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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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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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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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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앞장서서 뭘 하려들지 말고 중간만 해.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는 대니얼의 제안을 덥석 물지 않았다.

윌리엄 또한 당연하다는 듯 대수롭지 않아 했다.

대니얼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사람을 얻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은 그저 류지호를 자극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봐야했다.

놀리고자 하는 장난기 어린 마음도 반쯤 있었고.


“오랜만이야. 마음에 드는 인재를 발견해 갖고 싶다는 눈을 하고 있더군.”

“누가 보아도 탐나는 인재잖아. 욕심이 날 수 밖에. 녀석이 지난 1년 간 벌어들인 수익을 보란 말이야.”

“행운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숫자이긴 했어.”


류지호는 G&P IB의 부자펀드 중 일부를 운용해서 영화 5편에 투자했다.

현재까지 투자금의 세 배가 넘는 수익을 만들어냈다.


“그래도 너무했어. 대니얼.”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걸 자네도 봤잖아.”

“내가 그랬잖은가. 저 아인 절대 스무 살 같지 않다고.”

“안목이나 생각은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군대에 가는 판단은 치기어려.”

“한 템포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

“녀석은 실패도 경험해 볼 필요가 있어. 지금까지 너무 승승장구했지.”

“나중에 더 큰 성공을 위해서 지금까지를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할 시간이 필요해.”


윌리엄은 류지호의 조금 더 먼 미래를 보고 있다.

대니얼은 달랐다.


“그것이 군대일 필요는 없어.”


류지호를 미리부터 맹수들의 세계에 던져놔 보고 싶어 했다.

망가지든 아니면 현명해지든.

그걸 확인하고 싶어 했다.


“성공으로 가는 길과 실패로 가는 길은 거의 똑같아. 지호가 그걸 깨우쳤으면 좋겠지만, 아직 그러기에는 이르지. 자칫 반작용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물러 터져서는... 아이를 그런 식으로 키우니까 자네 아이들이 지금 농부가 되어있는 거야.”

“그런 자네는? 맷이 어땠는지 자네는 항상 잊은 것처럼 말하는구만.”

“이제 정신 차렸어.”

“그 또한 지호가 한 몫 크게 했지.”

“.....”

“자네 막내아들은 내버려두게.”

“그래야겠지. 녀석이 계승싸움에 나서는 걸 나로서는 보고 싶지 않아.”


대니얼이라고 해서 막내아들이 밉기만 할까.

가문 내에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이 정신 차린 막내아들을 부추기면 후계구도가 복잡해진다.

알고 한 일인지 모르지만, 류지호란 꼬마가 막내아들을 자신 회사로 데려가 눌러 앉혔다.

의형제까지 맺으면서.

막내아들이 가문으로 돌아올 일은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확실히 류지호는 재미있는 녀석이다.

현재도 저런데 나이가 더 들면?


“사람들은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하지. 헌데 천재들에게는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야. 평범한 사람들의 1년이라는 시간이 천재에게는 단 하루면 충분하지.”

“저 어린 괴물이 나이를 좀 먹으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모르지. 저 아이에게 1년 2년이 어떤 의미가 될지. 하나님만 알 수 있겠지.”


윌리엄 파커는 류지호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 든든한 조력자다.

더 나아가 류지호는 내심 윌리엄을 정말 친할아버지처럼 생각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윌리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았다.

류지호는 자주 LA로 전화를 걸어와 윌리엄에게 안부를 묻곤 했다.

고민을 털어놓으면 친구처럼, 형처럼, 부모님처럼 조언을 해주고 때론 질책도 했다.

조바심이나 두려움이 들 때면 어떻게 알았는지 적절한 충고를 했다.

류지호는 윌리엄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며 안정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윌리엄 파커는 류지호의 멘토로 자리했다.

그의 해박한 지식과 연륜.

거대한 사업체를 운영하며 겪은 수많은 경험들.

윌리엄 파커의 조언은 한국 영화판에 한정되어 있던 류지호의 인식을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너는 전생에 나라를 수십 번 구했냐? 무슨 복을 태어났기에 미국의 그 대단한 사람들이 살뜰하게 챙겨 주냐?”


당연한 반응이다.

특히 황재정 같이 현실의 부정적인 면을 극단적으로 파고드는 놈들에게는.

백인, 그것도 부자, 상류층도 아니고 최상류층.

그런 이가 저 밑바닥의 아시아 소년을 신경 써 주고, 보살펴주고, 기회를 주고, 가족처럼 챙겨준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거로 돌아오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류지호가 실제 겪었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게 일어나는 것.

과거로 돌아온 것에 비하면 파커 가문과의 인연은 사소한 것일지 모른다.

누군가는 류지호가 두 가문으로부터 그저 받아먹고만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니다.

나름 가지고 있는 자원과 미래지식을 가지고 보답을 하기 위해 처절하게 발버둥 치고 있는 중이다.

어엿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성장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간단한 진리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라면 가지고 있는 하나를 내놓아야 하는 게 세상의 이치.

알면서도, 잊고 사는 진리이기도 하다.


❉ ❉ ❉


고언 형제와 독립프로덕션을 만들려던 계획은 형제의 거부로 성사되지 않았다.

류지호는 욕심을 접고 물러섰다.

고언 형제와는 언제든지 전화통화도 하고 만날 수 있는 친분 관계가 되었다.

때문에 딱히 아쉬울 것은 없었다.

고언 형제 문제 외에는 군입대 출국 전 해결할 일이 없었다.

미국의 사업들은 본래부터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서 류지호가 특별히 정리할 부분은 없었다.

영화 사업의 경우 군 제대 년도까지 영화선택 권리를 행사했다.

대규모 투자 건에 대한 이사회 상정 안건도 없다.

그 외에 류지호는 UCLA 휴학 부분이 조금 의아한 면이 있었다.

휴학 신청이라는 게 없다.

다음 학기에 등록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학기를 쉰다는 것이다.

대신 장기 휴학일 경우 사유서를 제출해야 했다.

복할 할 때 재입학(Readmission)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UCLA에 6쿼터를 다닌 기록이 있다.

성적도 나쁜 편이 아니다.

류지호가 다시 학교로 돌아올 때 무난하게 재입학 허가를 받을 거란 설명을 들었다.

파커와 그레이엄 양 가문 지인들에게도 작별인사를 마쳤다.

그렇게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홀로 미국을 떠나지 않았다.

Garam Invest의 CEO 매튜 그레이엄과 노아 시거 이사가 동행했다.

또한 G&P의 투자전문가 다섯 명도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다.

김포공항에 도착해 입국 게이트를 나온 류지호는 최영민 과장이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이번에도 최 과장이 환영을 해주는 군요.”


류지호와 최 과장이 뜨거운 악수를 나누었다.

최 과장은 흥분한 건지 얼굴이 붉게 상기 되어 있었다.

장기간 한국에서 류지호를 수행한다는 것에 기대감을 품은 것이다.

기대감은 기대감이고 얼른 정신을 수습해 류지호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매튜씨도 오랜만입니다.”

“오오. 영어를?”


매튜가 웃으며 최 과장과 악수를 나눴다.


“회장님이 미국을 오가시니,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직원들 모두 자원해서 영어회화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류지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회장이라고 부르는 것 빼고는 좋네요.”


나래 안전시스템의 직원들은 류지호가 미국에서 보안 관련 대기업을 인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까딱하다가는 미국회사에 자신들이 흡수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한편으로 미국 회사와 묘한 경쟁심을 느꼈다.


“일단 자리부터 옮기시죠. 차량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가요.”


가온 웨딩 및 WaW 픽처스 관계자들 중에서도 최고 임원만 타는 벤츠가 대기하고 있다.

그 뒤로 각 그랜저 두 대와 승합차 한 대가 대기 중이다.


넙죽.


차량 앞에 대기하고 있던 나래 안전시스템 경호팀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공항 이용객들의 시선이 류지호 일행에게 모였다.

외국인들이 다수 포함된 걸 보고 이용객들의 관심이 더욱 증폭되었다.

벤츠 앞에 대기하고 있던 30대 초반의 남자가 앞서 걸어오는 류지호를 보곤 내심 경악했다.


‘분명 과장님이 오너를 마중하러 간다지 않았나?’


자신들이 모셔야 할 보스가 어려도 너무 어렸다.


“회장님. 이쪽은 앞으로 1호차 운전을 전담할 김영철 대리입니다.”

“반갑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회장님!”


조폭도 아니고.

허리를 구십도로 숙이는 인사에 류지호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티노나 말릭은 류지호와 격의 없이 지내는 편이다.

반면에 한국 경호원들은 지나치게 각이 잡혀있었다.


부우웅~


벤츠가 출발하자 최 과장이 입을 열었다.


“인천 댁으로 가실 겁니까 아니면 여의도 사무실부터 가시겠습니까?”


류지호가 옆자리에 앉은 매튜에게 물었다.


“형은 어떻게 할래?”

“네 마음대로 해.”


류지호가 조수석에 앉은 최 과장에게 지시했다.


“사무실부터 가보죠.”

“승합차는 곧장 호텔로 이동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잘 했어요.”


김포공항을 벗어난 차량 행렬이 서울로 들어서자 따로 움직였다.

류지호를 태운 벤츠와 각 그랜저 두 대만 따로 여의도로 향했다.

류지호 일행이 여의도 증권가라고 불리는 지역에 위치한 15층 빌딩 현관 앞에 도착했다.

차가 멈추자마자 조수석에서 최 과장이 튀어나왔다.

최 과장이 열어준 문 안쪽에서 류지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경호팀의 업무는 여기까지다.


“저희는 대기하겠습니다.”


최 과장이 넙죽 인사하고 물러났다.

빌딩 앞에 낯이 익은 인물들이 보였다.


“어서 오세요.”


다온 법률회사의 신효정과 신동혁 변호사가 마중 나와 있다.


“어쩐 일이에요?”

“급하게 연락을 받아서 동혁 선배하고 둘 밖에 못 왔네요.”


부하직원도 아니고.

예나 지금이나 신효정이 참 극성이다 싶다.


“잘 지냈어요?”

“덕분에.”

“이번에 다온에서 도움을 많이 줬다면서요?”

“기업설립은 우리의 주 업무이기도 하니까요. 기업공개·회사채발행 등 인수업무 전반 역시 다온의 주 업무에 포함됩니다.”


신효정이 은근히 ‘인수’ 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류지호의 미국 사업부문에서는 캐서린&윌슨 법률회사에 법률 서비스 전 부분을 양보해야만 했다.

한국에서는 아니다.

지금까지 그녀와 다온 법률사무실은 류지호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고 자부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자신했다.


“옆에 계신 분들이 이번에 영입한 분들인가 봐요?”


어정쩡하게 서있던 40대 초반의 남자 둘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진성문입니다.”

“인사드립니다. 황원탁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습니다. 류지호라고 합니다.”


류지호가 두 사람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신효정이 헤드헌팅으로 스카우트해 온 증권회사 간부 출신 임원이다.

직급은 디렉터 급.

한국으로 치면 이사나 팀장 직급이다.


“두 분도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문제없죠?”


두 팀장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예.”

“노아, 이쪽으로 와서 인사하세요.”


노아 시거가 두 사람과 악수를 나누며 통성명했다.


“노아 시거입니다. 가온GP CEO로 오게 됐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매튜도 두 이사와 인사를 나눴다.


“뉴욕 Garam을 책임지고 있어요. 두 회사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긴 하지만, 오너가 같지요. 서로 협력해야 할 일이 많을 겁니다. 원활하게 소통되길 기대합니다.”

“물론입니다.”


빌딩 앞에서 인사가 너무 길어졌다.


“일단 사무실로 올라가시죠.”


신효정이 류지호 일행을 안내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올라가자 가장 먼저 회사 로고가 반겼다.


가온&GP 투자신탁.

GAON&GP Investment Trust Company.


6층 안내데스크 벽에 붙어 있는 상호다.

올해 1월을 기해 외국인에 대하여 국내 상장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3월에는 외국정부, 연기금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7월부터는 국내진출 외국금융기관에 대해 내국인 자격의 주식투자를 허용하게 된다.

제3단계 금융자율화 및 시장개방계획에 따라 내년부터 외국인의 주식투자 한도를 더욱 확대한다.

이미 한국에 지점을 설치해 영업 중인 NYC Bank, 오사카증권 등이 본격적으로 증권업 허가신청을 낸 상태다.

미국계 메릴린치(Merrill Lynch)와 영국계 베어링스(Barings), 자딘플레밍(Jardine Fleming) 등 3개 외국증권사의 국내영업을 앞두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 개방에 맞춰 G&P IB 또한 한국에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직접 진출 전에 류지호와 함께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그것이 바로 이곳 가온&GP 투자신탁이다.

주식이나 채권에만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및 벤처캐피탈은 물론 부동산 투자까지도 할 예정이다.


"어서 오세요. 회장님!“


안내데스크 직원 둘이 사무실 입구에서 공손하게 인사했다.

사전에 교육이 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단번에 류지호를 알아보았다.


“수고가 많으시네요.”


안내데스크 두 직원이 마치 항공기 승무원처럼 다시 한 번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더 말을 걸었다가는 안내데스크 직원이 인사마네킹처럼 계속해서 고개를 숙일 것 같아서 곧바로 사무실 안쪽으로 이동했다.


“......음.”


류지호는 사무실 입구에 서서 꽤나 넓은 사무실 내부를 살폈다.


“실평수가 어떻게 됩니까?”


류지호의 물음에 진성문 이사가 얼른 대답했다.


“129평입니다.”

“현재 두 개 층을 사용하는 겁니까?”

“예.”


처음 시작치고는 꽤 넉넉한 공간이다.

아직 직원들이 전부 채워지지 않아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그럼에도 사무용 가구도 신경을 쓴 태가 났다.

사무실이 거기서 거기 같겠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다.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는 사람들에게 책상과 의자는 매우 중요하다.

류지호는 이 사무실을 꾸리기 전에 꼼꼼하게 지침을 내렸다.

미래의 벤처기업 사무실을 떠올리며 인테리어와 집기 배치에 대해 세세하게 간섭했다.

책상들이 일렬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책상마다 따로 떨어뜨려놓았다.


“회장님께서 일러주신 것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지출이 좀 많았습니다.”

“쾌적한 업무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직원복지일까요? 투자일까요? 기업 입장에서.”


류지호의 뜬금없는 질문에 진성문 이사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복지 아닙니까?”

“나는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


진성문과 황원탁 이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효정 변호사의 영어 통역을 들은 매튜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 거렸다.

또 시작됐다는 듯이.


“직원들이 하는 일이 Job이 될지 아니면 Career가 될지. 그 부분은 마인드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가온에 취업해서 일을 한다면 Job이 될 것이며 가온에서 하는 업무를 즐기며 최종 목표를 위해 성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며 해 나간다면 Career가 될 것입니다.”


말장난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실제 미래의 IT기업 분야에서 그 부분을 놓고 꽤 의미 있는 연구도 진행된다.

직원이 수동적으로 일을 할지 능동적으로 일을 할지에 따라서 조직문화와 사무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에 따라서 기업은 직원에 대해 시혜적인 복지가 아닌 투자로서 업무환경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게 된다.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은 직원들의 업무만족도 부분도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심리적, 신체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에 무신경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네. 회장님! 해서 일반 직원의 데스크도 부장급 이상이나 쓸 법한 널찍한 것들로 모두 채웠습니다. 일반 직원 한 명이 차지하는 공간도 상당히 여유가 있도록 배치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미래의 유명한 IT기업 사무실처럼 꾸미고 싶었지만, 아직은 성급했다.

한국에서 경직된 공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에게 훨씬 앞 선 기업문화를 요구하다가는 자칫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류지호는 소유한 기업과 조직이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한 번씩 혁신이란 이름으로 기업문화를 뒤엎고 새롭게 바꿀 생각이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꿈의 직장이라 불리면 좋겠지만....’


사실 복지니 투자니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실제 직원들은 헬스장, 안마의자, 탕비실 같은 다양한 복지 혜택보다 일하는 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환경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추후에 위아래 층을 임대하는 것에는 문제없습니까?”

“임직원이 100명이 넘어가게 되면 이사를 가야 할 듯 싶습니다.”

“이사가 아니라 사옥을 올려야겠지요.”


신탁투자회사 직원 수가 100명이 넘는다면 메이저다.

200명이 넘어가면 메이저 중에 메이저고.


‘누구지?’

‘글쎄.... 회장 아들이라도 되나?’


사무실 입구에서 두 이사와 대화를 나누는 청년을 보며 직원들이 쑥덕거렸다.

직원들은 류지호가 자신들이 일하는 회사의 오너라는 것을 꿈에도 몰랐다.


“업무 중에 얼쩡거리는 것도 민폐고. 다음 주 CEO 취임식에서 보는 걸로 합시다.”

“예. 회장님!”


두 명의 한국인 이사가 허리를 숙였다.


“시거씨가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신경 좀 써주시고요.”

“예.”


류지호가 노아 시거를 시작으로 임원진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사무실을 나서며 매튜에게 물었다.


“형은 어떻게 할래?”

“뭘?”

“호텔로 갈래 나와 인천으로 갈래?”

“당연히 인천이지.”


✻ ✻ ✻


비록 입대를 위해 귀국한 것이지만,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인 것은 즐거운 일이다.

류지호는 나흘 동안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노아 시거의 가온&GP 신탁투자 CEO 취임식에 참석한 것 말고는 일절 외출을 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공간인 집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휴식을 취했다.

5일이 흐르고 나서야 움직였다.

류지호와 매튜가 다시 여의도 가온&GP투자신탁을 방문했다.

있어선 안 되는 녀석이 회사에서 얼쩡거리고 있다.


“네가 왜 여기 있냐?”


황재정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인턴.”

“서울대생이 여기서 무슨 인턴이냐? 오성이나 금성도 아니고.”


이 당시까지만 해도 대기업들이 하루 날 잡아서 같은 날 신입사원 입사시험을 보고 그랬다.

여러 군데 합격한 대학졸업생이 자기들 회사로 입사를 안 할까봐서.

미리 인턴이라도 뽑은 회사들은 입사시험 날 다 소집해서 얼마씩 용돈도 찔러주고 그랬다.

그것도 일반적인 대학졸업생에게나 해당된다.

서울대 경영학과에 다니는 황재정은 막말로 졸업 후에 골라서 갈 수 있는 시절이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예식장 사업은?”

“웨딩 사업부에 넘겼어.”

“네가 직접 해보려고 했던 거 아니었냐?”

“그랬는데. 이곳에 있어야 회사 전체를 다 볼 수 있겠더라고.”

“....음.”

“성적표 보여줘?”

“그걸 내가 왜 봐.”

“과수석은 아니지만 차석은 하고 있어. 걱정하지 마.”

“살살해. 무리하다 탈난다.”


황재정과 헤어진 류지호가 회의실로 향했다.

주요 임원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류지호가 자리에 앉자 비서진이 마실 것을 가지고 왔다.

차를 한 모금 마신 류지호가 노아 시거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떻습니까?”

“좋군요. 직원들 얼굴도 밝고.”


류지호는 칭찬을 바라는 아이에게 사탕을 주듯 임원진을 치하했다.


“모두 고생했습니다. 참으로 큰일을 했습니다.”


회사 설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 회장님 오더에 따른 것뿐입니다.”

“나는 오더를 내린 적이 없는데.... 아, 뉴욕에서 넘겨 준 자료 말하는 것이군요?”


류지호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관리를 가온&GP 투자신탁으로 모두 옮겼다.

G&P 투자전문가들이 한국으로 파견 오면서 뉴욕 투자회사에서 한국 주식시장을 분석한 데이터까지 넘어왔다.

그 보고서에 류지호의 개인적인 전망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또는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

90년대를 풍미하게 될 스포츠 유망주, 연예인, 정치인 등 각계각층의 잠재력 있는 인물들.

히트 상품들.

반드시 짚어주어야 할 이슈들.

기업 분석 관련 자료는 Garam Invest가 정리했지만, 그 외 중요 정치·사회·대중문화 이슈는 류지호가 정리했다.

특히 임원들은 Garam Invest에서 넘어온 한국 주식시장 분석과 향후 전망을 본 순간 전율했다.

이 당시 한국 주식시장에서 생소한 개념인 자산주, PER(주가수익비율) 등 현기증 날 만큼 디테일한 분석과 자료에 감동했다.

외국계 증권사에서나 쓰고 있는 개념들이다.

특히 임원진들이 놀란 것은 회장이 십대 시절에 투자해 장기보유 중인 주식종목들이다.

작년 한해 한국 증시에는 남북한 유엔동시가입, 남북한합의서채택, 서방 연합국의 걸프전 승리 등 굵직한 호재가 많았다.

그러나 무역수지적자확대, 부도업체속출 등 실물 경제부진의 악재가 그 호재를 짓눌러 증시는 침체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839개 종목(연초상장기준)가운데 82.7%인 694개 종목의 주가가 떨어졌다.

반면에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종목들은 모두가 올랐다.

특히 대광산업, 오성전자, 칠성음료, 한국이동통신 등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 대한화섬 같은 저평가 주식들 다수.

류지호가 보유한 주식 종목들은 부침도 없이 계속해서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회장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쐐기를 박은 것은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규모다.

가온&GP투자신탁 임직원들 상당수가 지난 연말에 <터미네이터2>를 관람했다.

그 영화를 투자·제작·배급한 할리우드 영화사를 눈앞에 앉아 태연하게 차를 홀짝이는 젊은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듣고 놀라자빠질 뻔했다.

한화로 640억 원짜리 영화에 투자해, 전 세계 매출이 3,500억 원이란다.

소나타 승용차를 2만대 이상을 팔아야 나오는 매출이다.

물론 640억 모두 투자한 것은 아니겠지만, 10%만 투자했더라도 64억이다.

Garam Invest와 GARAM Ventures를 통해 류지호가 보유한 미국의 주식들도 꽤나 화려했다.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청년이이다.

실로 괴물이 따로 없다.

다온 법률사무실의 변호사들 말로는 이제까지 회장이 투자해서 실패한 것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왜 한국에는 회장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지?’


<피셔킹> 프리미어 이후로 미국 연예매체에서 류지호가 대대적으로 언급이 된 이후로, 한국에서도 ‘할리우드를 움직이는 한국인‘이란 자극적인 타이틀이 달려 소개가 되었다.

그것으로 끝이다.

일체 대면취재를 허용하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후속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입대를 하고 나면 더더욱 관심에서 멀어질 터.


“회장님이 보유하신 주식의 주가동향에 대한 브리핑을 들으시겠습니까?”


류지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장기간 보유할 생각이라 당장의 주가흐름은 듣지 않겠어요. 주가가 큰 변동폭을 보일 때만 따로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묵직한 대답을 한 황원탁 이사가 두꺼운 종이뭉치를 테이블에 내려놨다.


“1992년도 1/4분기 투자종목.....”


류지호가 말을 끊었다.


“시거씨.”

“네. 보스.”

“이제부터 당신의 몫입니다. G&P가 투자하는 종목에 업어갈 생각하지 마시고, 뉴욕에서부터 준비한 대로 진행해주세요.”

“기대에 꼭 부응하겠습니다.”

“성과를 내는 만큼 가져가면 됩니다. 월가에서 하던 것처럼.”


믿음에 대한 대가를 준다.

이미 뉴욕 Garam Invest는 작년 연말에 회장이 보너스를 넉넉하게 풀지 않았던가.

영화 투자는 전적으로 회장이 진행 했는데도 말이다.


“여러분들은 내가 소유하고 있는 영화사들이 어떻게 운영 되는지 알 겁니다.”

“절대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겠습니다.”

“믿겠습니다.”


류지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덩달아 일행 모두가 일어섰다.

사무실을 떠나는 류지호의 곁에 바짝 붙어 매튜가 속삭였다.


“저 사람들 금방 눈물을 흘릴 것 같던데? 뭐라고 이야기 한 거야?”

“아무 말 안했는데? 형도 옆에서 다 들었잖아.”

“그러니까 이상하단 거야. 왜 감동한 얼굴이지?”

“월급쟁이한테 보너스만큼 좋은 게 어디 있어. 성과 낸 만큼 가져가라니까 좋은가 보지.”

“그런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금융시장은 이제 막 열렸다.

매튜는 천리포 수목원의 민병길을 비롯해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브로커들과 미팅을 하며 정보를 얻었다.

가온&GP 투자신탁의 투자전문가들과도 수시로 회의를 벌이며 전략을 수립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입대 전까지 한가한 류지호와 달리 매튜 그레이엄은 무척 바쁘게 움직였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차이다.

회장입네 잘 모르는 분야에까지 나서서 참견할 필요는 없다.

가만 있으면 알아서 잘 돌아갈테니까.


작가의말

활기차게 한 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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