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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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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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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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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6쪽

Life Goes On.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는 단편 작업을 하면 할수록 LA가 영화의 천국처럼 느껴졌다.

이유는 화창한 날씨 때문이다.

실무적으로는 후반 작업 서비스에서 매번 감동을 받았다.

충무로 현상소였다면 엄청난 푸대접을 받았을 터.

현상소에 16mm 필름을 맡기면 앞전 영화에서 썼던 현상액을 그냥 쓰는 것이 기본이다.

각 영화마다 원하는 룩이 다른 것이 당연했다.

헌데 현상액을 교환하기 귀찮다거나 쓰고 버릴 용액이 아까워 학생 작품의 경우 쓰고 남은 현상액에 담가버린다.

현상액 제품마다 조금씩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어떤 현상액은 아주 고운 입자의 네거티브를 만들어 내고, 또 어떤 것은 콘트라스트가 강하면서 매우 거친 입자의 네거티브를 만들어 낸다.

영화의 특성, 스타일에 따라 현상액 사용을 달리 할 수 있다.

LA의 현상소에서는 16mm 필름을 맡겼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대충 하는 법이 없다.

만약 홀대했다는 소문이 돌면 고객의 발길이 뜸해져 그 현상소는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류지호가 한국에서 찍었던 단편영화와 비교해 UCLA에서 작업한 영화는 때깔 자체가 달랐다.

ADR(후시녹음), poly(효과음), 사운드 믹싱 모두 두 말 하면 잔소리다.

16mm 영화는 모노 사운드만 지원한다는 것이 아쉬울 뿐.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스테디캠 오퍼레이터들의 실력, 장비 역시 좋았다.

음악?

이 동네가 바로 글램 메탈(팝메탈)의 본거지이면서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본산이다.

글램 메탈의 경우는 최전성기를 찍고 점차 트렌드에서 밀려나는 분위기다.

반면에 힙합은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류지호는 아주 유명한 힙합 프로듀서와 작업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그럭저럭 괜찮은 힙합 리듬을 영화에 삽입할 수 있었다.

랩 가사가 없는 힙합 음악을 BGM으로 깔았다.

어설픈 랩 가사는 영화에 독이 될 것 같아서다.


“헤이!”


누군가 류지호의 등을 치며 인사를 건넸다.


“어? Q?”


쿠엔 태런티노가 버럭 화를 냈다.


“이 자식이!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류지호는 그런 쿠엔 태런티노를 무시하고 뒤에 서 있는 친구들과 인사를 나눴다.


“다들 여긴 어쩐 일이야?”

“네 영화를 보러 왔지.”


각본가 로브 아바리(Rob Avary)가 대답했다.

그는 <저수지의 개들> 각색에 참여했고, 현재 <펄프 픽션>을 태런티노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내 영화?”

“골 때리는 걸 찍었다며?”


예술대학 극장에서 류지호의 영화 <Life Goes On> 상영회가 예정되어 있다.

TV·연극·영화 교수들과 영화전공 학생들, 지인들, 파라맥스 배급담당 직원을 초청했다.

기술시사회 겸 피드백을 받기 위한 자리다.


“어떻게 알았어?”

“파라맥스의 알버트 사장이 알려주더라. 오면 안 되는 거야?”

“아냐. 잘 왔어. 퀸이 영화를 봐주면 나로서는 영광이지.”

“죽을래?”


태런티노가 인상을 구기며 주먹을 들어올렸다.


“하하. 디렉터 퀸트, 곧 영화 시작할 거야. 얼른 들어가 봐.”

“기대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내가 네 영화를 아주 잘근잘근 씹어 줄 테니까.”

“내가 바라던 바야.”


쿠엔 태런티노는 10년만 지나면 자신의 이름이 영화장르가 되는 감독이다.

류지호는 자신의 영화를 보고 어떤 평가와 감상을 내놓을지 기대감이 들었다.

한편으로 두고두고 그에게 놀림감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꽂힌 영화에는 찬사를, 싫은 영화에는 독설을.

쿠엔 태런티노의 성격이 그랬다.

태런티노 일행을 끝으로 예술대학 극장의 문이 닫혔다.


“이거 참....”


류지호가 오랜만에 검지로 뺨을 긁적거렸다.

난감하거나 어이없어 할 때 나오는 특유의 버릇이다.

기술시사 쯤으로 생각한 상영회다.

헌데, 참여한 스태프와 친구들을 제외하고도 꽤나 많은 인원이 극장을 채우고 있다.

십여 명이 넘는 교수진, 태런티노와 친구들, 파라맥스 기획팀과 배급팀, TV·영화 전공학생들 거의 전부, 영화 클럽 학생들, 한인 학생회 등등.

300석 규모의 극장을 빈자리 없이 가득 채우고 있다.


“정식 시사회 전까지 관계자 외에는 영화를 보여주는 게 아닌데.”


그가 생각한 것보다 일이 커졌다.

문득 엉뚱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우스센트럴 지역에서 무료 상영회를 가져볼까? <시네마 천국>에서 건물 벽에 영사를 한 것처럼?’


류지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Life Goes On>에는 폭동 장면이 나온다.

자칫 빈민가 주민들을 선동할 위험성이 있었다.

영화 상영을 알리는 소리가 흘러나오며, 극장불이 일제히 소등되었다.


촤르르륵!


영사기가 돌아가며 스크린에 영상을 쏘았다.


둠 치키, 둠 치키.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힙합리듬과 함께 영화가 시작되었다.

후레쉬의 이모부 제이크가 관객에게 말하는 것처럼 화면 정면을 응시하며 소리를 질렀다.


[돼지 오줌보다 못한 게으름뱅이들!]


너저분하고 비좁은 방안에서 소년 후레쉬와 사촌들이 서로 엉켜 잠을 자고 있다.

거실 이곳저곳에 총알이 굴러다니고, 마약 가루가 보이고, 술병이 굴러다닌다.

더럽고 악취 나는 욕실에서 대충 눈곱만 떼어낸 후레쉬가 다시 거실로 나가면 제이크가 그에게 어린이용 가방을 집어 던진다.


[배고파요.]


제이크는 결코 자상한 어른이 아니다.

그는 마구잡이로 후레쉬를 구타한다.

일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자식도 굶기는 작자다.


[왜 애를 패고 지랄이야! 좀 베풀고 살면 안 돼?]


바락바락 대는 아내다.

설령 아내라고 해서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제이크는 후레쉬에게서 아내에게로 화풀이 대상을 바꾼다.


[퍼주는 거 X나게 싫어. 이 X같은 곳을 벗어나려면 마약도 팔야 하고, 매춘도 알선하고, 돈 되는 거라면 뭐든 해야 돼! 무슨 말인지 알아 이 창녀 같은 년아!]


제이크의 난동을 뒤로 하고 후레쉬가 집을 나선다.

‘창녀 같은 년’, ‘X발 년!’ 온갖 욕설을 내뱉는 이모부의 배아래서 교성인지 고통인지 모를 신음을 흘리는 이모와 후레쉬의 눈이 마주친다.

죽어있는 이모의 눈동자가 너무 무서워 후레쉬가 서둘러 집을 빠져나간다.

당장 무너질 것 같이 낡고 더러운 아파트 입구에서 시시덕거리는 이모부의 똘마니 몇 명과 마주친다.


[총 한 번 만져 봐도 돼?]

[킥킥.... 우릴 쏘려고?]

[보기만 할게.]


불량배가 후레쉬에게 권총 쏘는 법을 알려준다.

그때 아파트에서 이모부 제이크가 몸을 내밀고 욕설을 내뱉는다.

화들짝 놀란 후레쉬는 서둘러 아파트에서 벗어난다.

집을 나선 후레쉬가 흑인 빈민가를 가로질러 간다.

곳곳에는 의욕 없고, 비루한 흑인만 보일 뿐이다.

이 동네는 한 톨 희망조차 없어 보인다.


꼬르륵.


후레쉬는 배가 고프다.

어제 점심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저 앞에 한국인 할머니가 운영하는 마트가 보인다.

한인 마트로 들어가니 여지없이 노란 피부의 할머니가 두꺼운 방탄유리 너머 카운터에 앉아있다.

건들거리는 지역 불량배 청년들이 몇 명 보인다.

후레쉬는 슬그머니 초코바 몇 개를 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불량배 형들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 지들끼리 낄낄댄다.


[할머니, 살 게 없어요. 다음에 올 게요.]


한국인 할머니는 카운터를 빠져나와 아무 말도 없이 후레쉬에게 손을 내민다.

후레쉬는 짐짓 뻔뻔스럽게 굴어본다.

동네에서 한여사라고 불리는 할머니는 요지부동이다.

후레쉬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훔친 물건들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온다.

한여사가 후레쉬의 손에 동 전 몇 개를 쥐어준다.

그리고 말없이 후레쉬가 챙긴 걸 가져오라고 손짓한다.

후레쉬는 고민한다.

너무 배가 고팠다.

후레쉬는 한여사가 준 돈을 지불하고 초콜릿 바를 산다.


[저는 거지가 아니에요. 나중에 꼭 갚을 게요.]


후레쉬가 마트를 빠져나가려는데, 불량배 형이 불러 세운다.

그리고 나중에 갚고 싶다면 장부를 쓰고 가라고 한다.

후레쉬가 펼쳐본 외상장부에는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이름 밑으로 금액들이 각기 다른 필체로 기입되어 있고, 검은 줄과 붉은 펜 X 표시가 된 이름도 보인다.


[외상값을 갚을 수 없는 놈들.]

[갚지도 않을 거면서 왜 여기에 썼는데?]

[갚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갚을 수 없다고. 그 새끼들 다 뒈졌으니까.]

[형, 나 대신 이름 좀 써줘.]


후레쉬는 반 공짜로 자신에게 초콜릿 바를 주는 할머니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렇게 이름을 써놓는 건 죽은 사람을 모욕하는 것 같아요.]

[공책을 놔둔 건 이 할머니지만, 그걸 쓰는 건 너희들이란다.]

[저 옆 식료품가게 미스터 킴은 할머니처럼 자상하지 않아요.]

[세상에 똑 같은 사람은 없단다. 사람은 다 각자가 다른 거야.]


‘사람은 다 각자가 다르다‘는 말이 의미심장했다.

스테디캠이 쉬지 않고 움직이는 영상은 처음에는 화려하고 볼거리가 풍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5분이 지나면 지루해진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대사가 없는 부분에서는 여지없이 힙합 음악이 깔렸다.

농구를 하는 흑인 청년들, 마약에 중독되어 좀비처럼 거리를 배회하는 어른, 더럽고 낡은 소파에 앉아 죽을 날만 기다리는 노인, 허리춤에 권총을 차고 활보하는 지역 갱단원 등등.

카메라가 바쁘게 움직이는 순간에도 빈민가 풍경이 화면을 채운다.

로이가 옆에 앉아있는 여학생에게 속삭였다.


“저 장면 찍을 때 갱단과 마주칠까봐 엄청 쫄았어. Jay 저 자식은 겁이 없는 진정한 미친놈이야.”


일부 장면은 실제 플로렌스 안쪽으로 들어가 도둑촬영을 했다.

자세히 보면 앵글이 약간 불안정하고, 포커스가 살짝 나간 걸 볼 수 있다.

그러나 상관없다.

전문가 눈에만 띠는 실수들이었으니까.


툭!


한인마트를 빠져나온 후레쉬가 거리를 걸어가다 술주정뱅이 흑인 노인 아마드와 부딪친다.

실제 이 장면에서 한 번 끊어서 촬영했지만,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워워! 조심해야지. 아가야~]


지금까지 후레쉬를 따르던 카메라가 아마드에게 향한다.

술주정뱅이 노인 아마드가 한여사의 잡화점으로 들어간다.


[다들 안녕하신가? 혹시 일손이 필요하진 않수?]

[눈앞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꺼져 술주정뱅이!]

[새미, 저 분은 그만 내버려 둬.]

[그랜드 맘, 우리에게도 조금 친절해 보라고. 우리에겐 매번 화만 내잖아.]

[아마드, 빗자루 챙겨요.]


아마드가 냉큼 빗자루를 챙긴다.


[한여사, 당신 가게 앞을 이 동네에서 제일 깨끗하게 만들어 줄게. 나만 믿어.]


술주정뱅이 아마드가 냉큼 빗자루를 들고 잡화점을 나서려고 했다.


[아마드, 이걸 놓고 갔어요.]


카운터에 1달러 지폐 한 장이 놓여있다.

아마드가 얼른 지폐를 챙기며 능청을 떨었다.


[가게 앞은 걱정하지 말아요. 미세스 한. 먼지 한 톨 없는 반들반들한 가게 앞을 볼 겁니다. 보건위생국처럼 말이야. 하하하.]

[그랜드 맘, 돈이 썩어나? 그렇다면 내게 줘. 매일 이 술주정뱅이 영감탱이한테 1달러씩 주지 말고.]

[너희들은 신경 쓰지 마. 아마드는 좋은 분이셔.]


카메라는 한여사에게 짜증을 부리며 잡화점을 빠져나가는 새미를 따른다.

그 뒤로 친구 두 놈이 따른다.

잡화점 앞에서 아마드가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있다.

새미는 또 한 번 아마드를 놀리고 모욕한다.

그리고 차 지붕이 없는 오픈카에 올라탄다.


[X발! 기름이 없잖아.]

[진작 기름을 넣었어야지 멍청한 검둥이 새끼야!]


카메라는 차 뒷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새미와 친구의 뒤통수를 잡고 있다.

승용차가 주유소로 들어가고, 노숙자로 보이는 흑인 남자가 나타나 차의 앞 유리를 닦는다.

새미의 친구는 거지꼴의 남자를 마구 핍박한다.


[기름값 누가 낼 거야? 이 새끼들 다 거지야. 마약 파는 새끼들이 왜 돈이 없냐?]


새미가 투덜거리며 계산을 하기 위해 주유소 주인에게 걸어간다.

이곳은 백인이 운영하고 있다.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려온다.


탕탕탕!


‘X발!’ 욕지거리를 내뱉은 새미가 얼른 길가로 달려간다.

차량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아나고 있고, 길바닥에 흑인 청년 두 명이 총에 맞아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한 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다른 한 명은 살아있다.


[그 새낀 죽었어. 그냥 내버려 둬. 살 놈은 살려야 될 거 아냐!]


새미는 죽어있는 흑인 청년을 내버려두고 떠날 수가 없다.

사이렌 소리 점점 가까워지고, 고개를 드는 새미의 시선에 저 만치 가방을 메고 있는 후레쉬의 모습이 들어온다.

경찰차가 모습을 드러나자, 새미는 얼른 자리를 뜬다.

카메라는 후레쉬를 따라가기 시작한다.

후레쉬가 히스패닉 동네로 들어선다.

경찰 순찰차는 어린 후레쉬를 무신경하게 지나쳐 간다.

후레쉬는 익숙한 듯 낡은 주택의 문을 두드린다.


탕탕탕!


느닷없이 주택 안에서 총성이 들려온다.

총 몇 발 쏘는 수준이 아니라, 총격전 수준의 소음이다.

후레쉬는 얼어붙는다.


덜컹!


문이 열리며 피흘리는 히스패닉 청년 디에고가 튀어나온다.

후레쉬의 바지가 젖는다.

오줌을 지린 것이다.

디아고가 거칠게 후레쉬가 메고 있는 가방을 낚아챈다.

가방을 열어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면, 마약 몇 봉지가 들어있다.

후레쉬의 눈에 주택 내부의 모습이 펼쳐진다.

피. 떨어져 나간 살점, 눈을 부릅뜨고 죽어있는 남자....

디에고가 절뚝거리며 주택에서 황급히 달아난다.

카메라가 이번엔 디에고를 따라간다.

디에고가 히스패닉 구역과 흑인 구역의 경계를 이루는 도로로 나온다.

한인이 운영하는 식료품점을 지나칠 때 카메라는 흑인 아줌마와 실랑이 벌이는 한인 부부에게 향한다.


[일본, 중국 어디서 왔던 간에 여긴 너희 나라가 아냐!]

[우리 부부는 한국에서 왔어. 그 두 나라와 상관없어.]

[빌어먹을 한국놈들! 불친절하고 돈만 밝히는 탐욕스러운 돈벌레!]


속사포처럼 온갖 욕설을 섞어 악다구니를 쓰던 흑인 아줌마를 점원이 만류해 밖으로 내보낸다.


[르윈! 넌 흑인 맞지?]

[네.]

[항상 흑인인 걸 잊지 마.]

[아줌마가 확인시켜주지 않아도 난 자랑스러운 흑인이에요.]


카메라는 점원을 따라간다.

시점 이동에 관객은 정신이 없다.

한편으로는 계속된 인물이동으로 덜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이 나라는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

[자유? 여기는 내 가게야. 여기서 자유 같은 건 없어. 왜? 내가 사장이니까.]


한인 사장의 영어는 어딘지 서툴렀다.

류지호가 의도한 것이다.


[당신들이 저주스러울 정도로 얄밉지만, 내게 월급을 주니까 참는 거야.]

[왜 너희들은 우리 한국인들을 미워하지? 왜 이 동네 주민에서 우리를 소외시키는 거지?]

[당신들은 검둥이가 아니잖아요.]

[피부색은 다르지만 우리도 이 동네에서 2년을 살았어. 우리 한국인도 너희 이웃이라고.]

[글쎄요. 당신들이 진짜 우리의 이웃인 줄은 전혀 모르겠네요.]

[게으르고 무식한 검둥이 자식들.]


점원이 한여사의 잡화점 앞을 지나쳐 간다.

느릿느릿 빗자루질 하는 아마드 노인을 지나쳐 간다.

점원이 전형적인 빈민가 3층 건물로 걸어가 문을 두드린다.

앳되어 보이는 여자가 아이를 안고, 현관문을 열어준다.

흑인 여자는 점원을 향해 돈을 벌어 와라, 게으름 피우지마라, 자신과 아들에게 애정이 있느냐 온갖 바가지를 다 긁는다.

점원은 식료품을 냉장고에 넣어준다.

마음 같아서는 여자를 번쩍 안아들고 침대로 돌진하고 싶은 것이 점원의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그녀는 넘어오지 않는다.

점원이 집을 떠나가고 카메라는 아이 엄마에 잠시 머문다.


따르릉!


애 엄마는 그녀의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한다.

그녀는 엄마의 잔소리에 복장이 터진다.


[엄마나 그 개자식이나 다 지겨워 죽겠어.]

[네 애비라는 작자도 마찬가지야. 똑같아. 아빠 노릇도 못하는 놈팡이 같은 병신이야. 술집이나 전전하는 놈팡이 부랑자.]


탕탕탕!


창문 너머에서 총소리가 들려온다.

아이 엄마는 재빨리 아기를 침대 밑 안전한 곳으로 밀어 넣고, 창가로 향한다.


[이 개자식들아! 사람을 죽이려면 딴 데 가서 하란 말이야!]


아이 엄마는 겁도 없이 창밖으로 몸을 빼고 고래고래 악을 질러댄다.

악밖에 남지 않는 고단한 삶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카메라가 집을 빠져나와 집 앞으로 내려앉는다.


“....흠.”


몇몇 교수가 가벼운 헛기침을 흘렸다.

지금까지 싱글쇼트(원 씬 원 커트)로 진행된 것도 놀라울 지경인데, 고급(?) 촬영기술이 등장했다.

학생이 시도할 수 있는 수준의 촬영이 아니었다.

고까운 눈으로 보면 돈 지랄의 극치다.


‘파라맥스에서 투자를 받았다고 했지.....’


2층 창가로 몸을 내밀고 있는 아이 엄마를 잡고 있던 카메라가 지상으로 내려앉자마자, 총격전을 벌이고 있는 어린 갱단원들을 집요하게 묘사한다.

녀석들은 후레쉬가 아파트 입구에서 만났던 청년들이다.

총격전을 벌이는 히스패닉 남자는 후레쉬에게서 마약가방을 빼앗은 디에고다.

의미 없이 흩어져 있던 파편들이 다시 모아졌다.

대단할 것 없는 총격전이다.

몇 발 쏘고는 차량 뒤에 숨어, 권총만 차 너머로 내밀고 쏘는 총싸움.

총성이 멈춘다.

갱단원 하나가 자동차 뒤에서 배꼼 얼굴을 내민다.

디에고가 저 멀리 달아나고 있다.

어린 갱단원들이 디에고를 추격한다.

카메라는 그들에게서 조금 떨어져서 한 발 늦게 따른다.

디에고와 어린 갱단원들이 골목으로 사라진다.


탕탕!


총소리가 들리고, 카메라가 뒤늦게 골목으로 들어가면...

디에고가 총에 맞아 쓰러져 있고, 어린 갱단원들이 후레쉬의 마약가방을 챙긴다.

마약을 놓고 갱단끼리 벌이는 스릴러 영화일까.

도무지 정신이 없는 영화다.

이쯤 되자 슬그머니 수첩을 꺼내 뭔가를 메모하는 교수들도 생겼다.

16mm 필름 400피트로 최대 11분을 촬영할 수 있다.

꽤 영화 상영시간이 흐른 것처럼 보이는데, 도대체 어떤 타이밍에서 끊어서 촬영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을 현란하다고 해야 할지... 난잡하다고 해야 할지...’


또 다시 시점이 바뀌어 이번에는 동네 노인들이다.

아마드가 맥주캔을 따서 한 모금 마신다.

버려진 소파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던 흑인 노인들이 성질을 부린다.


[이 냄새나는 술주정뱅이야! 햇볕 가리지 말고, 저리 가서 술 먹지 못해!]

[시끄러워! 검둥이 노인네들아!]

[썩 꺼져! 쓸모없는 술주정뱅이!]

[너희 영감탱이들도 언젠가 나한테 잘 하게 될 거야. 우리가 다 죽어서 흙속에 묻힌 후에는 서로에게 잘하겠지.]


아마드가 맥주를 목뒤로 넘기며 떠나간다.

카메라는 소파에 앉아있는 하릴없는 노인들에게 머물러있다.


[할렘에서 태어난 흑인 남자아이 평균 생존연령이 36.7세래. 전 세계에서 제일 못 사는 나라 에티오피아의 39세보다도 낮아.]

[웃긴 일이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인 미국에 살고 있는데 말이야.]

[그러니 분노한 검둥이들이 때만 되면 들고 일어나는 거야.]

[그건 우리 잘못이 아니야. 다 정치하는 개자식들의 무관심 때문이지.]

[망할 놈, 어디서 주워들은 걸 갖고 잘난 척 하는 거야?]

[저 한국인 돈벌레 놈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불쌍한 놈이라는 거야.]

[저 동양에서 온 원숭이 자식들 편을 드는 거야?]

[말이 그렇다는 거야.]

[닥쳐! 우리의 돈을 저 놈들이 다 가져가. 우리는 굶고 있는데.]

[우리끼리 싸우지 마. 검둥이 노인네들아! 젊은 애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것도 지겨워죽겠는데, 늙은이들까지 싸워야 돼?]


노인들이 일제히 ‘*uck!; 따위에 욕설을 내뱉었다.


[지난주에 있었던 강간 사건 알아?]

[정말 더러운 일이었지.]

[망할 놈의 새끼! 내 눈에 띠어봐, 내가 그 놈 한 방에 박살낼 테니.]

[그래 너 참 잘났다. 네 꼴 좀 봐라. 도넛 찌꺼기까지 핥아먹는 걸레 같은 경찰놈 같다.]


다이얼로그가 너무 적나라했다.

뭔가 그럴 듯한 표현으로 돌려 말하는 법이 없다.

진짜 빈민가 흑인들이 일상에서 쓰는 말 그대로다.


‘이 영화를 누가 아시안이 스크립트를 쓰고 연출을 했다고 믿겠어?’


삐요!


경찰 순찰차가 세 명의 노인들의 앞을 천천히 지나쳐 간다.

백인 경찰들과 노인들의 눈이 마주친다.

잠시 백인 경찰들과 흑인 노인들의 눈싸움이 벌어진다.

씹는담배를 질겅거리던 백인 경찰이 차문 밖으로 걸쭉한 침을 뱉는다.


[쓰레기들.... 쓰레기.]


우우우~


예술극장 객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미국 경찰은 일반인들에게 큰 환영을 받지 못한다.

생각보다 많은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백인들도 경찰과 마찰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운전과 관련해서 경찰과 마찰을 빗어질 수가 있다.

인종과 상관없이 경찰에 대항해선 곤란하다.

작은 오해로 경찰에게 총격을 당할 수도 있는 곳이 미국이다.

카메라의 시점이 서행하는 순찰차를 따라간다.


끼이익!


순찰차가 급정거를 하며 차 내부가 전체적으로 흔들린다.

누군가 순찰차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순찰차로 뛰어들었던 사람은 흑인 마약중독자다.

백인 경찰들은 그를 사정없이 구타하다가 강제로 순찰차에 태운다.

순찰차가 급하게 거리를 떠난다.

달리는 순찰차 안에서 경찰이 진압봉으로 뒷좌석의 마약중독자를 구타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순찰차가 히스패닉 밀집 거주구역에 멈춘다.

경찰은 흑인 마약중독자를 히스패닉 지역에 던져놓고 유유히 떠나간다.

저만치서 빈둥거리던 히스패닉 청년들이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마약중독자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평소 흑인들과 사이가 나쁜 히스패닉 주민이다.

당연히 자신의 동네에 홀로 떨어져 있으니 손쉬운 먹잇감이다.


[죽었어?]

[이 새끼... 약에 절어있는데?]


마약중독자를 거칠게 다룰 줄 알았던 히스패닉 청년들이 그를 부축해 일으켜 세운다.

옷에 묻은 먼지까지 털어준다.

그리고 그가 살고 있는 흑인 구역 쪽으로 안전하게 데리고 간다.


“......?”


영화를 보던 관객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들의 상식으로 빈민가의 히스패닉과 흑인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류지호가 묘사하는 동네는 선의와 악의가 마구 혼재되어 있다.

빈민가를 구성하는 다양한 인종 가운데는 미친놈도 있고, 착한 놈도 있고, 아무 생각 없는 놈도 있고, 무신경한 놈도 있는 등 각자 다른 것이다.

모두가 서로를 죽일 듯이 미워하고 증오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구별하는 건 관객들의 몫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히스패닉 청년들이 마약 중독자를 돌려보내고 한여사의 잡화점을 들어간다.


찌릿!


흑인 청년들이 잡화점으로 들어온 히스패닉 청년들을 향해 매서운 시선을 던진다.

둘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이런 모습이 두 인종 간에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물건 값을 계산하는 히스패닉 청년이 한여사에게 화를 낸다.


[사람 차별해? 왜 우리에게 2센트 더 받는데?]

[그 가격이 원래 가격이야.]

[저 놈들에게는 싸게 팔잖아!]

[그런 적 없어. 모두가 똑같은 돈을 내고 사가.]


히스패닉 청년들이 계속해서 한여사를 압박했다.

그러자 슬금슬금 가게 안에 흩어져 있던 흑인 청년들이 카운터로 모여들었다.


[X발! 흑인 동네서 장사한다고 우릴 무시해? 할망구 정말 혼 좀...]


히스패닉 청년은 말을 이을 수 없다.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흑인청년들이 일제히 권총을 뽑아들고, 겨눴기 때문이다.

여섯 명의 청년이 겨눈 여섯 개의 총구.


[꺼져, 새끼들아! 대가리에 총알구멍을 내주기 전에.]


한여사는 권총을 뽑아들고 기세등등한 흑인 청년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2센트 깎아줄게. 돈 내고 어서 이곳을 나가는 게 좋겠다.]


히스패닉 청년들이 얼른 주머니를 뒤져 동전을 꺼내 카운터에 쏟아놓았다.

그리고 음료수를 챙겨 서둘러 잡화점을 빠져나간다.

잡화점에서 나댔던 히스패닉 청년이 성질을 부린다.


[한국인 할망구가 감히 우릴 푸대접 한단 말이야? 오늘 밤에 다시 와서 가게를 털어갈까?]

[그랜드 맘이 잘못한 건 없어.]

[맞아. 돈이 모자라면 장부에 이름을 적어 놓으면 되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 장부는 지옥행 명부라고. 살아 있는 놈 이름보다 죽은 놈 이름이 더 많아.]

[근데 그랜드 맘은 왜 이 동네를 떠나지 않지?]

[떠나다니? 여긴 할머니가 10년 동안 살고 있는 동네라고.]

[이 동네의 돈을 다 쓸어갔던 한국놈들을 생각해 봐.]

[그 놈들은 동네에 온지 5년이 되면 모두 떠났어.]

[그랜드 맘도 그들처럼 돈을 많이 벌었겠지?]

[우리 동네에서 제일 잘나가는 가게일걸? 마약중독자들이 득실거리던 버려진 집에 가게를 차려서는.... 돈을 정말 많이 벌고 있지.]

[난 이 동네에서만 10년을 살았어. 재수 없는 한국 놈들이 천재인지 아니면 우리가 바보 멍청이 인지 모르겠다.]

[우린 그래도 저 흑인 놈들보단 나아.]

[그렇지. 다른 말이 필요 없지.]


큭큭큭.


히스패닉 청년 세 명이 마약중독자 흑인을 지나치며 비웃음을 흘렸다.

학생들 사이에 섞여있는 히스패닉 관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들이 보기에 누워서 침 뱉기다.

그들 동네 역시 흑인 동네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300석을 채우고 있는 관객들의 인종은 다양했다.

류지호는 그들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

이 영화에서 흑인 소년 후레쉬가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하지만, 류지호는 흑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양한 인종들을 고르게 담으려고 노력했기에.


작가의말

영화 내용 묘사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내용 반복이라고 생각되시는 분은 다음편의 중간까지는 스킵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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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2.06.09 13:50
    No. 1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무한땅꼬마
    작성일
    22.07.06 13:46
    No. 2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주니서기
    작성일
    22.08.05 12:06
    No. 3

    앞에서 너무 자세히 묘사한 것 같습니다
    너무 똑같이 반복하니 재미 반감. 일부라도 나누어 서술하면 작가의 스킵하라는 말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제작할 때 주고 싶은 감동 의미가 있고
    전체 상영할 때 보는 재미가 따로 있을 듯.
    아무튼 이 부분은 옥의 티.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90 너울가지
    작성일
    22.08.16 04:15
    No. 4

    반복되는 구간이 넘 긴듯해요 앞에서 영화찍으면서 나왔던 글이 그대로 다시 되풀이되는데 한쪽을 덜어내셔야하지 않을까요?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38 손천
    작성일
    23.10.26 01:24
    No. 5

    굿 진짜 이런영화 있으면 좋겠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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