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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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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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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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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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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뉴욕으로 복귀한 매튜 그레이엄은 월가에 위치한 그레이엄 가문 사업을 총괄하는 헤드쿼터를 찾아갔다.

불과 일이년 전만 해도 대니얼 그레이엄이 사용하던 고풍스러운 집무실은 그 주인이 바뀌었다.

직계 장남인 앤서니 M 그레이엄이 자리를 차지고 하고 있다.

매튜 그레이엄이 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광물 관련한 합작 사업 문제였다.


“우리가 돈이 없어서 볼리비아 개발을 하지 않는 건 줄 알아?”


앤서니 그레이엄은 나이를 먹어가며 인간미도 함께 잃어가는 것만 같았다.

마치 차가운 금속기계에서 살가죽만 걸쳐놓은 것 같은... 창백한 피부로 인해 인간적인 온기가 더 느껴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아버지의 철혈(鐵血)을 흉내 내는 것을 넘어 그 자체가 된 것만 같았다.


“싫으면 말고.”


그레이엄 가문은 전 세계에 걸쳐서 다양한 광산과 개발권을 소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 광산인 호주 그린부시 광산의 지분 51%도 가지고 있다.

서부호주 남서부에 소재한 그린부시(Greenbushes)는 연간 5만 톤 규모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광산이다.

볼리비아 남서쪽 포토시주의 우유니 소금사막은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80%를 보유하고 있다.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리기도 한다.

그레이엄 가문은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남미 3개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소금사막 개발을 위해서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각각 합작법인도 소유하고 있다.


“너희 두 녀석은 도대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거냐?”

“...뭘?”

“Rehman Bros는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몰락이 확정된 전자회사를 인수하다니. 멍청한 짓이었다.”

“그건 형 생각이고.”


막상 SANYO를 인수하고 보니 아차 싶은 구석도 많긴 했다.

생각보다 회사가 엉망진창이었기에.


“암튼 리튬광산 개발에 JHO 자금은 필요 없다, 이 거지?”

“......”

“이렇게 되면.... 칠레나 볼리비아에서 그레이엄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인데....”

“가소롭다. 무모한 짓 하지 말고 자중하도록 해.”

“형이나 계속 자중 자중하던가.”

“리튬이 필요하면 가문이 공급해줄 수 있다.”

“싫어.”

“.....?”

“메이저들끼리 가격 결정하는 걸 순순히 따를 생각 없어.”

“볼리비아는 쉽게 진입할 수 없을 거다.”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볼리비아는 외국 기업에게 리튬 광산을 맡기지 않는다.

자체적으로 개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 어떤 기술력도 없는 주제에?”


당연히 쉽게 될 리가 없다.

그럼에도 독자개발의 의지를 버리지 않는 국가가 볼리비아다.


“됐어. 이번 달이 가기 전에 SQM의 지분을 확보할 거야. 알지 그 회사? 칠레 최대 리튬생산기업인 거.”


앤서니 그레이엄의 입 꼬리가 미미하게 꿈틀거렸다.


피식.


비웃음이었다.


“JHO의 샘 리버먼이 DOYODA통상과 호주의 오로코브리어와 SPC를 추진하고 있어.”

“......”

“그래도 가족이라고 알려주는 거야. 나중에 뒤통수 쳤네 뭐네... 가문 노인네들이 징징거릴 것을 아니까.”

“호주 어디?”

“Olaroz mine인가 그럴걸.”


호주 올라즈 광구는 리튬을 연간 최대 1만7,500톤을 생산할 수 있고, 최대 25년 간 채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apa는?”

“최대 2만 톤.”

“일본기업이 끼어든다....? 종합상사도 아니고 자동차 메이커들이?”

“본래 DOYODA통상이 추진하고 있었는데, JHO가 끼어들 게 됐지.”

“지분은?”

“오로코브리어가 50%. 나머지를 반반씩 나눠 가지기로.”

“채굴량의 절반씩 나눠서 확보하는 계약인가?”

“응.”

“미라클 보이의 지시겠지?”

“전기차 비즈니스에 발을 들인 이상 공급망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으니까.”

“한국에 소유하고 있는 회사에서도 해외자원 개발에 투자를 많이 한다면서?”

“왜? Jay가 자원분야로 진출할까봐 신경 쓰여?”


픽.


또 다시 앤서니 그레이엄의 입가에 비웃음이 스쳤다.

자본력이 있다고 해서 해외에서 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원개발 비즈니스는 정부의 외교력에 도움이 받아야 할 경우가 많다.

또 기업 자체적인 로비력도 매우 중요하고.

그런 면에서 한국 기업의 해외자원 개발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앤서니 그레이엄은 확신했다.


“녀석이 관심을 보일만한 광물이....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정도겠군.”

“그레이엄과 크게 겹치는 분야는 아니야.”


이 시기 리튬은 호주 탈리슨(36%), 칠레 SQM(21%)과 알버말(19%), 아르헨티나 FMC(11%) 4곳에서 전체 물량의 90%가 생산되고 있다.

그레이엄 가문은 남미의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각종 광산을 개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주로 미국, 영국, 독일, 중국, 러시아, 일본, 네덜란드에 리튬을 수출하고 있는데, 전 세계에서 리튬 생산이 두 번째로 많은 국가다.


“더 할 말 없지?”

“......”

“그레이엄은 JHO와 합작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는 걸로 확인 한 거다?”

“아버지는... 자주 찾아뵙는 거냐?”

“신문에 부고가 실리 않은 걸 보니까. 아직 생생한 가봐?”

“언제까지 그렇게 지낼 거냐?”

“마음에도 없는 말은 집어 치워.”

“.....”

“영원히 이렇게 지내는 걸로 해, 그냥. 난 가문에 미련 없으니까.”


류지호는 그레이엄 가문의 은인이다.

의도치 않게 가문의 후계구도가 정리될 수 있도록 기여했다.

매튜 그레이엄과 의형제처럼 지내며 그를 JHO Company 금융사업 부문 핵심으로 삼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레이엄 가문과 분리시켰다.

안정적 후계구도를 바라는 가문의 주류들은 류지호에게 고마워하고, 매튜 그레이엄을 통해 가문 내 입지를 올려보려던 비주류들은 류지호를 미워하고 있다.

자신 외에 모두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대니얼 그레이엄이다.

오직 류지호만 예외다.

증손녀를 구해줘서?

그런 사연으로는 어림도 없다.

가문이 둘로 쪼개져서 내부갈등이 벌어질 수 있었던 걸 류지호가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가문에 연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막내아들을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망나니를 개과천선까지 시켜가면서.


“광산업 만만히 보단 큰 낭패 본다.”


딴에는 충고랍시고 하긴 하는데.

매튜 그레이엄에게는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


“지금까지 Jay와 내가 투자한 것 중에 실패한 거 있어?

“그러고 보니 실패한 것이 단 하나도 없군.”


분명 놀랄 만 한 일이다.

그런데 앤서니 그레이엄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사업가라도 동시에 많은 일을 벌이다 보면 실패하는 것이 한둘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미라클 보이는 아직까지 실패했다고 할 만한 사업이 없었다.

온갖 세상 사람들의 행운을 홀로 다 독차지한 것 같이.


“그렇다면 이제 실패할 때가 되었군.”

“무슨 그런 악담을....!”

“미라클 보이가 그랬다지. 자신은 실패로부터 배운다고. 이제 세상 무서운 걸 배울 때도 되었어.”

“글쎄... 난 이번에도 Jay가 옳았다는 것에 백만 달러 걸고 싶은데?”


용무를 마친 매튜 그레이엄이 미련 없이 집무실을 떠났다.


“......”


장남과 비교되며 아버지에게 구박을 받던 막내는 이제 없다.

차라리 그 반대가 되고 있다.

언젠가부터 동생과 비교되며 아버지로부터 잔소리를 듣게 됐다.

앤서리 그레이엄으로서는 웃기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미스터 할리우드라고 칭송하는 류지호조차 안중에도 없는 자신이다.

말썽만 부리다가 겨우 정신 차려서 한다는 것이 월가 투자은행이다.

최근 동생은 미국 3위권 투자은행의 최고경영자가 됐다.

남들이야 그 위세가 대단하다고 하겠지만.

앤서니 그레이엄 입장에서는 재롱에 불과했다.

도와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건방지게 합작을 하자고 당당하게 말하는 동생이 우스웠다.

또 그걸 지시한 미라클 보이가 괘씸했고.

기분이 나빴다.


‘매우....’


앤서니 그레이엄이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몇 곳에 전화를 돌렸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통화였다.

올해와 내년 해외 소유 광산 지분을 어떤 곳에도 넘기지 말 것.

새로운 자본이 광산개발업계에 들어오는지 잘 관찰해 볼 것.

특히 호주와 남미 광물관련 기업들을 잘 살펴볼 것.


“......!”


앤서니 그레이엄은 철혈을 흉내만 낼 뿐, 결코 대인배가 아니다.

성격적으로 삐뚤어진 면도 있다.

마치 제 아버지로부터 심술 유전자라도 물려받은 것처럼.

앤서니 그레이엄이 전화를 몇 통화한 이후로 한국의 가온그룹이 해외에서 전개하고 있던 리튬과 니켈 광산개발 합작사업이 갑자기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앤서니가 가주인.... 그레이엄은 쉽지 않겠어.”


마치 존 핸콕, 앨리어스 더비, 밴 레스레어 가문처럼.

기업의 철혈통치는 대공황 이전에나 유효했다.

21세기는 사회가 훨씬 고도화되었고, 경영환경에도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오너나 CEO의 이미지가 기업 브랜드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과거처럼 상속가문 회장이 흑막 뒤에 숨어서 뭔가를 도모할 수도 없고.

상속가문에서는 어릴 때부터 자녀의 가정교육에 신경을 많이 쓴다.

마치 왕정시대 세자를 교육하는 것 못지않다.

그래서 망나니가 잘 나오지 않는다.

슈퍼리치의 후계자들이 말썽을 피우는 경우는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신흥부자 가문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튜 그레이엄은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국가에서 계급이란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계급은 없다.

다만 계층이 존재할 뿐이다.

파커와 그레이엄 같은 오랜 가문이 똬리를 틀고 있는 본거지에서는 여전히 그들의 권위에 대한 지역민들의 무조건적 존경심이 있다.

현대판 귀족과 다를 것이 없다.

앤서니 그레이엄 같은 전통의 상속가문의 후계자들은 류지호 같은 신흥부자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오죽하면 최상류(Top out-of-sight)와 그냥 상류(Upper)층으로 구분할까.

락커펠러, 카네기 같은 상속가문 일원들은 자신들을 최상류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출현하기 시작한 신흥부자를 상류층으로 구분한다.

그 둘을 나누는 것은 돈의 양이나 질이 아니다.

근원이다.

올드 머니(old money) 이론에서 말하는 상속재산이야 말로 최상위 상류계급을 규정하는 필수불가결의 원칙이다.

때문에 앤서니 그레이엄 같은 상속가문 출신(Top out-of-sight)들은 류지호처럼 자수성가해 상류층(Upper)으로 올라온 인물을 자신과 같은 레벨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수많은 자수성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상류층까지는 자기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

반면에 상속재산은 일반인이 얻을 수 없는 불가능한 부의 조건이다.

일반인들은 얼핏 이해가 가지 않을 테지만, 최상류층은 부의 상속은 어쩌다 얻은 행운이 아니라 명백한 재능이자 계급이라 여긴다.

왜냐하면 재산뿐만 아니라 명예까지도 상속받은 것이라고 믿으니까.

즉 자신들은 귀족계급처럼 선택받은 이라고 여긴다.

미국의 일반 대중들은 류지호를 두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룩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부를 일군 최상류계층이라 여긴다.

그런데 미국의 백인 주류들 특히 상속가문들은 인정 안 한다.

락커펠러, 멜란, 엘 두 퐁, 핍스, 뷰, 카네기 같은 유력가문들과 류지호는 그다지 친밀감이 없다.

공식적인 자선파티에 초대받을 뿐, 그들 네트워크의 비밀스러운 사교파티에는 한 번도 초대된 적이 없다.

어떤 면에서는 아시아의 순혈주의 재벌 세계보다 더 폐쇄적인 곳이 미국의 상속가문 세계이다.

사실 류지호는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미국의 상속가문 그룹에 낀다고 한들 좋을 것이 별로 없다.

서로 소 닭 보듯 하는 사이로 지내는 것이 좋았다.

분쟁이라도 벌어지게 되면 서로가 큰 상처만 남기게 될 것이기에.

과거에는 가문끼리 자존심 싸움도 종종 벌어졌다.

현대에 와서 그런 일은 거의 없어졌다.

서로 가진 것과 지킬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로 간에 싸울 일은 거의 사라졌다.

카르텔을 형성해 담합을 하면 했지.


❉ ❉ ❉


미국의 워싱턴 주와 캐나다 밴쿠버섬 사이의 후안 데 푸카(Juan de Fuca) 해협.

잔잔한 수면 위에 삼층 높이의 고급요트가 떠있다.

요트 후미에서 세 명의 남자가 바다낚시를 즐기고 있다.

류지호와 에이든 해멀스 그리고 처음 보는 중년의 백인 남자다.

얼굴의 절반을 수염으로 덥수룩 뒤덮은 백인 사내가 릴을 쉴 새 없이 감았다 풀었다.

오늘 낚시의 대상어종은 대구다.

대구를 낚기 위해 후안 데 푸카 해협의 포인트로 온 것인데, 몇 시간 동안 대구는커녕 흔한 가자미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지깅(Jigging)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어.”


낚시 방식을 바꿨지만, 당장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류지호는 지깅 낚시가 능숙하지 않았다.

다소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오전에 그럭저럭 손맛을 볼 수 있었다.


“바다낚시가 쉽지 않아.”


꾸준한 관리로 체력에 자신 있는 류지호다.

그럼에도 2시간 만에 나가떨어졌다.

반면에 비교적 호리호리한 에이든 해멀스는 3시간 동안 월척을 4마리나 낚아 올렸다.

뭐든지 힘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는 걸 새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다른 포인트로 이동하겠습니다!”


일행이 드리우고 있던 낚싯줄을 거둬들였다.

이동하는 동안 일행이 음료수와 간단한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류지호와 에이든 해멀스가 타고 있는 고급낚시요트는 털북숭이 남자의 소유다.

맥클라인 파테라(McCline Fatera)는 이름의 캐나다인이다.

Big Fortune Mineral. LLC란 캐나다 광산개발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한가하게 친구들과 낚시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즈니스의 연장이었다.

류지호는 SANYO 인수계획이 막 기안될 때부터 기가팩토리(Gigafactory) 참여에 대해 고민했다.

나쇼날 전기를 대신해서 SANYO와 TESLAS가 합작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기 위해 배터리 핵심광물 확보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가온인터내셔널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해외 자원개발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의외로 쉽게 풀렸다.

에이든 해멀스를 통해 해법의 실마리가 허무할 정도로 쉽게 나왔다.


- Hamels Mangement가 투자한 캐나다 광산회사가 몇 개 있어. 소개시켜 줄까?

“리튬이나 코발트 광산을 운영하는 회사도 있어?”

- 캐나다는 광물의 보고라고, 친구.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공급해 줄 수 있는 규모여야 돼.”

- 걱정 마. 나만 믿어.


에이든 해멀스의 호언장담과 달리 현실은 그리 녹록치가 않았다.

이 시기 캐나다에서 리튬을 생산 중인 광산이 없었다.

다만 40개 이상의 리튬 탐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일 뿐이었다.

어차피 시간문제일 뿐.

캐나다에 없는 광물이란 존재하지 않기에 곧 구체적인 성과들이 나올 터.

류지호가 기억하기로 캐나다는 세계 7위의 리튬 보유국이었다.

참고로 리튬 매장량 규모 1위는 아르헨티나(980만 톤)이며 볼리비아(900만 톤), 칠레(840만 톤), 중국(700만 톤), 호주(500만 톤), 미국(680만 톤), 캐나다(190만 톤) 순이다.

에이든 해멀스가 소개해 준 캐나다 광산기업 가운데 BF Mineral(Big Fortune Mineral)은 리튬의 주요 광산지역이 분포된 퀘벡, 온타리오, 앨버타 등에 광산개발권을 가지고 있다.

류지호의 투자를 받게 된다면, 탐사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터.

게다가 류지호는 이차전지 선도 기업과 전기자동차 제조업체까지 소유하고 있다.

채굴 이후 안정적인 소화가 가능해서 사업성이 담보된다.


“캐나다는 오랜 광업 역사를 가진 나라지요. 광산개발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 정치, 법률, 금융 시스템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안정성을 제공하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맥클라인 파테라의 말에 에이든 해멀스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 Jay. 그 때문에 주요 글로벌 광업 기업들 본사가 캐나다에 있어. 이번 합작건 때문에 알아보니까, 외국기업의 캐나다 광물자원 투자가 활발하더라고. 184개의 주요 가행 광산 중 69개의 가행 광산에서 외국기업 41개가 소유하거나 합작하고 있더라.“


사실 캐나다에 소재한 광업 회사 본사의 수는 전 세계 다른 모든 곳의 동종 기업 본사 수를 합한 것보다 많았다.

특히 밴쿠버는 캐나다 광업 회사들의 2/3가 있는 광업의 중심 도시다.

물론 BF Mineral. LLC도 밴쿠버에 본사를 두고 있고.

암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원료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이다.

니켈, 코발트, 망간 등 3가지를 섞어 만든 삼원계 배터리가 대표적인 고용량 배터리다.

코발트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 전지, 그중에서도 한 번 충전하면 수백 km를 달릴 수 있는 고용량 2차 전지 제작에 필수적인 원료다.

전 세계에서 코발트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국가는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이다.

콩고의 코발트 생산량은 전 세계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중국(7,700톤), 캐나다(7,300톤), 러시아(6,200), 호주(5,100)가 뒤를 잇고 있다.

문제는 2013년 경 미국이 코발트를 ‘분쟁광물’(conflict minerals)로 규정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정부가 내세우는 명분은 코발트 채취로 무장 세력의 자금줄로 쓰이는데다가 채취 과정에서 노동력 착취라는 인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상장기업뿐 아니라 전자부품을 만들어 미국 기업에 공급하는 외국 기업도 규제 적용 대상이 된다.

이전 삶에서 하얀석유라고 불리는 콩고의 코발트와 관련한 서구기업들의 폭력적 노동착취와 그것에서 기인하는 여러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가 몇 편 제작되기도 했다.

류지호도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몇 편 본 기억이 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다큐멘터리가 <기쁨의 도시 City of Joy>다.

콩고의 무차별적이고 비인도적인 강간 피해자들의 치유 과정을 묘사하고 콩고 여성에 대한 폭력이 자원 수탈과 공모돼 있음을 폭로하는 고발영화이다.

90년대는 콩고 북반부의 표적 강간이 정부군과 반군의 분쟁의 경계선을 따라 이루어졌다.

이제는 광산 지역을 따라 분포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콩고에서 무차별적인 강간이 자행되고 있는 지역들은 대부분 광산 지역이다.

코발트, 콜탄, 구리, 텅스텐, 금, 주석, 다이아몬드 광산을 따라 핏물이 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인들이 마을에서 표적 강간을 저지르면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며 도망간다.

마을을 손쉽게 점령할 수 있다.

정부군, 반군,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 모집된 민병대에 의해 이런 끔찍한 폭력이 저질러진다.

채굴된 희토류와 광물은 고스란히 전쟁 자금과 다국적 디지털 기업의 이윤이 된다.

이 시기에 콩고 광산지역에선 매달 1,000여건의 강간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 중 10%가 10세 미만의 어린이다.

콩고에서 이렇게 어린이에서부터 할머니까지 닥치는 대로 성폭력을 당하고 살해되는 이유는 이곳에서의 강간이 전쟁 수단이자 통제 수단으로 고착되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류지호는 콩고의 코발트 광산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기쁨의 도시>의 잔상 때문만이라도 도저히 그곳에 투자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인권문제는 개나 줘버리는 중국이 독식하겠지만.

그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차마 돈벌이에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민주주의 탈을 쓴 포스트모던 봉건국가 일본 역시 종합상사들을 앞세워 콩고를 비롯해 아프리카에서 자원경쟁을 전개할 것이다.

어쩌면 SANYO를 인수함으로써 일본정부와 종합상사들이 자원외교로 얻게 되는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SNS 할 시간에 나와 이런 비즈니스를 함께 하면 좀 좋아.’


밴쿠버로 오기 전에 일론 리브스에게 함께 하자고 연락을 했다.

바쁘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목마른 자가 우물 파는 법이다.

자원확보는 류지호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남에게 맡겨둘 수 없는 문제이기에 본인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론 리브스는 올해 냉탕과 온탕을 넘나들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모든 게 끝장나기 시작한 한 해였다.

드디어 MARS-X Corp.에서 로켓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세 번의 로켓발사 시험이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네 번째 로켓 발사는 무조건 성공해야만 했다.

오직 한 번의 발사를 위한 자금만 남은 벼랑 끝에 내몰려 있었다.

네 번째 발사마저 실패하면 MARS-X Corp.이 망할지도 몰랐다.

전기자동차 회사인 TESLAS Motors도 상황이 매우 좋지 못했다.

첫 번째 자동차인 로드스터를 시장에 내놓았지만, 반응이 영 시원찮다.

일각에서 2007년 가장 큰 실패작이라 평가할 정도다.

특히 영국 BBC의 인기프로그램 <톱 기어>가 로드스터를 대놓고 저격했다.

이후로 <톱 기어>는 TESLAS 전기차에 대한 적의를 유감없이 드러내게 된다.

로드스터는 대중들의 관심은 끌었다.

그것이 다였다.

관심이 기대와 구매력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때마침 Rehman Bros 파산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말았다.

시장에서 투자 자금마저 씨가 말라갔다.

그러자 운영 자금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업만 위기에 몰린 것이 아니었다.

일론 리브스 사생활에서도 악재가 닥쳤다.

결혼 생활이 파국으로 치달았다.

지난 6월 이혼을 하게 됐다.

안팎으로 최악의 상황이다.

그의 인생은 완벽한 암흑기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류지호가 봤을 때 일론 리브스가 벌이고 있는 사업 모두가 엉망진창인 것은 아니었다.

단지 돈과 시간이 부족할 뿐.

그 부분이 해결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위기라고 판단됐다.

실제로 이전 삶에서 잘 극복해 냈고.

가장 어두운 밤에 새벽이 찾아온다고 했던가.

류지호의 지원에 힘입어 9월에 발사된 네 번째 MARS-X 로켓시험이 성공을 거뒀다.

적당히 성공한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로 인해서 MARS-X는 NASA로부터 14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구사일생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상황이다.

TESLAS Motor에도 류지호가 구원의 손길을 뻗쳤다.

1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한 것.

모델S와 모델X의 개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긴급 수혈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묘하게 탐탁지 않아 한단 말이야.’


작가의말

활기찬 한 주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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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할리우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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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만수무강(萬壽無疆). (3) +3 24.03.29 1,782 88 21쪽
814 만수무강(萬壽無疆). (2) +3 24.03.28 1,760 84 24쪽
813 만수무강(萬壽無疆). (1) +8 24.03.27 1,816 80 25쪽
812 둘째 생기는 거 아냐? +9 24.03.26 1,826 92 30쪽
811 문제는 기술의 진보가 끝났을 때.... +5 24.03.25 1,762 92 24쪽
810 기를 쓰고 흥행시킬 생각이다! +8 24.03.23 1,737 94 26쪽
809 Christmas Cargo. (12) +9 24.03.22 1,637 89 27쪽
808 Christmas Cargo. (11) +4 24.03.22 1,469 69 26쪽
807 또 작두 타는 영화 제작해야 하나? +8 24.03.21 1,656 85 23쪽
806 Christmas Cargo. (10) +3 24.03.21 1,492 78 24쪽
805 Christmas Cargo. (9) +8 24.03.20 1,597 85 26쪽
804 Christmas Cargo. (8) +6 24.03.20 1,513 73 23쪽
803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2 24.03.19 1,667 88 23쪽
802 가온그룹의 선전 덕분 아니겠습니까? +3 24.03.18 1,728 95 31쪽
801 Christmas Cargo. (7) +9 24.03.16 1,689 101 23쪽
800 Christmas Cargo. (6) +10 24.03.15 1,618 91 23쪽
799 Christmas Cargo. (5) +4 24.03.15 1,485 71 25쪽
798 Christmas Cargo. (4) +8 24.03.14 1,638 86 25쪽
797 Christmas Cargo. (3) +4 24.03.14 1,544 81 25쪽
796 Christmas Cargo. (2) +8 24.03.13 1,711 87 25쪽
795 Christmas Cargo. (1) +8 24.03.13 1,697 82 24쪽
794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3) +6 24.03.12 1,834 94 23쪽
»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2) +3 24.03.11 1,814 90 23쪽
792 안 가본 길을 걷고 있었기에. (1) +5 24.03.09 1,882 86 21쪽
791 광폭행보(廣幅行步)! (4) +3 24.03.08 1,857 91 27쪽
790 광폭행보(廣幅行步)! (3) +2 24.03.07 1,836 84 25쪽
789 광폭행보(廣幅行步)! (2) +4 24.03.06 1,894 82 26쪽
788 광폭행보(廣幅行步)! (1) +3 24.03.05 1,951 91 27쪽
787 빅딜 해볼 생각 없어? (4) +5 24.03.04 1,892 94 24쪽
786 빅딜 해볼 생각 없어? (3) +8 24.03.02 1,903 87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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