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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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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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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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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6쪽

낄 데 안 낄 데 분별을 못하고 있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미군을 부정적으로 그려선 안 된다.]


미군이 긍정적으로 묘사될 경우에 한해서만 펜타곤이 지원에 나선다.

펜타곤은 외계인이나 허구의 악당이 등장하는 SF 영화까지 지원한다.

물론 가이드라인을 지킬 때만 그렇다.

<디어 헌터>, <지옥의 묵시록> 같은 반전 메시지를 담거나, 독단적 행동으로 팀워크를 저해하는 미군이 등장하는 영화는 지원하지 않는다.

레온 부룩하이머는 펜타곤 입맛에 맞는 영화를 다수 제작했다.

그와 함께 일하며 흥행감독이 된 벤자민 베이 역시 철저하게 펜타곤의 구미에 맞는 각본으로 블록버스터급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유명해진다.

대표적인 예가 이전 삶의 <트랜스포머> 시리즈다.

두 사람은 최신 군사장비와 현역 군인들을 제공받은 것은 물론이고, 펜타곤 내부에서도 촬영했다.

미군을 무능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은 <화성침공>, <인디펜던스 데이>와 달리,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외계 로봇에 맞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군을 멋지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재밌는 것은 <포레스트 검프>의 사례다.

너무나 미국적인 영화임에도 60년대 미군에 지적장애인이 배속돼 있었다는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지. 아이. 제인>의 경우는 네이비씰에 여자가 입대하는 내용이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은 바 있다.


“<REMO>가 퇴짜 맞은 이유가 뭐래?”

“따지고 보면 별 것 아니야. 9·11 당시에 미국 방공망이 뚫린 것을 대중들이 연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봐. 물론 정확한 거부 사유는 알려주지 않았어.”

“이번에도 할리우드 프롭회사가 가지고 있는 탱크와 장갑차를 써야겠네.”

“모자란 부분은 CG로 처리해야겠지.”


프롭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탱크라고 해서 얕보면 안 된다.

포탄 발사만 되지 않을 뿐 실제와 거의 똑같다.

포탑이 회전하진 않지만.

캐터필러가 약간 다르긴 한데, 밀리터리 마니아가 아니면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대신 캐나다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로 했잖아. 그나마 다행이지.”

“온타리오 주방위군이 움직인대?”

“탱크와 장갑차를 지원해 주기로 했어. 뉴욕시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약속했고.”

“구체적으로 어떤 건데?”

“타임스퀘어 3시간 촬영 시 내야하는 사용료 무료. 센트럴파크의 야간 촬영도 사용료를 내지 않기로 했어.”


류지호가 수년 간 진행하고 있는 뉴욕시에서의 자선활동과 9·11테러 희생자에 대한 막대한 기부 그리고 여러 사업을 펼치며 내고 있는 막대한 세금 덕을 톡톡히 봤다.

할리우드 영화를 더 많이 뉴욕으로 유치하기 위한 뉴욕 영화위원회의 속셈도 한몫했고.


“펜타곤 지원이 불발되서 불어날 제작비를 해결할 수 있는 정도야?”

“펜타곤 협조는 큰 기대 안 했잖아?”

“걔들 잣대를 예측할 수가 없으니까.”

“뉴욕 영화위원회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야. 재작년에 <바닐라 스카이>팀이 타임스퀘어 거리 촬영을 할 때 뉴욕시가 사용료를 받지 않았대. 새벽 시간에 한정에서 2시간 교통통제까지 지원해 줬다고 하더라.”

“<REMO> 최종편이 흥행에 성공하면 이익의 일정부분을 떼어서 9·11 자선재단과 뉴욕시에 기부하겠다고 해 봐.”

“영화사로 들어오는 이익에서? 아님 네 개인 지분?”

“JHO Pictures가 분배 받는 금액이겠지.”


류지호는 언제나 JHO Pictures의 이익보다 영화의 완성도와 작업효율성을 따진다.

영화로 번 수익의 일부를 왜 기부하냐고 따지는 직원은 없다.

JHO Pictures는 완전히 류지호 개인 소유다.

직원들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보수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굳이 오너의 기부를 반대하고 나설 이유는 없었다.


❉ ❉ ❉


<REMO> 최종편에서 치운의 분량이 늘어나며 다시 한 번 ‘국뽕‘을 예고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120년 전통의 명문 대학의 이미지 실추 위기에 처했다.


<새롭게 시작된 반민족적 친일의 역사 - 누가 일본 극우세력의 검은 돈을 연희대학으로 끌어들였는가.>


연희대학교 교수협의회가 15장 분량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으로 한국사회가 시끄러웠다.

성명서의 주요 골자는 일본의 A급 전범 사사키 료가 설립한 사사키재단의 출연기금이 아시아연구기금이란 이름으로 지난 7년 간 연희대학에 유입되었다는 것을 폭로하는 내용이었다.

아시아연구기금은 지난 1995년 설립 초기부터 물의를 빚었다.

일본 극우단체 사사키재단이 지원하는 재단이기 때문이다.

당시에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한 사사키재단은 기금 75억 원을 연희대학에서 분리해 아시아연구기금이라고 이름만 바꿔 편법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명문 사립대가 일본 극우단체이자 A급 전범이 설립한 재단의 지원을 받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부끄러운 일이다!”


기금이 분리된 이후에도 국내·외 대학 교수와 연구소 연구원을 대상으로 아시아 지역에 관련된 연구과제를 공모 받아 지원 대상 20편을 선정, 지원 사업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그 자금이 연희대학으로 꾸준히 유입되었기에 교수협의회가 강력히 반발한 것이다.


"아시아 연구기금은 아시아 침략을 '대동아 해방'으로 보는 A급 전범 사사키 료의 역사관을 그대로 계승하는 일본 극우세력의 온상이다. 그런 자들이 조성한 기금을 현 총장을 비롯해 전·현직 총장 3명 그리고 교무처장 등이 기금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다.“


아시아연구기금은 법적으로는 연희대학과는 무관했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연희대학 전·현직 총장부터 교직원들이 연구기금의 이사진을 대부분 차치하고 있고, 학내 새천년관 7층에 사무실까지 두는 등 사실상의 운영주체가 연희대학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10명으로 구성된 아시아연구기금 이사회는 현재 연희대 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고, 연희대 동서문제연구소장, 경제학과 교수, 정치외교학과 교수, 경영대학원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연희대 출신의 대기업 경제연구소장도 있다.

심지어 외무장관, 대통령자문동북아시아위원장도 연구사업을 기획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처음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1995년 이후, 연희대학 측은 한일협력기금 반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말 뿐이었다.

연희대학 일부 교직원들에게 A급 전범이든 일본 극우단체든 중요하지 않았다.

눈 먼 돈이라는 것이 중요했을 뿐이다.

기금의 명칭을 아시아연구기금으로 개칭한 후부터 국내 지원금 5억 원을 더해 매년 20여 명의 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지급해왔다.


“사사키재단 설립자의 이력 때문에 재단 출연금을 극우세력의 돈으로 규정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연구기금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연희대학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었다.

지금은 그저 신흥우파 정도로 분류되는 인사지만, 이전 삶에서는 극우 골통으로 명성을 만방에 떨쳤던 인물이다.

대놓고 친일을 주장하는데도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다.

심지어 보수정당의 혁신위원장까지 맡았다.

자신이 태어난 조국의 이익보다 침략자였던 타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자가 대한민국 거대 정당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었다.


“사사키재단 쪽 이사들이 새역모의 핵심활동가들이라는 것도 확인되지 않았고, 이들은 이름만 올려놓았을 뿐 기금운영에 간섭하는 일이 없다. 심지어 일본 쪽 이사들을 만나본 적도 없다.”


뻔뻔함에 극치였다.

참고로 새역모는 일본극우세력들의 역사왜곡 첨병 노릇을 하는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을 일컫는다.

언론과 연희대학 교수 및 학생들이 반발하자, 연구기금을 운영하는 측에서 그 뻔뻔함이 도를 넘어가기 시작했다.


"지난 95년에도 그렇고 지금의 논란은 학내 정치 때문이다. 전·현직 총장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이를 자꾸 이슈화하려고 하는데, 96년에 반대했다가 나중에 연구기금을 받은 교수도 있다."


마침내 졸업생 일부가 나서기 시작했다.

그 무리에 류아라도 포함되어 있었다.

200여 명의 연희대 동문들은 교수협의회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윤동주라는 자랑스러운 선배를 가지고 있는 우리학교에서 A급 전범의 돈이라니... 이번 일을 그냥 넘긴다면 우리 대학은 통일대학이 아닌 친일대학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 돈을 받으려고 연구계획서를 제출하는 교수들이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


졸업생들이 기금 해체를 주장했다.

또 다른 동문들의 모임에서는 이색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여론몰이에 당해서 학교재정에서 돈을 내주어야 하나? 일본에 돈을 돌려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자금으로 친일청산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연구소를 설립하자."


다울재단이 슬그머니 한다리를 걸쳤다.

정확하게는 류아라가 다울재단 민족정기바로세우기 지원사업을 핑계로 목소리를 높였다.

모교에 일이기도 하지만, 후안무치한 관계자들의 행태를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모교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졸업생의 한 사람으로서 모교에 들어온 기금을 돌려줘야 한다면 다울재단이 그 돈을 책임지겠습니다. 사상과 학문의 자유를 누리는 학자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는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자신의 학문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성실한 감시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잘못된 것이 있을 때에는 용감한 고발자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에서 사사키재단 기금문제로 법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는 비네 박사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그는 학자이자 교육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프랑스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은 일도 없고, 누구처럼 눈 먼 돈이라고 생각하고 받아 챙겨도 뭐라 할 사람이 있겠습니까마는, 비네 박사님은 학자로서 양심에 따랐습니다. 학문의 자유와 역사적 진실을 지키기 위해 힘들지만 끝까지 싸우고 계시죠. 그런데 우리는 어떤 모습입니까? 일본의 식민 지배를 당한 우리 민족 아닙니까? 사회 지식인들이 일본 극우 세력의 과거사 왜곡을 뒷받침하는 사사키재단에 관대하다는 것은 부끄러움을 넘어 치욕 아닙니까?”


아무리 돈에는 이념도 가치관도 없다고 하지만.

식민지배를 받은 민족의 후손이 무슨 생각으로 전쟁범죄자이자 군국주의자가 세운 재단의 돈을 받고도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인지.

일본과 정치적으로 어떤 갈등도 없는 프랑스에서 일부 교수들이 사사키재단의 기금, 역사 왜곡과 관련해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

헌데 일본 극우의 역사 왜곡에 가장 경계심을 가져야 할 한국 사회가 오히려 프랑스 사회보다 이 문제에 둔감하다는 것이 우습다.

일본학 연구자인 비네 박사를 포함한 50여 명의 프랑스 학자들이 해외에서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일본 극우 세력을 고발했다.

그들은 A급 전범 사사키 료가 설립한 일본선박진흥회가 1996년 대외적으로 Nippon Foundation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일본 정부가 만든 국제교류기금인 Japan Foundation과의 혼동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과 북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 두 개의 재단을 하나의 같은 재단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적으로 영어 명칭이 주로 사용되는 상황에서, ‘Nippon Foundation’은 ‘Japan Foundation’의 또 다른 표기 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Tokyo Foundation이 Nippon Foundation과 동일한 자금과 임원진으로 설립·운영되는 곳이라는 사실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국내 정치인과 언론은 물론 심지어 진보적 시민단체에서도 이곳을 대표적인 일본의 정상적인 싱크탱크 중 하나로 소개하는 실정이다.

영국·프랑스·북유럽 등 해외에 설립된 사사키 관련 재단들의 경우에는 처음 등록 때에는 그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완전히 해당 국가에 자리를 잡으면 사사키라는 이름을 병기하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사사키 료라는 인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흐려지기 때문이다.

프랑스에 설립된 프랑스-일본 재단(Fondation Franco-Japonaise)의 경우에도 프랑스 당국에 공익재단으로 처음 등록할 때는 사사키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사사키 프랑스-일본 재단’(Fondation France-Japonaise Sasaki)이라는 비공식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 일본학 학자들 말고도 미국 하버드 대학 등 아이비리그 대학과 영국의 유수의 대학들이 사사키재단의 장학금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리가 없는 사사키재단이다.

우회적인 방식으로 침투하고 있다.

한국은 그런 것 없다.

그냥 대놓고 전범자의 재단에서 연구기금이나 장학금을 조성해도 날름날름 잘만 받아먹는다.

사사키 관련 재단들에 의한 조직적 역사 왜곡에 대표 사례로 프랑스 학자들이 꼽는 것이 난징 대학살 문제다.

몇 년 전, 유럽과 미국 주요 대학의 일본학 및 동아시아학 관련 연구자들과 도서관들에 Tokyo Foundation이 보낸 책들이 문제가 되었다.

<난징 대학살 : 사실 vs 허구, 한 역사학자의 진실 탐구>라는 책이었다.

난징 대학살이 사실이 아니라 허구라는 일본 극우세력의 역사관을 대변하는 일본 학자의 책을 영어로 번역 출판한 서적이었다.

이 책을 전 세계에 보급하고 적극 홍보에 나선 Tokyo Foundation은 사사키 관련한 수많은 재단 가운데 하나다.

사사키 료의 자금으로 만들어진 수십 개 재단이 이름만 달리해 활동함으로써 일본 극우세력과는 무관한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 이후 사사키 관련 재단들의 역사 왜곡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프랑스에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미 여러 명의 프랑스 학자가 사사키 관련 재단에서 연구자금을 받는 것을 거부했고,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는 유렵의 학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당시 한국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소개되지 않고 있었다.

연희대 교수들이 일본 극우세력의 돈을 받아 연구를 하든 말든 관심이 없다.

심지어 연희대학 재학생과 졸업생조차 관심이 없다.


“친일세력이 잘 먹고 잘 사는 게 하루 이틀의 문제여야 말이지. 떠들어봐야 뭐가 달라지나?“


사사키 재단의 자금이 이름만 바꾸어 한국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걸 알지 못했다.

사회를 감시·고발한다는 언론도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다.

그 만큼 교묘하고 치밀했다.

일본 극우의 음험함이 진하게 묻은 자금으로 열리는 이벤트에 공익사업인 줄 알고 참여하는 한국 기업도 많다.

심지어 한류 연예인과 대기업 회장까지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사사키 가문을 홍보하는 역할을 수년 째 하기도 한다.

류아라가 보기에 기득권을 누리며 일본 극우세력의 돈을 받아 반국가·반민족적 태도를 취하는 지식인들이 활개 치는데, 일반 국민들은 일본 내부에서 벌어지는 혐한만 탓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펼쳐지고 있었다.


“진짜 약 올라!”


졸업생들이 뜻을 모아 성명도 발표하고, 사회 각층에 호소도 해봤다.

류아라는 자기 일처럼 어른들을 쫓아다니며 사사키재단의 기금에 대항하는 대울재단 애국기금을 확대해보려고 애썼다.

달라지는 게 없었다.

여전히 연희대학에서 분리된 아시아연구기금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그 외에도 사사키재단의 영향력 아래 있는 자금들이 활발하게 한국 사회 안에서 운영되고 있다.

류아라가 장문식을 찾아가 졸라댔다.


“문식 아저씨! 안 되겠어요. 해요, 우리!”

“빅보스에게 보고해 보고. 오바하지 마.”

“큰오빠는 영화 찍는데 집중해야죠. 방해하지 말자구요.”

“어허! 누구 밥줄 끊을 일 있어? 난 모든 사실과 진행사항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빅보스에게 보고해야할 의무가 있어.”

“언제부터 그랬다고요.”

“지금부터.”

“히잉!”

“콧소리 내지마.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장문식의 보고를 받은 류지호는 황당할 따름이었다.

일본 극우세력의 국내에서의 은밀한 활동은 개인이 나서 처리할 사안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퍼져있어서 연희대의 연구기금 하나 때려잡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 아라는 더 깊숙이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세요.

“고집이 누굴 닮아서 소심줄입니다요.”

- 황소고집이든 황소개구리든. 아라는 절대 끼지 못하게 하세요.

“내 말을 들을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알았습니다. 어디까지 할 깝쇼?”

- 몰아낼 수는 있고요?

“아시다시피 쪽발이들이 돈이 좀 많습니까? 돈 싸움으로 가면 보스가 무조건 승리하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

- 아라가 원하는 수준까지만 하는 걸로 해요.

“거기 이사장이 백원일보 사주라서 윗대가리들은 어쩌지 못할 겁니다.”

- 사사키재단에서 돈 받아 처먹은 교수 몇 명 본보기로 처리하는 것으로 합시다.

“옛서얼~”


올바르지 않고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는 사람치고 깨끗하고 청렴한 사람은 드물다.

그러니 돈이 있고 힘이 있는 사람이 작정하고 몰락시키려고 하면 못할 것도 없다.

암중의 비수라고 할 수 있는 장문식의 손을 더럽힐 필요도 없다.

불쏘시개를 던져 놓고, 약간의 군불만 피우면 된다.

그러면 그들을 조종하는 자들로부터 버림을 받게 되어 있다.

한국의 기득권은 정과 의리로 연결된 끈끈함이 없다.

재계·언론·사법이 서로 혼맥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지만, 서로에게 부담이 되면 언제든지 인연을 끊을 준비가 되어 있을 정도로 느슨하다.

오로지 이익으로만 형성된 네트워크이고 꼬리 자르기는 기득권 수호에 가장 기본이 되는 스킬이다.


“아라 이 녀석을 빨리 시집을 보내야 하나.... 낄 데 안 낄 데 분별을 못하고 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동생을 조금 심하게 굴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야 위험한 일에 끼어들지 않을 것 같았다.

업무라는 수렁 속에 빠뜨려야 딴 데 신경을 쓰지 못하는 법이니까.


✻ ✻ ✻


연희대학에서 촉발된 사사키재단의 기금 문제 불똥이 안암대학까지 튀었다.

장문식이 이번 사안을 더욱 떠들썩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친일파임을 철저히 속이고 극우로 옷을 갈아입는 몇몇 지식인들도 연루되었다.

연희대가 7년 간 사사키재단 자금 100억 원을 받아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암암대학도 이 재단의 돈을 받아 장학기금을 조성했던 것이 밝혀졌다.

1987년 사사키재단에서 당시 돈으로 10억 원 상당을 받아 A급 전범의 이름을 딴 사사키 영-리더 장학금'을 조성했던 것.

대학 관계자가 사실이라고 시인까지 했다.

1995년에는 연희대처럼 10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안암대학은 거부했다고 밝혔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다.

액수는 적었지만 약 100만 달러를 사사키재단으로부터 받아 장학금을 운영한 것이 드러났다.

사실이 확인되자 기금을 반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역시 말 뿐이었다.

장학기금을 사사키재단에 반환하지도 않았고 장학금 운영도 중단하지 않았다.

그렇게 문제가 흐지부지 마무리 되는 것 같았다.

느닷없이 두 대학의 교수 몇 명이 논문표절과 연구비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공교롭게도 사사키재단으로부터 연구기금을 받은 교수들이었다.

교수들은 음모론을 들먹이며 발악했다.

논문 표절은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었지만, 횡령 사건은 빼도 박도 못할 증거들이 속속 드러났다.

그게 끝이 아니다.

두 대학의 전·현직 총장들에 대한 검찰 내사가 진행 중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돌았고, 장학금 불공정·불법 지급 제보가 언론사에 잇따랐다.

두 학교에 입학비리와 학교법인 이사장의 배임 고발까지 이어졌다.

단순히 해프닝 정도로 무마하려고 했는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한국에서 입시 비리는 쉽게 무마될 수 없는 대형 사건이다.

교육부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사사키재단 기금으로 시작된 사건은 한국의 모든 사립대학의 비리사건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사학법 개정에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은 사학재단의 개혁의 기치를 올렸다.


“이에! 좋다!”


장문식이 류아라를 타박했다.


“네 모교가 개판 일분 전 처지인데 웃음이 나와?”

“기득권은 한 번 씩 뒤집어 놔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야 긴장도 좀 하고, 정신 좀 차린대요. 비록 오래 못 가지만요.”

“어디서 주워들은 건데?”

“큰오빠요.”

“하여간 니들 남매는 어째 오지랖 떠는 것도 똑 같냐? 순호 좀 본 받아.”

“작은 오빠는 아빠 닮아서 그래요. 선비야 선비.”

“부자면 부자답게 고상하게 쫌 살아봐라. 오지랖 좀 그만 떨고.”

“냅둬유~”


하다하다 빅보스의 여동생 뒤치다꺼리까지 하게 된 장문식이다.


“다음은 뭘 해요?”

“뭘 하긴? 한 것도 없는데.”

“아! 이거 비밀 작전이죠?”

“비밀 같은 소리 한다. 이 아저씨는 아무 것도 안 했어.”

“알아요, 알아.”

“앞으로 아저씨 오라 가라 하면 혼난다. 넌 재단 일이나 열심히 배워. 쓸데없는 데 한 눈 팔지 말고.”

“핏.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줄 거면서.”

“우찬이한테 도와달라고 해.”

“고릴라 오빠는 결혼하고 완전 다른 사람이 돼 버렸단 말이에요. 민아 언니 말만 듣구.“

“원래 남자는 결혼 하고 철들어. 온달이가 평강공주한테 꼼짝 못하는 법이야.”


두 명문 사립대학의 문제는 계속해서 일파만파 커져만 갔다.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했다.

사사키재단이 얼마나 치밀하고 지독한 자들인지.

1980년대 말부터 사사키재단이 한국의 유명대학 교수에게 전화를 일일이 걸어 연구비 지원 제안을 해왔고, 실제 일부 교수가 그 돈을 받았다.

90년대 들어와 국내 학계에 사사키재단의 자금이 상당히 깊숙이 침투했다.

사사키재단은 두 명문 사립대학을 비롯해 수재의연금 및 복지단체 기부, 국제정치학회 조직원회 지원 등 이미 1973년부터 국내에 꾸준히 기부라는 명목으로 자금지원을 해왔다.

인문사학계에는 일본 극우세력의 자금이, 정치·경제 분야에는 미국의 금융자본이, 소위 친북세력은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중국자본이 양성하는 장학생까지 있다.

동북아시아의 전략적·지정학적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는 대한민국 안에서 주요 국가들의 은밀한 돈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단결이 안 되는 게 그렇게 이상한 게 아니었어.’


다울재단 이사장 류민상은 1991년 창립한 역사연구 단체 한 곳을 지원해오고 있다.

1995년 명칭을 민족문제연구소로 바꾼 이 단체는 여러 한일 단체들이 매년 진행하는 야스쿠니참배 반대 공동행동 행사에도 동참하고 있으며, 그밖에 히로시마 원폭 조선인희생자 추모 행사 사업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활동으로는 친일인명사전 편찬이 있다.


“큰오빠가 화나는 순간 다 죽어쓰....!”


류아라가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재단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그녀도 안다.

이번 소동으로 뭔가 큰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그럼에도 자신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교의 너무나 수치스러운 모습이다.

도저히 유야무야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류아라는 이번 사건을 경험하면서 지도층에 속한 모교 졸업생들의 모습에 무척 실망했다.

학자의 명예, 교육자의 명예, 정치인의 명예, 기업가의 명예, 부자의 명예....

명예를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많았다.

한편으로 자신이 걸어가게 될 사회사업가로서의 길을 생각해보았다.

사회복지사업 혹은 자선사업은 사회 공공적 구제(救濟)사업이다.

자연스럽게 사회를 변화시키는 과업을 부여받는다.

뚜렷한 성과가 없는 자선사업에 좌절감을 표하는 독지가들을 여럿 보았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사회변화는 그 몇 배는 더 어렵다고.

사회가 극적으로 변할 때는 전쟁과 혁명 밖에는 없다고.

큰오빠가 충고하곤 했다.

대담한 사회변화를 일으키는 일은 상당히 힘든 도전과제라는 걸 류아라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절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안타깝지만 단 한 번의 거액의 기부나 하나의 묘책으로는 결코 사회변화를 달성할 수 없다.

혼자서도 안 된다.

정부나 다른 단체와의 협업, 사회운동가들과 연대, 끈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오빠는 10년이 훌쩍 넘게 자선사업을 하고 있다.

한 번도 조급해하거나 실망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될 때까지 해보자는 오기가 엿보일 때도 있을 정도다.

미국의 JHO Foundation은 백화점식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고 있다.

모든 자선사업을 독립적으로 진행하지도 않고.

미국 내 여러 단체와 정부기관과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 많다.

류아라가 보기에 매우 효율적이며, 투명하고, 성과중심적으로 굴러가는 것 같았다.


‘기부자들에게 성과가 확연히 드러나야 기부금이 줄어들지 않겠지.’


당연한 이치다.

류아라는 해외에서 행해지는 어떤 활동들이 어떻게 성공을 거두었고, 그것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고민했다.

말기암환자 돌봄 서비스, 농장노동자 적정임금 보장, 방글라데시의 수분보증용액, 아프리카 우물지원 등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여러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지난 100년 간 대담하고 획기적인 사회변화를 만들어낸 사회공익사업은 꽤 많았다.

그것을 그대로 가져다 한국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류아라는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에 불탔다.

한국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빈곤국이라고 불리는 국가에서 변화를 불러 올 프로그램을.

다울재단의 자금 대부분이 큰오빠의 기부금이란 것을 떠나서 기부자의 소중한 돈을 무의미한 곳에 사용해서는 안 되기에.


작가의말

즐겁고 활기찬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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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99 아르데우스
    작성일
    23.07.27 09:13
    No. 1

    현실에선 이뤄지지 않은 일이라 슬프죠 ㅠ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7.27 11:18
    No. 2

    요즘 SKY 하는거 보면
    약자 보호 정의 진실 이런거 안좋아 하더군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건나라
    작성일
    23.07.27 13:14
    No. 3

    중국의 공자학원도 문제인데 한번 다뤄 줬으면 합니다.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33 레이군
    작성일
    23.07.27 17:06
    No. 4

    작가님 신작 계획은 없으신가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7.28 14:19
    No. 5

    잘 봤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nu******..
    작성일
    24.02.23 17:46
    No. 6


    . 가끔씩 주인공 가족이나 친구들 캐릭터가 호가호위를 하면서 주인공의 능력과 돈을 쓰는걸 너무 당연시하는 캐릭터로 보이는 이피소드가 자주 나오네요. 류아라 같은경우 오빠가 부자고 힘이 있으니까 자기가 하고싶으면 그저 오빠한테 떼쓰고 철부지 모습만 보여서 호감도 떨어지고 재미도 없어지네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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