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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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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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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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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Love Of a Lifetime.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와 레오나 열애설이 각국 황색언론 지면을 수놓고 있던 5월 10일.

뉴욕 맨해튼의 원 타임 스퀘어 빌딩에 한국 관련 광고가 하루 종일 떠있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미국의 동반자... 코리아! 한국의 고유현 대통령은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미국 주도의 동맹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이라크에 700명 규모의 비전투병을 파견키로 약속한 바 있다. 미국은 한국의 가장 가깝고 가장 중요한 동맹으로 남을 것이다.]


이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USA투데이 등 주요 일간지마다 한국의 고유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맞아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성을 미국에 알리고, 한국 정부의 경제·외교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전면광고가 실렸다.

이미 월스트리트 저널과 포천, 포브스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국정부 영문 사이트와 연결된 배너 광고도 게재되었다.

원 타임 스퀘어에는 가온과 JHO Company 그룹이 관련 광고 캠페인을 벌였다.

나머지 신문·잡지 광고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협찬 했다.

12일 뉴욕 타임스를 시작으로 주요 일간지에 게재된 신문 전면 광고에는 고 대통령의 정면 인물 사진 또는 손을 흔드는 모습의 사진 밑에 한미관계의 중요성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 등을 강조하는 글을 실었다.

원 타임 스퀘어 빌딩이 GARAM Invest 소유로 바뀌고 첫 한국 대통령의 방미라서 류지호는 통 크게 광고에 힘을 실어주었다.

한국 대통령의 뉴욕증권거래소 개장을 알리는 타종행사에 맞춰 류지호 또한 뉴욕으로 날아왔다.


“미국인들이 한국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미국시장의 충고를 적극 받아들이고 개혁도 부단히 지속할 생각입니다.”

“한국기업들이 더 많이 상장되도록 특별히 돕겠습니다.”


한국의 대통령과 뉴욕 증권거래소 회장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미국 방문 이틀째.

한국의 대통령은 뉴욕 증권거래소 방문과 경제인과의 회동 등 활발한 경제외교를 펼쳤다.

뉴욕 금융계 주요인사 십여 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투자확대를 당부했다.

방미 기간 정상회담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대통령은 9·11 테러 참사 현장을 찾아 헌화했다.

그러는 동안 류지호는 한미 경제인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했다.

류지호를 각별히 예뻐하는 은퇴한 경제계 거물들을 초청해 한국 경제인단과 함께 하는 연회도 열어주었다.

한국의 대기업 회장들 좋으라고 발바닥에 땀나게 이리저리 뛰어다닌 것은 아니다.

순전히 본인을 위해서다.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 내 네트워크를 더욱 다졌다.

한국 대통령은 뉴욕에서 마지막 공식일정으로 한인사회 요인들과 만찬을 했다.

그 자리에서 류지호는 대통령과 잠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혹시 대유가 동유럽에 깔아놓은 네트워크가 방치되고 있는 건 알고 계십니까?”

“어떤 네트워크를 말하는 겁니까?”

“대유가 한때 동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기부도 많이 하고, 지역 밀착형 비즈니스를 활발히 했습니다. 일개 기업의 네트워크라고 치부하실 수도 있지만, 어떻게 활용하는 가에 따라 국가적 자산이 되기도 합니다.”

“국가적 자산이라....”

“한국 기업들이 동유럽 시장을 개척하려고 하면 맨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만약 대유가 가지고 있던 친한국 네트워크를 고스란히 이어받았다면, 훨씬 시간과 자본을 절약할 수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동유럽 쪽 외교공관이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귀국하면 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허심탄회하게 말해보세요. 우리 사이에....”


아무 사이도 아닌데, 오해를 살 만한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대통령이다.


“우리 외교부가 해외동포 관리가 소홀한 것 같습니다. 지난 IMF 때 해외동포 기업인들이 고국을 위해 애쓴 것도 잘 모릅니다. 해외한인무역협회와 연계해서 세계 각지 한인 무역인 및 경제인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서 데이터베이스(DB)화 하는 것을 조언 드립니다.”

“DB가 없다고요?”


본인이 알아야지 왜 자신에게 물어보는지....


“한국의 어떤 경제 관련 기관에서도 전 세계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해외동포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압니다. 만약 DB가 갖춰지면 해외동포들이 고국에 투자를 하려고 할 때 또 한국의 중소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한인의 날 같은 걸 제정하면 해외동포들과의 네트워크에 도움이 되겠습니까?”

“동포들 모두가 환영할거라고는 장담 못 드리지만, 해외동포들의 역량을 조금이나마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고민해보겠습니다. 근데 국적 바꿨습니까?”

“아닙니다. 혹시 이중국적인지 물어보시는 거라면, 전 아직 한국 국적만 가지고 있습니다.”


은근슬쩍 아직이란 단어를 강조했다.


“부디 한국인으로 남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혹시 정부에 바라는 것 없습니까?”

“적산 환수를 요청드립니다.”


류지호의 엉뚱한 요청에 대통령은 잘 못 들었는지 알았다.


“다울재단 이사장이신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명동의 한 건물의 소유자가 여전히 조선총독부 체신국이라고 합니다. 과거의 문서가 그렇다는 게 아니고 현재 유효한 정부의 공문서에 그렇게 남아있다고 합니다.”

“....?”

“그뿐만 아닙니다. 일제강점기 말기 일본 육군 79연대장을 지낸 일본인 소장도 다른 건물의 소유자로 등재돼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서울 밖을 조사해보면 '동양척식주식회사' '조선신탁주식회사' 같이 수탈의 첨병이었던 일제 회사들 명의도 아직 살아 있다고 합니다. 당시 한국인 소작농들을 괴롭혔던 대지주의 소유권 기록도 삭제되지 않고 있다고 하고.”


대통령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규제타파를 말하는 재벌은 봤어도, 일제 잔재 청산을 건의하는 재벌이라니.


“21세기 대한민국 국토 곳곳에 옛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 소유의 건물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이런 건물이 서울 중구에서만 1,000건이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전국적으로는 얼마나 될지 정확히는 아무도 모릅니다. 여태 전수조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대통령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류지호를 쳐다봤다.


“화근은 적산 환수 때문이라고 합니다.”


적산(敵産)은 '적의 재산'을 줄인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자국에 남은 적국(민)의 재산'을 뜻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당시 살았던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재산을 말한다.

광복 이후로 적산은 국유화가 확고한 원칙이었다.

실제로 정부는 ‘귀속재산처리법’, ‘귀속재산처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국유재산법’ 등을 제정해 적산 환수를 하기로 했다.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일단, 광복 이후로 상당수 친일 인사가 득세했다.

일제 잔재 청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한국전쟁으로 수많은 자료가 소실됐다.

등기소만 50곳 이상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주인 찾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적산 환수를 담당하는 정부의 주무기관도 계속 바뀌었다.

이전 삶에서 2013년 즈음 조달청이 전담하기 전까지 주무기관만 7번이 바뀌었다.

전국에 산재한 부동산 서류를 확인하려면, 전산화가 필수다.

정부의 의지가 없으니 진척사항은 더디기만 했다.


“적산 환수는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꼼수도 있다고 합니다. 응당 국유지로 전환됐어야 할 땅을 자기 명의로 돌려놓는 은닉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도심의 상당수 '알짜' 땅은 과거 정권들의 실세들에게 공짜로 불하되기도 했습니다. 그 혜택은 일부 친일파 후손도 누렸습니다.”

“후우. 미루고 미룬 역사적 정의의 대가는 항상 혹독한 법이지요.”

“그래도 반드시 정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울재단 설명으로는 일본의 소유권 기록이 남아 있는 정부 문서는 등기부, 토지대장, 건축물대장이랍니다. 이 잔재를 수십 년째 남겨둔 것 자체도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더 큰 문제는 정리가 늦어질수록 절차가 복잡해진다는 점입니다.”


당연했다.

그동안 얽히고설킨 권리관계 등 확인해야 할 사항이 눈덩이처럼 늘었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켜켜이 쌓인 복잡한 이해관계를 걷어 내는 일은 매우 복잡한 행정 업무가 따른다.


“일제 청산이니 어쩌니 백날 떠들어도 실제 이루어지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적산만이라도 흔적을 그대로 남겨둘 수 없지 않겠습니까? 원래 국고로 환수했어야 할 땅이라면 국유화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부동산이라면, 일본 명의를 지워 없애고 현 소유자의 권리를 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류 의장 집안도 그런 문제와 얽혀있습니까?”

“저희 종가는 오래 전에 망했습니다. 적산은커녕 먹고 살기 바빴지요. 그리고 현재 가온그룹이 보유한 부동산은 그와 관련해 어떠한 행정적, 역사적 문제가 없습니다. 다울재단의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의 일환 사업을 건의 드린 겁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신속히 정리하려면 특별한 권한을 가진 기구가 꼭 필요합니다. 이를 뒷받침할 특별법도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국회의 입법 논의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혹시나가 역시나다.

결국 핑계 대기 바쁠 뿐.

류지호는 적산 환수에 대한 기대를 접어버렸다.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더 해줄 말은 없습니까?”

“더 말씀드렸다가는 청탁하는 걸로 사람들이 오해할 것 같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부탁을 청탁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코에 걸면 귀걸이요. 귀에 걸면 코걸이죠.”

“반대 아닙니까?”

“속담도 본래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세상이니까요.”


판이 깔리면 할 이야기야 차고 넘쳤다.


'새만금프로젝트는 올해 안에 전경련에서 제안하는 기업도시에 묻어가기로 하고.'


꾸벅.

류지호가 일어서서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 자리를 다른 거물 경제인이 이어받았다.

나래안전 시스템에는 군장성 출신들이 꽤 많다.

그들로부터 이런저런 무용담을 들을 때면 기분이 묘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1990년대 국책 연구소에서 ‘왕건 연구’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주변국과의 분쟁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연구한 것이다.

연구결과 한국이 중국·일본과 대등한 전력을 쌓는 것은 무리지만, 양국의 핵심을 타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여차하면 베이징이나 도쿄의 지휘부 또는 주요 시설을 집중적으로 무력화한다는 전략이다.

일명 ‘독침 전략’이다.

그 전략의 중심에 원자력추진 잠수함(SSN)이 있었다.

이전 삶에서는 그 전략의 기본 토대를 닦는데 수년이 걸렸다.

2010년 후반에 가서야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한국의 원잠 보유에 대한 양해를 겨우 받아냈다.

처음에는 미국의 원잠을 살 계획이었다.

그런데 원잠이 전략 물자라며 해외 판매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미국으로부터 들었다.

이후로 중요 기술을 해외에서 들여와 자체 건조하는 방향으로 바꿨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었다.

류지호는 원잠 계획이 무리 없이 진행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밀덕과 넷튜브 댓글러들끼리 설왕설래만 할 뿐, 정부에서 어떤 입장도 밝힌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형 원잠엔 재래식 탄두를 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계획이었던 것 같았다.

동해나 서해에 대기하고 있다가 유사시 명령을 받으며 분쟁국에 한 방을 날린다는 전략이었던 것 같다.

류지호가 생각할 때 한국이 핵잠을 보유하는 것은 공식적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아무리 잠수함 건조 기술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고 해도 한미원자력협정을 전향적으로 개정한다던가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이미 원자력 기술을 미국과 다른 방식으로 개발한 나라와 협력을 통해 개발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데,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이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핵잠수함 즉 공격형 핵잠수함의 무용론을 들먹이곤 한다.

나래안전의 해군출신 예비역 장성들은 그런 의견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다.

굳이 SLBM같은 무기를 탑재하지 않더라고 핵잠수함은 특수부대 임무와 연동할 수 있다면서.

즉 대테러작전이나 이국만리에서 우리나라 선박이 납치되었을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략자산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핵잠수함 같은 프로젝트는 비닉사업(비밀)이기 때문에 실상이 어땠는지는 일반인이 알 수가 없다.

어쩌면 국민들도 모르게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사업을 이어왔던 것처럼 은밀히 핵잠 개발이 추진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개발을 끝내놓고 미국에 양해를 구하는 형식을 갖출 지도 모른다.


‘부디 핵잠이든 미사일사거리제한 해제든 군사위성 자체 운용이든 잘되길 바랄 뿐.....’


✻ ✻ ✻


<Citizen Kane>.

가장 위대한 미국영화.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개봉 당시에는 흥행에 실패하고 아카데미에서도 각본상만 겨우 수상할 정도로 큰 주목을 끌진 못했지만, 프랑스 비평가들(앙드레 바쟁)이 발굴해 호평을 쏟아내면서 재평가된 영화다.

고전영화에서 현대영화로 넘어가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영화이자, 늘 논란이 되는 영화이며, 현대에 와서까지 영화비평의 중심에 있는 영화이고, 끊임없이 과대평가론에 맞대응하기 위해 분석하고 해석되면서 신화가 쌓아올려진 작품이다.

암튼 이 영화의 주인공 케인은 미국의 전설적인 언론재벌 허스트를 모델로 했다는 설이 유력한데, 퓰리처상으로 유명한 조셉 퓰리처와 함께 미국의 황색언론의 양대 산맥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황색언론(yellow journalism)이란 용어 자체가 퓰리처가 운영하던 뉴욕 월드(New York World)에 매일 게재됐던 노란 컬러가 인상적인 만화 Yellow Kid에서 비롯됐다.

공장 하나 없이 쌓아 올린 허스트와 퓰리처 두 언론재벌의 엄청난 부는 어디서 나왔을까.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하고 조작한 힘에서 나왔다.

두 사람은 결코 1부당 2센트짜리 신문쪼가리 팔아 재벌이 된 것이 아니었다.

1941년 <시민 케인>이 개봉했을 당시에는 도둑이 제 발 저렸는지 허스트가 자신이 지배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매체들에 <시민 케인>에 대한 기사를 단 한 줄도 싣지 못하게 명령했다.

천재적인 영화감독으로 촉망받던 오손 웰스의 영화 <시민 케인>이 미국서 흥행에 고전하게 된 주된 원인이다.

60년도 더 지난 작태지만, 2000년대를 사는 지금의 사람들에게도 아주 익숙한 신문과 언론의 모습이기도 하다.

너무도 익숙해서 우울하기까지 한....

인터넷이 발전할수록 증권가 찌라시와 언론의 구분이 모호해지면 더욱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몰아내기도 한다.

언론을 맹신하거나 불신하는 대중 모두 점차 피곤하다 못해 지치게 된다.

황색언론은 상업주의에 따라 과도하게 선정적이며 과장된 그리고 때로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소설’같은 기사를 쓰는 언론을 말한다.

영국에서는 이를 타블로이드 신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특히 유명인의 사생활을 들춰내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열심이다.

대표적인 것이 로버트 폭스가 소유한 언론사 계열들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보수성향 정론지였던 더 타임스조차 로버트 폭스에 의해 휘둘리며 영국의 현실정치에 깊숙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

로버트 폭스에게 따라 붙는 언론재벌이라는 용어만큼 두 단어가 어색한 조합도 없다.

류지호는 이전 삶에서 본 한국의 족벌언론과 이번 삶에서 경험한 서구권 언론재벌을 통해 언론 분야에 대해서 더욱 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 자신의 열애설과 관련해 도가 지나친 보도행태에 더욱 짜증이 났다.

사실 짜증을 넘어 화가 폭발할 지경이다.

그래서 최측근이라고 할 수 이들을 은밀히 불렀다.


“로버트 폭스와 한 판 붙을 생각이야?”

“보스, 로버트 폭스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매튜 그레이엄과 도널드 제이콥이 즉각 우려를 드러냈다.

로버트 폭스는 캐나다와 뉴질랜드를 제외한 영미권 국가들의 보수정당 막후 실력자다.

겉으로는 후원자이자 지지세력 행세를 하지만, 자유지상주의자로 이른바 대처리즘(Thatcherism)의 열렬한 선동가였다.

로버트 폭스는 단순히 언론사를 소유한 재벌 정도가 아니다.

영국과 호주 등 국가에서 그의 의지에 따라 정권의 향방이 결정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처리즘은 마거릿 대처가 영국 총리로 재임하는 기간 동안 펼쳐진 사회경제정책의 총칭이다.

그 핵심골자는 정부 재정지출의 삭감, 공기업의 사영화, 자본에 대한 규제 완화와 경쟁의 촉진, 노동조합의 권한 축소 등으로 압축된다.

한때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표방했던 영국의 사회 복지 모델은 그 전까지만 해도 외국의 칭송을 받던 모범이었지만, 마거릿 대처가 작은 정부를 표방하면서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펼쳤다.

그 여파로 복지를 위한 정부의 공공지출을 대폭 삭감해버렸다.

그 결과 그녀가 퇴임할 시기에 영국 어린이 중 28%가 빈곤선 아래에 놓이는 처지가 됐다.

노조를 다루는 방식과 태도 또한 이전의 정부와는 확연히 달랐다.

대표적인 사건이 1984년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정책에 반대한 광부파업이었다.

정부가 일부 국영 탄광을 폐쇄하고 2만 명의 광부를 해고하자,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파업이 일어났다.

마거릿 대처는 물러설 수 없다며 대대적으로 경찰력을 동원해 이를 진압하는 한편, 광부들을 각개격파했다.

결국 1년여의 파업기간이 마무리 되고 마거릿 대처가 승리했다.

대처 정부시대의 탄광파업에 참여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배경에 깔려 있는 영화가 저 유명한 <빌리 엘리어트>다.

탄광노동자의 막내아들이 남자무용가가 되는 이야기를 담은 감동적인 영화를 통해 대처시절의 영국 노동자 가족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마거릿 대처는 그 자신이 최초의 여성 총리로서 소위 정가의 유리천장을 없앤 인물로 평가받는 여성지도자였지만, 여성도 남성만큼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인물이다.

여성으로서 역사를 만들었지만, 그 권력으로 여성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억압했던 모순적인 인물이었다.

류지호는 마거릿 대처가 열어젖힌 신자유주의 시대의 혜택을 받고 있다.

작은 정부, 규제 완화,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자유무역 등.

기업가이자 자본가로서는 마거릿 대처를 지지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영화감독이자 대중문화예술가로서는 그 수혜를 즐길 수만은 없다.

그녀가 주장하고 실행했던 기조로 인해 국민들의 삶은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양극화의 극단화로 치달으며 많은 나라들이 살기 힘든 나라로 변해가고, 당연하게도 실업률은 나아지지 않았으며, 그렇잖아도 사회안전망이 시원찮은 나라 같은 경우는 한번 추락한 국민들의 삶은 패자부활전을 바랄 수 없기에 자살률이 늘 수밖에 없다.

마침내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월가의 자본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상징되는 국제금융위기까지 몰고 온다.

마거릿 대처 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를 ‘대처의 아이들 세대’라고 부른다.

영국의 실업이 불러온 이혼과 가족의 해체에 따른 생활환경의 변화에 대마초와 음주에 빠져들고, 심각해지기만 하는 실업과 그로 인한 일상의 불안감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대처의 아이들 세대에게 말초적인 취향을 강화시켰다.

그들 세대의 방종과 청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바로 <트레인스포팅>이다.

바로 그들 대처의 아이들이 성장해 정치에 무관심한 계층이 되어간다.

그 나비효과가 브렉시트(Brexit)라는 태풍을 몰고 온다.

류지호는 정치인도 언론인도 아니다.

세상에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약간의 힘을 가진 영화감독일 뿐.

<빌리 엘리어트>든 <트레인스포팅> 같은 방식이든.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질문할 수 있다.

그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과연 당신들이 원하는 삶이냐고.


“난 젊어. 그 작자는 70이 넘었고. 그가 살아생전에 엿을 먹여주면 돼. 아주 거대한 엿을!”

“보스, 장기적으로 The NEWS Media 그룹을 갉아먹으실 생각이십니까?”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는다고 했어요.”


최측근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10년 동안 참겠다는 것인지.

10년 동안 꾸준히 복수를 하겠다는 것인지.

로버트 폭스가 소유한 언론의 쓰레기 짓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별의 별 저질스러운 기사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그 중에서 류지호는 The SUN 같은 타이블로이드의 단골이다.

충분히 화날 만 했다.

다만 그와 적대하는 것이 옳은지는 다른 문제다.

냉정하게 보면 유력 정치인까지 날려버리는 위력을 가진 그를 상대하는 건 무리다.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은밀히. 10년이고 20년이고.”

“그러다 로버트 폭스가 늙어 죽어버리면?”

“욕을 엄청 먹고 있어서 아주 오래 살 거야. 그 인간 100살까지 살지도 몰라.”

“휘유! 아주 제대로 화가 났네 내 동생이.”

“가족을 건드리는데 어떻게 참아.”

“아직 가족은 아니지. 프러포즈도 안 했.....”


찌릿.


류지호가 매튜 그레이엄을 째려봤다.


“일단 Don은 영국에서 로버트 폭스와 싸우고 있는 BBC를 도울 방안을 마련해 봐요. 당장 영국에서 The NEWS Media 계열을 밀어낼 순 없겠지만.”

“예. 보스!”

“데이빗은 JHO/DirecTV를 영국에 진출시킬 방안을 강구해 봐요. 유럽의 위성방송 분야에서 BSKYB를 밀어버려야겠어요.”

“20세기 PARKs 그룹은 뉴스 부문을 제외하고 영화·TV 모두에서 빅 세븐의 말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PARKs 주식을 모아볼까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인수·합병할 수 있도록.

그런 의미가 내포된 제안이다.


“그럽시다. 다만 주가를 잘 판단해서 매입하도록 하세요.”

“예. 보스!”

“형!”

“어, 응?”


잠시 딴청을 피우고 있던 매튜 그레이엄이 정신을 수습했다.


“프로스포츠팀 관리할 회사 하나 만들어야겠어.”

“......?”

“다저스 인수하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이 아니라?”

“10억 달러 정도 만들 수 있겠어?”

“선물투자에 들어간 돈이 돌아오고, 보유하고 있는 금 좀 팔고, 하반기에 채권에 투자하려던 걸 돌리면 가능하지. 아마.....”

“금은 그냥 놔두자. 가능해?”


입을 다문 매튜 그레이엄이 잠시 머릿속으로 자신과 의동생의 재산내역을 따져봤다.


“다저스팀 두 개는 살 수 있겠을 거야. 아마도.”

“일단 로버트 폭스로부터 다저스 사들이고 보란 듯이 월드시리즈 우승해 버려야겠어.”

“......”

“로버트 폭스가 배가 많이 아프겠지? 아차 DirecTV 인수 때도 나한테 물 먹었구나.”

“......”

“맨유가 되었든 첼시가 되었든. 혹은 아스널이 되었든. EPL 팀도 하나 사고. 북미 아이스하키팀이나 풋볼팀도 알아봐줘.”

“개인 소유가 아니라 아예 스포츠 전문회사를 설립하려고?”

“어떤 방식이 될지는 형이 알아서 해.”

“프로 팀을 사는 건 좋은데, 프로 스포츠팀은 돈이 많이 들어가. 성적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야.”

“알아.”


로버트 폭스는 영미권 보수진영에서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고 있다.

굳이 정치나 언론 분야에서 그와 적대적인 스탠스를 펼칠 필요까지는 없다.

대중문화와 스포츠 분야를 통해 영미권 국민들 사이로 들어가 로버트 폭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눈에 보이도록 해볼 셈이다.


“언론과 싸우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어.”

“싸우자는 게 아니야. 로버트 폭스가 노리고 있는 걸 모조리 빼앗자는 거야.”

“그래서 다저스인 거야?”

“프랑스와 독일, 동유럽에 치우쳐 있던 JHO의 유럽에서의 영향력을 영국 쪽으로 확장시켜야겠어. 언론은 BBC, 영상미디어는 JWT와 JHO/DirecTV, 스포츠는 EPL, 유니벌스뮤직그룹의 런던 제2 헤드쿼터 역량을 좀 더 강화시키고. 또 뭐가 있을까? 로버트 폭스에 반하는 기업의 주식을 모아볼까?”


측근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매우 드물게 류지호가 흥분했다.

겉으로는 낮은 목소리로 침착하게 이야기 하는 것 같지만,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알고 있었다.

류지호가 꽤나 감정적이라는 것을.

로버트 폭스의 언론제국과 싸워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가 가진 미디어권력은 일반 대중들의 상상을 불허한다.

류지호 역시 잘 알고 있다.

다만 그의 영향력을 대폭 갉아먹을 순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이전 삶에서 로버트 폭스는 신문, 잡지 등 출판 부문과 영상미디어 부문을 분리했다.

그때 영상미디어 부문을 JHO Company Group이 인수해버릴 수도 있다.

LOG Company가 아닌 류지호 자신이 끼어들어서.

당연히 로버트 폭스에게 지분을 줄 생각이 없다.

적어도 영화와 텔레비전 분야에서 로버트 폭스의 영향력을 삭제버릴 순 있을 것 같다.

로버트 폭스와 대등하려면 뛰어난 기업가 혹은 특출 난 영화감독으로는 부족하다.

‘위대한’이란 수식어가 필요하다.

누구나 인정하는 그런 인물이 되어야 한다.

말 한마디에 국가의 정책까지 바꾸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그래야 겁 없이 횡포를 부리는 로버트 폭스 같은 언론재벌로부터 가족을 지킬 수가 있다.


작가의말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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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99 청운도령
    작성일
    23.07.22 09:24
    No. 1

    캬 좋다 좋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레이군
    작성일
    23.07.22 09:25
    No. 2

    찹는게 능사가 아니지. 백원일보 깝치는것도 거슬림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99 ehqur
    작성일
    23.07.22 09:52
    No. 3

    nba팀도 인수합시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이자금
    작성일
    23.07.22 10:04
    No. 4

    해방이후 많은 일본인 재산을 힘 있느 자들이 차지 했죠
    6.25이후 많은 사람이 죽고 주인이 없고 자료가 사라진 땅 건물이 넘쳐 났죠
    이것도 힘있는 자들이 차지했죠
    니중에는 마을 이장이나 공무원 군인 검사 경찰 지역 유지까지 지역 공무원과 짜고 서류를 위조해 땅들을 사유화 합니다
    한때 이런 말이 있어요

    먼저 먹는놈이 임자다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99 문연판타
    작성일
    23.07.22 13:45
    No. 5

    내가 봤을땐 지호와 그 우호세렉들도 만만치가 않은데요. 만약 두 세력이 다투면 양패구삼할듯.
    뭐 전면적으로 안 싸워도 911사태 보도에서 온갖 불법을 저지른 것 때문에 조만간 폭스가 청문회 설때 한방에 결정타를 내버리고 폭스그룹의 잔재들을 흡수해버리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zyxw
    작성일
    23.07.22 13:56
    No. 6

    EPL에서 맨유나 아스날을 / 미국에서 다저스와 뉴잉글랜패트리어츠 또는 댈러스카우보이 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7.22 17:33
    No. 7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7.22 21:58
    No. 8

    고양이에게 생선을 맏긴거죠.
    힘있는 자들이 다 기져갔는데요.

    다저스 나 맨유 구단주가 되겠네요.
    남자라면 한번씩 꿈 꿔볼 일이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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