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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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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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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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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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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재난영화 탈을 쓴 고발영화?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Life Goes On>을 준비할 때도 스트레스가 꽤나 심했었다.

이번에 작업하는 <Collapse>도 다르지 않았다.

<Collapse>는 붕괴, 무너지다 그런 뜻이다.

삼봉백화점 붕괴를 모티브로 하는 영화의 워킹타이틀로 붙였다.

<Collapse> 작업 자체가 스트레스를 유발하진 않았다.

기획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인물을 창조하고 그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을 상상하고 그것을 토대로 행동양식을 고민해보고 그것들을 정리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그런 과정은 정말 재밌게 즐기고 있다.

다만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서 삼봉백화점의 문제를 파면 팔수록 짜증을 넘어 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점.

그렇게 스트레스와 즐거움이 하루사이에도 여러 번 교차하는 6월의 어느 날.


“안녕하세요. 선배님.”

“인터뷰 때문에 일부러 휴가 나온 거야?”

“카투사는 외출·외박 때 사복을 입습니다.”


이태원 크라운관광호텔 커피숍에서 신포고 선배 언론인 송일성을 만났다.


“늦었지만,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학생 아카데미상(Annual Student Academy Award).

전미 영화학도들의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시상식이다.

아카데미영화제를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는 상으로 미국 내 영화학도들에게는 최고의 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실험영화, 드라마, 외국영화상, 미국감독조합 학생상 다섯 개 부문에서 금·은·동메달과 상금을 수여한다.

이 시상식에서 류지호의 <Life Goes On>이 드라마(Dramatic) 섹션과 미국감독조합 학생상(Directors Guild of America Student Award) 섹션 2관왕을 차지했다.

UCLA 재학생 신분으로 제작한 영화이기 때문에 외국영화가 아닌 미국단편영화로 분류가 되었다.


“시상식에 못 가서 아쉽지는 않고?”

“수상한 것만으로 과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상식은 미국영화과학아카데미(AMPAS)가 소재한 베벌리힐스에서 열렸다.

<Life Goes On>에서 촬영을 맡았던 로이 캠벨이 시상식에 참석해 대리 수상했다.


“삼관왕이었나?”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Life Goes On>은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단편부문, 내쉬빌 영화제 단편부문, 이번에 학생 아카데미상까지 트리플 크라운 수상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3대 영화제는 일정이 맞지 않아 출품이 불발 되었지만, 일찌감치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상태다.


“카투사도 다나까 써?”

“영어 씁니다.”

“아참. 그렇지?”


송일성이 무안함을 감추기라도 하듯 껄껄 웃었다.

오늘의 만남은 류지호의 단편영화 <Life Goes On> 학생 아카데미 수상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는 자리다.

현재 송일성은 3대 보수언론 가운데 하나인 동양일보 사회부 기자로 재직 중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신문 기자였는데, 중앙지 기자가 되어 있었다.

류지호는 언론노출을 극도로 삼가고 있다.

연예부 기자가 아님에도 송일성이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은 과거의 인연을 내세워 하도 애원을 해서 하는 수 없이 승낙했다.


“UCLA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거야?”


류지호는 아주 개인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알려져도 되는 사항을 비교적 성실하게 대답했다.

가온GP투자신탁에 꾸려져 있는 비서들이 질문을 사전에 조율했다.

따라서 대학생활, 단편영화 작업, 영화감독으로서의 꿈 등에 대한 질문으로 한정했다.


“한국에서 웨딩비디오 찍으면서 단편영화를 두 편 작업했는데, 국제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했어요. 이왕 영화공부를 할 것이라면 미국에서 해보자 생각하고 학력고사 준비하는 대신에 검정고시 패스하자마자 유학을 준비하게 됐어요. 세 곳이었나 네 곳이었나 합격통지를 받았는데, 하길종 감독님이 졸업하신 UCLA에게 입학하게 됐네요.”

- 이미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서 반응이 난리도 아니었다지?

“로드니 킹 사건으로 인해 LA지역이 시끌시끌했었어요. 스팍스 리 같은 감독이 좋은 이야기도 해주고. 우연히 타이밍도 맞고.... 운이 좋았죠 뭐.”

- 파라맥스... 그것도 네 회사 계열사지?

“......”

- 암튼, 파라맥스에서 투자를 받아서 찍었다면서?

“TV·케이블, 비디오 판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50만 달러 투자를 받았어요.”

- 장편 데뷔는?

“아직 전공생이 아니에요. 3학년부터 전공을 할 수 있어서.... 언제가 될지 모르니까 시나리오는 열심히 쓰고 있어요.”

- 어떤 이야기인데?

“최근에 우암아파트붕괴 사고를 보고 충격을 좀 먹어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어? 감독이 되면.....

“제 정서와 문화의 토대는 한국인이고, 지식과 경험은 미국에서 하고 있고. 아마도 그 둘이 만나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 동·서양 문화가 만나는 그런 영화? 할리우드에서 데뷔하는 것이 목표야?

“모르죠. 작품을 할 수 있는 무대가 한국이 될 수도 있고 미국이나 유럽이 될 수도 있고. 앞날을 어떻게 알겠어요.”

- WaW는.....?

“노 코멘트. 사전에 합의된 질문만 해주세요.”

“비싸게 굴기는 자식이.....”


억지로 비싸게 굴지 않아도 실제 류지호는 비싼 몸이다.

내친걸음이라 생각한 송일성은 사회부 기자로서 궁금한 점을 물었다.


“WaW가 수입·배급도 하지만 한국영화도 투자하고 제작하더라? 미국에서 영화를 찍어보니까 한국 영화판이 어때? 그것만 답해줘 봐.”

"영화산업의 경쟁력은 뛰어난 영화 크루(crew)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Life Goes On>에서 스테디캠을 썼어요. 스테디캠을 몸에 부착하고 단순히 뛰어다니기만 해도 전문가가 하는 것은 확실히 달라요.“


류지호는 하고 싶은 말도 조언할 것도 많았다.

하지만 참았다.


“최근 충무로에서 젊은 프로듀서들이 기획영화를 내놓고 있는데.... 영화는 재미가 있어졌지만 한국 영화만의 언어라고 할까 정체성이랄까 그런 것을 찾는 노력은 안 보이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 제작자로서?”

“영화학도로서요.”


송일성이 픽 웃었다.

나이만 어리다 뿐이지 류지호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다.

충분히 한국영화계에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솔직히 선배님이 한국 언론최초로 저와 인터뷰 하는 겁니다. 미국에서도 저는 인터뷰 잘 안 해요. 아직 학업을 다 마치지 않았고 군복무 중이기도 하고.”


욕심 부리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란 의미다.


“그러니까! 이왕이면 도꾸다니(특종) 좀 하자. 선후배 좋다는 게 뭐냐?”

“신포고 졸업생 아닙니다만.”

“교감 촌지 사건 내가 터트렸잖아. 너 나 못 믿어?”


못 믿을 작자가 기자다.

다른 사람은 다 믿어도 기자는 안 믿는다.


“내가 곧 회사를 옮긴다.”

“......”

“한국 최초의 보도전문채널로 갈 것 같아.... 제대하고 한국 텔레비전에 출연하게 된다면 내가 옮기는 회사에 첫출연 해주라. 꼭 좀.”


웨딩비디오 사업에만 매달리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연예부 기자도 아니고 사회부 기자와 친해서 어디에 쓸까.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네요. 제대하자마자 복학을 해야 할지 몰라서.....”


과거 인연도 있고 해서 인터뷰에 응했는데, 괜히 했다 싶은 류지호다.

다음부터는 비서실을 통해서 서면인터뷰로 때우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조금 귀찮았다.

괜히 말실수 할까봐 조심하는 것도 짜증이 났고.

영화감독입장이라면 달라지겠지만.

암튼 가급적 한국과 미국에 벌여놓은 사업과 관련한 인터뷰는 서면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 ✻ ✻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한국사회가 많이 변화하고 있다.

류지호가 벌이는 주력 사업인 웨딩 스튜디오와 영화 사업에서도 정책적으로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올해 3월 영화법 9차 개정을 통해서 1962년 처음 제정·공포된 영화법이 폐지되고 30년 이상 지속된 국가적 통제 중심의 영화 정책에 대한 일대 전환이 이뤄졌다.


“실제 영화진흥법은 1995년에 가서야 공표될 것 같습니다.”


오동석의 말에 류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기로는 95~96년에 처음 영화진흥법이 제정되었다.

그런데 기존의 ‘제작신고제’가 폐지되었다는 것 말고는 이전의 영화법과 그다지 차별성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7월부터 공업기반기술개발사업에 영상 기술이 포함될 것이고 내년부터 산업용영상 기기에 대해서 특별소비세가 대폭 인하된다고 합니다.”


오동석의 설명대로 문민정부의 신경제5개년계획에는 영상 산업에 대한 제조업 수준의 금융 및 세제 혜택이 적용될 예정이다.

내년부터 외국 자본의 국내 영화 진출이 완전히 허용되고, 1989년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되어 오던 영화 프린트 벌수 제한이 완전히 폐지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외국인이 한국영화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했다.

또한 영사기사면허제를 시행해서 신규 영사기사 진입을 가로막아왔다.

그런 것들이 모두 폐지될 예정이다.

한국영화 진흥을 위한 탈규제 정책이라기보다는 한미통상협상에 따른 조치였다.

즉 할리우드 메이저의 직배를 시작으로 미국 영화계가 한국영화시장에 쉽게 안착할 수 있도록 빗장을 하나씩 제거하는 모양새다.

정부로서는 국내 영화산업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조치의 일환으로 영화진흥금고 설치 및 운용을 위해 영상산업진흥기본법이 마련될 예정이다.

영화법 개정에 류지호가 신경을 쓰는 것은 새롭게 시작하는 WaW 픽처스의 극장사업 때문이다.


“현재 복합상영관 중에 스크린이 가장 많은 곳이 서울극장이죠?”

“내년에 명보가 5개 스크린으로 새단장 해서 명보플라자라는 멀티플렉스로 재개장한다고 합니다.”

“좌석수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아요?”

“1관이 500석 정도. 나머지가 400석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총좌석수가 대략 2,000석 안팎일 것 같습니다.”

“올해 영화법 개정에 상영관 관련 법률도 포함되어 있습니까?”

“다온 법률사무소를 통해 입법청탁을 좀 했습니다. 복합상영관과 관련해 미비했던 극장관련 법률을 저번 개정안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이미 미국 쪽에서 로비를 꽤나 많이 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야당 의원들 설득하는 것도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됐다고 합니다.”


영화상영관 법률에 규제가 많아도 문제, 반대로 허술해도 문제다.

전자는 WaW 픽처스가 10개 관 이상 복합상영관을 짓는데 문제가 되고, 후자라면 미국의 대형 극장체인이 국내에 진출해서 막강한 자본력으로 시장을 잠식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다.

그러니 여·야 국회의원 모두 외국자본으로부터 국내극장을 보호하는 척 하는 법개정이 필요하긴 했다.

법 개정 능력이 안 되는 국회의원들을 위해 가온 극장업 TF와 다온 법률사무소가 나섰다.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사례를 수집해 직접 개정안을 만들어서 문체부 상임위 국회의원에게 보내주었다.

능력이 없는 국회의원으로 인해 국가적으로는 손해다.

때로는 그 무능함과 탐욕으로 인해 누군가는 이득을 보기도 한다.

이번에 영화법 개정안에 극장관련 조항이 신설되거나 내용이 좀 더 보강된 것처럼.


“정부에서도 당장 외국자본에게 영화산업의 문호를 활짝 열어주진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97~98년 즈음에 스크린쿼터 빼고 다 열어줄 겁니다.”


실제로는 외환위기로 인해 한국영화산업도 각종 규제가 사라진다.

그로인해 대기업과 해외자본이 영화산업에서 활발하게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당장 10개관 이상 복합상영관의 설계에 들어가도 되는 거 맞습니까?”

“법개정이 완전하진 않지만 올해 안에 설계를 하고 재해예방조치 계획 수립 등을 거친 후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영화상영관은 공연장법이나 상업시설 건축법이 아닌 영화법을 따라야 했다.

재해예방조치, 화재, 그 밖의 고객 안전과 관련한 기존 영화법 조항으로는 10개관 이상 복합상영관을 지을 수가 없었다.

화장실의 경우도 대형상업시설에 맞는 법규들이 다 있는데, 기존 영화법에는 단관극장에 맞는 규정밖에 없었다.

이 같은 법률을 새로 만들거나 개정하기 위해 가온의 TF가 직접 해당법률안을 만들어서 다온 법률사무소를 통해 국회의원들에게 입법청탁을 했다.

이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관련법 개정을 위해 문화체육부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꾸준히 개정안을 들이밀어서 소위 ‘청부입법’을 해야만 했다.


“저 건너편은 한교생명이 모두 매입했겠죠?”


류지호가 미래에 한교타워사거리(현 제일생명사거리)로 불리게 될 길 건너편을 가리켰다.

한국교육보험은 1989년부터 서초동 1303번 외 5필지 총 1,625평을 사들이고 있다.


“지하 4층 지상 7층 규모의 한교보험 사옥을 지을 모양입니다.”

“아닐걸요?”

“네?”

“한교생명 회장의 강남진출에 대한 의지와 야망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클 겁니다. 아마도....”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략 25층 정도였던 것 같은데....’


실제 한교생명은 여러 차례 추가 부지매입에 나서게 되고 계속해서 설계변경을 통해 빌딩의 규모를 키워가게 된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지하 8층 지상 25층 연면적 2만7706평 규모의 강남 랜드 마크 빌딩이 건설된다.

25층 높이로 지어질 한교타워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다보니 류지호로서는 슬쩍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냥 확 질러버려?”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닙니다. 혼잣말입니다.”


류지호는 미래의 한교타워 맞은편에 들어설 WaW 픽처스의 첫 번째 멀티플렉스 예정 부지를 둘러보고 있는 중이다.

현재까지 대지 783평에 해당하는 건물을 매입해 놓은 상태인데, 100여 평을 추가로 더 매입하게 되면 지하 5층~지상 17층 연면적 1만 3천 평 규모의 대형 오피스·상가복합 빌딩이 제일생명사거리에 들어서게 된다.

6층까지는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상가들이 입주하고 7층부터 WaW 픽처스와 가온GP투자신탁 등의 본사가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고 남는 사무실은 외부 임대를 줄 예정이다.


“지하철 이슈가 있어서 건물주들이 안 팔줄 알았는데, 고생들 많이 했네요.”


비록 외환위기로 제일생명사거리 환승역 계획이 무산되어 한참이 지난 후에 9호선과 신분당선 환승역이 완성되지만, 어쨌든 몇 년 후에나 벌어질 일.

현재는 일대에서도 개발호재가 충분한 지역이다.

특히나 한교생명 사옥이 들어설 예정이기에 더더욱.


“복합빌딩 사업에 대해 소문이 나자 은행마다 기업대출 담당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하는 실정입니다.”

“대출해주겠다고요?”

“예.”


처음 계획은 WaW 픽처스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일부 은행대출을 받아 복합상영관 전용 빌딩을 올리려고 했다.

부지매입비와 건설비 등을 포함해 최대 210억 원을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벌이는 사업을 차치하고서 한국에서 89년부터 사 모으기 시작한 대광산업과 광성음료 한국이동통신, 대한섬유, 남형나이론 등 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

대광산업의 최근 주가는 38만 원대다.

가온GP투자신탁의 전문가들은 40만 원대 진입도 시간문제라며 입을 모았다.

그 외에 10만 원대가 넘는 보유 주식도 6개 종목이고, 5만 원 이상 종목도 10개가 넘는다.

대광산업, 광성음료, 한국이동통신, 오성, 금성 같은 주식을 제외하고 올해 뜬 자산주들만 정리해도 류지호가 처음 계획했던 빌딩 여러 채를 지을 수 있을 정도다.

주가라는 것이 오늘 올랐다가도 내일 내릴 수도 있는 것이라서 그것만 믿고 까불 수는 없지만.

어쨌든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상당하다는 것이 류지호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 했다.

그래서 첫 멀티플렉스는 오피스·상가 복합빌딩으로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일단 여지만 남겨놓으세요.”

“예.”

“이곳에 세울 빌딩이 강남의 랜드 마크 같은 허울 좋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비싼 벽돌이니 수입 대리석 바르는 것보다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는 튼튼함과 입주자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하는 것을 중심적으로 두고 설계를 하도록 하세요. 특히 상가에 입주하는 업종과 테마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합니다.”

“예!”


참고로 한교타워의 건축비는 평당 500만 원을 넘긴다.

어차피 WaW 픽처스에서 짓는 복합빌딩은 순수 오피스인 한교타워와 성격이 다르다.

류지호가 전개하는 사업의 본사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멀티플렉스 영업이 주된 목적이다.

물론 한교타워 역시 지하에 대형서점을 비롯해 상업시설이 입주하긴 하지만.


“점포 입주를 옵션으로 대출을 제의하는 은행도 있습니다.”

“어디죠?”

“상업은행입니다.”

“논현고개쪽에 점포가 있질 않던가요?”

“이 곳에 랜드 마크 빌딩이 들어선다면 점포 이전을 할 의향이 있다고 합니다.”


아직 발표가 나진 않았지만 지하철 9호선역이 들어서게 된다.

은행에서 그 같은 정보를 모를 리도 없고.


“아직 설계도면도 안 나왔는데 너무 앞서 가지는 맙시다.”


류지호는 오피스·상가 복합빌딩을 지어도 공실 걱정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WaW 픽처스 본사와 가온GP투자신탁이 옮겨오게 될 테니까.

남는 사무실은 미국 기업 한국지사를 입주시켜도 되고, 추후 투자하게 될 벤처기업들의 입주를 유도해도 된다.

상가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의 입지보다 앞으로가 더 좋아질 것이 확실하기에 일단 지어놓기만 하면 나중에 자산가치가 쑥쑥 올라갈 터.

오피스로 매력적이지 않다면 차후에 호텔로 개조해도 된다.

가까운 곳에 리츠 칼튼이 있긴 하지만.

사실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교통사고 전국 1위의 도로라는 불명예를 차지할 정도로 교통량이 극악인 사거리에 빌딩이 들어선다는 점이다.

류지호는 한교타워 주차공간도 그렇게 넉넉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했다.


“법정 주차대수로는 한참 모자랄 텐데.....”

“주차장으로 사용할 부지를 더 확보할까요?”

“일단 기본 설계부터 나오고 나서 고민해 봅시다.”


류지호는 주차문제를 고민하며 제일생명사거리를 떠났다.

이번에 멀티플렉스 하나 짓고 말 것도 아니고.

류지호는 임직원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첫 극장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다만 임기응변으로 적당히 곤경을 극복하는 것은 곤란하다.

첫 복합상영관을 준비하고 실행하고 첫영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봤다.

충무로가 안 가본 길로 가는 거다.

당연히 부족하고 미비한 것이 많을 터.

이미 북미와 유럽에서 복합상영관이 활발하게 확장되고 있고, 테스크포스에서 그 같은 해외 사례에 대해 연구하고 배워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그들이 성공한 모습만 따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의 실패를 교훈삼아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성공한 모습을 따라 해서 얻는 이익보다 실패를 반복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이 나중에 더 큰 손해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 ✻ ✻


쿠엔 태런티노는 <저수지의 개들>로 주목을 받았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로터 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맨 인 블랙>이다.

연출 제의를 거절했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준비하고 있는 <스피드> 연출 제의도 차버렸다.

대신 1월부터 암스테르담에 있는 원스턴 호텔에 처박혀서 <펄프 픽션> 작업에만 몰두했다.

멀티플렉스 진출을 챙기는 사이 미국으로부터 스크립트 한 권이 배달되었다.

바로 그 <펄프픽션>이다.


“누구는 해외영화제를 돌아다니며 경치 좋은 호텔에서 사니리오를 쓰는데, 난 군대 배럭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


류지호는 투덜거리면서도 <펄프픽션> 스크립트에 대한 정성스런 리뷰를 썼다.

얼마 후, 파라맥스의 알버트 마샬 사장은 850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해 프리프로덕션을 승인했다.

그리고 쿠엔 태런티노는 9월에 촬영을 시작해 11월 말에 모든 촬영을 무사히 마치게 된다.

자신의 영화를 촬영하기 전에 〈에디 프레슬리〉라는 영화에 남자 간호사 역할로 출연하는 기행도 선보였다.

어쩌면 자신이 <펄프픽션>에 출연하기 전에 연기로 몸을 풀었을지도 몰랐다.


“퀸트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구나.”


부러우면 지는 거다.

류지호는 <펄프픽션>에서 줄스 윈필드가 했던 유명한 대사를 중얼거렸다.


“쿨 해야 하는 거야.”


작가의말

주인공의 첫번째 멀티플렉스 건물은 강남 교보타워보다 작습니다만. 땡땡이 빌딩과 층수는 같고 연면적을 훨씬 크게 설정했습니다. 현재 아디다스 매장이 있는 위치라서 20년 후 가치가 상당히 올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강남 교보타워가 2015년 시세로 6500억 원이었으니까.... 그 절반만 해도 상당한 금액이네요. 암튼 습작보다 주인공이 하는 사업적인 부분에서 사이즈가 조금씩 커졌습니다. 물론 디테일한 부분이라서 크게 느끼지 못하실수도 있겠지만....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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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99 요리선생
    작성일
    22.06.24 09:39
    No. 1

    90년대 중후반까지 동아는
    디제이와 민주당을 미는
    중도보수정도의 스탠스였는데,
    2001년 세무조사와 사주부인지살사건을
    계기로 민주당과 완전 척을 지고
    오늘과 같은 보수칼라를 내게됩니다.
    90년대 초중반에 지금같은 보수3대 일간지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고 생각이 드네요.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2.06.24 11:01
    No. 2

    잘 봤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Under85
    작성일
    22.06.24 13:24
    No. 3

    2백회 축하드립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9 루시오엘
    작성일
    22.06.24 22:41
    No. 4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5 별그리고나
    작성일
    22.06.24 23:19
    No. 5

    잘보고갑니다. 교토타워 인근 1층 실내포차가
    저 동네 맛집이었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무한땅꼬마
    작성일
    22.07.06 20:34
    No. 6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nu******..
    작성일
    22.10.01 05:16
    No. 7

    주인공 주위에 있는 사람은 무언가를 뜯어 먹으려는 사람이 많은데 기자선배도 지연, 학연 들이밀면서 하기싫으누인터뷰 억지로 하고 은근히 특종딸려고 사전에 논의되지않는 질문을하는 기레기처럼 묘사하면서도 주인공은 또 그걸 다 받아주는 이상한 호구짓을 하네.. la 흑인폭동 사건도 결국 흑인들 다독거리는 1500만불 지원금으로 끝나는 뭐 그런 마무리... 이상한 사명감을 갖고 그러면서도 영화는 찍고 싶고 또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돈벌 영화를 선점하면서 그런거에는 전혀 죄의식이 없는 설정이라니.. 도대체 어떤거에 죄의식을 느끼고 어떤거에는 괜찮은지 이상한 중구난방이 아직도 안고쳐졌네.. 아쉽다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59 아가엘
    작성일
    22.12.05 02:27
    No. 8

    꽤 큰 기업의 총수 인데 아무리 선배라고 기자가 반말하고 그러는건 기자가 개념이 없는 건가요?

    찬성: 3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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