 인물은 가족으로 한정했다.

따라서 언론과 대중들은 정보에 목말라했다.

한편 한국 언론의 설레발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태어난 지 하루이틀 된 아기를 두고 후계 구도에 대해서 논하는 어처구니없는 칼럼을 내기도 했다.

딱 한 번 매스컴 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류지호는 이후로 병원에만 콕 박혔다.

공식 대응은 JHO Company 이사회의장 비서실에서 전부 처리했다.

온 가족이 비밀리에 벨에어와 UCLA 메디컬 센터를 오가다 보니, 류지호 가족이 받아야 할 축하인사를 매튜, 모리스, 래리 회장 등이 대신 받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어? 왜 미역국을 안 주고 스테이크를 주지?”

“어휴 이 바보! 미국이니까 스테이크를 주지. 바닷가재도 나오네.”


류순호가 멍청한 소리를 했다가 여동생에게 신나게 놀림을 받는 일도 있었다.

산모의 건강은 아주 양호했다.

류지호는 남는 것이 사진이나 비디오라도 되는 듯 툭하면 아기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레오나가 특별히 회복이 빨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출산 문화가 그런 것인지.

일주일 만에 퇴원해 벨에어 집으로 왔다.

퇴원할 때, 의사가 운전은 1~2주 후부터 가능하다고 했다.

류지호는 조심해도 모자랄 판에 무슨 큰일 날 소린가 싶었다.

장모 캐서린이 무용담처럼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난 레오나 낳고 삼일 만에 퇴원해서 직접 운전해서 집에 왔어.”


어머니 심영숙도 거들었다.


“나도 그랬어요. 사부인. 한국에서는 한 달 정도 산후조리 하는데, 지호 낳을 때는 먹고 살기 바빠서 열흘 만에 일을 나갔지요.”


심영숙과 캐서린이 쿵짝이 맞아서 레오나의 수월한(?) 출산을 칭찬했다.

마치 ‘해보니까 쉽지?’ ‘다음엔 더 쉬워‘ 하는 그런 뉘앙스였다.

류지호는 자신의 실책을 후회했다.

3개월 정도 출산휴가를 냈어야 했다.

그것을 고려하지 못하고 11월부터 영화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니.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다.

팔불출 같은 류지호를 향해 레오나가 한 소리했다.


“괜찮아. 일주 일만 더 쉬면 일상 생활할 수 있어. 한국 시엄마도 계시고, 엄마도 당분간 뉴욕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잖아. 달링은 가서 일 해.”


어쨌든 류지호와 레오나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처음 경험했다.

경이로운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하나의 새 생명이 태어남을 직접 목격하면서 그 신비로움으로 인해 삶과 세상을 보는 시선까지 덩달아 깊어진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그 만큼 딸 시아의 탄생은 류지호에게 있어서 회귀에 맞먹는 기적이었다.

시아가 태어난 날로부터 연이어 사방에서 축하 폭죽이 터졌다.

실제 폭죽이 터진 것은 아니다.

폭죽 터지듯 많은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났다는 의미다.


❉ ❉ ❉


류지호의 득녀 뉴스가 사회·문화면을 장식했다면, 경제면은 단연 Rehman Bros 파산 루머가 장식했다.

한국의 모 언론에서 산업은행의 Rehman Bros 인수를 촉구하는 칼럼이 실렸다.

그런데 그 칼럼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망한 투자은행을 인수해서 어디에 쓰냐고.

반면에 한국의 경제신문들이 산업은행의 Rehman Bros 인수를 적극 독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의국 정권은 산업은행을 민영화시킨 뒤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그런 정책에 따라 Rehman Bros의 서울지점 대표 출신을 산업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그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산업은행이 본격적으로 Rehman Bros 인수를 추진했다.

대통령이나 여당의 기대와 달리 산업은행은 부실자산으로 휘청거렸다.

자력으로 글로벌 투자은행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 4대 투자은행 Rehman Bros를 인수해 단숨에 글로벌 금융회사가 되겠다는 욕심을 부렸다.

될 리가 없다.


[한국산업은행의 Rehman Bros 인수 여부가 월가의 초미의 관심사다. 11년 전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산은의 Rehman Bros 인수는 위험과 기회가 팽팽한 초대형 빅딜이다. 인수 후 숨겨진 부실을 떨어내기 위해 막대한 추가 자금이 필요하고 한국계 은행으로 이미지가 각인되면 미국계 고객과 직원이 이탈할 수 있다.]


[산은이 인수 후 경영 정상화에 성공하면 전리품은 엄청나다. 한국 금융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충분한 역량이 있다.]


[서울과 월가를 직접 연결하는 금융고속도로가 생기는 대사건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금융기관들의 눈높이가 월스트리트 수준으로 높아지게 되고, 말로만 외치던 금융세계화의 문이 열릴 것이다. 이는 일본이나 중국도 하지 못한 일이다.]


[만년 금융 후진국인 우리가 요즘과 같은 가격에 세계 일류 금융회사를 인수할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Rehman Bros의 위험만큼 기회 또한 커 보이는 것은 틀림없다.]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산은의 마음가짐이다. 더 철저하게 득실을 따져 인수를 결정하고, 그 결정에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자신이 섰다면 해볼 만한 투자다.]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주요 언론은 투자리스크가 너무 큰 인수라며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백원일보를 중심으로 경제지들이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며 인수를 적극 추천했다.

인수를 적극 추천하면서 언급하는 말이 ‘한국금융의 글로벌화 선진화 기여’였다.

하지만 선진국 금융기관들도 모두 인수를 포기할 정도로 Rehman Bros의 부실이 심각했다.

산업은행 단독으로는 인수가 힘들다는 진단이 내려지자, 곧바로 국내 파트너들을 물색했다.

국내 은행들은 공동인수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며 Rehman Bros 인수와 엮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류지호에게도 이와 관련해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역사적으로 운명을 건 결단 없이 발전이나 진보가 없었습니다.”

- 산은의 Rehman Bros 인수를 찬성하시는 겁니까?

“그 전에.... 산업은행이 자기 앞가림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내가 알기로 부실채권을 꽤나 많이 떠안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국책은행인 산은이 정권의 명령에 움직인다면 그것이 옳은 일입니까? 산은을 비하하는 말로 들리겠지만. 쥐가 고양이를 삼키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여담으로 시간이 흐른 후에 산업은행이 Rehman Bros을 인수했어야 했다는 측과 인수를 포기했던 것이 다행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게 된다.

모든 것은 결과론이다.

산업은행이 몇 년 만에 Rehman Bros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당장은 제 앞가림도 못 하는 처지라서 더욱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고.

만약 산업은행이 Rehman Bros을 인수해 정상화 시킬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투자은행을 보유할 수도 있다.

분명히 기회이긴 한데...


“어떻게 생각해?”


제임스 파커의 생뚱맞은 물음에 매튜 그레이엄이 되물었다.


“뭘?”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보람 찬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99 나의적은나
    작성일
    24.03.01 09:34
    No. 1

    저때 산은이 리먼 인수했으면 혈세로 빚잔치 청산해줬을각
    리먼 파산규모가 한화로 700조원 규모

    브라더스의 북미 지역은 바클리스 캐피털이, 아시아 지역과 유럽 지역의 일부는 일본의 노무라 증권이 인수했는데 북미지역 자산을 인수한 바클리스와 달리 아시아 유럽 자산 인수했던 노무라는 아직도 인수 휴유증으로 적자

    찬성: 7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4.03.01 09:44
    No. 2

    잘 봤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도뮤
    작성일
    24.03.01 10:12
    No. 3

    오늘도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매드원
    작성일
    24.03.01 11:16
    No. 4

    모든인수 끝나고 즨공기업 현황 갱신해주셨으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4 트뤼포
    작성일
    24.03.02 14:15
    No. 5

    2010년 기준 정리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4.03.01 13:12
    No. 6

    말도 안되는 짓을 주도한게 누구인지 모르겠네요.
    진짜 미친짓 이죠.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15 만수무강(萬壽無疆). (3) +3 24.03.29 1,782 88 21쪽
814 만수무강(萬壽無疆). (2) +3 24.03.28 1,760 84 24쪽
813 만수무강(萬壽無疆). (1) +8 24.03.27 1,816 80 25쪽
812 둘째 생기는 거 아냐? +9 24.03.26 1,826 92 30쪽
811 문제는 기술의 진보가 끝났을 때.... +5 24.03.25 1,762 92 24쪽
810 기를 쓰고 흥행시킬 생각이다! +8 24.03.23 1,737 94 26쪽
809 Christmas Cargo. (12) +9 24.03.22 1,637 89 27쪽
808 Christmas Cargo. (11) +4 24.03.22 1,469 69 26쪽
807 또 작두 타는 영화 제작해야 하나? +8 24.03.21 1,656 85 23쪽
806 Christmas Cargo. (10) +3 24.03.21 1,492 78 24쪽
805 Christmas Cargo. (9) +8 24.03.20 1,597 85 26쪽
804 Christmas Cargo. (8) +6 24.03.20 1,513 73 23쪽
803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2 24.03.19 1,667 88 23쪽
802 가온그룹의 선전 덕분 아니겠습니까? +3 24.03.18 1,728 95 31쪽
801 Christmas Cargo. (7) +9 24.03.16 1,689 101 23쪽
800 Christmas Cargo. (6) +10 24.03.15 1,618 91 23쪽
799 Christmas Cargo. (5) +4 24.03.15 1,485 71 25쪽
798 Christmas Cargo. (4) +8 24.03.14 1,638 86 25쪽
797 Christmas Cargo. (3) +4 24.03.14 1,544 81 25쪽
796 Christmas Cargo. (2) +8 24.03.13 1,711 87 25쪽
795 Christmas Cargo. (1) +8 24.03.13 1,697 82 24쪽
794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3) +6 24.03.12 1,834 94 23쪽
793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2) +3 24.03.11 1,813 90 23쪽
792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1) +5 24.03.09 1,882 86 21쪽
791 광폭행보(廣幅行步)! (4) +3 24.03.08 1,857 91 27쪽
790 광폭행보(廣幅行步)! (3) +2 24.03.07 1,836 84 25쪽
789 광폭행보(廣幅行步)! (2) +4 24.03.06 1,894 82 26쪽
788 광폭행보(廣幅行步)! (1) +3 24.03.05 1,951 91 27쪽
787 빅딜 해볼 생각 없어? (4) +5 24.03.04 1,892 94 24쪽
786 빅딜 해볼 생각 없어? (3) +8 24.03.02 1,903 87 2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