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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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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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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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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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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광폭행보(廣幅行步)!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오픈옥션의 작년 순이익은 100억으로 급감했다.

반면에 K-마켓은 3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A-Web 코리아의 매출이나 순이익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미국 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고민이었다.

미국 이커머스 시장은 A-Web의 감소분을 PayMate, 쇼핑닷컴, 스카이프 같은 업체들이 메워주고 있다.

류지호가 이런 사정들을 알 수밖에 없는 것은 A-Web의 총주식 13억 주 중에서 9,000만 주를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스터 할리우드가 소유한 기업이 K-마켓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나스닥 주가가 20%가 올랐다.

류지호 특유의 기업경영 스타일도 주가 상승에 크게 한몫했다.

지금까지 기업을 인수·합병한 후에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린 후에 상장 폐지를 해왔던 점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조만간 잔여지분 모두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후 백퍼센트 자회사로 만들 예정이랍니다.”


이로써 가온그룹은 백화점-홈쇼핑-인터넷 오픈마켓-소프트웨어-물류 및 택배로 이어지는 유통부문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한국의 전자상거래 규모를 10조원으로 성장시킬 전략을 수립하게 됐다.


“향후 별도의 해외 허브페이지를 구축해 국내 판매업자들이 해외 판매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홈쇼핑 사업부에서 해외수출지원시스템(CBT) 구축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교육시스템과 언어지원 서비스 구축 및 별도의 해외 허브페이지를 구축하는데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K-마켓 사이트 개편부터 시작해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결제·배송 등 플랫폼도 함께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모바일 오픈마켓 시장까지 내다보는 중장기 계획도 포함되어 있고.

여타 국내 홈쇼핑 채널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진출을 도모 할 때, 다솜홈쇼핑은 인터넷쇼핑몰과 함께 국내 오픈마켓-결제-배송이 원스톱으로 결합되는 시스템 구축을 고민했다.

가온그룹은 Cinefeel 사이트 초창기부터 영화티켓 예매와 영진위 통합전산망 연계 및 전국 G.O.M 점포 티켓발매기 연동으로 관련 노하우를 충분히 쌓아왔다.

주문-결제-배송으로 이어지는 물류시스템도 수도권과 경남권에 어느 정도 구축이 끝난 상황이다.


“인더팍은 K-마켓 매각으로 얻은 자금으로 뭘 한 대요?”

“본래 하던 도서, 티켓, 여행 관련 사업 강화에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다 사들였으면 좋았겠지만.....”


공연과 티켓은 CineFeel이, 인터넷 도서판매에서는 JOY365이 인더팍의 시장점유율에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여행사업 부문은 아예 상대가 되지 않고.


“내년을 기해서 증권사 사명과 CI가 교체되는 거죠?”

“예. 의장님.”


2009년 2월 4일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다.

그간 분리되어 있던 자산운용, 선물거래, 증권, 신탁, 기업 인수합병, 투자자문 등을 통합한 한국형 투자은행이 가온그룹에서 탄생하게 된다.

바로 가온대유금융그룹(GD FINANCIAL GROUP)이다.


"금융지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는데... 안 하기로 한 거 맞죠?“

“예. 금융지주회사는 일반 지주회사보다 더 많은 규제를 받습니다. 게다가 금융위 인가를 받아야 하는 등 꽤 번거롭습니다.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까지 제한되기 때문에 기존 증권사 형태를 유지하면서 IB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립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증권사와 투자은행의 구분이 칼로 자르듯 명확하게 나누기 애매했다.

자기자본도 글로벌 투자은행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데다가 IPO·M&A·기업가치 산정 같은 기업금융 부문도 약했다.

GD증권(기존 대유가온증권)은 자기자본을 대폭 확대하고 기업금융 부문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재고할 계획이다.


“아무래도 금융부문의 내 지배력이 조금 약화되겠지요?”

“아닙니다. 여전히 의장님께서 개인 최대 주주이시고, 가온그룹 지분도 17%에 달합니다.”


최대 주주는 미국의 구G&P와 합작으로 설립된 가온GP다.


“유통과 물류 사업부문도 강화하려는 모양이네요?”


가온그룹은 복합미디어그룹이지만, 나름 국내 유통 강자다.

이번에 K-마켓까지 품에 안음으로써 전자상거래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그룹의 주력 분야에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만큼 신용카드 사업과 연계가 필수죠.”

“맞습니다. 저희 그룹은 신용카드 멤버십 및 고객 편의 서비스를 펼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새만금에 테마파크가 문을 열게 되면 연관된 서비스에 다채로운 혜택과 유인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큽니다.”


극장 및 공연(연극, 뮤지컬, 콘서트)-인터넷 쇼핑 및 웹 콘텐츠-OTT 결제-해외여행-호텔 및 리조트-백화점-스포츠 관람(피겨, 아이스하키)-홈쇼핑-E-스포츠-아네모네 프랜차이즈 점포 결제까지.

가온카드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실로 다양했다.


“지금까지 카드사에게 이리 저리 휘둘린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특히 극장 할인 부분에서 그랬죠.”

“가온카드 입장에서 카드업계에 반하는 독자행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젠 안 그래도 된다는 거예요?”

“저희 카드 시장점유율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10%도 안 되는데....?”

“카드 시장점유율이 산정기준에 따라 순위가 많이 다릅니다. 보고서 상의 점유율은 카드업을 겸영하는 은행들이 유리한 산정방식입니다. 즉 신용카드 실적에 체크카드 실적까지 고려해 점유율을 산정한 것입니다. 보시다 시피 KB시민은행이나 신조흥은행이 경일이나 오성카드보다 점유율이 높게 잡힙니다.”

“금융서비스 사용액을 제외한 순수 카드 사용액은 많이 달라요?”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제외한 순수 국내 신용판매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전업계 카드사가 겸영은행에 비해 유리합니다. 1~2위의 KB시민은행이 4위 권 밖으로 밀려나고 경일, 오성, 가온 카드가 1~3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경일과 오성이 각각 12조와 10조 가량이고 저희 카드가 10조에 턱걸이 하고 있습니다. 일시불만 놓고 봐도 저희 카드는 대략 8조 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룹이 성장할수록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온카드와 그룹 임직원들의 할인카드, 백화점, 멀티플렉스, 호텔 & 리조트 멤버십 등 계열사가 제각각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할인과 마일리지를 통합관리하고 있다죠?”

“JHO와의 통합관리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마을금고 이야기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는데.... 무슨 말이에요?”

“대기업에 입주한 몇 군데 새마을금고의 금리와 각종 혜택을 가온의 이름을 단 새마을금고에서도 똑같이 해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임직원들이 최대 라이벌로 보고 있는 오성그룹의 경우 전직 임원들이 설립한 새마을금고가 오성그룹 내 대형 사업장에 점포를 개설해 있습니다. 오성전자 점포의 경우 예치금이 2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경일자동차 새마을 금고 역시 예치금이 1조원에 육박하고 있고요.”


이들 새마을금고가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요인은 신용등급이 우수하고 월급 수준이 높은 대기업 임직원들을 대거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온그룹 내에서도 새마을금고가 설립되면 급여통장부터 각종 예금대출이자 혜택, 신용 및 체크카드에 힘을 실어 줄 수가 있다.


“의장님... 보수진영 인사들과 행정 관료들을 움직여서 은산분리 법률을 개정해 보는 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완화해보는 걸로......”

“아무리 해도 은행은 못 가집니다. 쓸데없는 욕심이에요.”

“인터넷 전문 은행은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거 상당히 귀찮을 걸요?”

“케냐에서는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은 은행 인프라가 워낙 척박하니까 텔레뱅킹이 가능한 것이고.”

“거기서 모바일 인터넷 뱅킹으로 넘어갈 거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되겠죠.”


궁극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핀테크가 목표다.

GMG Digi Lab의 블록체인 기술은 Snowstorm 배틀넷 플랫폼에 적용하는 단계에 와 있다.

금융 분야로 확대하는 것에도 전망이 밝은 편이다.

신원 확인, 익명성 거래 그리고 암호화폐를 법정 화폐 계좌와 연결하는 시스템, 특히 신용카드의 마그네틱 개인정보 도용을 방지할 수 있는 블록체인 신원인증기술 등 GMG는 관련 특허를 열심히 확보 중이다.


“김 실장도 알잖아요. 은행이란 게 강력한 규제가 사슬처럼 얽혀있는 규제산업이란 걸. 만약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 은행을 할 수 있다고 쳐요.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할 때 최대주주 1인이 나올 때까지 지배구조를 거슬러 올라갈 거 아닙니까.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면 당연히 대기업 오너가 심사 대상이 되겠죠? 개 잡듯 잡을 걸요? 아마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면 관련한 온갖 규제 때문에 오히려 우리 IB와 증권사 업무에 차질을 빚게 될지도 모릅니다.”

“대기업이 죄입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죄가 아니라, 그 막강한 힘으로 독식하려는 것이 문제다.

산업 생태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고.

그걸 주도하는 것이 경쟁력이다.

오성반도체가 결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오성전자의 반도체 생태계에는 상생이란 없기에.

이 시기에도 대만의 최대 경쟁자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이전 삶에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일환이긴 하지만, 오성반도체가 미국 땅에 대규모 공장을 지어서 강제로 미국 반도체 생태계의 일부분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암튼 꼴랑 인터넷전문 은행의 수 십 조원 매출이 수 백조가 될 수도 있는 IB 매출을 흔들 수도 있으니까. 혹시라도 한국에서 상업은행 할 생각은 접으라고 하세요.”


60~70년대였다면 류지호도 반대 안 했다.

당시에는 대기업이 사금고처럼 은행을 가지고 있으면서 성장에 큰 도움이 됐으니까.

한국의 재벌들도 상업은행에 대한 소유욕을 버린 지 오래다.

한국의 세법이 있는 자 편의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사내유보금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90년대 이후로 사내유보금에 매기던 세금도 없다시피 했고.

따라서 대기업 사내유보금이나 유동성 자산이 시중은행들보다 많아지게 된다.

게다가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올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은행이 대기업에 우리 돈 좀 가져다 써달라고 영업해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게다가 재벌들은 순환출자의 목적과 남의 돈으로 그룹을 지배할 목적으로 계열사에 자산운용 혹은 보험사를 하나씩 다 보유하고 있기도 하고.


‘그나저나,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류지호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복잡하게 변했다.

가온그룹이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골칫덩어리 기업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 ❉ ❉


K-마켓 인수는 어찌 보면 상식선 안에 있었다.

시장점유율은 미미하지만, 가온그룹이 이미 오픈마켓 사업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0월에 접어들어 발표된 M&A는 다소 뜬금이 없었다.

10월 둘째 주 월요일에.

가온그룹 회장이 기자들을 모아놓고 뜬금없는 발표를 했다.

그룹 총수와 인연도 없고, 그룹과도 크게 연관도 없는 기업이다.

한국 제조업 분야에서 불우의 아이콘.

골칫거리이며 영원한 숙제 같은 기업!

바로 신진지프모터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의 명가!’


한때 그렇게 불렸던 적도 있다.

여러 번의 법정관리와 노사분규로 브랜드 이미지는 최악을 치닫고 있다.

지난 2004년에 중국의 SAIC가 인수해 경영정상화를 외쳤다.

말과 달리 한국기술의 중국 유출이라는 ‘먹튀’ 논란만 남겼다.

중국에서는 돈만 들이고 재미를 못 본 M&A 실패작이라고 떠들지만.

실제로 그들 입장에서는 신진지프모터스의 하이브리드 기술 같은 최신 기술을 빼돌릴 수 있는 매우 남는 장사였다.

한국인들에게 중국기업에게 회사가 매각되면 어떤 비참한 결말을 보게 되는지 각인시켜 준 대표적이 사례 중에 하나다.

많은 이들이 이번 신진지프모터스 인수를 뜬금없다고 여겼다.

이미 영국의 고급차 브랜드 재규어-랜드로버스를 인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류지호는 신진지프모터스의 고급 세단 플래그십 모델, 체어맨 1호 고객이었다.

외환위기 시절 체어맨 커스텀 리무진을 협찬 받아, 부산국제영화제에 타고 다니며 나름 홍보를 해주기도 했다.

류지호가 체어맨을 타고 다녀서 도움이 됐을까.

한때 체어맨이 국내에서 1만 5천대를 팔아 치우는 실적을 내기도 했다.

나름 인연이라면 인연일 수 있다.

당시만 해도 자신이 신진지프모터스를 인수합병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그룹 내부적으로 신진지프모터스 인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그럼에도 류지호가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그럼 내 개인재산으로 인수할 수밖에.... 없겠군요?”


류지호가 인수를 선언했을 당시 주가는 2,000원 안팎이었다.

Rehman Bros 파산 발표 이후로 1,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마침내 9월 15일.


곧 휴지조각이 될 지도 모를 신진지프모터스 주식을 거침없이 사들였다.

파산보호신청으로 800원까지 내려갔을 때는 대놓고 사들였다.

그룹 임직원들은 류지호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르노오성와 한국DM까지 모조리 사들여 통합 자동차 회사를 차릴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래리 킴 회장이 서둘러 인수팀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SAIC가 주식을 주당 1만원에 매수했고, 지금은 1천 원에 미치지 못하는데 어떻게 손해 보면서 팔 수 있겠습니까?”

“인수 후 투자 증대, 판매 확대 등 기업 가치를 높이기는커녕 기업 가치를 하락시켰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고 봅니다. 대주주로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봅니다만.”

가온그룹 인수팀은 SAIC 관계자들이 기분 나빠할 말도 서슴지 않았다.

16% 지분으로 2대 주주였으니, 할 말 못 할 말이 없었다.

래리 킴 회장으로부터 인수협상이 잘 안되어도 좋으니 절대 끌려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고.

래리 킴 회장은 신진지프모터스 인수를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었다.

신진지프모터스는 2003년 내수시장 점유율 12.5%를 기록한 이래 2004년 11.4%, 2005년 8.3%, 2006년 6%에 이어 지난해에는 5%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SUV의 판매 급감 때문이다.

2003년까지는 신진지프모터스가 국내 SUV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였다.

39.4%의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였다.

중국의 자동차 회사에 인수된 후로는 지속적인 판매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에는 점유율 20%대를 간신히 넘겼다.

가온그룹 전략기획실이 분석한 신진지프모터스가 흑자를 보기 위한 마지노선은 대략 12만 대 판매였다.

대략 3조 3천억 원 정도 매출을 올려야 간신히 흑자를 기록할 수 있다.

문제는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흑자를 냈다고 해서 연구개발비까지 확보한다는 의미가 아니기에.

대체적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신차 하나 개발하는데 3,500억 원에서 최대 4,500억 원이 소요된다고 본다.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의 기간이 걸려야 신차가 나온다.

엔진, 미션, 디자인, 차량 이름까지 변경되는 풀체인지의 경우가 그렇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진 자동차 산업에서 마이너체인지나 페이스리프트가 연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다.

신진지프모터스의 매출과 재무구조상으로 R&D 예산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가 없다.

중국의 대주주인 SAIC가 고약한 것이 1,200억 원의 기술지원비 지급을 미루었다는 사실이다.

그로인해 제때 후속 모델이 시장에 나오지 못했다.

237개였던 대리점(딜러)이 5개월 만에 221개로 축소됐다.

판매망마저 동요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판매 부진 및 신차 부재의 영향은 A/S업체들로까지 번졌다.

A/S를 위한 입고 대수의 추이가 떨어져서 A/S 부문의 수익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신진지프모터스의 A/S 네트워크도 흔들렸다.

가온그룹 인수팀은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SAIC를 압박했다.

주당 최대 1,500원을 제시했다.

당연하다는 듯 SAIC는 이를 거절했다.

협상이 깨지자 협상팀은 미련 없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에 Rehman Bros가 파산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쳤다.

세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신진지프모터스의 부채는 8,280억으로 계속해서 늘어만 갔다.

SAIC가 파악한 유동성 자산은 달랑 380억 원.

이 자금으로는 3개월도 버틸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남은 방법은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하는 것 뿐.

기업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한 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SAIC는 54%의 지분을 포기하는 대신 엄청난 부채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들은 신진지프모터스가 청산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무려 5,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고, 수많은 협력업체들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며, 천안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되니까.

참고로 신진지프모터스의 1차 협력업체만 250여 개, 2·3차까지 합치면 1,500여 개에 달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무조건 살릴 수밖에 없다.

류지호는 그런 상황까지 가기 전에 지분을 인수하고 싶었지만.


“안 됩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어느 정도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1년 뒤 채권단이나 관리감독 주체들과 인수협상을 해야 합니다.”

“그때까지 기다리면 신진지프의 이미지는 더욱 최악이 될 텐데요?”


강성노조로 인해 노사분규가 극심한 회사.

중국에 팔려서 삼류 자동차를 생산하게 된 존재감 없는 자동차 메이커.

아재 감성의 브랜드.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차를 만드는 회사.

배타는 것 같은 승차감을 스포츠유틸리티(SUV) 감성이라고 우기는 회사.

기타 등등.

SAIC가 대주주가 된 이후 국내 소비자에게 각인된 신진지프 브랜드의 이미지였다.

중국기업에 매각된 직후부터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기술유출 논란 때문이다.

2006년부터 노조가 기술유출 의혹을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2005년 5월에 회사 핵심기술인력 150여명이 중국에 파견됐는데, 이때 신진지프와 부품업체들의 설계도면이 중국 측으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작년에는 검찰이 신진지프모터스 종합기술연구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핵심은 한국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자동차’ 관련기술이 유출되었지 여부였다.

이전 삶에서 SAIC는 미련 없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대부분의 기술을 탈취했기에 쓸모가 없어진 신진지프모터스를 포기한 것이다.

제대로 된 투자를 일체 받지 못한 채 회사 기술과 노하우만 고스란히 넘겨준 꼴이 됐다.

법정관리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2008년 말부터 노조와의 본격적인 대립이 펼쳐지고 주가는 1,000원 이하로 곤두박질 쳤다.

온갖 루머가 떠돌았다.

오죽하면 이선택 정부가 SAIC가 ‘먹튀’ 할 수 있도록 고의 부도를 야기했다는 의혹까지 있었을까.

실제로 모 회계법인이 개입된 회계 조작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고.

신진지프모터스를 두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민노총 금속노조 지도부까지 파업에 관여하게 되었고, 옥쇄파업에 공권력의 강경진압 등이 잇따랐고, 천여 명이 구조조정으로 퇴사했으며, 옥쇄파업 당시의 폭력집회가 집중적으로 온 언론에서 조명되면서 신진지프모터스는 한국 최악의 영업장 및 광기의 노조가 날뛰는 기업이란 인식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이전 삶에는 옥쇄파업으로 촉발된 공권력과의 충돌 후유증, 대량 해고, 과격 빨갱이 노조 프레임 등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생활고를 호소하던 노동자 2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적당한 가격에 하루 속히 인수하도록 하세요.”


류지호는 노조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의향이 있었다.

이전 삶처럼 중앙의 금속노조 지도부 및 전문 시위대까지 불러다가 마치 전쟁터에서 고지전투 하듯 경찰과 충돌하는 꼴은 절대 보고 싶진 않았다.

신진지프 모터스는 그렇지 않아도 최악의 이미지를 가진 기업이다.

옥쇄파업부터 이어진 무력충돌, 언론이 전쟁터 같은 파업현장을 생방송으로 헬기까지 동원해 보도하는 일이 이번에도 반복된다면, 천하의 미스터 할리우드가 와도 답이 없다.

결국 SAIC는 신진지프모터스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자마자, 가온그룹이 채권단 및 관리감독 주체들과 협상자리를 가졌다.

가온그룹은 인수금액에 4억 5천만 달러(약 5,000억 원)를 제시했다.

정의국 정권에서는 신진지프모터스 문제를 빨리 매듭짓고 싶어 했다.

한편에서는 강성 노조를 활용해 정치선전선동을 해야 한다고 간언하는 일도 있었다.

정의국이 그 의견을 들었다면 신진지프의 비극이 되풀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파업-데모-공권력 투입으로 이어지게 된다면 금융위기를 해결해야 할 정권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정통 보수를 표방한 정의국은 품위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런 이해관계들이 맞아 떨어져서 마침내 5,000억 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가온그룹이 신진지프모터스를 인수하게 됐다.

M&A 계약서에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가온그룹에서 30명의 대규모 실사단을 파견해 회사의 바닥부터 샅샅이 훑었다.


[류지호 의장은 미국의 전기차 회사 TESLAS의 최대주주다. 가온그룹은 얼마 전 영국의 고급자동차 브랜드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번 신진지프모터스 인수를 통해 류지호와 일론 리브스는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제일신문.


[사실 신진지프모터스는 친환경차 라인업이 아예 없다. TESLAS를 소유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류지호 의장은 신진지프모터스 생산라인을 활용해 전기차를 생산할 야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에 조성 중인 첨단산업단지가 전기차 생산기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보는 이들이 많다.]

- 겨레신문.


[신진지프모터스에게 있어서 전기차 기술력은 논외로 하고, 사실상 전기차 생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현재 평택공장의 생산능력이 대략 25만 대다. 공장 가동률은 15만 대에 머물고 있다. 평택공장 구조 개편 및 생산성 개선을 통해 전기차 생산라인을 갖추는 것이 그렇게 어렵게 보이지는 않는다.]

- 월간 자동차.


[많은 이들이 알 듯, 류지호 의장은 픽업트럭 마니아다. 신진지프모터스에 픽업트럭 모델이 추가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정통 지프 형태의 코란도가 부활할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지만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하다.]

- 카 라이프.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자본이 신진지프모터스를 인수하면 지속가능한 회생전망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산업정책에 기반을 두어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마지막 주장은 ‘자동차산업의 올바른 회생을 위한 범국민 대책위원회‘라는 곳에서 한 말이다.

자체 개발 자동차를 가져본 적이 없는 SAIC가 신진지프모터스를 몇 년 간 지배하면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현지화에 노력하기보다 기업 연수생처럼 선진 자동차 생산 시스템을 배워가기만 했던 것에 비추어 가온그룹에 대하여도 똑같은 우려를 보냈다.

SAIC는 2005년 기자회견 때 2007년까지 4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비전을 제시했으나 그 비전을 실현하지 못했다.

어쩌면 못한 것이 아니라 안 했을 수도 있고.


- 신진지프모터스만 일방적으로 잃기만 한 거래!


SAIC 입장에서는 자동차 조립, 생산 같은 하드웨어적인 기술 외에도 연구소 중심의 신차 개발 노하우, A/S 및 부품, 딜러 관리 노하우 등 소프트웨어적인 기술도 상당수 배워간 매우 성공한 인수였다.

신진지프모터스의 자동차 기술을 빼돌리고 튀었든 뭐든 간에.

그 과정에서 SAIC 역시 투자 손실을 기록하긴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돈 주고도 못 배울 것들 상당 부문을 배워갔다.

그걸 부인할 순 없다.

사실 기술 유출 논란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신진지프모터스의 경영권을 중국 기업에 팔아넘겼을 때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

배임 등의 혐의로 경영진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때늦은 후회일 뿐이다.

주주는 이익이 나지 않으면 언제라도 팔고 나가면 그만이다.

경영의 책임을 전문경영인에게 묻는 입장이지 본인이 책임지는 입장이 아니다.

SAIC는 주주 자격을 포기했다.

남은 주주에게 무슨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사실상 회사 경영도 한국인들이 주로 했다.

노조는 노조답게 회사의 실적과 상관없이 급여, 상여금, 복지 혜택 뭐 하나 빠지지 않고 다 누렸다.

SAIC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중국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는 언론보도가 상당히 많았다.

이 역시 대책 없는 신세 한탄일 뿐.

버스 떠난 뒤에 ‘네가 잘했네 네가 못했네‘ 따지는 것은 공허한 한탄밖에는 안 된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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