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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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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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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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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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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REMO : ....or Maybe Dead!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할리우드에서 안 되는 것은 세계 어디에서도 안 된다.

VFX 분야는 특히나 그렇다. 문제는 여전히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체감을 관객에게 완벽하게 전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10년이 지난다고 해서 획기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때문에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병행할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의 거장 리드 스콧 감독은 여전히 CG를 믿지 않는다.

그래서 매번 실물 크기의 세트나 소품을 제작해 촬영한다.

유명한 사례가 <블레이드 러너>다.

<블레이드 러너>는 당대 최고의 산업디자이너를 고용해 작업했는데, LA 세트는 CG 시대에도 프로덕션 디자인의 참고서로 불린다.

류지호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리드 스콧이 충고했다.


“실재로 만들 수 있다면 무조건 그렇게 해. CG는 완벽하지 않아.”


<터미네이터> 이후 어떻게 하면 완벽한 CG를 선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답다고 해야 할까.

제이미 캐머론 감독은 류지호의 VFX 시도를 열렬히 지지했다.

<타이타닉>에서는 말도 안 되는 실물 타이타닉호를 재현한 주제에.


“내가 3억 달러를 투자한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돈의 문제가 아니야. 현재 아날로그, 아니 미래에도 아날로그 기술로는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영상을 구현하기란 불가능해.”


류지호의 생각보다 제이미 캐머론은 더 단호했다.

이전 삶에서 <아바타> 오리지널과 감독판을 모두 본 입장에서 류지호는 그의 야망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반면에 비주얼리스트 리드 스콧은 제이미 캐머론과는 완전히 반대다.


“내가 찍은 영화들에서 실재 세트가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강력한 영감을 줬어. 세트에서 촬영에 들어갈 때면 아주 절제된, 그러면서도 직관적인 모습이 많이 보이지. 모든 사람들이 좀 더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행동하게 되더란 말이야. 세트가 실제와 너무나 똑같기 때문이야. 만일 사람들을 감정적으로든 본능적으로든 겁을 주거나 몰두하게 만들고 싶다면 실재 세트가 최선의 방법임을 잊지 말게.”


리드 스콧 감독은 실내 세트만 실제처럼 만들지 않는다.

로케이션 장면도 정말 기가 막히게 헌팅하고 미술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리드 스콧 감독은 프리비즈 같은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제작비와 적당히 타협하면서 본편 작업은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점점 CG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평범한 감독은 완벽한 CG를 요구하며 VFX 스튜디오는 감독의 기대를 뛰어넘는 CG를 추구한다.

리드 스콧이나 마르틴 스콜체제 같은 극히 일부 감독들은 CG를 최소화하고 프로덕션 디자인의 보조 도구로 활용한다.

천하의 리드 스콧과 마르틴 스콜체제 감독이라고 하더라도 촬영기간을 최대 15주에 맞춰야 한다.

실재 세트를 실내외까지 모두 짓게 되면 제작비가 많이 소요되는데, 촬영기간 마저 5개월을 초과하게 되면 제 아무리 대감독이라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류지호는 1.5억 달러 예산의 <REMO> 최종편을 17주 안에 끝마쳐야 했다.

주요 배경인 맨해튼 시가지 일부를 재현한 야외 세트를 토론토 인근 허허벌판에 건설하고 있다.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 시가지를 1층 높이로 전면부만 만들었다.

가로등도 쓰러져 있고, 건물 잔해도 쌓여있으며, 자동차들도 뒤엉켜있다.

유니벌스 스튜디오의 야외 세트도 3주 간 임대해서 촬영하기로 했다.

<REMO>는 CG 시대를 역행하는 영화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아날로그와 CG의 결합이야말로 최상의 영화적 환상을 창조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는 영화다.


‘....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은 Eye-MAX 3D 영화작업이 가지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실재 세트로도 얻기 힘든 장면도 있고, CG로도 안 되는... 여러 문제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남들이 가보지 않는 길을 가는 건 용기가 필요한 법.

막무가내 정신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남의 돈으로 이런 미친 짓을 한다고 생각하니 류지호의 고개가 절로 흔들렸다.

냉정하게 보면, 이런 영화에 1.5억 달러나 투자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흥행성공 확신이 서지 않기에.


❉ ❉ ❉


지난 1999년 류지호가 소유한 부동산개발회사 JHO REAL ESTATE는 Playa Vista 지역을 구입해 Playa Vista Develop Company를 설립해 개발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개발을 시작한 곳은 옛 Hughes Aircraft Company 부지였다.

1910년대부터 영화 촬영지로 사용되었던 이 부지는 Hughes Aircraft의 항공기 제조공장이 들어서기 전까지 할리우드 영화 여러 편이 촬영되었다.

Hughes Aircraft 전성기 시절 45개의 건물이 있었는데, JHO REAL ESTATE가 매입할 당시에는 22개 건물만 남아 있었다.

그 중 16채만 보수를 거쳐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

Hughes Aircraft 공장의 모든 건물은 전시에 필요하지 않는 재료 즉 목재로만 건설되어야 했다.

2차 대전이 한창이던 시절이라 철근이나 기타 금속 사용이 허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화재에 매우 취약했다.

지난 90년대 <타이타닉>을 촬영한 바 있는 길이가 740피트, 높이가 73피트, 약 6층 높이의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건물로 널리 알려져 있는 15동 건물 역시 전체가 목재로 건설되었는데, 캘리포니아 주정부로부터 영구보존시설로 지정되었다.

때문에 Playa Vista Develop Company는 훼손이 금지된 건물의 외형과 골조를 그대로 두고 불연성 소재를 사용해 건물 안쪽에 보강 공사를 했다.


“가장 최근 리모델링을 한 소닉-콜롬비아스 스튜디오보다 사운드스테이지 숫자는 3개가 적습니다.”


Playa Vista Develop Company 사장 랜스 맥그래디가 류지호를 수행하며 25만 평 부지에 조성 중인 Tri-Stellar Studios에 대해 설명했다.


“컬버시티 소닉 스튜디오보다 2만 평이 넓군요?”

“스테이지 숫자를 줄인 대신에 각각의 크기가 할리우드 스튜디오 중에서 압도적으로 거대합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사운드스테이지 숫자보다는 높이와 넓이에 주목했다.

건물 6층 높이의 15동 건물은 실물크기 타이타닉호 뱃머리가 솟구치고 뒤집어지는 동작을 구현하고도 공간이 여유롭게 남아돌 정도였다.


“750피트에 달하는 길이는 간단한 카체이스도 소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영구보존이 확정된 건물은 모두 몇 동입니까?”

“15동과 역사성이 인정된 다섯 개 동 해서 총 6개 건물입니다.”

“화재에 취약한 점이 걸리는 군요.”

“주정부의 관련 부처와 합의점을 찾았습니다. 다른 부분은 전혀 손을 대지 않는 대신에 불연성도료로 코팅을 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도료는 친환경 제품을 엄선했습니다.”


백퍼센트 화학제품에 친환경을 가져다 붙이는 것이 우스웠지만, 류지호는 그러려니 했다.


“Hues & Rhythm Studios는 언제 쯤 입주할 수 있겠어요?”


Tri-Stellar Studios를 마주보는 위치에 Hues & Rhythm 캠퍼스가 한창 공사 중이다.


“올해 안에 입주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류지호가 Playa Vista를 개발하려던 첫 번째 이유가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JHO Company 계열 기업들을 모으기 위해서다.


“고도제한이 걸려있다죠?”

“LA 매트로폴리스의 일부 도심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은 고도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Playa Vista는 최대 200피트까지는 올릴 수 있습니다.”


대략 60m, 17~18층 높이까지 가능했다.

Playa Vista 대부분의 지역이 주택보다 업무구역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Playa Vista 도시개발에 해체주의 건축가가 참여했다죠?”

“오웬 모리스라고 컬버시티에서 진행하고 있는 ‘The New City Project’를 주관하는 건축가가 Tri-Stellar Studios를 리디자인했습니다.”


컬버시티에는 방치된 산업단지가 있었는데, 해체주의 건축가 오웬 모리스는 1988년부터 컬버시티 리디자인(Re-Design)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 후 침체에 빠져 문을 닫거나 다른 곳으로 이주해 비워진 공장 및 생산시설 건물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리모델링하기 시작해 하이테크 이미지의 건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그 프로젝트가 컬버시티에서 진행하고 있는 ‘The New City Project’다.

오웬 모리스는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던 Hughes Aircraft 산업단지를 자신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해서 25만 평 부지의 각 건물들이 일관된 주제의식을 표현하는 작품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소도시를 맨땅에서 새롭게 만드는 것이라서 시대를 앞 서 가는 다양한 건축과 친환경 도시 실험을 할 수 있었다.

주요 계열사의 캠퍼스는 녹지비율과 함께 유명 건축가들의 예술작품 같은 건물들이 들어서게 된다.


“주택개발에는 큰 미련 갖지 마세요.”

“예. 보스!”


부동산 개발에서 돈이 되는 것은 고층빌딩이나 고급주택 분양사업이다.

류지호는 Playa Vista를 JHO Company Headquarter를 중심으로 한 영화·TV·엔터테인먼트와 실리콘밸리 기업의 제2 거점도시로 개발이 기획되었다.

내심 북미 한류의 거점으로 삼을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주거지역이 아주 없진 않다.

대략 2,500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주택단지가 조성되거나 기존 주택가를 정비할 계획이다.


“시민들에게 약속한 것들은 모두 지켜져야 합니다. Playa Vista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들 관리 철저히 하세요.”

“걱정 마십시오. 보스!”


Playa Vista의 옛 Hughes Aircraft Company 터에 들어서는 Tri-Stellar Studios 첫 계약 작품이 <REMO> 최종편이다.

가장 큰 15동을 사용할 계획이다.

<REMO> 최종편 촬영부터 Tri-Stellar Studios가 부분 가동한다는 소식이 할리우드에서 떠돌았다.

당연히 호사가들이 수군거릴 수밖에.


“스튜디오를 네 개나 소유하는 건 지나친 낭비 아냐?”

“미스터 할리우드가 부동산 재벌이라도 되고 싶은가 봐.”

“처음으로 배당금을 수억 달러나 받아갔다고 하잖아.”

“얼마 전 뉴멕시코에서 목장을 구입했지?”

“벨에어에서 더 비싼 주택으로 옮긴다고 하던데?”

“스튜디오 사용료는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나?”

“누가 요즘 LA에서 촬영해. 혜택 많은 다른 주에서 하지.”

“한 번도 투자에 실패를 해본 적 없는 미스터 할리우드가 처음으로 쓴맛을 좀 보겠군.”

“글쎄. 그것도 봐야 알지. IT버블 붕괴 여파로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린다잖아. 어쩌면 그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을지도 몰라.”


업계에서는 JHO가 소닉-콜롬비아스 스튜디오 규모에 맞먹는 대형촬영단지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기존 시설들을 매물로 내놓을 줄 알았다.

매각은커녕 기존 시설들을 계열 기업들에게 골고루 분산시켰다.

그 모든 시설을 공실 없이 1년 간 운영하려면 수백 편의 영상물을 유치해야 함에도.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연간 투자·제작·배급하는 영화는 100편에 한참 미치지 못했고, ParaMax Entertaiment는 LA보다 뉴욕주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자체 콘텐츠만으로 네 곳의 운영비를 감당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따라서 어리석은 판단이라거나 억만장자의 허세 또는 오만이라고들 수군거렸다.

한편에서는 대단한 자신감이라며 놀라기도 했다.

언론에서는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긍정적인 신호라는 의견부터 돈독이 올라 졸부처럼 무차별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의견까지 여러 해석을 내놓았다.


[JHO Company Group이 소유한 스튜디오들은 매물로 나와도 구매자를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스튜디오 부지와 시설들이 보수는 가능해도, 재건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매물이 아니다. Playa Vista 지역에 대규모 스튜디오 시설을 갖추게 된 JHO Company Group은 재정적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매년 4개의 스튜디오 시설 임대 물량을 유치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 부분 시설 사용료 인하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규모 제작사 유치가 해답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소식에 정통한 몇몇 일간지가 정확한 분석을 내놨다.

LA 선셋가를 중심으로 산재해 있는 세 개의 스튜디오는 할리우드 역사성을 간직하고 있다.

용도변경이나 재건축과 관련해 해당 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사실상 내줄 리가 없다.

재건축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따라서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그리 매력적인 부지가 아니다.

90년대 트라이-스텔라가 입주할 때도 기존 시설은 손 댈 수 없었다.

신축 건물은 스튜디오 부지로 등록되지 않은 빈 터에 신축했고, 시당국의 철저한 승인절차를 밟아야만 했다.

암튼 JHO Company Group은 Playa Vista는 메인 스튜디오로, TV부문 종합촬영소는 JHO Bronson Studios로, 저예산영화 및 독립영화, 광고는 JHO Las Palmas Studios로, 기존에 메인 스튜디오로 사용하던 Gower Studios는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로 무려 4개의 종합촬영소를 보유하게 됐다.

JHO Gower Studios로 명칭이 변경될 예정인 스튜디오는 JHO Picures와 Timely Studios 및 제휴영화사들이 주로 사용할 예정이다.

JHO Las Palmas Studios의 경우 추후 StreamFlicks가 자체 OTT 콘텐츠 제작에 나서게 되면 전체를 임대할 계획이다.

JHO Bronson Studios는 트라이-스텔라 텔레비전과 IVE Entertainment가 이전을 완료해 TV시리즈가 한창 촬영되고 있다.


“내가 참견할 부분은 아니지만, 진짜 괜찮겠나?”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까지 우려를 표했다.


“괜찮지는 않겠지만.... 버텨봐야죠.”

“....버텨?”

“CG기술이 발전할수록 과거처럼 로케이션 촬영이 다시 스테이지로 들어올 겁니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장기 임대 수요가 늘어나겠구만.”

“문제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세금혜택이에요. 장기임대 프로젝트가 다른 주로 가버리면 Playa Vista의 스튜디오 외에는 적자를 각오해야 할지도 몰라요.”

“스테이지 임대료 인하가 불가피하겠어.”

“다른 주의 세금공제만큼의 메리트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그것까지 고려해야겠죠.”

“어쩌다 캘리포니아 주가 이 지경이 됐는지... 쯧.”


모리스 메타보이가 답답함에 혀를 끌끌 찼다.

7월에 접어들면서 캘리포니아 주가 들썩들썩하고 있다.

주지사 소환투표 관련 청원 문제 때문이다.

청원 서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1998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된 조셉 데이비드 주니어 주지사는 작년에 재선에 성공했다.

수년간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주정부의 엄청난 재정적자로 인해 캘리포니아주 신용등급이 A등급에서 BBB로 떨어지고, 올해 예산적자 규모가 뉴욕주를 제외한 48개주 적자 총액을 웃도는 380억 달러에 이르면서 심각한 재정위기에 처하자 주민소환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은 민주당 골수 지지자다.

그조차도 데이비드 주지사를 옹호할 수 없는 입장일 정도로 여론이 심상치 않았다.


“의장실 참모들은 이번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나?”

“여론 조사와 같아요.”

“82년 만에 퇴출되는 주지사라는 불명예를 조셉이 안게 될까?”


지금까지 캘리포니아주에서 31번의 주민 소환투표가 있었다.

그 중 주지사 소환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부분 시장과 시의원이 주민 소환투표에 붙여졌다.


“음모론이라도 써보시려고요?”

“어딘지 공화당의 수작일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 들어.”


류지호의 참모진 사이에서 비슷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주는 55명으로 가장 많은 대통령선거인단이 걸린 지역이다.

재집권을 노리는 공화당이 치밀한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없진 않다.

캘리포니아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인 지역이다.

참모들은 최대 선거인단을 보유한 캘리포니아주에서 민주당 주지사의 실정을 부각시킴으로써 공화당 쪽으로 여론을 움직이려는 사전 작업에 일환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자넨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나?”

“저는 외국인입니다.”

“시민권과 무슨 상관인가. 주지사가 바뀔지도 모르고, 그 여파로 공화당이 재집권할 수도 있는데.”

“민주당원의 25%가 주지사 소환에 찬성한다잖아요. 그 의미가 뭐겠어요?”

“PARKsTV와 뉴욕포스트를 믿어? 그 쓰레기들은 자신들의 바람을 드러낸 것뿐이야.”

“여론조사 기관은 믿을 수 있지 않겠어요? 심지어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세력인 할리우드 노조조차 등을 돌렸는데, 게임은 끝난 것 아니겠어요?”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짜증난다는 듯 욕설을 내뱉었다.


“Moe, 냉정하게 생각해봐요. 캘리포니아주의 상황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에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캘리포니아가 안고 있는 문제는 미국의 많은 주, 나아가 연방정부의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이게 다 미치광이 전쟁광 때문이야! 도대체 누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거야.”

“누구긴 누구예요? 미국 시민들이지.”

“난 안 뽑았어!”

“Moe가 미국 시민 모두를 대표하진 않죠.”


할리우드 사람 가운데도 모리스 메타보이는 더 적극적인 민주당 지지자다.

대선 후보의 캠프에 참가해 영화업계 자문을 해주기도 했다.

만약에 올해 아카데미 시상대에 올랐다면, 노골적으로 조디 워커 대통령을 비난했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다행히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나저나, 조셉을 주지사에서 쫓아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말이야.”

“모르죠. 공화당에서 주지사가 나오면 조디 워커가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재정적자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지.”

“전쟁밖에 모르는 그 멍청이가 무슨 재주로. 지금 전쟁에 쏟아 부은 예산이 얼마인데.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이라니. 그게 무슨 악담이야!”

“또 모르죠. 레이건에 이어 두 번째 할리우드 출신 주지사가 탄생할지도.”


모리스 메타보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혹시.... 아놀드가 정계진출을 노린다는 게 사실인가?”

“외국에서 태어난 이민자도 주지사가 될 수 있어요?”

“주지사까지는 가능해. 대통령에 출마할 수가 없어서 그렇지.”

“민주당 대선 후보는 존 F 케디겠죠?”

“현재로서는 그만한 슈퍼스타가 없지.”

“케디 선거캠프에 참여할 생각이에요?”

“불러 준다면.”

“만약 존 케디 캠프에 참여한다면 네거티브 대응팀을 강력하게 구성하셔야 할 거에요.”

“카톨릭계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서?”

“그 문제가 가장 심각하죠. 공화당에서 존 케디의 개인사를 더럽고 치사하게 물고 늘어지면 점수를 많이 깎아먹을 거예요.”

“무슨 개인사?”

“유대계가 가톨릭으로 개종한 것도 그렇고, 가톨릭 신자가 이혼한 전력과 하필 재혼한 상대가 하인즈 가문의 후계자의 전처잖아요. 재혼상대의 막대한 위자료를 등에 업고 정치자금으로 사용한다고 공격하면 아니라고 하기도 그렇다고 하기도 애매하죠.”

“조디 워커 진영에서 그렇게 지저분하게 나올까?”

“왜 순진한 척 하시고 그러신데?”

“빌어먹을 가톨릭!”

“Moe가 그렇게 이야기 하면 안 되지 않나....요?”

“가톨릭 신자 중에도 이혼 할 수 있는 거지, 참.”

“이혼은 작은 부분이죠. 동성혼이나 낙태를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한 게 표를 많이 까먹을 걸요.”


이전 삶에서 한때 존 케디의 우세가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조디 워커 진영의 네거티브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케네디 이후 두 번째로 가톨릭 신자 미국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예측도 있었지만, 결국 빗나가고 말았다.

JHO Company Group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개입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다.

합법적으로 선거캠페인을 도와주는 정도다.

파커가문의 터전인 아이오와주를 중심으로 중북부의 미네소타, 위스콘신, 일리노이 등에서 선거 캠페인 총력을 기울여 존 케디에 대한 지지를 몰아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류지호는 외국인이지만, JHO Company는 미국 기업이다.

당연히 대통령 선거에서 한쪽을 선택해야만 한다.

회사의 이익을 고려하면 공화당을 지지하는 것이 맞다.

다만 임직원 대부분이 민주당 지지자라는 사실.


“이번엔 민주당에 좀 더 힘을 실어줄 거지?”

“외국인인 저는 줄타기를 잘해야 합니다.”

“그러게 시민권을 받으라니까.”

“투표권 하나 얻으려고 시민권을 받아요?”

“그게 얼마나 신성한 권리인데!”

“버틸 때까지 버티려고요.”

“버텨? 뭘?”

“그런 게 있어요.”

“뭔데?”

“사적인 겁니다.”


영주권과 시민권의 차이가 크다면 크고, 별 것 아니라면 별 것 아니다.

일반 영주권자들은 10년 마다 갱신해야 하고 미국에서 오래 나가 있으면 사유를 꼼꼼하게 보고해야 하고 심하면 입국이 불허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한다.

류지호 같은 슈퍼리치는 해당사항이 없다.

범죄에만 연루되지 않았다면 영주권만으로 전혀 불편함이 없다.

참고로 3달 후 열리게 되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투표 결과는 이전 삶과 달라지지 않는다.

마치 짜인 각본대로 착착 진행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후로 새로운 주지사 후보로 무려 135명이 난립한다.

선거일정이 법원에 의해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인다.

기다렸다는 듯, 선거당일 조디 워커 대통령이 언론을 통해 말한다.


- 슈발츠네거가 주지사가 된다면 정부는 전폭적인 캘리포니아를 지원 할 생각이다.


조디 워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여론이 급격하게 움직인 건 아니겠지만, 민심이 공화당으로 돌아서는데 어느 정도 작용하게 된다.

135명의 후보가 난립하다보니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아놀드 슈발츠네거가 확 눈에 띠게 된다.

심지어 슈발츠네거 성추문이 터졌짐에도 대세를 거스를 순 없다.

할리우드에서 밀어주는 분위기도 형성된다.

영화인 출신으로 친할리우드적인 정책과 주정부 운영을 해달라는 기대가 담겨있는데, 추후 주지사가 된 아놀드 슈발츠네거는 할리우드를 위한 정책을 펴진 않는다.

오랜 만에 나온 주민소환제는 미국 사회에 교훈을 남긴다.

허술한 주민소환 절차.

투표를 진행하며 들어간 수천 만 달러의 예산 낭비가 부각된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소환제도가 최악의 민주주의인지, 최선의 민주주의인지를 놓고 심각히 대립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주민들을 이념과 인종적으로 크게 분열시켜 놓았다.]


주지사 소환투표 이후 나오게 되는 뉴욕타임스 기사다.

할리우드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의 정치적 문제는 류지호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주지사든 대통령이든.

선거에서 외국인인 류지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미국에서 쓸데없이 오지랖 떨면 그 후폭풍의 스케일을 감당할 수 없을 수도 있고.


‘그냥저냥 안전빵으로 영화만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족한 것을~’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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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 REMO : ....or Maybe Dead! (10) +4 23.08.03 2,726 107 26쪽
574 REMO : ....or Maybe Dead! (9) +3 23.08.03 2,503 97 24쪽
573 REMO : ....or Maybe Dead! (8) +7 23.08.02 2,654 111 26쪽
572 REMO : ....or Maybe Dead! (7) +3 23.08.02 2,630 99 24쪽
571 REMO : ....or Maybe Dead! (6) +3 23.08.01 2,655 109 22쪽
570 REMO : ....or Maybe Dead! (5) +5 23.08.01 2,558 97 23쪽
569 REMO : ....or Maybe Dead! (4) +6 23.07.31 2,734 108 24쪽
568 REMO : ....or Maybe Dead! (3) +7 23.07.31 2,670 98 23쪽
567 REMO : ....or Maybe Dead! (2) +3 23.07.29 2,897 111 26쪽
» REMO : ....or Maybe Dead! (1) +4 23.07.28 2,962 106 24쪽
565 낄 데 안 낄 데 분별을 못하고 있어! +6 23.07.27 2,938 114 26쪽
564 영화감독은 우연을 창조하는 사람! +3 23.07.26 2,929 112 25쪽
563 형이 갖고 싶었던 건 아니고? +6 23.07.25 2,957 123 29쪽
562 Love Of a Lifetime. (4) +4 23.07.24 2,837 118 23쪽
561 Love Of a Lifetime. (3) +3 23.07.24 2,684 93 24쪽
560 Love Of a Lifetime. (2) +8 23.07.22 2,981 116 26쪽
559 Love Of a Lifetime. (1) +2 23.07.21 2,951 113 24쪽
558 어련히 알아서 할까..... +6 23.07.20 2,953 118 29쪽
557 두고두고 가문의 영광이겠지..... +9 23.07.19 2,898 122 25쪽
556 MJJ Music Records. (4) +4 23.07.18 2,849 110 24쪽
555 MJJ Music Records. (3) +2 23.07.17 2,832 114 21쪽
554 MJJ Music Records. (2) +5 23.07.15 2,935 125 22쪽
553 MJJ Music Records. (1) +5 23.07.14 2,990 103 22쪽
552 내 것이 없으면 언제고 한계가 닥치게 되어 있어. (2) +3 23.07.13 2,990 113 23쪽
551 내 것이 없으면 언제고 한계가 닥치게 되어 있어. (1) +5 23.07.12 2,978 112 23쪽
550 나도 아직 시도하지 않은 건데..... +4 23.07.11 3,010 118 27쪽
549 내 이럴 줄 알았다! (2) +8 23.07.10 3,015 118 27쪽
548 내 이럴 줄 알았다! (1) +4 23.07.08 3,023 112 25쪽
547 앞으로 할 일이 참 많아..... +4 23.07.07 3,029 112 25쪽
546 반지 링은 얇아도 다이아몬드 알은 굵어야.... +7 23.07.06 3,040 10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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