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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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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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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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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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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광폭행보(廣幅行步)!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대중들은 가온그룹의 신진지프모터스 인수에 대체로 박수를 보냈다.


- 제발 잘 좀 살려내 주라. 예전의 신진으로 되돌려놨음 좋겠다 진심!

└ 예전에도 별 볼이 없었잖음?

└ 경일 보다 먼저 해외에 자동차 수출했던 회사다. 모르면 닥쳐.

└ 진짜임?

└ 짱깨가 망쳐놔서 그렇지. 90년대까지 엄청 잘 나갔어요. 특히 무쏘.

└ 뭘 해도 오빠차 아니고 아저씨 차. 다자인이 존나 구림.


- 미국의 DM과 맥스웰도 부도났다는데... 차라리 그걸 사지. 도대체 왜?

└ 재규어와 랜드로버스 이미 샀잖아요.

└ Korean Can Do!

└ 류지호는 미국인!!!

└ 아직도 국적 타령이냐?

└ 그만 좀 해라. 그 선동 약빨 떨어진지가 언젠데.


냉정하게 봤을 때 신진지프모터스의 위기는 SAIC가 주주의 책임을 다하지 않아서도 또 강성노조 탓도 아니다.

즉 대주주에게 막연한 도덕적 책임을 기대하거나 노조에게 일방적인 고통분담을 강요하는 것으로 넘어설 수 있는 위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신진지프모터스의 위기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치열한 경쟁과 과잉 생산이 만들어낸 구조적인 위기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경기불황과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쳤다.

연구개발 투자 및 신차 개발 소홀, 주력 차종인 SUV 세제 혜택 축소, 경유가격 인상에 따른 경쟁력 약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주주들은 임금을 깎길 원하고 인원감축부터 주장한다.

사측에 양보만 하다보면 더 많이 양보해야 한다는 노조의 불신도 문제다.

한계 기업에 세금을 쏟아 부어 심폐소생술로 잠시 숨만 쉬게 해준다거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희생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잠깐 넘기거나.

투자에 인색한 것을 알면서도 음흉한 대주주에게 경영권을 넘긴다거나.

경영실패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고연봉 경영인들.

회사의 적자가 누적되어도 받을 건 받아내야 하는 이기적인 노조 지도부.

차는 안 팔리는데, 잔업수당을 챙기기 위해 무작정 비효율적이고 비능률적인 교대근무를 고집하는 개념 없는 근로자들까지.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아주 없진 않았다.

이런 식으로는 위기 극복은커녕 부도-법정관리-매각의 악순환을 끊어낼 순 없다.

모두가 똘똘 뭉쳐 한 몸처럼 움직여도 살아남기 힘든 자동차 업계 현실이다.

그런데 외환위기 전후부터 현재까지도 신진지프모터스 관계자들은 동상이몽에 사로잡혀 있다.


- 우리 열차는 잠시 후 평택역에 도착합니다. 미리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가온그룹의 신사업추진단장 권호영이 수행원 한 명 대동하지 않고 홀로 열차를 타고 평택까지 내려왔다.

신진지프모터스 인수를 진두지휘한 것이 바로 권호영이었는데, 오너인 류지호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평택까지 내려왔다.

권호영은 세무·회계 전문가다.

한편으로 신사업 발굴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는 인물이다.

류지호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류지호가 고등학교 때부터 닷컴산업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산업 같은 21세기 고부가가치 신사업을 예측하고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권호영은 오너인 류지호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2010년대 이후 가온그룹을 먹여 살려 줄 신사업 발굴에 골몰하고 있다.

Skunk Works란 말이 있다.

미국 최대 방위산업체 Lougheed Arms Corp의 고등개발 프로그램 조직이다.

당대 기술의 극한을 보여주는 항공기를 다수 개발했던 팀이다.

이 조직에 ‘스컹크’란 별명이 붙은 사연이 꽤 재밌다.

Lougheed Arms 특성상 보안문제가 가장 중요했다.

고민 끝에 회사에서는 연구팀을 막사에 격리시켜 합숙을 하도록 했다.

연구원들이 한여름에 하루 종일 막사에 격리되어 연구를 거듭하다 보니 악취가 진동했다.

연구원들 사이에서 ‘여긴 스컹크가 일하는 곳’이라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이 프로젝트의 정식명칭이 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미국 기업들의 신사업 발굴 조직을 가리켜 ‘스컹크 조직‘이라고 칭하고 있다.

가온그룹은 Lougheed Arms Corp의 ‘스컹크 조직’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 해왔다.

가온그룹의 전기차 사업 진출과 관련한 모빌리티 플랫폼 비즈니스도 ‘스컹크 조직’을 통해 일찍부터 준비해 왔다.


“설령 기존 업체를 인수해서 실패하더라도 여러분의 책임이 아닙니다. 몇 억 달러를 날려버리더라도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고 무엇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알게 됐다면 난 만족합니다. 그를 통해 여러분이 몇 십 조를 가온그룹에 안겨줄 테니까.”


류지호는 전기차 관련 프로젝트를 위해 사내·외는 물론 해외전문가까지 원하는 대로 조직에 데려올 수 있게 했다.

기존 가온그룹 체제와 조직과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별도의 예산과 평가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때문에 가온그룹의 ‘Skunk Works’에는 오로지 류지호와 래리 킴 회장만이 간여할 수가 있다.

그렇게 가온그룹 총수와 회장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권호영 단장이 평택역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신진지프모터스로 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모든 한국의 기업들이 바쁘고 정신없는 시기다.

특히 가온그룹의 임직원들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다.

고위급 임원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출장이었다.

남들은 몸을 사리고 있는데, 가온그룹만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를 누비고 있다.


“.....음.”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평택시 분위기가 착 가라앉은 것처럼 보였다.

전반적으로 민심도 흉흉했다.

자칭 시사평론가이자, 경제전문가이며, 외교는 물론 여론까지 꿰뚫고 있는 택시기사 답다고 해야 할까.

택시기사가 묻지도 않았는데 이런 저런 분위기를 주절거렸다.


“이게 다 신진지프 탓이에요. 에휴~ 망할 놈에 상하인지 뭔지. 노조 놈들도 도대체가 지들 잇속만 차리기 바쁘고.”


택시기사 말로는 평택 민심이 SAIC의 ‘먹튀’ 비난으로 들끓고 있단다.


“처음부터 작정한 거 아니겠어요? 기술이전 자금을 1,200억 인가 줘야 한다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파산하질 않나. 회사를 샀으면 투자를 해야 할 거 아니겠어요? 근데 회사를 먹은 후로는 일절 설비 투자를 안 했다니.... 짱깨놈들이 인수를 하고 나서 신진지프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어요. 걔들이 차를 만들어봐야 얼마나 잘 만든다고... 회사를 팔아서는. 쯧.”


‘빨갱이 정권’ 어쩌구 하는 말이 들렸지만, 권호영은 그런 말은 흘려들었다.

중국 대주주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본래 출시해야 했던 신차 라인업들의 판매부진에는 신진지프모터스 자체 문제도 따지고 봐야 한다.

SAIC 인수 후에 로디우스, 카이런, 액티언 등이 줄줄이 출시되었다.

모두 판매량이 바닥을 기었다.

신진지프모터스 임직원들은 그와 관련해 여러 변명을 내놓고 있지만.

권호영이 봤을 때, 명백한 실패에 대해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것은 추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이었다.


“들어보니까 노조와 사이가 너무 안 좋아지니까 짱깨들도 투자를 안 하게 됐고 신차 개발이 자꾸만 중단되었다지 뭡니까. 그러니까.....”


택시기사는 서울사람이라 자신을 밝힌 권호영에게 항간에 떠도는 기술 유출설에 먹튀 이야기까지 한참을 늘어놓았다.


“노조만 잘못했다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민들이 노조에 호응을 안 하는 이유가 다 있어요. 신진지프 간부들이 택시를 자주 탔어요. 언젠가 꼭두새벽부터 이 양반들이 출근을 하는 겁니다. 왜 이 새벽에 출근하느냐고 물어봤더니만 그 양반들 이야기가 노사분규 중인 새벽에 노조원들이 자동차 부품을 빼돌리는 거 같아서 그거 감시하러 간다는 거예요.”


신진지프모터스가 파산으로 인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평택의 상권까지 죽었다.

지역 민심은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묻고 싶어 했다.

누군가의 여론 조작으로 지역 민심의 갈라치기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노조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고의적으로 퍼트리는 무리도 있고.

마치 사실인양 택시기사들의 입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내가 또 얼마나 황당했는지... 공장에서 다쳤다고 하는 사람들이 병원에 드러누워서 일 안하고 그저 월급만 타는 모습도 봤어요. 그 사람들 연봉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시내에서 젊은 사람들이 흥청망청 하는 것도 평택 사람들은 다 압니다. 노조원들이 인심을 잃은 거예요.”

“그랬군요?”


권호영이 맞장구를 쳐주자, 기사는 더욱 신나게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두서 없이 막 늘어놨다.


“회사 경영하는 사람들이랑 노조원이 일치단결해도 경일차, 기하차, 오성차, 이런 데 못 따라 가는데. 그런 자세로 뭐가 되겠어요. 신진지프 그 사람들 진짜 고생해봐야 세상 무서운 줄 압니다.”

“아, 네....”


권호영 단장은 택시기사로부터 전반적인 평택 민심을 들어볼 수 있었다.

상당히 오염된 것으로 추측되지만, 일부 참고할 만한 내용이 없지 않았다.

잠시 후.

신진지프모터스 공장과 멀지 않은 곳의 한 다방.

그곳에서 신진지프 노조 집행부와 권호영이 만남을 가졌다.


“가온그룹 오너께서 그와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권호영 단장은 노조집행부에게 류지호의 전언을 전달했다.

인수합병은 결코 기업의 끝이 아니다.

그 끝에 해피엔드가 기다리고 있지도 않다.

하루아침에 경영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대주주도 알고 경영진도 알며 노조도 안다.

그렇기에 이해당사자들 간 타협할 것과 양보할 것을 맞춰봐야 하지 않겠나.

가온그룹은 지독할 정도로 세밀한 실사를 통해서 회사 운영에 필요한 인력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잉여인력은 몇 명인지 등 인력과 관련한 경영적 판단을 명확하게 할 생각이다.

근로자를 대표하는 노조는 이러한 경영진을 존중해야 한다.

당장 대규모 정리해고는 없다.

그에 앞서 부분휴업, 임금 동결, 순환휴직, 사내협력업체 인원 축소, 희망퇴직 등 해고회피 노력을 다할 것이다.

SAIC와 법정관리 감독기관이 총인원 1,030명의 희망퇴직을 권고하고 있다지만, 가온그룹은 그 수를 대폭 줄일 생각이다.

그러니 협조하라.

류지호가 노조집행부를 향해 전한 말(협박)이었다.

사실 그룹 오너가 노조를 향해서 사전 양해를 구한다는 것이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노조가 납작 엎드릴 리도 없지만.


“마지막으로 오너께서는 무엇이 모두를 위한 최선인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온그룹 사업장은 많은 노동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임금수준부터 각종 복지까지.

특히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가 일하는 공간 모두에 동일한 잣대로 근로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너가 해마다 막대한 돈을 기부하는 너그러운 부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게으르고 이기적이며 안주하는 이들에게까지 도움을 주는 분은 아닙니다. 오히려 변화하려는 의지가 없는 이들을 멀리하시죠. 부디 신진지프 노조가 굴러 온 복을 스스로 걷어차고 기존의 투쟁일변도의 구태를 답습하지 않길 바랍니다.”


류지호의 전언을 노조 집행부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권호영 단장은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떠났다.

신진지프모터스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로 현금 보유액이 74억여 원에 불과했다.

재무상황도 당기순손실 규모가 1,861억 원에 이르렀다.

법원의 허가를 받게 되면, 근로자 1,030명에 대한 정리해고가 실행될 수 있다.

이전 삶에는 이 정리해고에 반발한 노조가 77일간 공장점거파업을 단행했었다.

공권력이 투입되어 불상사도 일어났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 류지호는 인수합병을 진두지휘한 총책임자를 파견해 노조를 다독이려고 했다.

노조 집행부가 말을 들어먹지 않으면 인수 계약서에 서명하지 말라고 일러두었다.

자동차산업 노조는 세계 어떤 곳에서나 대체로 강성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싸움닭의 바보는 아니다.

가온그룹이 혹여나 손을 떼면 손해를 보는 것은 회사가 아니다.

결국 노동자 자신들이다.

왜?

가온이 철수하게 되면 또 다시 외국계 자본에 회사가 넘어갈 것이기에.

정의국 행정부는 친기업, 친고용주 성향이 농후한 보수정권이다.

노동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을 터.

가온그룹은 노조집행부로부터 협조확약을 받은 후에나 본 계약 체결에 나섰다.


찰칵찰칵!


서울 밀레니엄 힐턴 가온호텔 리셉션장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정신없이 터졌다.

새롭게 중간지주사로 편입된 GAON Mobility Corp CEO 알렉스 에스쿠데로(Alex Escudero)와 신진지프모터스 공동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M&A를 위한 본 계약식이 열렸다.

신임 CEO는 독일의 자동차 메이커 Horch & Cie Group 임원과 스페인 사장을 역임했는데, 유럽 자동차 업계에서만 30년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한국에서는 잘 모르지만, 스페인은 유럽자동차 메이커들의 생산기지로 유명하다.

알렉스 에스쿠데로는 독일, 스페인, 남미 현지 공장을 거쳐 한국으로 스카우트 됐다.

가온그룹의 자동차사업부문을 총괄하는 GAON Mobility Corp 회장과 신진지프모터스 최고경영자를 겸임할 예정이다.

암튼 신진지프모터스 인수협상자로 GAON Mobility Corp이 단독으로 나서서 총액 5,225억 원에 지분 54%을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되었다.

총인수대금에서 4,271억 원은 신규 유상신주 인수, 954억 원은 회사채 인수에 각각 사용된다.

기존에 가온그룹 계열 금융사와 자회사들이 분산해서 보유하고 있는 지분 16%를 합하면 70%에 육박한다.

본 계약 체결 직후 총인수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냈다.

잔금은 가온그룹과 채권단, 법정관리인, 주요 주주, 경영진 등 관계인 모임이 열리기 전까지 완납하기로 했다.

회생계획안을 마련해 내년 3월 안에 채권자와 법원에 인가를 받으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본 계약이 체결된 직후, 노조집행부가 성명을 발표해 화답했다.


“가온 측으로부터 합의사항이 이행되면, 무쟁의를 통해 회사 회생에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여담으로 신진지프모터스의 제1노조는 인수합병 후 첫 이사회를 소집하기 전에 노조원 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를 위한 투표다.

신진지프모터스 노조는 사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이었다.

1995년부터 민주노총 금속노조로 옮겼다.

신진지프모터스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게 된다면 국내 자동차 메이커 중 처음으로 탈퇴하는 노조가 된다.

참고로 이 당시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르노오성 자동차만 노조가 없다.

그 외에는 모두 민주노총 소속이다.

11월 말에 신진지프모터스 노조는 평택 본사에서 재적 조합원 3,508명 중 2,642명이 참가해 2/3가 넘는 1,931명이 찬성해서 민주노총 탈퇴 안건이 가결된다.

상당 기간 상급단체 없이 자체 노동조합으로 유지된다.

반면 제2노조격인 비정규직지회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으로 계속 남는다.

그러다 1노조와 통합한 후 온건한 한국노총에 가입하게 된다.

알렉스 에스쿠데로가 언론을 상대로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우리는 모그룹이 보유한 다양한 IT기술과 전 세계에서 전개하고 있는 해외영업망을 활용해 신진지프모터스를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 한 발 더 진보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이를 위한 효율적인 지원체제를 구축할 특별팀을 구성해 놓았다. 앞으로 브랜드 유산을 강화하고 5년 내 SUV 명가로서의 과거 영광을 재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참고로 류지호가 미국에서 영화 <생명의 항해> 촬영에 한창일 때, 가온그룹은 주식공개매입을 마무리하고 신진지프모터스를 상장 폐지하게 된다.

새로운 출발 차원에서 사명도 바꾸려하는데, 노조에서 극렬하게 반대한다.

그럼에도 강행한다.

가온으로 변경한다.

‘신진지프‘라는 브랜드보다 ’가온‘이 고객들에게 훨씬 더 신뢰감을 주기에.

GAON Motor Company는 조직개편을 거쳐 3부문 6본부 2실 29담당 체제로 확대 개편된다.

신설된 3개 부문은 경영지원부문, 해외영업부문, 기술개발부문이다.

오너라고 할 수 있는 류지호의 의지가 반영된 개편이다.

또한 기존 임원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는다.

그런 후에 이사회를 12명으로 구성하게 된다.

법원 승인과 잔금 완납 후에 바로 실행한 일은 비정규직 근로자 650명에 대한 체불임금을 해결한 것이다.

그들의 한 달 치 임금은 대략 7억 원 정도.

신진지프모터스 정규직 급여일은 25일, 비정규직은 12일이었는데, 이 역시 날짜를 같은 날로 일치시킨다.

불가피한 부분을 제외하고 차별을 없애기 위한 조치에 일환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12개 사내 하청 업체 파견 근로자 이외에 식당, 청소, 경비 업무 등을 하는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다.

정문 경호팀과 순찰 경비, 청소 업무를 보던 비정규직 직원들은 나래안전에서 정규직으로 고용한다.

그 외에 식당 근무 비정규직 직원들을 아네모네 & 컴퍼니에서 고용하면서 사내식당과 간식 서비스 일체를 아네모네 푸드에서 책임지게 된다.

문제로 남은 부분은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다.

노조와 합의한 구조조정 안의 희망퇴직자(정리해고) 인원은 기능직과 관리직 포함 201명.

협력업체의 장기 파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되면 인원을 감축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고용을 더 늘리는 꼴이 된다.

인건비를 줄여도 모자랄 판에 부담이 더 늘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 그룹 내외적으로 시끄럽게 된다.

모그룹의 유상증자와 투자확대로 잡음을 일거에 해소해 버린다.


“솔직한 말로 자동차 선진국인 독일 미국 일본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을 기술적으로 따라잡는 것은 어렵습니다. 근접할 순 있겠지만 그 디테일은 역사적 축적이 필요하지요.”


알렉스 에스쿠데로가 류지호에게 한 말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역사와 이미지는 돈을 아무리 많이 퍼부어도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지요.”


그의 말처럼 자동차는 단순히 기계가 덩어리가 아니다.


“그래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대비해서 하이브리드에 집중할지 전기자동차에 올인할지.”

“매커닉인지 일렉트로닉인지부터 결정해야겠지요.”

“....예?”

“내 친구 일론 리브스는 자동차를 전자제품으로 보더군요. 나는 네 바퀴로 가는 로봇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AI가 핵심기술이라고 봅니다.”

“.....?”

“전기차 메이커들의 매커닉 차이는 큰 차이가 없게 될 겁니다. 결국 개념정립이 중요하겠지요. 아이폰의 경우도 기존 있던 것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 것 아니겠습니까? 주요 수입원은 단말기 매출보다 앱스토어 수수료가 될 겁니다. 그처럼 전기자동차의 미래도 개념을 달리해야겠지요.”

“그렇다면 자회사로 로봇회사 M&A를......”

“알렉스는 전자제품을 고를 때 뭐부터 고려합니까?”

“메이커입니다.”

“그 다음은?”

“...디자인인 것 같습니다.”


제품 가격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소비자들은 제품 성능이나 편의성보다는 브랜드와 디자인을 더 우선시 하는 경향이 있다.

고가의 전기자동차의 경우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브랜드 정체성을 재확립하는 것이며 그 다음이 R&D 분야이고, 마지막으로 디자인입니다. 당장의 실적에 연연하지 말길 바랍니다. 알렉스는 최소 3년 임기를 무조건 보장받았어요. 실적 때문에 그룹의 자동차 사업부문의 미래를 갈아 넣지 않길 바랍니다.”

“저는 신진지프모터스의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한국에서 가온그룹의 신진지프모터스 인수합병으로 시끌시끌할 때.

미국에 머물며 <생명의 항해> 준비에 여념이 없던 류지호가 뜬금없이 일본에 나타났다.

수행원들 면면이 심상치 않았다.

매튜 그레이엄, 샘 리버먼, 댈러 맥컬리, JHO 오너 직속 참모진들, 캐서린&윌슨 로펌 관계자들 등 서른 명이 동행했다.

류지호 일행이 향한 곳은 도쿄가 아니었다.

오사카부(大阪府) 모리구치시(守口市)였다


❉ ❉ ❉


2005년이었다.

일본의 후지 레코드(富士レコード) 지분 일부를 유니벌스뮤직 재팬이 블록딜로 인수했다.

지분을 매각한 측은 SANYO(三洋)였다.

당시에 회사 안팎으로 상황이 매우 좋지 못했던 SANYO는 보유하고 있던 여러 회사 지분을 한창 처분할 때였다.

그때서야 류지호는 SANYO라는 전자회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오로지 나쇼날 전자를 어떻게 하면 손에 넣을 수 있을까 궁리했다.

일본기업은 외국자본이 인수하기 너무 어렵다.

일본에 대한 해외의 직접투자는 급증하고 있는데도 정작 관련법은 극히 폐쇄적이다.

일본 기업들은 해외 투자자의 주식 인수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자기 나라 기업이 해외에 팔린다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는 정서가 있다.

미국에서 관련법을 바꾸라고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도리어 회사법 개정을 통해 M&A 방어수단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사실상 나쇼날 전자와 SANYO는 가족 간이라고 할 수 있다.

1947년 산요전기 제작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SANYO는 나쇼날 전기 창업자의 처남이었으니까.

한때 미국의 GTE와 함께 세계 최대 가전업체로 불린 나쇼날 전기다.

그런 기업을 가뜩이나 M&A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일본 정서를 뚫고 먹어치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왜 SANYO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2005년에 관련 보고를 받은 류지호는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류지호가 기억을 못하는 것이 그리 이상하진 않았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은 소닉과 나쇼날을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으니까.

만약 이과 출신이었다면 달랐을 수도 있다.

한때 SANYO는 가전 분야에서 크게 이름을 떨쳤던 회사였기에.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라디오를 만든 회사가 바로 SANYO다.

일본 최초로 고동 펌프 형식의 세탁기를 개발한 회사이기도 하고.

세계 최초 완전 방수 디지털 미니 캠코더 작티(Xacti)를 선보인 회사 역시 SANYO다.

전성기 시절에는 매출 20조원을 가볍게 웃돌던 일본의 대표 전자 기업 중 하나였다.

일본이 경제적으로 G2로 부상할 기세를 보이던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 전자업계에 초대형업체만도 10곳이 넘었다.

그런 업계에서 50년 넘게 메이저 가전업체로 명성을 떨친 회사가 SANYO다.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이 만만치 않았다는 의미다.

게다가 한국의 오성, 금성 등에 기술을 전수해 준 일본 업체도 SANYO였다.

그런 대단한 전자업계의 강자가 요 몇 년 간 급격하게 몰락하고 있다.

그를 지켜보는 일본인들은 착잡함을 감출 수 없었다.

불과 30여년 만에 한국의 두 전자회사가 SANYO를 뛰어넘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본의 전자업계는 착잡함을 넘어 비참함까지 느끼고 있다.

SANYO는 2000년대 들어와서 크고 작은 불상사가 연이어 일어났다.

1996년~1998년까지 판매한 태양광발전시스템의 경우, 당초 밝힌 사양에 비해 출력이 떨어진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SANYO측에서 끝까지 의혹을 부인했으나, 시민단체의 집요한 조사 끝에 결국 2000년 일부 규격에 미달하는 부품이 적용된 점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외에도 SANYO의 석유난로 이용자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거나, 세탁건조기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의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04년 니가타현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SANYO의 반도체 공장이 큰 피해를 입었다.

그해 역대 최악 수준인 1,700억 엔(약 2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인들 특유에 나쁜 버릇도 발동했다.

바로 2000년~2003년 사이 회계연도에서 대규모 적자를 감춘 사실까지 드러났다.

회계조작을 벌였다.

해가 갈수록 나아지지 않는 적자, 연이은 제품들의 하자, 반도체 분야에서도 한국과 대만 기업에게 밀리는 상황 등 브랜드 가치가 해를 거듭할수록 바닥을 기고 있다.

그런 SANYO를 류지호가 탐냈다.


‘딴 거 다 필요 없어. 2020년대는 2차 전지야!’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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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4.03.07 13:10
    No. 1

    잘 보고 있어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4.03.08 10:37
    No. 2

    SANYO 는 진짜 아깝죠.
    집에 선풍기가 있었는데 35년을 고장 없이 썼습니다.
    고장 안났지만 너무 오래되 버렸습니다.
    한국 선풍기는 그간 몇대가 박살났는데
    그것만 끄턲없더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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