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연재수 :
962 회
조회수 :
4,114,923
추천수 :
126,750
글자수 :
10,687,407

작성
24.03.09 09:05
조회
1,882
추천
86
글자
21쪽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모두가 JHO의 깜짝 산요 인수에 놀라워한다. 물론 예상치 못한 광폭행보임엔 틀림없다. 그 전에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산요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사업 부진으로 수 조원에 이르는 적자가 누적된 회사였다. 이에 따른 책임을 지고 창업자의 2세가 일선에서 물러나며 TV 앵커 출신의 인사를 회장에 임명했다. 그녀는 영국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식 중계로 일약 스타에 오른 방송인일 뿐 경영에는 문외한이었다. 그녀는 취임 이후 부실 사업 정리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가 싶었다. 그런데 인사의 배경에 회장의 아들인 도시마사(3세)를 후계자로 만들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속셈이 숨어 있었다. (중략) 산요의 경영진이 분식회계로 280억 엔의 배당금을 부당 지급한 것이 드러남에 따라 창업자 일족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 기업 가운데 가장 ‘제왕적 오너’로 유명한 이우에 가문이다. 그들로써는 치욕이 아닐 수 없다. 더해 가족 기업인 나쇼날 전기가 아니라 외국계 자본에 회사가 매각되는 수모도 당했다. (중략) 이제 한국을 보자. 1969년 오성전자가 ‘오성산요전기’라는 회사를 세워 라디오와 TV 기술을 전수받으며 전자산업을 시작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랬던 오성전자는 시가총액 91조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자금 사태나 불법 정치자금, 편법·탈법 경영권 승계 등 매년 홍역을 앓고 있다. 특히 수년 전부터 장남에게 그룹을 물려주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점이 산요와 무척 닮아 있다. 편법은 오래 가지 못한다. 오성의 정도를 벗어난 경영과 대물림이 글로벌 기업 오성의 발목을 잡는 날이 올지 모른다. 산요의 투명하지 못한 경영과 기업의 사유화 및 편법 승계가 주는 교훈이 우리에게도 남 얘기로 들리지 않는 것은 왜 일까.]

- 시사직격 저널 한승수 기자.


본계약식 체결 후 류지호는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GMG Technologies의 인수단이 일본에 남아서 본격적인 SANYO 합병작업에 착수했다.

연말까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추려내고, 경영 합리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실적이 너무 저조한 반도체 사업은 어떻게 할래?”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매튜 그레이엄이 물었다.

그들의 앞에는 SANYO의 실사 자료들이 놓여 있다.

지속적인 적자로 재정이 엉망진창인 반도체 사업은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수희망자가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시도는 계속해 볼 생각이다.


"이차전지 사업을 제외하고 많은 부문에서 총체적 난국이라서....."

“나쇼날 전기에 넘기는 것은?”

“주력하는 제품이 다를 걸.”


산요반도체는 음성 등 아날로그 신호를 처리하는 시스템반도체인 대규모집적회로(LSI)가 주력이다.


“3억 달러를 쓸 수 있는 반도체 회사가 쉽게 나타나지 않겠지만, 일단 일본에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는 미국계 반도체 회사들과 접촉을 해보라고 했어.”


류지호는 SANYO의 반도체 관련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했다.

참모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DALLSA Corp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매각할 생각이다.


“SANYO증권은 어떻게 할까?”

“파산 절차 종결 결정을 받아들이자. 그냥 법인 소멸시키자고. 형이 맡게 될 금융그룹으로 일본의 금융사업 부문은 통합하는 것이 좋겠어.”

“JHO의 도쿄 자산운용사도 넘길 거야?”

“내 소유 벤처캐피탈로 일부를 편입시키려고.”


외부에서는 류지호가 소유한 금융회사가 GARAM과 JHO 계열 정도로만 알고 있다.

실제로는 미국의 델라웨이에 법인을 만들어 류지호의 이름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거나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것도 있다.

수시로 헤지펀드를 만들었다가 없애기도 해서 류지호조차 일일이 기억 못할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사들이 운용되고 있다.


“SANYO의 가전부문은 최대한 빨리 팔아 치우려고.”

“몽땅 다?”

“생활가전과 유무선전화, 팩스, 전기, 가스 설비도 함께 묶어서 매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내비게이션 Gorilla는 따로 빼놓고.”

“내비게이션?”

“나중에 한국의 적당한 내비게이션 회사 인수해서 합병시킨 후에 가온그룹에 넘길까 생각 중이야.”

“Fisher Electronics는 어떻게 할래?”


Fisher Electronics는 1945년 Avery Fisher라는 사람이 뉴욕시에서 설립 한 미국 오디오 장비 제조업체였는데, 1975년 SANYO가 인수해서 현재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오디오 기기 제조사 중 하나인데 주로 가정용 오디오를 만들고 있다.

component audio를 개척한 회사이자 진공관 리시버로 매우 유명한 브랜드다.

MP3로 인해서 진공관 오디오가 마치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고 있는 분위기다.

자연스럽게 수요가 줄어서 형편은 어렵지만, 여전히 브랜드 명성은 높은 편이다.


“Fisher가 가장 좋았을 때, 그 고집스럽게 완벽주의를 추구하던 그때로 돌아가야지.”

“문 닫는 게 아니고?”

“소량 주문만 받을 거야. 그래서 아주 특별한 오디오를 제작하는 회사로 특화시킬 거야.”

“Aaton처럼?”

“응.”

“미술품도 아니고 특허기술 기업도 아닌데... 넌 참 특이한 녀석이라니까....”


류지호가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골동품 수집 취미의 하나라고 생각해 줘.”


Aaton Digital은 프랑스의 아날로그 카메라 및 녹음기 제조사였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메이커다.

1970년부터 16mm 영화용 필름카메라와 35mm 카메라, 나그라 녹음기를 만들어 왔다.

올해 Penelope라는 이름으로 35mm 필름 카메라를 처음 출시했다.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가는 시대라서 큰 호응을 얻진 못했다.

Aaton 역시 디지털 카메라로 변신하기 위해 DALLSA Corp.에 CCD를 주문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류지호는 수석참모 데이빗 브레이텐바크를 프랑스로 보내 담판을 짓토록 했다.

최근에 Aaton을 통째로 사들였다.

Fisher Electronics, Aaton Digital 두 회사 모두 아날로그 제품에 강점이 있는 장인정신이 살아있는 회사다.

한편으로 시대에 뒤쳐진 회사인 것도 맞다.

그라나 류지호는 그들의 고집스러움이 마음에 들었다.

그들의 제품에는 디지털 제품이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기에.


“재테크가 되는 회사를 수집하던가. 그거 나중에 애물단지 된다.”

“사치스러운 덕질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절레절레.


매튜 그레이엄이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외에도 지역신문에 작게 소개된 것 말고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류지호의 회사 인수가 또 있었다.

바로 Surftech라는 캘리포니아 소재의 서핑보드 회사다.

류지호는 원활한 취미생활을 위해서 서핑보드 업체를 구입했다.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에 류지호는 평소 눈독 들이고 있던 서핑 보드 및 의류업 전문업체 Hurely를 니케 스포츠에 빼앗긴 일이 있었다.

괜찮은 업체가 나타나면 사들일 생각을 하던 참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Surftech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류지호는 소유만 하기로 했다.

경영과 운영은 기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곧바로 류지호를 위한 맞춤형 서핑 보드 제작에 들어갔다.

‘Mr. Hollywood' 브랜드 런칭을 준비한다면서 Surftech 디자인팀이 설레발을 쳤지만, 상표권을 인정받지 못해 단념해야 했다.

어쨌든 류지호가 서핑 마니아인 걸 모르는 캘리포니아 주민은 없다.

게다가 유명 넷튜버(?)이다.

랜드로버스와 신진지프를 인수한 것에는 일정부분 류지호의 로망과도 연관이 있다.

정통 Jeep,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픽업트럭에 대한 아재 감성이다.


“조금만 기다렸으면 DM이나 멕스웰 모터 컴퍼니를 살 수 있었는데. 왜 하필 한국의 별 볼일 없는 자동차 회사를 인수한 건지.....”

“미국 자동차 메이커를 인수하려면 백억 달러 이상 필요하잖아.”


매튜 그레이엄이 보기에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대비해서 수백 억 달러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

은행권에 대출을 요청하면 서로 빌려주겠다고 줄을 설 것이고.


“한국의 자동차 노조가 극성스럽긴 하지만, 미국의 자동차노조연맹에 비하면 양반이야. 형은 잘 모를 건데 무쏘라는 브랜드의 SUV가 있어. 당시에 한국차로는 매우 드물게 파리-다카르 랠리를 완주한 기록을 가지고 있거든. 한국 아저씨들에게 아련한 로망을 자극하는 차라고 할 수 있지.”


현재가 그렇단 것이 아니고, 류지호의 이전 삶에서 그랬다.

한국의 보수신문들은 한국 자동차노조를 강성노조 혹은 빨갱이 프레임을 씌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노조의 투쟁에 비하면 한국의 자동차노조는 어린애다.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 노조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없진 않지만, 퇴직자와 가족에게까지 의료보험을 책임져 주진 않는다.

미국의 DM의 경우 현직 종업원뿐 아니라 퇴직자와 가족 등 총 110만 명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주고 있고, 그 비용만 연간 56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DM이 만드는 자동차 1대 당 1,400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미국자동차노조연맹(UAW)의 평생의료보험 혜택 요구를 미국 정부가 받아들인 결과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의 파산위기를 유가의 급격한 상승, 미국발 금융위기의 발발, 글로벌 경기침체의 본격화, 안일한 경영과 트렌드 변화에 대한 대응 미흡을 주요 요인으로 들곤 한다.

사실관계를 따지고 들자면, 이른바 유산비용(Legacy Cost)이라고 불리는 퇴직자 의료보험과 연금의 급증이 경영을 위태롭게 한 면이 없지 않다.

언론에서 그 내용을 전하려고 하면 UAW와 자동차 노조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압박을 가한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퇴직자들의 의료보험과 연금까지 책임진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누린다는 것은 그 의미가 한국과 많이 다르다.

오죽하면 JHO Company Group의 높은 직원 충성도와 낮은 이직률을 의료보험과 복지에서 찾을까.


“SANYO를 독립법인으로 일본에 그대로 놔두게?”

“외국계 기업이 사업하기 힘든 나라 중에 하나잖아.”

“차기 총리는 누가 될 것 같아?”

“내가 점쟁이야?”

“어허, 한 번 말해 봐.”

“JHO 재팬과 가온그룹 쪽에 간 나오토 중의원 쪽으로 선을 대라고 했어.”

“간 나오토?”

“응.”

“.....음.”

“형도 간 나오토 의원 만나서 친분 좀 쌓아둬.”

“미국 선거는? 지지선언 안 하고 넘어가게?”

“했어.”

“언제?”

“일본 넘어오기 전에.”

“근데 왜 뉴스가 안 됐지?”

“넷튜브에 올렸거든.”

“오밤?”

“응.”

“그가 당선 되면 일본과 조세조약 개정하라고 로비 좀 해야겠지?”

“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


일본법인에서 사업이 잘 돼서 일본에 세금을 많이 내게 된다면 배가 좀 아플 것 같았다.

일본 매출을 미국 본사 실적으로 처리해 세금이 적게 나오게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단념했다.

이 시기 Amazonia.com이 일본에서 그렇게 영업을 하면서 여론이 매우 좋지 않았다.

실컷 돈을 벌어가면서 정작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본 내에서 일고 있었다.

그 같은 여론을 의식해서 일본 세무당국이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고.

참고로 Amazonia 재팬이 미국 본사로 실적으로 계상함으로써 실질적인 사업 주체임에도 세금을 과소 신고했다고 일본 조세당국으로부터 140억 엔의 추징을 받게 된다.

Amazonia 측에서는 일본 내에 항구적인 시설이 없으며 미국 모회사를 보조하는 업무밖에 하지 않았기에 과세 대상이 아니라면서 이의를 제기한다.

일본에 진출한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 상당수가 Amazonia처럼 현지 업체에 일부 업무만 위탁하는 형태로 운영하면서 세금은 본국에만 내고 있다.

일본 세무당국은 미국계 다국적기업의 편법 절세 행위로 인한 세금의 국외 유출을 막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게 된다.

때문에 일본에서 발생한 소득에 어느 정부가 과세할 수 있는지를 놓고 미일 양국 간 과세 논쟁으로 비화된다.

결국 미일 조세조약에 따라 Amazonia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사실 류지호가 일본법인의 세금문제까지 일일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어련히 알아서들 할까.

앞으로 SANYO의 과세 관련해서도 미일 조세조약에 의거하게 된다.

일본 국내법보다 조약의 효력이 우위에 있어서 분쟁이 생기면 미국 기업이 된 SANYO에게 유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금융 분야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형이 알아서 잘 해주리라 믿고.”

“배당 쏠쏠하게 챙겨줄게.”

“분기마다 줄 거야?”

“그래야지.”


미국의 기업들은 배당금을 잘 준다.

20년 이상 꾸준히 배당률을 올리고 있는 기업도 상당히 많다.

류지호만 봐도 소위 배당 킹(Dividend King)이라고 불리는 미국 15개 기업의 주식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다.

매달 월급처럼 계좌에 상당 금액이 꽂히고 있다.


“시아 명의로 계좌를 만들었더라? 너무 이른 거 아냐?”

“기념도 하고 L & GP Group 탄생을 기리는 의미도 있고.”

“몇 주였지?”

“2,000주.”


류지호는 첫째 딸 증권계좌를 개설해서 배당 킹 기업과 2020년 이후에도 잘 나가는 미국 기업의 주식을 각각 10~100주까지 사서 넣어주었다.

겨우 2,000주라고 할 수 있지만, 류시아가 중학교에 입학할 즈음에는 대략 25만 달러 가치를 기록하게 된다.

게다가.


“매년 생일마다 10주씩 사서 넣어주려고.”

“나도!”

“10주만 사 줘. 비싼 주식은 절대 사주지 말고.”

“또 태어날 아이들에게도?”

“응. 중학교 들어가고 나서 팔지 계속 보유할지 아이들에게 맡길 생각이야.”

“어릴 때부터 제대로 가르치기로 작정을 했구나?”

“애들한테 JHO와 가온그룹을 경영해야 한다는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아.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도록 할 거야. 그래도 어릴 때부터 경제에 대해 스스로 깨우쳐 가면 좋을 것 같아서.”

“성과 경제에 관한 교육은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긴 해.”


돈을 버는 법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다.

조기교육을 통해 경제에 대해 쉽게 접근하도록 할 생각이다.

성인이 되어 받게 될 신탁이나 상속 받을 재산을 가볍게 여기지 않도록.


“당장은 주주배당 신경 쓰지 마. 금융그룹 역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실적 개선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테니까.”

“곧 정상화 될 거야.”


특히 SANYO의 경우는 부실자산을 하루빨리 처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남은 부문의 인수자를 찾는데 수월해진다.

SANYO 모터 사업의 경우 휴대폰 진동용으로 한 때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하기도 했다.

제품의 범용화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추후 가온그룹 계열 자동차 메이커들의 수요에 따라서 매각할지 결정한 계획이다.

자동차마다 소형 모터가 적게는 20개 많게는 60개까지 들어간다.

와이퍼부터 파워 윈도우, 파워 시트까지 다양하다.

결국 기술력이다.

기술 경쟁력에 따라 남길지 매각할지 혹은 폐업할지 판단하기로 했다.


“문제는 반도체와 정밀기계 사업부문이 지역 고용에서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건데....”

“맞아. 매각하게 되더라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겠지.”


남에 나라 고용 사정이라고 무턱대고 매각 및 청산을 진행해선 안 된다.

반드시 역풍을 맞게 되어 있다.

특히 일본 같은 폐쇄적인 국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SANYO는 자회사와 계열사가 100개에 육박할 정도로 큰 기업이다.

이들 회사를 통합 및 분리 또 매각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게 된다.

빠르면 2010년, 늦어도 2012에 가야 구조조정과 정리가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 소재한 회사들은 오사카 인근으로 모두 옮겨야 하고....”

“공장들을 통째로 옮기려고?”

“응. 2011년 봄 전까지 완료해야 돼.”

“대규모 사업장이 이전하면 지역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도 가만있지 않을 텐데?”

“상관없어. 무조건 이전 시킬 거야.”


SANYO의 주요 사업장은 효고, 돗토리, 나고야 등지에 분포되어 있다.

전지사업은 오사카 서쪽 도쿠시마에 소재하고 있고.

반면에 문제의 후쿠시마현에 인접한 나가타에 반도체 공장이, 군마에 니켈수소 배터리 공장이 소재하고 있다.

두 곳 모두 후쿠시마 원전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원전 사고가 났을 때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도쿄를 제외한 SANYO, JHO, 가온그룹의 사업장을 오사카 등 일본 서쪽 지역으로 모두 옮길 예정이다.

그에 맞춰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다룬 영화도 개봉하기로 계획되어 있다.


“나오토 중의원이 나름 물리학과 출신이야. JHO Security 보고서를 보내보려고. 그라면 혹시나 대화가 통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

“과학계에서는 50년 대지진 주기설은 없다고 하던데?”

“나오토는 진짜 과학자가 아니잖아. 과학을 전공한 정치인이지.”


일본의 탈 관료주의를 주장하는 정치인 중에 한 명이 간 나오토다.

일본의 고질병인 관료주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인재인 이유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일본의 관료주의가 얼마나 심각하면 서구권에서 ‘일본병’이라고까지 표현할까.

이전 삶처럼 나오토가 일본 총리가 된다면, 그를 설득하고 움직여야 했다.

자연재해인 대지진과 쓰나미는 막을 수 없다.

그런데 인재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인간의 대처로 얼마든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암튼 매튜 그레이엄이 언급한 ‘50년 대지진 주기설’은 규모 8.5가 넘는 대지진이 10년 정도 활발하게 일어났다가 이후 40년 정도 대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1906년 남미 에콰도르에서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했다.

40여 년이 지난 1952년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1960년 칠레 남부에서 규모 9.5의 대지진이, 1964년에는 미국 알래스카에서 규모 9.2의 대지진이 발생한 뒤 1960년대 중반 이후 다시 잠잠해졌다.

그러다 40년이 지난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섬 해저에서 규모 9.1의 대지진이 발생했고, 그 주기설에 의하면 향후 2~3년 안에 그와 비슷한 규모의 대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전 삶에는 실제 2010년 칠레에서 규모 8.8의 대지진이, 2011년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90년대부터 류지호는 JHO Security와 UC계열 대학의 지질학과에 환태평양 조산대 일명 불의 고리에 관한 관찰과 예측 시뮬레이션 용역을 의뢰해 놓았다.

JHO Security에도 의뢰한 것은 고지식한 과학자들이 대지진이 없다고 결론을 내는 것을 우려해서다.

조작까지는 아니지만, 그럴 듯한 가설을 만들기 위해 JHO Security라는 이름값을 활용할 수도 있다.


“또 예지력이 발동하는 거야....?”

“무슨! 그냥 조심성이야. JHO의 주 사업장들이 전 세계 지진의 80%가 일어나는 불의 고리에 분포되어 있잖아. 멕시코, 캘리포니아, 밴쿠버, 일본, 동남아시아, 호주에 걸쳐 분포하고 있어. 당연히 잘 살펴야지. 만약에 그 곳들에서 대지진이라도 일어난다면... 손해가 상상이나 돼? SANYO가 4년 전 니가타현 지진으로 반도체 회사에 엄청난 손해를 봤잖아.”

“어리석은 SANYO 경영진이 보험을 들어놓지 않아서 그런 손해를 보게 된 거고.”

“암튼, 해외 사업체들 규모가 미국과 한국 내 사업보다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봐.”

“자꾸 쓰지 않아도 될 비용이 들어가니까 그렇지.”

“비용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투자라고 생각해.”

“잘도 갖다 붙인다.”


두 사람이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뉴욕에 도착했다.

류지호는 공항에서 매튜 그레이엄과 헤어져 곧바로 롱아일랜드로 향했다.

파커 대저택에서 윌리엄 파커를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꼭 증손녀를 데리고 올 게요.”


인사만 드리고 파커 대저택을 나선 류지호는 다시 맨해튼으로 이동했다.

JHO 계열 회사들을 돌며 밀려 있던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고 다시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마지막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기다리고 있는 캐나다의 밴쿠버로 날아갔다.


작가의말

평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15 만수무강(萬壽無疆). (3) +3 24.03.29 1,782 88 21쪽
814 만수무강(萬壽無疆). (2) +3 24.03.28 1,760 84 24쪽
813 만수무강(萬壽無疆). (1) +8 24.03.27 1,816 80 25쪽
812 둘째 생기는 거 아냐? +9 24.03.26 1,826 92 30쪽
811 문제는 기술의 진보가 끝났을 때.... +5 24.03.25 1,762 92 24쪽
810 기를 쓰고 흥행시킬 생각이다! +8 24.03.23 1,737 94 26쪽
809 Christmas Cargo. (12) +9 24.03.22 1,637 89 27쪽
808 Christmas Cargo. (11) +4 24.03.22 1,469 69 26쪽
807 또 작두 타는 영화 제작해야 하나? +8 24.03.21 1,656 85 23쪽
806 Christmas Cargo. (10) +3 24.03.21 1,492 78 24쪽
805 Christmas Cargo. (9) +8 24.03.20 1,597 85 26쪽
804 Christmas Cargo. (8) +6 24.03.20 1,513 73 23쪽
803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2 24.03.19 1,667 88 23쪽
802 가온그룹의 선전 덕분 아니겠습니까? +3 24.03.18 1,728 95 31쪽
801 Christmas Cargo. (7) +9 24.03.16 1,689 101 23쪽
800 Christmas Cargo. (6) +10 24.03.15 1,619 91 23쪽
799 Christmas Cargo. (5) +4 24.03.15 1,486 71 25쪽
798 Christmas Cargo. (4) +8 24.03.14 1,638 86 25쪽
797 Christmas Cargo. (3) +4 24.03.14 1,545 81 25쪽
796 Christmas Cargo. (2) +8 24.03.13 1,712 87 25쪽
795 Christmas Cargo. (1) +8 24.03.13 1,698 82 24쪽
794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3) +6 24.03.12 1,835 94 23쪽
793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2) +3 24.03.11 1,814 90 23쪽
»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1) +5 24.03.09 1,883 86 21쪽
791 광폭행보(廣幅行步)! (4) +3 24.03.08 1,858 91 27쪽
790 광폭행보(廣幅行步)! (3) +2 24.03.07 1,837 84 25쪽
789 광폭행보(廣幅行步)! (2) +4 24.03.06 1,894 82 26쪽
788 광폭행보(廣幅行步)! (1) +3 24.03.05 1,952 91 27쪽
787 빅딜 해볼 생각 없어? (4) +5 24.03.04 1,893 94 24쪽
786 빅딜 해볼 생각 없어? (3) +8 24.03.02 1,903 87 2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