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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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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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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3.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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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글자
26쪽

Christmas Cargo. (9)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한국 로케이션의 조감독은 이동화가 맡았다.

이번 한국 로케이션에 류지호의 촬영현장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터커 레이튼은 함께 하지 않았다.

한국 현지 연출팀과 더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이동화를 불렀다.


“Stand By!"


클리프 레저와 조현석은 미해병 1사단 F중대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미 유담리 전투는 아이오와 로케이션에 끝냈다.

배런 렌프로와 유진우는 미육군 7사단 32연대 1대대 31특임전투단 소속으로 설정했다.

막 유담리가 중공군의 공격을 받은 바로 그 시각 장진호 동쪽 건너 편.


[와아아아!]


삐리리리리리리!


장진호 건너에 배치되어 있던 두 개 대대 편성의 미 육군 7사단도 중공군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이 대대는 31전투단이라는 특임 편성부대다.

교전 초기 특임대장은 전투에서 부상을 입었다.

그로 인해 중공군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대신해서 32연대 대대장 페이스 중령이 지휘를 넘겨받았다.

그 역시 퇴각 작전 중 전사하고 만다.

지휘관을 잃은 부대는 뿔뿔이 흩어진 채 장진호를 탈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문제의 이 특임전투단에 부산 지방에서 모병해 간 700명의 카투사 병사가 있었다.

그 가운데 배우 유진우가 연기하는 카투사가 포함되어 있다.

이 캐릭터는 실존 인물의 사연에 영화적인 상상력을 가미했다.

<Christmas Cargo>의 장진호 동쪽 전투 시퀀스는 실제 역사와 영화적인 상상력의 결합이다.

장진호 대전투 첫 날.

문제의 31특임전투단은 중공군을 맞이해 힘겨운 전투를 벌였다.

F중대의 바버 대위처럼 사전준비를 하고 있어도 막아내기 힘겨운 전투였다.

그런데 31특임전투단은 그런 준비가 부족했다.


드드득!


31, 32특임전투단 D포대의 야포가 방어선 안쪽으로 들어간다.

중공군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야포들이 각각의 진지마다 자리를 잡았다.

그 광경을 중공군이 고스란히 감시하고 있다.


M2 곡사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근대 포병의 교과서라 불리던 프랑스제 M1897 75mm 야포의 후신으로 개발되었다.

1925년에 프로토타입이 첫 등장했는데, 그것을 개량한 최초 생산분이 1934년에 M2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이후 1940년에 미군이 구조를 단순화하고 폐쇄기를 편리하게 개량했다.

미육군에서 사단포병용 M2A1으로 채용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분류번호가 바귀었다.

M2는 M101A1으로, M2A1은 M101A2로 바뀌었다.

이 야포들이 한국군에게도 공여되어 한국전쟁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야포의 성능 자체가 꽤 쓸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전 세계 65개국에서 채용한 베스트셀러입니다. 지금까지도 현역에서 운용되고 있는 야포죠. 아마 한국군도 운용할 걸요?”


웨폰마스터의 물음에 류지호가 동문서답을 했다.


“한국군은 한국전 때 사용하던 수통을 아직도 병사들이 사용하고 있어요.”

“선배들의 뜻을 기리는 모양이군요?”

“그럴 리가요.”

“......?”

“한국군은 아무리 오래되었어도 노후되었어도, 그 어떤 장비도 함부로 버리지 않아요. 끝까지 씁니다. 안 굴러가도 어떻게 해서든 고쳐서 쓰고 이쪽 부품을 빼다가 저쪽에 끼워서 활용하고.... 한국군에게 사용연한 같은 개념이 없어요.”

“한국은 국방비를 제법 많이 쓰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게요. 그 예산들이 다 어디에 쓰일까요? 나도 궁금해요.”


어쨌든 땅거미가 질 무렵, 중공군은 또 다시 안곡 방어진지에 대한 전투를 재개했다.

두 번째 날은 끝장을 보자는 듯 중공군의 공세가 상당히 매서웠다.

동쪽 진지가 중공군에게 넘어갔다.

중기관총 한 정까지 적의 수중에 넘어갔다.

하지만 특임전투단 병사들의 매서운 반격으로 기관총 방어선을 수복할 수 있었다.

한 밤중에 중공군 일부가 포병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까지 돌파해 왔다.

포병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근처에 있던 다른 야포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중공군을 사살하거나 격퇴시켰다.

전투는 밤새도록 계속되었고 무척 치열했다.

일시적으로 여러 군데 진지가 중공군에게 돌파당했지만, 결국은 모두 재수복했다.


동틀 무렵.

비록 방어진지 대부분이 위태로웠지만 여전히 미군이 수호하고 있었다.


“중국놈들은 하필 밤에만 공격해서 이 고생을 시키는 거야!”


영화 속 캐릭터의 대사가 아니었다.

스태프들의 짜증이었다.

장진호 전투는 주로 야간에 벌어졌다.

당연히 촬영도 주로 야간에 이루어졌다.

아이오와에서는 ‘데이 포 나잇’이었지만, 그곳보다 포근한 한국에서는 실제 야간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오밤중에 황매평전에서 촬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이오와에서와는 또 다른 방식의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디렉터, 다음에도 빌어먹을 Eye-MAX 영화를 찍는다면 난 부르지 말아줘요.”

“다음에는 Eye-MAX 3D가 될 것 같은데.....”

“제....제기랄...!”


류지호 영화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

그런 만큼, 계약조건이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좀 더 좋다.

또 다시 제의가 온다면 마다하기 쉽지 않다.

류지호가 배런 렌프로를 혼냈다.


“배런, 넋 놓지 마! 집중해!”


배런 렌프로가 여유가 넘치다 못해 정신줄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류지호는 연출 스트레스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예민해졌다.

매서운 겨울 추위.

도떼기시장 같은 촬영현장.

소문을 듣고 찾아온 구경꾼까지.


타타타탕!


장진호 건너 안곡의 페이스 특수임무부대.

유진우와 카투사들이 철로와 도로를 따라 접근하는 일단의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이 중공군은 이틀 동안 공격을 가한 부대와 전혀 다른 부대였다.

새벽이 되기 전, 불길한 전투양상이 새롭게 전개되었다.

루크 포드 소위(배런 렌프로)와 카투사들은 중공군 시체를 모아 쌓아두었다.

그 가운데 생존자 두 명이 있었는데.


[4,000명이 미군을 포위하고 있다. 지휘관들은 야포를 파괴하는 병사에게 아주 큰 포상을 약속했다.]


중공군 생존자의 말이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포대를 완전히 무력화시키기 전까지 공세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후우.]


해가 지면 어김없이 장진호 일대가 정적에 휩싸였다.

그러다 자정 직전에 어김없이 중공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피리 소리와 나팔 소리에 특임전투단은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며칠 동안 교전의 패턴이 반복되었다.

팽팽한 고요를 깨고 중공군이 공세를 감행하면, 미육군 방어진지에 있던 포병과 박격포가 사격을 개시하면서 막이 올랐다.

곧이어 중공군의 기관총과 소총 사격이 가세하고, 총알이 특임전투단 머리 위로 지나가며 공포심을 자극했다.

중공군은 죽여도 죽여도.... 계속해서 병사가 충원되었다.

상식적이지 않은 병력 충원이 계속됐다.

한편으로 비인간적인 작전이었다.

전장에 투입되는 족족 죽고 부상당함에도 중공군 지휘부는 병사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어떤 가혹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시체의 산을 쌓는 공성전략을 보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UN군의 탄약과 중공군의 생명을 교환하는 방식의 전투 같기도 하고.


빰빠라라빰!


퇴각 나팔소리가 온 전장에 울려 퍼지면 어김없이 중공군들이 썰물처럼 빠졌다.

수없이 많은 병사가 죽어나갔지만, 중공군은 특임전투단 방어진지를 뚫지 못했다.


11월 30일 오전.

사단으로부터 장진호 부대들에 무전명령이 하달되었다.


[부상자 후송을 위한 헬리콥터 착륙장이 필요하다. 소대지역에 있는 안곡 물가에 임시 착륙장을 확보하라.]


루크 포드 소위가 부대원들을 인솔해 착륙장을 확보한다.

곧이어 부상자를 후송할 헬기가 도착하는데, 사단장이 타고 왔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특임대 페이스 중령과 개별 면담에 들어갔다.

부대원들은 두 상관들의 면담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봤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페이스 중령도 참모들에게 입을 열지 않았다.


[진지를 포기하고 하갈우리 사단 본부로 탈출한다.]

[부상병이 500명이나 됩니다.]

[300명도 안 되는 카투사 인원으로 저 쥐떼 같은 적들을 뚫고 사단본부까지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700명의 카투사 병사 중에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이는 채 300명도 안 되었다.

그럼에도 도리가 없었다.

사단장과 특임대 지휘부는 철수를 결정했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사단장이 헬기를 타고 하갈우리로 돌아갔다.

곧바로 철수작전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31연대 후방부대와 제31 전차중대가 16시 정각에 몇 대의 탱크를 앞세우고 철수를 시작했다.

해가 떨어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

배런 렌프로와 유진우가 속한 카투사만 안곡에 홀로 고립되었다.

그들과 하갈우리 사단본부 사이에 어떤 아군 부대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들을 지휘하는 루크 포드 소위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한 놈이라도 더 데리고 간다!]


최후를 각오한 루크 포드와 특임전투단은 여지없이 시작된 공격에 맞섰다.

고립된 루크 포드의 부대에는 모든 종류의 탄약이 다 부족했다.

3일 밤낮 동안 이어진 전투로 피로가 극심한 상황이었다.

보초를 설 때 잠들지 않으려고 어린 카투사 유진우는 갖은 애를 다 쓴다.


꽝!


중공군의 박격포 사격이 20시에 시작되었다.

탄막사격 수준으로 약 40분 이상 지속되었고.


[곧 보병이 밀려온다. 그 전까지 개인호 속에 시체처럼 처박혀 있어!]


새벽 3시.

중공군의 매서운 공격에 방어진지 몇 곳을 잃었다.

중공군은 날이 밝은 후에도 방어진지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일부가 남아서 진지를 점거했다.

당시 전투에서 살아남은 노병이 류지호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Jay.... 난 그 날의 악몽 같은 일들을 낱낱이 기억한단다. 네가 아무리 대단한 영화감독이라고 하더라도 그 잔혹하고 적나라한 비극적 모습을 완벽하게 복원하지 못할 거야. 우린 그날 영하 30도 날씨 속에서 무려 80시간 동안 공격을 받았어. 상상이 되니?”


특임전투단 누구하나 잠을 잘 수 없었다.

세수?

면도?

물 마실 시간도 없었다.

수염이 덥수룩한 병사 몇 명의 수염에 고드름까지 달려있을 정도였다.

해가 지면 어김없이 중공군은 나팔, 호루라기, 화염, 따발총 같은 공포심을 자아내는 무기와 침투전술로 끊임없이 괴롭혔다.

나팔과 피리 소리는 깜깜한 밤에 묘한 공포와 혼란을 초래했다.

너무나 단단하게 꽁꽁 얼어서 땅을 팔 수가 없었다.

때문에 소총수들과 화기요원들은 제대로 된 참호를 가질 수 없었다.


쌔애애애액!


특임전투단의 안곡 방어진지 상공에 F-4U corsaire 4기가 나타났다.


[예....스으으.]


병사들은 환호성이 터지려는 걸 억눌러 참았다.

사실은 환호성을 지를 수 없을 정도로 지쳐있었다.


[겨우겨우 퇴각 준비를 마쳤습니다.]


도로 위에는 차량들이 일렬종대로 서있고, 포병과 박격포대원, 걸을 수 있는 본부 부상병들이 차량 양쪽에 줄을 섰다.

공중 엄호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니 탈출하기만 하면 되었다.

중공군이 순순히 특임전투단의 퇴각을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특임전투단 방어진지에 대한 무차별 박격포 세례가 퍼부어졌다.


[빌어먹을!]


F-4U corsaire 4기가 방어진지를 압박하는 중공군 병력을 향해 네이팜탄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거리 조절에 실패!

너무 앞쪽에 떨어지는 바람에 아군 사상자가 발생했다.


[맙소사!]


특임전투단 보병들은 패닉에 빠졌다.

F-4U corsaire들이 제대로 폭격지점을 잡은 후로 중공군에게도 공평하고 공포의 시간이 도래했다.

집중적으로 네이팜탄이 투하됐다.

화염폭탄에 겁을 집어먹은 중공군 일부가 달아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중공군은 계곡을 따라 탈출하는 특임전투단을 향해 각종 화기를 쏟아 부었다.

특임대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전사자가 속출했다.

유담리와는 완전히 상황이 달랐다.


14시경.


철수차량 행렬의 선두가 첫 번째 다리에 도착했다.

누구도 교량이 폭파되어 있다는 정보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끊긴 다리를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특임대는 늪으로 변한 개울을 건너기 시작했다.

차량의 바퀴가 진흙에 빠져 꼼짝달싹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흥남철수 작전의 고난을 암시하는 상징적인 모습들이 펼쳐진다.


투타타타타!


[으악!]

[죽어라. 개자식들아!]


장진호 일대 다리를 중공군이 폭파해 놓았다는 걸 몰랐단 것이 뼈아팠다.

사상자가 속출했다.

미처 예상치 못한 시간이 소비됐다.

유담리의 미해병 1사단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날이 어두워졌다.

더 이상의 항공기 지원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명 1221고지라 불리는 중공군이 점거한 진지에서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


[1221 고지의 적을 무력화시키지 못하면 더 이상의 이동을 불가능하다.]

[싸울 병사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탄약도... 점점 고갈되고 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특임단는 1221고지 공격을 감행하게 되었다.

여기에 카투사들도 참여했다.

수많은 희생을 치른 끝에 1221고지를 탈환하고 만다.

웃을 수만은 없는 일화도 많았다.

고지로 돌진할 때 적의 총탄이 아니라 눈발에 미끄러져 어이없이 죽는 병사도 더러 있었다.

우스꽝스럽지 않다.

처절하지도 않고.

그저 덧없을 뿐.

허무하게 생명이 사그라지는 모습이 덧없고 의미 없어 보인다.


[......]


특임전투단 지휘관 페이스 중령은 호송부대와 이동하고 있었다.

이전 전투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있어서 사실상 지휘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중공군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호송부대를 유린했다.

1221고지 산비탈.

부상을 입고 있던 페이스 중령은 애석하게도 중공군이 던진 수류탄을 맞고 말았다.

이 전투에서 페이스 중령을 포함한 수많은 장교와 병사들이 사망했다.

지휘관이 사라지자, 다음 계급의 고참이 부대원을 이끌었다.

이미 중공군은 얼어붙은 장진호로 들어가는 길을 제외하고, UN군을 완벽하게 포위한 상태였다.

31특수임무부대 생존자들의 선택지는 각자도생만 남았다.

결국 각기 소규모 그룹으로 부대가 개편되었다.

그렇게 쪼개진 부대단위들이 중공군의 공격을 받으며 장진호 남쪽 사단 본부로 죽음의 탈출을 감행했다.

그들이 하갈우리에 도착한 것은 12월 2일 새벽이었다.

특임부대는 사실상 궤멸상태로 퇴각했다.

장진호에는 미군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영국의 해병부대를 비롯해 UN군도 있었다.

류지호는 오로지 미해병 1사단, 미육군 특임전투부대, 카투사 부대에만 집중했다.

장진호에서 벌어졌던 크고 작은 전투들.

컴퓨터 그래픽 없이 순수하게 아날로그로 촬영되었다.

당시 병사들의 겪었던 삶과 죽음의 경계에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Christmas Cargo> 제작진들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너무 제작진을 고생시키는 것이 아닌가 주춤할 때가 있을 정도로.

어쨌든 장진호 동쪽의 UN군은 밤이 되면 영하 30도까지 하강하는 강추위 속에서 중공군의 총공격을 감내해야 했다.

다른 쪽에 주둔하고 있던 해병대와 일부 부대는 자기들이 지키던 고지를 끝내 사수했다.

그러나 미육군 31특임전투단 병력은 포위 공격을 받고 궤멸됐다.


“감독님...! 아니 형!”


조감독 이동화가 당장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류지호를 불러 세웠다.


“왜? 이거 놔 인마.....”


류지호가 소매를 붙잡은 이동화의 손을 떼어냈다.


“나 좀 살려줘요.”

“겨우 5회차 전투씬 찍고 앓을 소리야 자식이.... 밥숟가락 놓고 싶냐? 영화판에서 은퇴할래?”

“그게 아니구요!”

“그게 아니면. 다음 주 촬영 빵꾸 날 것 같아서?”

“형도 전화를 안 받고, 재욱이 형도 전화를 안 받으니까. 죄다 나한테 전화를 하잖아요!”

“누가?“

“누군 누구에요! 감독님들하고 피디님들이지.”


류지호와의 친분을 내세워서, 혹은 없는 친분까지 만들어서 촬영장 견학을 부탁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워낙에 엄청난 촬영을 하고 있어서 충무로에서도 관심이 무척 컸던 것.

세상의 수많은 감독들에게 70mm 영화는 로망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

<복수의 꽃> 제작 당시에는 지금처럼 뜨거운 반응은 아니었다.

Eye-MAX 포맷이 보편화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너한테 스케줄 물어?”

‘당연하죠. 모두가 전화 씹으니까 죄다 저한테 물어보잖아요. 일이 안 됩니다. 하도 전화가 많이 와서.“

“전화 꺼 놔. 나처럼.”

“그럼 일이 됩니까!”

“미리미리 휴대폰 몇 개 세컨 폰으로 마련해 놓지 뭘 했냐 지금까지?”

“....”

“어쭈? 그 기분 나쁜 눈빛은 뭔데?”

“......”

“한 대 치겠다?”

“농담이 아니라구요. 촬영장에 놀러 오는 것도 아니고, 한 수 배우러 오겠다는데 뭘 비싸게 구냐고 저한테 막 뭐라고 해서....”

“누가?”

“이름 대면 꼬지른 게 되잖아요. 있어요. 그런 감독님이.”

“일 없다고 해. 류지호는 가족한테도 촬영장 함부로 공개하지 않는다, 딱 그렇게 전해.”

“<복수의 꽃>에서는 잘만 사람들 구경 시켜줬으면서....”

“그때는 한국 감독이나 촬영기사들에게 Eye-MAX가 뭔지 알려주려고 했던 거고.”

“이번에는 요?”

“<태극기 휘날리며> 때 많이들 구경했을 거고, 올해 <포화 속으로> 촬영도 하잖... 아, 비싸게 군다고 욕하는 감독이 존 리냐?”

“몰라요. 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알겠어. 일단 재욱이한테 말해 둘게.”

“제발 좀 요.”


류지호는 이동화를 숙소로 보내고, 곧바로 김재욱을 호출했다.

그에게 무엇을 지시했는지는 다음 날 뉴스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경남 합천 인근에서 촬영 중인 류지호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가 일정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제기되었다. 변덕스러운 한국의 겨울 날씨 때문이 아니다. 1,500억 원이 훌쩍 넘는 제작비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져진 한국전쟁 배경 영화는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남 지역에서 수백 명의 엑스트라들이 동원되고, 하루 소요되는 식자재만 엄청난 물량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촬영에 들어가는 <포화 속으로> 제작진은 할리우드 전쟁씬 촬영을 한 수 배우겠다는 자세로 촬영장 공개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JHO 픽처스의 아시아담당은 “할리우드 영화는 촬영현장을 절대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계약서에도 비밀조항을 삽입한다면서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고맙지만, 제작진이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촬영지 방문이나 스태프에게 청탁하는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 제일신문 연예부.


❉ ❉ ❉


아이오와주에 만들어져 있는 하갈우리 사단본부 야외 세트보다 작지만 비슷한 모습으로 합천 테마파크에도 준비가 되어 있다.

합천 세트에서는 한국계와 중국계 배우들 출연 분량만 모아서 찍었다.

아이오와 하갈우리 천막촌의 일부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세트.

31특임전투단 병사로 설정한 배우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하갈우리로 겨우 살아 돌아온 병사들의 몰골은 최악이었다.

패잔병.

명백히 패배한 병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단 본부에 근무하는 카투사가 막 도착한 미육군 31특임전투단 병사를 붙잡는다.


[우리 한국군은 어떻게 되었나?]


미 육군 7사단에 배속된 카투사들은 계급이 없었다.

헌데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한국인은 미해병이며 장교였다.

해병1사단 마크를 달고 있었으니까.


[안곡에 한국군은 없었습니다.]

[1개 대대 정도 카투사가 있었을 텐데....?]

[모르겠습니다. 12시간 전에 뿔뿔이 흩어져서....]


UN군의 희생은 안타깝다.

한국인 통역장교 입장에서는 동족 병사들의 희생이 더욱 가슴 아팠다.

유담리로 진출했던 해병들이 철수하고 얼마 안 가서 장진호 동쪽 깊숙이 진격했던 미육군 7사단 병사들도 차례로 철수해 왔다.

미육군 7사단에 배속됐던 700명의 카투사 중 살아서 돌아온 병사는 200여 명 뿐.

부산에서 모병한 카투사들은 사단본부 통역장교나 카투사 킴(조현석)처럼 영어가 가능한 지금의 카투사 개념과 많이 달랐다.

영어는커녕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경상도 출신의 농촌 청년들이었다.

급하게 편성된 부대였기에 통역장교 따로, 카투사 따로, 영어를 못하는 단순 지원부대 따로.

한 부대에 일관된 것이 없었다.

워낙 졸속으로 탄생한 부대가 카투사였기에.

2009년 이 시기까지도 카투사 부대의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을 정도다.

결국 미육군 7사단 카투사 생존자 가운데 50여 명이 사단본부 통역장교에게 배속된다.


[자네들은 앞으로 철수하는 미군을 보조해 중공군 포로들을 감시할 거야.]

[넵!]

[짬짬이 주변을 경계하는 임무도 주어질 것이고. 포로가 우리 병력보다 훨씬 더 많다. 감시와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도록!]

[예! 중위님!]


퇴각작전에서 생존한 카투사들은 한국인 통역장교 밑으로 배속된 것을 무척 좋아했다.

말도 안 통하는 미군들 사이에서 천시당하면서 죽을 고생만 했다.

전쟁에 참전해 처음으로 한국인, 그것도 사단장까지 꼬박꼬박 중위(루테넌트)라고 인정해 주는 장교의 지휘를 받게 되자, 안심이 될 수밖에.

전쟁터에 함께 싸운 전우들.

그 안에서도 인종차별이 엄연히 존재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런 인종차별주의자도, 카투사에게 구함을 받고 개과천선(?) 하는 곳이 전쟁터다.

미육군 특임전투단에서 카투사를 못살게 굴던 소대장 한 명이 용감무쌍한 카투사들로 인해 목숨을 구함 받고, 하갈우리까지 무사히 퇴각한 일화도 찍어두었다.

사단 본부를 눈앞에 두고, 미보병 소대장이 류진우에게 손을 내민다.


꾸욱.


두 사람은 말없이 악수를 나눈다.

무사히 사단 본부로 퇴각한 것에 대한 격려고, 죽음에서 구해 준 감사의 표현이다.

류지호는 떠들썩하게 강조하지는 않았다.

그저 지나가듯 슬쩍.

<Christmas Cargo>는 일차적으로 미국인 보라고 만드는 영화다.

그렇기에 미군 위주로 포커스가 집중되어야 한다.

게다가 상업적으로 청춘스타인 배런 렌프로를 부각시킬 필요도 있다.

어쨌든 장진호 동쪽으로 진격했던 미육군 특임전투단이 하갈우리로 퇴각했다.

부상 없이 도착한 제31연대 전투단은 385명뿐이었다.


12월 2일.


하갈우리에 만들어 놓은 임시 활주로를 활용해 960명의 사상자가 하갈우리를 떠났다.

일부 시신은 장진호 동쪽 진지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었다.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채 눈밭에 남겨두고 와야 했던.

특히나 무명의 카투사들의 시신들.

그나마 사단 본부까지 도착해 사망한 카투사의 시신은 다른 미군 시신과 함께 미국으로 보내졌다.

한국전쟁 후에 미국은 상당히 큰돈을 주고로라도 북한과 협상해 유해를 찾아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휴전한지 50년이 넘었음에도 유해 송환 협상을 꾸준히 하고 있고.

과연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조국을 지키기 위해 이름 없이 쓰러져간 무명용사들.

마지막 남은 유해 한 조각이라도 찾아내 유족들 품으로 돌려보내 주는 것은 진영논리가 들어갈 틈이 없는 마땅히 수행해야할 정부의 의무다.

또한 지금의 풍요를 누릴 수 있도록 목숨을 내놓은 선열들에 대해 후손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고.

참고로 미국이 발굴한 카투사 시신 12구가 2016년 북한에서 미국을 거쳐 66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북한 지역 국군 전사자 유해 송환은 1954년 남북이 판문점을 통해 대규모로 전사자 유해를 주고받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액션!”


할리우드 배우들 분량의 촬영이 시작됐다.


[후우!]


바버 대위가 부상병을 수송기에 태워 보낸다.

사단장 윌리엄 스미스가 다가와 바버 대위 곁에 서서 수송기를 통해 하갈우리를 떠나는 전우들을 지켜본다.

윌리엄 스미스(제랄드 깁슨)가 폐가 타들어갈 듯 담배를 빨아대며 입을 연다.


[매우 힘든 전투를 벌였다고 보고 받았다.]

[산등성이에 올라가기도 전에 전부 얼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 지역의 겨울철 고지점령전은 원점부터 새롭게 구성해야 합니다.]

[후우! 만약 적들이 나치의 기갑화력에 공군력까지 있었다면 미해병대는 전멸했을 거야.]


불행 중 다행이었다.

중공군 사단은 1개 포병대대만 가지고 있었다.

기갑부대 같은 중화기도 없고, 공군도 없었다.

중공군은 오직 소총과 박격포, 그리고 약간의 포병화력만 가지고 UN군에 맞섰다.

각종 중화기와 항공지원을 받는 미해병대와는 엄청난 화력의 차이가 존재했다.

피리와 나팔을 불며 진격한 중공군은 흡사 불나방이었다.

사실은 메뚜기 떼에 가까웠다.

아무리 죽여도 태가 나지 않는.

어마어마한 메뚜기 떼.

게다가 UN군을 완벽하게 포위하기까지 했다.

당시 장진호는 살아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았던 죽음의 늪이었다.

11월 27일 밤부터 12월 1일까지 미해병 1사단과 미육군 7사단에는 그랬다.

실제 역사에서 12월 1일에 가서야 도쿄사령부에서 철수명령이 떨어졌다.

장진호 깊숙이 진격했던 병력들이 하갈우리에 도착한 것은 12월 3일이었다.

모든 게 불리한 상황 속에서 중공군과 싸우며 철수해야 했던 작전이었다.

중공군에게 포위되어 있는 불리한 전황에도 미 해병들 사기는 전혀 꺾기지 않았다.

하갈우리의 천막촌에서 따뜻하게 쉬며 푸짐한 식사를 맛본 미해병들의 사기는 여전히 높았다.


[여기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저 중국놈들을 원자탄으로 쓸어버리고, 우리는 다시 국경으로 진격할 거야.]


함정에 걸려 덧없이 목숨을 잃은 전우들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진 않았다.

해병으로서 임무 완수.

자신들의 임무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되새겼다.

진정으로 복수하는 길은 국경인 압록강을 확보해 전쟁을 끝내는 길이니까.

안타깝지만, 실제 역사에 이들이 다시 압록강으로 진격할 일은 없었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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