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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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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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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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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9쪽

재난영화 탈을 쓴 고발영화? (5)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붕괴된 건물에 깔려있는 남자.

바짝 마른 입술, 창백하게 질린 얼굴, 졸음인지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자포자기인지 모를 표정.


땅.... 따... 딱... 탁...타...


남자는 기계적으로 철골 구조물을 향해 쇠막대기를 두드릴 뿐이다.

그리고 어디선가 은은하게 기계음과 무전소리, 구조대의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영화<Collapse>는 이렇게 시작한다.

남매를 자녀로 둔 평범한 가장이자 전직 뉴욕시 소방대장 존은 프롤로그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소방관을 그만 둔 후로 가족과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 월급쟁이 신세다.

존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외식을 나간다.

오렌지카운티 부에나파크(Buena Park)에 새롭게 개장한 쇼핑몰에서 남매의 선물을 사주고, 5층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식사까지 즐긴다.

장남 데이빗은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고, 딸 엘리나는 소심하고 겁이 많은 아이다.

그 시간 쇼핑몰 회장실에서는 긴급회의가 열리고 있다.

쇼핑몰을 설계한 건축가 피터는 건물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며 임원들에게 경고한다.

하지만 한국계 회장과 백인 임원들은 이를 무시한다.

피터는 쇼핑몰을 돌아보며 모종의 결심을 한다.

한발 늦은 결심이었던 것일까.

건물이 진동한다.

그리고 보안요원들이 분주하게 어디론가 움직이는 걸 발견하고 뒤를 쫒아간다.

5층으로 올라간 피터는 진동이 점점 강해지며 벽에 금이 가는 걸 발견한다.


[모두 건물에서 나가세요!]


미친 사람처럼 쇼핑몰을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우르릉'하는 굉음과 함께 쇼핑몰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한편 레스토랑에서 가족과 식사하던 존은 건물이 진동하는 것을 감지하자마자 가족들을 데리고, 1층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넘어진 노인을 도우려다가 아들 데이빗이 뒤처지게 된다.

존은 딸을 아내에게 넘기고 뒤쳐진 아들에게 달려간다.

그 순간, 건물의 한쪽이 무너지며 존은 아들과 분리가 된다.

마침내 완전히 건물이 붕괴되고.

주인공 존의 가족은 서로의 행방을 모른 채 흩어진다.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되어 실려 나오는 사람들.

여기저기 건물잔해 파편에 맞아 신음하는 사람들.

아수라장이 펼쳐진다.

남편과 아들과 헤어질 수밖에 없는 엘리나와 엄마 캐롤리나는 무너지는 건물 고층에서 떨어지는 사람을 보며 비명을 지른다.

(마치 911 당시 쌍둥이 빌딩의 그것처럼).

호화롭게 지어진 쇼핑몰이 붕괴되는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다.

미국인들은 아마도 캔자스시티 하얏트 호텔 붕괴를 떠올릴 터.

마치 생지옥과도 같은 그곳.

건물의 잔해 더미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다.

그 가운데 주인공 존과 건축가 피터도 있다

살아있다는 안도도 잠시.

시간이 흐를수록 감각을 잃어가고 정신도 몽롱해진다.

메케한 공기, 무거운 콘크리트와 철근 더미 속에서 죽음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만 간다.

한편 사고소식이 뉴스로 보도되자, 주인공 가족 역시 남편과 아빠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초조함과 불안함에 시달리며 죽음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건물더미에 깔린 사람들.

구조되기만을 기다리는 생존자들은 비참한 상황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여봐. 빌딩이 무너졌다는 건 다시 말해서 손님들에게도 피해가 가지만, 우리 회사의 재산도 망가지는 거야.]


한국인 회장이 기자들을 향해 한 말이다.

여기까지 보면 전형적인 재난영화를 플롯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헌데 나머지 부분은 전직 소방관 존의 가족에 집중한다.

간간이 비상상황실이 묘사되기는 한다.

그들은 우왕좌왕 대지 않는다.

미국은 대형재난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잘 마련되어 있다.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는 소방관, 경찰, 구조대, 군인들의 모습을 주먹구구식으로 묘사하면 차라리 거짓이 될 정도다.

류지호의 시나리오 속에서 그들은 영웅이 아니다.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전문가로 보일 뿐.

뜬금없는 감동 대사로 오버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건조하게 묘사되진 않는다.

폭삭 주저앉은 참혹한 현장으로 들어가더라도 억지로 감동 상황을 연출하지 않았고, 정확한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걸로 묘사했다.

미국에서는 민간인이 함부로 폐허 속으로 들어가 체계 없이 구조를 도울 수 없다.

철저하게 전문가들만 들어가서 매뉴얼대로 일한다.

이런 장면은 구조전문가에게 고증을 받아 굉장히 정밀하게 묘사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류지호는 영화 속에서 관계당국이 움직이는 것을 한국의 관계당국이 참고하길 바랐다.

지금 이 시기의 재난대응 매뉴얼이 한국에 과연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형편이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제발 붕괴 사고가 벌어진다고 해도 관계자들이 우왕좌왕 대질 않길 바랐다.

어쨌든 매뉴얼대로 행동하는 것.

그것 자체로 감동이다.

누구라도 도망가고 싶을 그 상황에서 목숨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사실 다른 포장을 입힐 필요가 없다.

미국에서 소방관의 명예와 지위는 어느 직업 보다 높다.

그들을 억지로 포장하는 것이 차라리 그들의 명예를 싸구려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소방관을 감정도 없는 기계처럼 묘사하진 않는다.

매몰된 가족, 친지를 목 놓아 부르는 피해자 가족들을 보면서 그들의 냉철함도 흔들리는 모습을 연출하긴 한다.

지옥 같은 폐허로 변해버려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린 현장.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 응답해주기만을 간절하게 바라며, 끊임없이 목 놓아 울부짖는 사람들의 공허한 메아리.....

사랑하는 사람과 감격의 재회를 한 이들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눈빛.

길가에 널브러진 채로 멍하니 하늘만 올려다보는 겨우 살아남은 이들.

검은색 바디백에 담겨져 운반되는 시체들.

먼지를 뒤집어 써 형편없는 몰골이지만 무사히 목숨을 건진 사람들과 한쪽에서 싸늘하게 식은 주검들이 비교된다.

소중한 사람들과 무사히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등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을 너무나 잘 알기에 마냥 기뻐하기보다는 남겨진 그들의 대한 미안함 때문에 흐느껴 우는 생존자의 가족들.

서로의 생사를 모르는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그들은 희망의 끈을 결코 놓지 않는다.

이 영화는 모두가 주인공처럼 보인다.

자신만 살겠다고 자식까지 내팽개치고 제일 먼저 달아난 한국인 회장.

그만이 악당답게 묘사된다.

그 외에는 모두가 안타깝고 처절할 뿐이다.

구조대원들, 살아남은 사람들, 매몰되어 구조만 기다리는 생존자, 그들의 가족들.

가장 주요한 인물은 전직 소방관 존과 그의 가족 그리고 건축가 피터와 그의 아내다.

영화가 시작하고 정확하게 20분에 쇼핑몰의 붕괴사고가 일어난다.

주인공 존 역시 극 초반에 사고에 휘말려 붕괴된 건물 속에 갇히게 된다.

재난영화는 반드시 생존물 요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후로 주인공 존의 사투가 메인 스토리일 것 같다.

아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갇힌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가족의 소식을 기다리는 이들의 표정, 감정, 행동까지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그려낸다.

물론 갇혀있는 사람들의 심정까지도 잡아낸다.

실제 삼봉백화점의 생존자에 관한 기억을 쥐어 짜내 재구성했다.

일부러 탐욕스러운 쇼핑몰 회장, 관공서의 공무원들의 한심한 태도를 강조하지 않았다.

주인공 가족이 겪는 사고현장에서의 모습을 통해 저절로 암시가 되니까.

간간이 인종차별 문제도 등장한다.

존의 아내 캐롤리나와 흑인 남자가 똑같이 수술을 받아야 할 순간이 온다.

병원 측에서는 고민도 없이 백인 여성 캐롤리나부터 수술실로 들여보낸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장면이 그 장면 앞쪽에 배치된다.

캐롤리나가 부상을 당했던 것은 흑인 소년을 구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는 거다.

굳이 따지고 들자면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시퀀스다.


- 백인 여주인공은 흑인 소년을 구하려다 다쳤다. 그런 선량함의 보상차원에서 먼저 수술실로 들어가는 것이 옳다.


와 같은 꼬투리.

어쨌든 건물붕괴 현장과 병원 등은 주로 주인공 존의 아들 데이빗의 동선에 따라 장소가 이동 된다.

마치 류지호의 전작 <Life Goes On>처럼 공간과 인물이 쉼 없이 이동하는 스타일이다.

연출을 맡게 될 감독이 스태디캠의 롱테이크를 쓸 지는 알 수 없다.

기본 콘셉트는 유사했다.

<Collapse>는 상업영화다.

따라서 류지호로서도 소영웅주의를 무조건 거부할 수 없었다.

존은 영화가 종반으로 치달을 즈음 우여곡절 끝에 건물 잔해 속에서 운신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낸다.

트라우마가 발동될 틈도 없이 안위가 걱정되는 가족들부터 찾는다.

그로 인해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들을 매몰차게 무시한다.

붕괴되어 겨우 기어 다닐 수 있는 공간 속에서도 오로지 가족들만을 찾아 나선다.

그러다가 지상과 연락이 닿게 된다.

지상으로부터 무전기 한 대가 존에게 전달된다.

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마치고 나온 아내와 아이들의 전언이 전해진다.

가족들은 남편이자 아빠가 아닌 전직 소방대장에게 부탁한다.


[난 당신이 직장을 그만둬서 안심했는데.... 이제 알 것 같아. 구조를 기다리는 가족은 당신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미안해 여보. 내가 이기적이었어. 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위험에 내던지는 것, 그것이 당연한 것인데 난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나봐.]


게다가 존은 자신의 아들이 사람들을 도왔다는 걸 전해 듣게 된다.

본인은 잔해 더미 속에서 트라우마에 허우적거릴 때 질풍노도의 아들은 마치 아빠가 예전에 소방관으로써 용감하게 행동했던 것처럼 사람들을 도우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기력하고 이기적이었던 존의 캐릭터가 바뀐다.

어쩌면 과거 소방대원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존은 다시 용감해진다.

매몰지역을 기어 다니며 생존자들을 돕기 시작한다.

맨 먼저 건축가 피터를 구조하는 것을 돕는다.

이어 매장 여직원 왓츠양도 구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인 여직원 오미연도 구하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이전 삶에서 묘비처럼 남아 있었던 삼봉백화점의 한쪽 벽 같은 구조물이 주저앉으며 폐허를 다시 한 번 덮어버린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있던 생존자들의 죽음을 선고하는 것만 같다.

한참을 어두운 화면 속에서 각종 소음들만 난무한다.

류지호의 의도는 관객이 답답해 미칠 지경까지 어두운 화면 속에서 각종 소음만 들리게 밀어붙이는 것이다.

관객이 잠시라도 어둠속에서 매몰자의 심정을 간접 체험해보라는 듯이.

스크립트에도 그 의도를 특별히 강조해 놓았다.

감독이 의도를 따를지는 미지수다.

어쨌든 묘지처럼 서 있던 구조물이 주저앉으면서 영화 속 인물들과 관객 모두가 매몰되었던 마지막 생존자들이 죽었을 것으로 생각할 터.

존의 가족은 절망한다.

존에게 도움을 받은 피터와 왓츠는 죄책감을 느낀다.

그렇게 하루가 또 흘러 구조 대신 시신수습 작업으로 전환된다.

이렇게 영화가 끝이 나면 재미가 없다.

소방대원들이 희미한 생존자 반응을 잡아낸다.

현장에 활기가 돌며 다시 구조작업이 시작된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생존자.

오미연을 보호하는 자세로 존이 구조된다.

그 모습이 뉴스 속보로 나오고....

그를 지켜보는 이들이 환호하지는.... 않는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클리셰가 상황실에서 서류 집어던지고 서로 부둥켜안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류지호는 그 톤을 상당히 낮췄다.


[제일 먼저하고 싶은 게 뭡니까?]

[아이스커피가 마시고 싶어요.]

[네?]

[그리고 구조대원 오빠랑 데이트하고 싶어요.]


건물 붕괴 속에서 일어난 처참한 상황을 경험한 생존자의 말치고는 다소 황당한 답변이다.

그 말을 한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것이 류지호에게 중요했다.

그녀 스스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걸 암시하면서, 존의 영웅적인 모습을 약간 희석시키는 장치다.

주인공이 살아서 구조되는 것으로 더 이상 재난의 폐허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

전쟁터 같았던 폐허를 뒤로 하고, 최후의 생존자들이 병원으로 후송된다.

그리고 존은 가족과 재회한다.

서로 의지하며 끝까지 생존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생존자들이 서로 위로한다.

그곳에는 인종도 나이도 사회적인 지위도 필요가 없다.

관객들이라면 포기했을 일을 극복해낸 진정한 인간 승리자들이다.

존은 트라마우마를 극복한다.

그렇다고 다시 소방대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피터는 건물 설계자로서 응당 져야할 책임을 진다.

생존자들은 쇼핑몰을 향해 어마어마한 금액의 소송을 건다.

그럼으로 해서 장르적 판타지가 이 영화에는 거의 없다.

류지호의 의도는 명확하다.

구조대원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이 영화의 주제도 주인공도 아니다.

진정한 주인공은 재난 속에서 죽어간 자와 살아남은 자... 그 평범한 우리의 가족 그리고 이웃이라는 것.

구조대와 탐욕스러운 자본, 무책임한 공무원.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재난현장을 누비는 소방대원들.

그런 것 위주로 영화를 만들면 관객들은 거의 대부분은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저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인데....’

‘내겐 저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야.’

‘이런 일이 우리 인생에서 과연 얼마나 많이 일어 날수 있을까.’


<Collapse>는 답답할 정도로 매몰된 생존자, 그들의 가족, 사경을 헤매는 피해자, 사람을 살리지 못해 절망하는 구급대원 등만 묘사한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건물 무너지고, 지진에 땅이 갈라지고, 배가 침몰하는 걸 제대로 보여주네.”

“역시 소방관은 위대해!“


그 같은 볼거리 위주의 단순한 재난영화를 류지호는 거부했다.

때문에 재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집요하게 따라가는 영화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건물 붕괴의 처참함, 구조대의 희생,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

우리 누구라도 재난의 직접 피해자가 되지 않을 순 있다.

다만 우리는 피해자의 가족이거나 이웃이 될 순 있다.

화끈한 재난영화를 기대한 관객은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르는 영화다.

특히 재난상황을 멋지게 해결하는 주인공도 없고.

영화가 20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이후 60분 동안 재난현장의 다양한 사람들을 담는다.

그 속에는 탐욕스러운 회장 일가도, 높으신 양반도, 고결한 희생정신을 발휘하는 영웅적인 소방대원도 없다.

우리 중 누구라도 저런 상황에 놓이면 취하게 될 선량함과 위기상황에서 성숙해지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을 뿐.

그래서 중간부터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건물 잔해에 깔리고, 일주일 이상 아무것도 먹지 못하며 어둠속에서 숨만 쉬며 버틴다는 것은 직접 당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어두움 속에서 어디서 들리는 지도 모르는 쇠파이프 두드리는 소리와, 몸을 억누르는 흙과 돌덩이들...

그런 악몽 속에 있는 사람들의 현장감을 표현하기는 굉장히 힘들다.

또한 매몰되어 간신히 삶을 연명하는 모습과 구조되어 안전하게 돌아오기만 바라는 가족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솔직히 관객 입장에서도 불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전형적인 장르영화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이 그런 휴머니즘이다.

특히, 감독이 매몰되어 옴짝달싹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시나리오 이상을 표현해주기만 한다면, 류지호는 바랄 것이 없었다.

아직까지 이런 식으로 재난영화를 접근한 적이 없었으니까.

지금까지는 재난이 일어난 밖의 상황에 주목했지 그 안을 상상해 그린 적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어떤 감독이 연출을 맡게될지 류지호로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나저나, 감독이 삼봉과 관련된 장치들을 빼버리면 곤란한데....’


쇼핑몰의 외형은 분홍색의 삼봉백화점을 그대로 따랐다.

쇼핑몰 회장의 설정도 장문식이 조사했던 삼봉 그룹 회장 일가의 실제 경력을 그대로 담았다.

비자금을 챙겨 미국으로 이민 온 것으로 변형했을 뿐이다.

쇼핑몰 이름도 삼봉, 로고는 삼각형, 건물 내부 배치도 거의 비슷하게 묘사했다.

특히 옥상의 세 개의 냉각탑은 절대 놓쳐선 안 된다.

7~80년 대 이후 건축되는 미국의 고층건물에는 냉각탑을 옥상에 설치할 수 없다.

그래서 삼봉 회장이 기존의 건물을 매입해 불법 구조 변경한 것으로 설정을 잡았다.

물론 작가인 류지호만 아는 설정이다.

영화에서 왜 건물이 무너졌는지 자세하게 설명하진 않는다.

그저 불법과 비리로 점철된 쇼핑몰이라는 것 정도만 알 수 있게 묘사했다.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한다면 강남 쪽 관객들을 제외하고, 쇼핑몰이 삼봉백화점을 닮았다는 걸 알아차릴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삼봉그룹에서 수입배급사인 WaW 픽처스를 상대로 영화상영 금지를 걸 것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반드시 상영금지가 될 것이라 자신할 것이다.

다온 법률사무소가 그 부분에서 활약을 하게 될 터.

또한 나래안전시스템을 움직여 천리안이나 하이텔 중심으로 여론 작업을 할 생각도 있다.

게다가 장문식이 삼봉그룹 회장 일가를 탈탈 털었다.

확보한 불법 및 비리 심증과 증거들이 상당했다.

언론사에 제보하면 난리가 날 것이다.

게다가 삼봉백화점 사고가 나기 전에 성수대교가 먼저 무너질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개봉되면 성수대교 붕괴와 관련해서 언론이 먼저 건수를 잡았다고 생각해 알아서 떠들어줄 터.

성수대교 문제도 내년부터 관계부터에 민원을 넣고, TV고발프로그램에 제보도 하고, 경찰에 투서를 하는 등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할 계획이다.

건설부 상임위 국회의원과 선이 닿는다면 그들을 움직일 생각도 있다.

꼭 이렇게 해야 되나 싶다가도.


“액땜이라고 생각해야지 뭘.....”


앞으로 살아가면 마주하게 될 수많은 불운들에 대한.


✻ ✻ ✻


안경만 벗으면 예민할 것 같은 인상.

검은 뿔테 안경으로 인해 지적인 첫인상을 받게 하는 50대 초반의 마른 남자.

전임 회장이 물러난 캐롤코 픽처스의 신임 CEO 피터 L 웰스(Peter N Wells)다.

본래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초창기 멤버였다.

80년대 말에 퇴사한 후에 독립 프로듀서로 활동해 왔다.

주로 활동분야는 TV용 영화였다.

류지호는 샘 리버먼을 사장으로 영전시키려고 했다.

그가 거절하면서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골수 친트라이-스텔라파 임원들이 외부에서 영입한 모리스 메타보이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피터 웰스 영입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 같았다.

사내에 파벌이 나뉘는 모습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다만 직장에서 정치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은 지나치게 순진할 뿐 아니라 그런 직원만 크게 손해 보는 짓이라는 점.

정치 참여를 거부한다는 것은 곧 자신보다 경험과 통찰력이 부족하며 음흉한 의도를 품은 이들이 자신을 좌지우지 하도록 내버려두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가 있듯이.

류지호가 소유한 기업들의 사내 정치가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났다.

사내 정치라는 암묵적 규칙을 없앨 순 없다.

차라리 그것을 잘 활용해 조직의 이익에도 공헌하면서 개인 이익도 늘리고, 조직원들의 명예와 품위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류지호로서는 아직 그 방법을 알지 못하고 있지만.

암튼 피터 웰스 신임 CEO가 캐롤코 픽처스 구조조정과 정상화가 일단락되자마자 한국으로 날아왔다.

군대에 묶여 있는 오너에게 취임인사(아부)도 하고 <Collapse> 계약도 손수 처리하고.

겸사겸사 한국을 방문했다.


“재난영화로 쓴 스크립트가 맞습니까?


피터 웰스의 물에 류지호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단편만 십여 편, 중편 1편, 명문 UCLA에서 공부하는 몸입니다. 영화 장르도 구별하지 못할까봐서요?”


피터 웰스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입을 열었다.


“재난상황은 30분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만.”

“재난이 벌어지는 순간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재난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물군상을 담고 있잖아요. 그러면 재난영화죠.”

“휴머니즘이나 억지 감동을 요구하지 않는 시선을 좋습니다만, 이래서는 흥행성에서 조금 미심쩍은 면이 있습니다.”

“전직소방대장의 희생, 평범한 설계사무실 직원의 헌신적인 행동 같은 소영웅주의가 들어있습니다만.”

“소년의 눈을 통해 보는 재난현장은 박진감과 휴머니즘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살만 합니다. 실화가 아닌데 실화처럼 느껴지는 것도 좋았고. 그런데 스펙터클이 안 보입니다. 대작영화가 아니라 소품처럼 느껴집니다.”

“혹시 웰스씨는 재난영화의 마스터 어윈 아일런 감독의 영화 같은 <Collapse>를 기대했습니까?”


끄덕.


재난영화의 마스터라고 일컬어지는 어윈 아일런은 <타워링>에서 초고층 건물을 불태우고, <포세이돈 어드벤처>에서 배를 침몰시켰으며, <스웜>에서 살인 벌떼를 등장시킨 장본인이다.


“재난 영화가 주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류지호가 몰라서 물어보는 건 아니다.


“규모에서 본다면 재난영화만큼 극장의 대형 화면과 웅장한 소리에 어울리는 장르도 없습니다. 극장에서 스크린의 재난을 안전하게 체험하는 것은 마치 놀이기구를 즐기는 경험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과서적인 말인 동시에 비즈니스적인 해석이다.


“맞아요. 한편으로 관객은 재난영화에서 언급되는 환경 문제를 보면서 반성도 하고, 자본과 권력이 잉태한 계급 갈등과 인재(人災)엔 분노도 표출하죠. 재난을 헤쳐 나가는 영웅이 등장할 때엔 기뻐하며, 고귀한 희생정신 앞에선 눈물짓고요.”


피터 웰스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보스가 스크립트에 묘사한 대로 주요 인물의 옆에 있는 듯한 눈높이로 건물 붕괴를 영상으로 표현만 할 수 있다면 새로운 시도가 될 것도 같습니다. 보스가 의도하고 쓴 건지 모르겠지만, 산 자와 죽은 자가 갈리는 참혹한 상황을 놀라우리만치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비극적인 사고가 남긴 상처에 대해 존중의 자세를 보이는 부분은 나이답지 않은 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류지호는 묘한 눈으로 극찬을 늘어놓는 피터 웰스를 바라봤다.

오너에게 아부하는 유형의 간사한 인물인가 하는 생각에서다.


“재난에 처한 사람을 스토리로 푸는 방식에도 지금까지의 재난영화와 사뭇 다릅니다. 뚜렷한 리더라고 해야 할지 강력한 통솔력을 발휘하는 영웅이 없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자, 상급자와 하급자 그런 계급 갈등도 다루지 않고, 명백히 인재임에도 책임이 누구에 있는가를 놓고 영화 속에서 싸우지도 않습니다. 뭔가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라 유렵영화 같다고 해야 할까....?”


유럽영화가 아니라 한국영화 스타일이다.

이전 삶에서는 K-필름 스타일이라고 했고.


“나는 영웅이 만들어낸 기적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돕고 이겨내며 만들어낸 기적이 좋아요. 주인공 가족의 일원인 소년은 아주 사소한 행동을 할 뿐이죠. 실제 그 사소한 행동은 도움을 받은 당사자에겐 결코 사소하지 않죠. 소년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게 한 것은 소방대원이었던 아빠의 영향도 있지만, 실제 현장에 투입되어 구조 활동을 벌이는 소방관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며 성장한 것이죠.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의사와 간호사는 최선을 다해 사람을 치료하고, 부자인 것처럼 보이는 어떤 사람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가난한 사람에게 양보하고, 가난한 사람은 자신이 먹을 걸 구조대원에게 양보하고... 서로 배려하고 아픔을 공유하는 것.”

“미국인에게 필요한 것이죠. 보스가 학생 아카데미 금메달을 딴 영화에서 주장한 것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조금이라도 서로를 돕고자 한다.

구조현장에서 돌을 치우고 하는 도움이 아니다.

생활 속에서 있을 법한 도움들이다.

똑같이 부상을 당했음에도 더욱 위중한 사람에게 양보한다든가, 휴대폰을 양보한다든가.

그밖에 아주 사소한.

<Collapse>에는 위기를 극복하고 상처와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 노력들이 있기에 불가능은 사라지고 기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뀐 원동력은 개개인들 간의 연대(連帶)다.

결국 사랑 또는 인간애로 귀결되고.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상황을 보여줄 필요가 없어요. 이미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영화가 그들을 혼내고 벌하는 건 잠시 통쾌할 뿐. 평범한 사람들이 일궈낸 기적은 그것보다 훨씬 오래 가지 않을까 싶네요.”

“착한 영화입니다.”

“착한 성품의 작가는 악당을 잘 표현하고 삐뚤어진 작가는 착한 사람을 잘 표현한다는 속설도 있어요. 나는 후자일지 모르겠네요.”


피터 웰스가 웃으며 물었다.


“하하. 그런 말도 있습니까?”

“이미 70년대 영화들이 재난영화 공식을 모두 만들었어요. 우린 그걸 따라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여태 캐롤코는 그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었어요. 이제부터 캐롤코는 새로운 가능성과 개성을 찾아야 할 겁니다.”


90년대 중반부터 재난영화는 독일출신의 롤란트 에머리 감독으로 대표된다.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게 만들고, <고질라>에서 괴수가 출몰하고, <투모로우>에서는 지구에 빙하기가 도래한다.

롤란트 에머리 감독은 차곡차곡 재난의 규모를 키워나가다가 <2012>에 가서는 아예 지구를 박살내고, 인류를 거의 멸망시킨다.

대부분의 재난영화는 지나치리만치 재난의 떠들썩함에 치중한다.

시각적 자극과 말초적인 소재에 빠지면 그렇게 된다.

스펙터클 안에서 사람을 잘 다룰 줄 알아야 수작이 탄생하는 법이다.


“제 역할이 막중하군요.”

“아주 막중해요.”

“혹시 캐롤코 영화에도 5편의 영화선택 권리를 행사할 겁니까?”


진짜 궁금했던 것이 이제야 나왔다.


“캐롤코는 일 년에 15편을 소화할 수 없어요. 나는 캐롤코가 스티븐 아들러의 E.T 엔터테인먼트나 LOG 컴퍼니의 터치스톤처럼 되길 원해요.”

“영화만 공급하는 프로덕션을 원하시는 군요?”

“피터도 알겠지만, 내겐 500만 달러 이하 장르영화만 전문적으로 하는 디멘션필름이 있고, 예술영화, 인디영화를 주로 투자·배급하는 파라맥스가 있어요. 미니 메이저인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는 제휴영화사들의 영화를 배급하는 한 편 자체적으로 영화를 제작할 겁니다. 다만 인하우스 영화는 <터미네이터Ⅱ>급 블록버스터에 주력하게 될 겁니다.”

“캐롤코는 그 중간쯤에 위치하겠군요? 2,000만 달러~ 6,000만 달러 사이 버젯으로 보면 되겠습니까?”

“2,000만 달러 이하 영화는 파라맥스와 배급을 협의해도 되고, 킬링타임용 장르영화라면 디멘션에 넘겨도 되겠죠. 영화로 예를 들면 <나 홀로 집에> 예산규모에서부터 <토탈 리콜> 정도 사이즈까지 기획제작하면 될 것 같아요.”


피터 웰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음. 상당한 영화 재량권을 주는 군요?”

“2~3년 동안은 <Collapse>나 <스타게이트> 예산 사이즈로 영화사를 리빌딩합시다.”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 시리즈는 트라이-스텔라로 옮겨가게 되는 겁니까?”

“아닙니다. 후속작 제작은 캐롤코가 해야 할 겁니다. <스파이더 맨>이나 그 밖의 보유한 출판물 저작권 영화들도요.”

“화끈하시군요. 듣던 대로!”

“대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아시죠?”

“돈을 구해오는 건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대신 영화 만드는 것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하하. 믿을게요. 잘 부탁해요.”

“최소한 연봉 받은 만큼은 합니다.”

“그리고 감독이나 각색 작가는 스펙터클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으로 부탁해요.”

“휴먼드라마를 잘 만드는 감독이고 아니고.... 말입니까?”


재난영화 탈을 쓴 고발영화지만.


“<Collapse>는 재난영화입니다. 휴먼 드라마의 탈을 쓴 재난영화!”


류지호가 유독 재난영화라는 말을 힘주어 강조했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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