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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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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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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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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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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영화감독은 우연을 창조하는 사람!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미국 부자들 사이에서는 세금을 제대로 내면 바보 취급을 받는다.

막대한 기부를 하는 부자들까지도 세금 납부액을 줄이려 애쓴다.

한국의 재벌도 마찬가지다.

아니다.

세계 어디나 부자들은 똑같다.

자본이득세,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온갖 신출귀몰한 방법이 동원된다.

그 방면에 정통한 회계사와 변호사를 무조건 고용한다.

그렇다고 불법을 자행하지는 않는다.

합법과 불법 사이에 숨겨져 있는 좁은 길을 아슬아슬하게 따라가며 절세 방안을 찾는다.

이중과세 방지나 투자장려 차원에서 만들어진 감세 내지 면세 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선물이나 옵션 같은 파생상품을 동원하기도 한다.

류지호는 슈퍼리치다.

세금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간혹 막대한 배당금을 받을 때는 세금 문제가 매우 복잡했다.

사실 류지호가 고민할 필요는 없다.

평소에도 회계전문 비서가 철저하게 세출을 정리하고 있고, 캐서린&윌슨의 파트너인 세계적인 회계법인 KBMG가 류지호의 모든 세금 문제를 처리해 주고 있다.

조디 워커 대통령은 지난 2001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소득세와 자본이익, 주식배당 등에 대해 감세조치를 취했다.

이 조치로 기존 39.6%였던 최고소득세율이 35%로 줄었다.

자본이득과 주식배당에 대한 조세도 20%에서 15%로 줄었다.

의회에서 새로운 세법을 통과시켰다.

2003년~2007년까지는 조건적 배당금(qualified dividend)에 한해서 장기 보유 자본 이익금과 같은 세율을 적용시키게 되었다.

개인과세등급이 25% 미만인 납세자는 5%의 세율을 적용시켰고, 개인과세등급이 25% 이상인 납세자는 15%의 세율을 적용시키는 것으로 바뀌었다.

참고로 2008년에는 세율을 더욱 낮게 개정을 해서 개인과세등급이 25% 미만인 납세자는 아예 세금을 안내게 세법을 개정하고, 개인과세등급이 25% 이상인 납세자 대부분이 15% 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사실 2003년 전까지는 미국 법인 기업에서 지급하는 배당금은 이중과세의 대표적인 본보기였다.

법인 차원에서 배당금이 세금 공제가 되지 않기에 주주에게 지급되는 배당금에 대해서 세금을 부담해야 했다.

배당금을 지급 받는 주주들의 입장에서도 배당금은 과세 대상이기에 배당금에 관한 세금을 따로 내야 했다.

미국은 누진과세로 배당소득세율이 최고 38.6%에 달했다.

이를 올해부터 15%(분리과세)로 낮춘 것이다.

따라서 미국 주식부자 입장에선 고배당이 마냥 좋았다.

세금걱정 상당 부분을 덜었기 때문이다.

매튜 그레이엄이 류지호에게 배당금을 받으라고 강권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올해부터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가 없어지며 세율도 낮아졌고, 한편으로 쌓여있는 사내 유보금도 줄일 겸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일본 등은 기업에 사내유보금이 일정 조건 이상을 쌓아놓고 있으면 과세하고 있다.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서다.

한국의 경우 90년대까지는 대기업에서 사내유보금을 법정 비율만 간신히 유지했다.

그러나 IMF 위기를 겪으면서 사내유보금을 최대한 많이 보유하는 것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게다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우량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배당보다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놓는 걸 선호했다.

한국이 사내유보금에 과세하지 않는 걸 알기에 배당으로 인한 납세보다 스톡옵션 전환이나 조세회피내지는 지연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물론 한국도 90년대 이전까지는 사내유보금에 일정 과세를 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이를 약화 시키다가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사실상 과세가 완전히 사라지는 추세다.

여담으로 2010년대에 접어들며 대기업들이 지나칠 정도로 많은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게 되면서 공론화가 일어나게 된다.

10년 넘게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에 있어서 찬반양론으로 나눠 논쟁만 벌인다.

그 사이 대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계속해서 늘려간다.

어쨌든 류지호는 오랜만에 JHO Company Group으로부터 5억 달러 상당의 배당을 받았다.

3억 달러는 JHO Sports LLC에 투자했고, 남은 돈으로 뉴멕시코 Bell Ranch 잔금과 벨에어의 새로운 주택 계약금과 리모델링 비용으로 썼다.

올 해 종합소득세는 류지호가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십여 군데 기업의 하반기 배당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큭. 5억 달러라는 엄청난 배당금을 받았는데도 1위를 못하네....’


미국에 얼마나 많은 주식배당 부자가 있으면 5억 달러 배당과 기타 배당금으로 5위권에 턱걸이 할까.

주식배당 과세율이 줄어들면서 올 해부터 주식배당 부자 순위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었다.


‘미국부자들의 진정한 친구.’


조디 워커 대통령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비록 인류애적인 입장에서 그가 벌이고 있는 전쟁을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공화당의 부자감세는 류지호 같은 슈퍼리치를 위한 조치가 아니다.

어차피 슈퍼리치들은 자선재단, 조세회피처, 절세효과를 누리는 법인 소유, 기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부자감세는 중산층이지만 곧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을 위한 조치다.

이 시기 미국의 중산층 비율이 55%를 상회하고 있다.

조디 워커의 감세정책은 류지호 같은 최상위 1%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 전체 자산의 4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위 9%와 중산층 중에서도 최상위 30% 계층을 위한 정책이다.


“그래서 에드워드 버펫 같은 양반이 부자세금 올리라고 하는 말이 공허한 것이지.”


미국이 사회주의로 돌아가지 않는 한 류지호 같은 최상위 부자가 법정 세율을 온전히 낼 일은 없다.

매튜 그레이엄이 왜 류지호와 함께 LA다저스를 매입했을까.

스포츠구단을 사들여 손실을 보는 방식으로 소득세를 엄청나게 줄일 수도 있다.

다저스의 누적 부채만 2억 달러가 넘고, 올해 적자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왜 류지호가 배당을 받지 않고 유상증자 같은 방식으로 주식 수만 늘릴까.

장부상 재산 상승에는 소득세를 물리지 않기 때문이다.

왜 류지호가 개인 투자회사와 부동산개발회사를 따로 운영할까.

주식 및 채권투자 그리고 부동산으로 장부상 손실을 내는 방식으로 세금납부액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 ❉ ❉


영화감독이 되기란 정말 힘들다.

하지만 영화감독이 되고 나면 쉽다.

적당한 정치 감각과 직업에 대한 이해도만 갖추고 있으면 된다.

류지호가 영화과 특강을 가면 학생들이 묻는다.


- 영화감독은 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영화감독은 평소 친분 있는 제작자나 프로듀서가 주는 여러 개의 시나리오 중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골라요. 미술감독이 콘셉트 디자인을 가져오면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골라요. 또 의상팀이 의상을 준비해오면 그중에서 예쁜 옷을 골라요. 그 옷을 입고 배우가 연기를 하겠죠. 당연히 배우는 연기를 잘하려고 노력하겠죠? 그가 한 연기 중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연기를 골라요. 그리고 말하는 겁니다. 오케이! 어때요? 감독이란 직업에 별 게 없죠? 그냥 잘 고르면 됩니다. 그게 다예요.”


가끔 있어보이게 말할 때도 있다.


“영화감독은 우연을 창조하는 사람입니다.”


오손 웰스가 한 말이다.

영화는 선택하고 때론 선택 받는 우연의 연속의 산물이라는.

일단 영화계에서 시나리오는 돌고 돈다.

계약을 맺지도 못한 상황에서 수차례 각색을 거친다.

그렇게 고생고생해도 수차례 거절당할 수 있다.

그러다 갑자기 투자가 돼서 영화가 제작될 수도 있다.

반대로 영화화 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시나리오는 셀 수 없다.


“90년대 후반부터 스튜디오에 들어오는 시나리오의 수준이 형편없어요. 거의 대부분은 어디서 본 것들이죠. 그런 시나리오를 누군가와 주고받는 건 의미 없어요. 때론 그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왜 영화를 하는지, 왜 영화를 시작했는지 모두 잊어버린 것 같다고. 돈만 벌려고 영화 시작한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우리 모두 ‘좋은’ 영화에 감동을 받았으니까 영화를 시작한 거 아닐까요?”


억만장자 영화감독 류지호를 꼬집는 학생도 있었다.


- 영화가 자기 돈을 들여서 예술을 하면 그건 별로 존경받을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누구나 할 수 있군요?”

- 많은 성공한 예술영화 감독들은 돈밖에 모르는 제작자를 설득하고, 재미만 추구하는 대중들을 홀려가며 어떻게 해서든 자기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냅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를 감동시키는 작품을 만들었죠.

“맞아요. 그건 분명히 위대한 일이에요. 아마 그런 것이 진짜 자본주의 시대에 어울리는 예술행위일 겁니다.”


자신만의 명확한 예술관과 취향을 가진 관객은 의심하곤 한다.

세계 4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작품이, 혹은 아카데미 작품상이 진정으로 예술성을 보장하는 위대한 작품들인지.

타당한 의심이다.

심지어 현직 영화감독들도 그와 관련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니까.


“그렇다면 좋은 영화, 예술영화라는 건 대체 뭐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감독의 창의력에 기대기만 하면 되나. 할리우드처럼 견고하고 전문화된 시스템으로 만들면 되나. 아니면 홀로 뼈를 깎는 심정과 혼을 불태워 몇 달 몇 년을 혼신을 다해 만들면 될까요?”


정답은 없다.

전문가와의 협업 없이는 완성해내기 쉽지 않은 것이 영화다.


“영화는 감독에게 대부분의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단 한 장면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되죠? 가령 미술, 의상, 카메라 앵글, 조명, 연기, 다이얼로그, 음악 등... 보통 그 부분의 최종 결정을 감독이 합니다. 선택이라고 해도 되겠죠. 다양한 분야의 창작들이 모여 ‘우연‘의 조합이 이루어지고, 결국 한 편의 영화가 됩니다. 왜 그 모든 걸 감독이 선택하고 결정하냐고요?”

- ......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배우도 있고, 촬영감독도 있고, 음악가도 있는데 왜?”

- ......

“영화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날부터 현재까지 영화가 쌓아온 예술적 성취를 대부분 감독이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의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조합하고, 최종적으로 결과물을 낸 사람도 감독이고 책임도 감독이 집니다.”


그런 것만 봐도 영화가 감독의 예술임에는 자명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의문이 듭니다. 감독이 예술가라고 해서 영화도 예술인가?”


영화가 만들어진 순간부터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논쟁이다.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본다.


“이른바 대중예술이죠. Sirens 커피 한잔 값보다 비싼 돈을 내고 즐기는 예술 창작물이 바로 대중예술이라는 영화입니다.”


그 어떤 예술도 영화처럼 수억 명의 인류가 비싼 돈을 내며 경험하려 애쓰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만 원도 안 되는 돈(현재 한국의 경우)을 지불하고, 그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의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대중적인 예술.

그런 면에서 영화는 매우 보편적인 예술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불특정한 대중이죠. 만드는 사람은 고도로 숙련된 예술분야 전문가들이고. 대중이 즐기는 예술이니까 만드는 사람도 폭 넓은 ‘대중’이어야 하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취향은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것이 당연하다.

그 말은 만드는 사람도 다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는 대중예술이니까 ‘대중적‘이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그래서 할리우드는 대중들의 취향의 평균 혹은 다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크립트는 일반대중을 상대로 모니터링을 거치고 그 결과를 참고해 수정합니다. 투자자의 조언에 따라 좀 더 자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도 넣습니다. 주연배우는 캐스팅되기 전에 스토리 변경과 분량에 대해 요구합니다. 때론 각색에 참여할 권리를 요구하는 톱스타도 수두룩하죠.”


A-List 배우 캐스팅 조건에 자주 들어가는 것이 각색 참여다.


“어느덧 초고는 사라지고 스크립트 수정은 계속됩니다. 대중, 제작자, 투자자, 배우들이 기획 단계부터 의견을 쏟아냅니다. 영화는 계속해서 다듬어집니다. 반들반들. 거친 면이 사라집니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면들이 스크립트에서 자취를 감춥니다. 현란한 색감과 율동으로 눈은 즐겁고, 고막을 울리는 웅장한 사운드로 귀가 즐겁죠. 잘생긴 배우들이 수컷과 암컷의 성적인 매력을 한껏 어필합니다. 그렇게 대중의, 대중에 의한, 대중을 위한 영화가 만들어집니다. 관객은 감정을 공유하고 매표소는 더 많은 티켓을 팔아먹습니다.”


어떤 순간이 되면 관객이 불평한다.


“요즘 영화들이 다 거기서 거기야. 엇비슷해.”


신선한 영화가 없다고 비판한다.


“맞아요. 신선함이 부족합니다. 영화에서 신선한 시도가 가능 하려면 투자자를 설득해야 합니다. 물론 대중들에게도 어필해야 하죠. 투자자는 기존의 흥행 공식을 예로 들며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한 여러 가지 데이터를 제시합니다. 그들 입장에서 돈을 잃지 않으려면 안전한 길로 가야합니다. 돈을 버는 건 두 번째 문제입니다. 영화 한 편에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이 투입되죠. 그 돈을 지켜내는 건 결코 쉽지 않아요.”


많은 감독들이 영화과 특강에서 현실을 이야기 한다.

류지호는 메이저 스튜디오 오너이기도 해서, 할리우드 영화를 진단하는데 좀 더 입체적일 수가 있다.

뉴욕대 영화과에 다니는 학생들은 할리우드에 대해 다소 삐딱한 시선을 보낸다.

반 할리우드 성향의 예비 뉴욕파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감독 성향으로 분류되는 감독이 뉴욕에서 영화과 학도들을 만나면 간혹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예술에 목마르고 예술을 꿈꾸는 젊은 영화학도들이 집요하게 감독의 상업성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뉴욕에 머물며 <REMO> 프리프로덕션을 진행하고 있는 류지호는 시간 날 때마다 뉴욕대를 시작으로 동부지역 여러 대학 영화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강연을 했다.

몇 개를 엄선해 텔레비전 방송에도 출연했다.


✻ ✻ ✻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Daredevil>은 각종 부가시장까지 포함해 꽤 짭짤하게 돈을 벌었다.

후속편 논의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주연배우 벤틀리 애플렉이 후속편 출연을 거절했다.

Timely Comics팬뿐만 아니라, 평단과 관객들의 비판(조롱 포함)에 대해 부담감을 느낀 듯싶었다.

사실 류지호는 <Daredevil> 시리즈로 만들 생각 자체가 없었기에 상관없었다.

재밌게도 벤틀리 애플릭이 후속편 출연을 고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몇몇 배우가 출연을 노리고 있다고 한다.

가장 열의를 보이는 배우가 <트랜스포터>의 제이 스테이섬(Jay Statham)이다.

류지호와 식사자리를 갖기 위해 에이전트를 닦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벤이 각색에 참여시켜 주면 후속편 출연을 재고하겠다고 했다지?’


그럴 일은 없다.

<Daredevil>. <The Punisher>, <Iron Fist> 세편은 <Kingpin>을 최종보스로 한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암튼 벤틀리 애플릭이 좀 떴다고 각색 참여를 요구한 것처럼 할리우드 A-List 배우 몇 명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촬영을 거부하곤 한다.

때로 감독보다 배우의 입김이 센 경우도 있다.

<블레이드Ⅲ>의 촬영 현장은 개판 일분 전이다.

웨스 스나입스가 종종 태업성 태도로 촬영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프로듀서 크레디트를 허락하지 않은 것부터, 두 명의 캐릭터가 추가됨으로써 자신의 분량이 줄어든 것에 대한 노골적인 항의였다.

심지어 자신의 전용 트레일러에서 마리화나를 피우기도 했다.

이미 2,000만 달러 이상 집행이 되었기 때문에 영화를 엎을 수는 없다.

실패한 영화에서 캐스팅이 문제가 된다면 그 선택은 전부 감독이 했을까?

아니다.

결국 스튜디오에서 최종적으로 허락을 받아야 한다.

허락이라는 표현이 지나치다면 승인이라고 해도 좋다.

2010년대에 가게 되면 한국의 대기업 투자배급사에 캐스팅팀이 따로 있다.

영화 캐스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진다.

관객들은 매번 보는 배우만 본다고 투덜거린다.

투자배급사가 캐스팅까지 다 주무르니 그럴 수밖에.

게다가 할리우드 캐스팅 풍조를 잘못 배워 와서 패키지 캐스팅(멀티 캐스팅)을 공공연하게 제작사에 요구하기도 한다.

업계 사람들은 그 같은 대기업의 행태가 잘못 된 것을 알고 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들이 원하고 추천하는 배우를 기용하지 않으면 투자와 배급을 못 받으니까.

흥행실패 요인 가운데 또 하나가 편집이다.

‘합의’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할리우드 편집실에는 배우는커녕 감독과 프로듀서도 못 들어간다.

편집감독이 보여주고 싶을 때나 볼 수가 있다.

예전 충무로는 감독 마음대로였다.

2010년대에 접어들게 되면 충무로는 그렇지 않다.

개나 소나 편집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 훈수를 두게 된다.

감독, 프로듀서, 투자배급사 직원, 때로는 주연 배우까지.

감독이 편집을 ‘허락’ 받으며 하는 시대가 된다.


“그건 구시대적인 발상입니다. 때가 어느 시대인데 감독이 제왕적 결정을 합니까? 감독 혼자 만든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건 내 영화야, 아무도 터치하지 마. 그렇게 주장하는 건 시대에 역행하는 겁니다.”


이전 삶에서 류지호가 대기업 투자담당자에게 들었던 말이었고 무수히 많은 감독들이 듣게 될 말이었다.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면서 제왕적 결정이라 옳지 않다고 하는 논리가 우습다.

제작사와 감독은 파트너다.

훌륭한 제작사의 역량이 감독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 경우도 있다.

현재 WaW 픽처스가 그렇다.

WaW 픽처스는 감독과 최상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쁜 영화를 만들고 싶은 제작사나 투자사는 세상에 없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을 때 모든 문제가 감독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은 관계자들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성공은 모두가 나누고 실패는 감독보고 지라고 한다.

그 실패가 오만 참견 때문에 벌어졌음에도.

대중예술도 결국 예술이라면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스타 감독들은 자신의 제작사를 무조건 차린다.

남들과 비슷하지 않은 자신만의 선택을 지키기 위해서다.

물론 경제적인 이득도 고려할 수밖에 없고.

그들은 자신 만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애쓴다.

감독이면서 ‘스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꾸준히 새로운 영화를 제시하고, 대중들의 동의를 얻을 때 받는 훈장이기도 하다.


‘J로 시작되는 모 영화사는 그런 시대를 완벽하게 거꾸로 갔었지....’


정리하자면, 영화가 감독의 선택과 우연의 조합이라고 봤을 때.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돈이다.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이 난다.

이는 영화만의 일이 아니다.

슬프지만 삶을 둘러싼 모든 것이 그렇다.

류지호는 후배 감독들에게 영화를 하면서 차마 돈에 종속되지 말라고 주장할 수 없었다.

그 역시 비슷비슷한 몰개성 영화를 좋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한 것은 오로지 그의 선택이기도 하고.

영화감독이 오직 선택만으로 창조하는 유일한 예술가라고 봤을 때, 상업영화니 예술영화니 구분 짓고 급을 나누는 건 무의미했다.

영화에서 이해와 논리를 기대해선 안 된다.

영화감독에게 중요한 것은.

선택의 일관성.

그것을 위한 투쟁.

끝내 쟁취한 합의로 만들어 낸 황홀한 이미지와 이야기.

그런 것이 가득한 영화를 만들어 냈을 때 영화는 비로소 가치를 가진다.

관객이 만족하고 영화학도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된다.

새로운 꿈이 없다면 좋은 영화도 없다.


‘내 영화는 영화감독들에게 영감을 주고 영화학도들이 만들고 싶은 꿈인가?’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이번에는 질문을 바꿨다.


‘영화를 보는 내내 대중들에게 심리적인 변화와 감정적 동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돈 만원을 기꺼이 지불하고 볼 만한 가치를 러닝타임 내내 제공해줄 수 있을까.’


혹시 Eye-MAX 3D 영화가 겉멋 들린 자기만족에 지나진 않는지.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밀려온 의심이다.

확신, 믿음, 자신감 모두 흔들리지는 않았다.

흥행에 대한 부담도 없다.

이제 영화 한 편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정도의 기반이 갖춰졌으니까.

이전 삶과 달리 상업이니 예술이니 깊게 따지지도 않는다.

자신의 이름을 건 영화가 있을 뿐이다.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류지호에게 루틴이 발동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어깨에 힘이 조금 빠진다.

심적으로 편안함을 회복해 평상시대로 할 수 있는.

무려 1.5억 달러짜리 영화라서 그런지 모른다.

류지호는 영화감독이지만 기업가이기도 하다.

유니벌스뮤직그룹 인수 같은 비즈니스에는 이런 루틴이 전혀 없다.

오로지 영화를 찍기 전에만 발동하는 루틴이다.

마치 이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만 기업가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하는 것 같은.

오묘한 과정이랄까.


‘이번 잡생각은 전과 조금 달라진 것도 같고....’


❉ ❉ ❉


할리우드 산업의 여러 분야 중에서 특히나 성황을 이루는 것이 PPL분야다.

전문 에이전시만 100여개 넘게 활동 중이다.

이들은 스크립트 작성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영화 <부시맨>의 콜라병, <피아노>의 피아노, <캐스트어웨이>의 특송업체 상표가 대표적인 예다.

따로 ERMA(Entertainment Resources Marketing Association)라는 기구까지 있다.

이 기구에 거의 모든 영화제작사와 PPL대행사가 회원사로 등록되어 있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개별적인 접촉보다는 ERMA를 통해 PPL대행사와 일을 하는 편이다.

<REMO> 최종편에 류지호가 다시 합류하면서 PPL이 전편보다 많이 늘어났다.

특히 한국 브랜드들이 대거 들어왔다.

단지 오성과 경일자동차그룹이 PPL를 함으로써 소닉이나 DOYOTA 같은 경쟁사는 들어올 수가 없게 됐다.

영화의 주 무대인 맨해튼 스퀘어에는 수많은 광고판이 존재한다.

원 타임 스퀘어 빌딩은 GARAM Invest가 소유하고 있고 트라이-스텔라 영화 PPL에서 쏠쏠하게 활용하고 있다.


“<본 아이덴티티>에서 소나타가 등장하긴 했지만 썩 반응이 좋은 것 같진 않던데?”


앨런 포스터 말대로 경일자동차그룹은 <본 아이덴티티>를 통해 PPL 효과를 크게 보진 못했다.

한국에서만 화제가 됐다.

본래는 후속편 <본 슈프리머시>에서 현지 사정 때문에 우연히 등장하게 되었던 소나타 브랜드 노출이었는데, 류지호가 제작을 함으로써 <본 아이덴티티>부터 정식으로 PPL 계약을 맺게 되었다.


“우연인지 우리 영화 덕인지, 작년에 경일자동차가 미국진출 누적 350만대를 넘겼다고 하던데.”


원래 역사에서는 경일자동차 미국 진출 13년 만인 1999년 누적 판매 200만대를 달성하고, 2002년(300만대), 2005년(400만대)를 달성하며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했다.

JHO Pictures 영화에 자주 노출되면서 누적판매량이 50만 대를 초과로 달성하게 됐다.


“이왕이면 신차모델을 요구하지 왜 하필 경차야?”


<REMO> 최종편에서 레모 윌리엄스가 모는 차량이 좀비 떼에 쫒기는 카체이스 장면이 있는데, 그때 등장하는 차량으로 경일자동차의 경차모델 ‘아토스’를 선택했다.

수백 마리 좀비떼에 쫒기는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경차.

미국시장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는 모델.

그런 경차가 지하철역, 좁은 골목길, 인도, 마트, 옥외 주차장, 정차되어 있는 차량들 사이를 질주하게 된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좀비떼들의 공격으로 경차는 폐차직전까지 몰린다.


“육중한 SUV로 좀비떼를 뚫고 질주하는 모습이 탄산음료 같은 시원함을 선사할 테지만, 경차는 위태로움을 강조할 수 있으니까. 사실 치운 캐릭터는 1편에서 탱크와도 대결을 벌일 정도로 먼치킨이잖아. 패널티를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덤으로 경차를 두고 사제지간에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 깨알 같은 유머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나저나 PPL은 모두 몇 개야?”

“다른 대작의 비해서는 소소해. 12개 브랜드에서 현물 포함해서 3,000만 달러 상당을 유치했어.”


레온 브룩하이머는 제작비 절반을 PPL로 채우기도 한다.

류지호 역시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는 우습다.

제작비 조달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아쉬울 것이 없어 안 하는 것 뿐.


“펜타곤에 접수한 촬영지원서는?”


모든 부분에서 다 술술 풀리진 않았다.

할리우드 영화가 펜타곤의 지원을 얻으려면 먼저 영화 대본을 보여줘야 한다.


“너도 알잖아. 걔들이 내세우는 영화 가이드라인이 뭔지.”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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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4 MJJ Music Records. (2) +5 23.07.15 2,934 125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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