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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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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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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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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앞장서서 뭘 하려들지 말고 중간만 해.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온 가족이 심영숙이 하루 종일 손수 준비한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

배부르게 저녁을 먹은 류지호는 아버지와 가볍게 술잔을 기울였다.


“아빠가 회사를 그만 둘 고민을 하고 있다.”

“예?”


난데없는 아버지의 폭탄발언에 류지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회사에서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아빠가 사업을 해보면 어떨 것 같으냐?”

“....음.”


류지호는 즉답을 피했다.

일단 자초지종을 들어볼 필요가 있기에.


“윌리엄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 때문에 그러세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말씀이었지.”

“어떤 걸 해보시고 싶은 신데요?”

“아빠는 돈 버는 사업은 솔직히 자신이 없구나. 그래서 돈을 쓰는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돈을 쓰는 사업도 있어요?”

“장학재단을 운영하는 것이나 자선사업도 사업 아니겠냐?”

“맞네요.:


하하하.


류지호가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연탄을 살 돈이 없어 춥게 겨울을 지내는 달동네도 지원하고, 고아원도 지원하고, 여름에는 수재를 겪은 사람들도 도와주고.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을 지원해 나중에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네가 데려다 써도 되고. 아들이 명색이 영화감독이니 영화 꿈나무를 지원해도 되지 않겠냐?”

“찬성이에요, 다만....”

“다만?”

“돈을 쓰는 것이 쉬워보여도 안 그래요. 잘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에요. 아버지가 자선재단을 설립했다고 쳐요. 분명히 온갖 잡놈들이 발 하나 걸치려고 난리도 아닐걸요?”

“국회의원이나 이런 사람들이 끼어들어서 한 자리 차지할까봐 그러냐?”

“만약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분이 친구부터 도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사업 좀 하게 투자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족보에서 이름만 확인한 평생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먼 종친이 찾아와서 손을 벌리면요? 정체도 불분명한 자선단체에서 찾아와 돈 달라고 하면요?”

“....음.”

“지금도 주변에서 돈 좀 달라고 아버지를 귀찮게 하는 걸 제가 모를 줄 아셨어요?”

“잘난 아들 때문 아니겠냐.”

“지금도 그런데 아버지가 직접 자금을 운영할 위치가 되면.... 사람들과 의를 상할 각오를 하셔야 할지도 몰라요.”

“아빠도 공과 사를 분별할 줄 안다.”

“공과 사가 문제가 아니에요. 하루아침에 환경을 바꾸고 사람이 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버지는 반평생을 회사와 집 그리고 외가 외에는 세상과 교류한 경험이 크게 없어요. 저는 아버지가 자선사업을 하는 걸 찬성하지만, 성급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재단 같은 걸 만들 생각은 아니다.”

“그렇다면 더 좋아요. 틈틈이 자원봉사를 다녀보세요. 자원봉사자들도 만나보시고, 자선단체 사람들과 교류해보세요. 그 세계를 경험하고 배워보세요. 그리고 준비가 되면 제게 말씀해 주세요. 10억 아니 100억이라도 드릴게요.”

“아버지라도 인정사정없구나.”

“그런 후에 아버지 스스로에게 상을 주셨으면 해요.”

“내가 나한테 상을 준다고?”

“좋은 일을 하면 상을 받아야죠. 준우 아버님이랑 골프도 함께 다니시면서 골프장비도 구입하세요. 어머니와 해외여행도 다니세요. 좋은 일에 돈을 쓰시고 그 상으로 좋은 옷을 사 입으시고, 고급 요리를 드세요. 두 분이 사치를 부린 만큼 사람들을 위해 돈을 쓰시고요.”


허허.


류민상이 헛웃음을 흘렸다.


“서서히 생활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삶으로 바꿔나가세요.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뀐 삶에 적응하겠어요. 안 살아본 삶인데....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젊어요.”

“아빠가 낼모레 환갑이야. 젊기는....”

“옛날이나 환갑 따졌지 요즘 누가 환갑을 따져요. 한창 때세요.”

“이 녀석이 아주 아빠를 들었다 놨다 하네.”


챙.


류민상이 껄껄 웃으며 류지호와 잔을 부딪쳤다.

한국 사회에서도 부자의 정의가 올바르게 세워져야 한다.

인성과 지성, 교양을 겸비하고 이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재력을 사용하는 부자라는 개념 말이다.

부자와 졸부를 구별하는 것은 아주 쉽다.

자신이 속한 사회와 공동체의 이익을 생각하는 이는 부자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사랑하는 이는 졸부다.

돈 외에 가진 것이 없는 졸부는 갑질과 과시를 통해 자신의 존엄을 찾으려 애쓴다.

인격을 갖추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재산을 쌓는 것보다 쉽다.

남이 소유하고 있는 재화를 내게로 옮겨오는 것은 노력 외에 행운도 필요하지만, 인격은 자기 스스로 절제하고 수신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닦을 수 있기 때문이다.

류민상은 큰 사업가가 된 아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구했다.

류지호는 아버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설명하거나 약간의 의견만 제시했다.

사실 자선사업은 실패할 수 없는 사업이다.

이윤을 남기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버지 주위에 똥파리가 꼬이면 살충제를 뿌리면 된다.

류지호는 가족이 자선재단을 운영하는 것에 크게 걱정이 들진 않았다.

보안회사와 법률회사라는 공격과 방어수단이 준비되어 있기에.

그것도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 ❉ ❉


입대날까지 3주가 남았다.

새롭게 출범한 가온&GP투자신탁 외에는 따로 신경 쓸 부분이 없었다.

그조차 노아 시거 신임 CEO가 중심을 잘 잡고 있어 안심이 됐다.

투자회사가 본격적으로 가동이 되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니 여유가 생겼다. 남은 시간 가족과 보내려고 제주도에 다녀왔다.

온가족이 함께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은 처음이다.

제주도에서도 가장 최고급 호텔 객실에서 묵었다.

비싸고 맛있는 음식만 골라서 먹었다.

인천으로는 돌아와서는 류아라의 친구들까지 초대해서 함께 광성월드, 서울랜드, 자연농원 투어를 다녔다.

천리포 수목원에도 다녀왔다.

강화도 외가에서 2박 3일을 보내기도 했다.

과거로 돌아온 이후 이렇게까지 여유로웠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류지호는 마음 편히 휴식을 취했다.

마침내 입대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전 삶에서는 군대 가는 것이 무슨 대수냐는 생각에 사인방과 진탕 술을 마셨다.

심지어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입소했었다.

삶이 완전히 바뀐 류지호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아는 사람도 많아졌고, 관리해야 할 인맥도 많아지다 보니 이곳저곳 입대인사를 하러다니는 것도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신포고 방송부 선배·동기들, 오인방, 강용석을 포함한 몇몇 동창들, 여사친들이 모처럼 모두 모였다.

친구들이 모두 인천이 연고이다 보니 아네모네 소주방 연하대점을 통째로 빌려 송별연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난 후배가 거의 없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방송부 후배들과 인연이 단절되어 버렸다.

일찍 사회생활을 해서인지 또래 선후배의 숫자가 많지 않았다.

도리어 한국의 친구보다 미국 친구 숫자가 월등했다.

류지호는 오랜만에 방송부 동기들과 대화를 나누고, 선배들과도 소주잔을 부딪쳤다.

땅개로 박박 기느니 카투사 가는 게 훨씬 좋다고 하는 부류와 남자는 철책선을 지키면서 고생을 해봐야 한다는 부류로 나뉘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방위 소집해제 출신의 선배들은 입을 꾹 다물고 딴청을 피웠다.


“아쉬운 밤 흐뭇한 밤, 뽀얀 담배연기~”


60년대 생 선배들은 ‘입양전야’를 불렀다.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보여주긴 싫었어. 손 흔드는 사람들 속에 그댈 남겨두긴 싫어~”


70년대 생 친구들은 ‘입영열차 안에서’를 불렀다.

‘이등병의 편지’는 아직 발매되기 전이다.

선배들과 친구들은 입영노래 배틀이라도 벌이듯이 각각 자신 세대의 입영노래를 불러재꼈다.

별안간 공다연이 빈소주병에 숟가락을 꽂아 마이크 대용으로 사용하며 노래를 시작했다.


“어느 날 그대 편질 받는다면~ 며칠 동안 나는 잠도 못자겠지. 이런 생각만으로 눈물 떨구네~ 내 손에 꼭 쥔 그대 사진 위로~”


일순 목청껏 노래를 부르던 장내가 조용해졌다.

혼성 삼인조 가수를 준비한다고 하더니 제법이다.

그녀는 비주얼 담당이다.

프로 보컬리스트로는 실력이 좀 모자란 편이다.

그럼에도 일반인보다는 노래를 잘했다.


“삼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댄 나를 잊을까~ 기다리지 말라고 한건 미안했기 때문이야~”


류지호는 2년 간 미국생활을 했다.

이제는 30개월 동안 한국에서 지내야 한다.

집에서 편하게 지내는 것이 아니라 군대에서 통제된 생활을 해야만 한다.

카투사 생활은 해본 적도 없고, 그곳 생활에 대해 들어본 경험도 없다.

카투사가 편하다고들 한다.

군생활이란 게 상대적으로 편하다는 것이지 힘든 건 매한가지다.


후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6주 동안 훈련소에서 참고 버텨야 할 자신의 모습에.


‘한 번 해봤으니까, 적어도 어리바리하진 않을 테니까... 아닐 수도 있고.’


자꾸만 부정적으로 흘러가려는 생각을 애써 돌리려 애쓰면서, 류지호는 소주를 입안에 털어놓았다.


“크으... 더럽게 쓰네.”


군대 두 번째로 가야 하는 감정이 어찌 복잡하지 않을 수 있을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류지호가 벌떡 일어서서 소주잔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리고 외쳤다.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


일행들이 류지호를 따라서 소주잔을 들어 올리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


류지호가 업소용 냉장고 주위를 서성이며 채연지에게 물었다.


“사장님, 시원한 얼음물 없어요?”

“잠시만.”


채연지가 주방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왔다.


꿀꺽.


채연지가 건넨 냉수를 들이켠 류지호에게 채연지가 입을 열었다.


“시간 참 빠르다 그치?”

“그러게요.”

“우리 가게에서 양아치들하고 죽기 살기로 싸운 지가 엊그제 같은데, 군대를 다 가네?”


워낙 많은 일들이 있어서 까마득히 오래 전 일 같다.

실제로는 5년도 안 됐다.


“괜히 군대에서 앞장서서 뭘 하려들지 말고 중간만 하고 와.”

“마음대로 될지 모르겠네요.”

“류 감독은 뭐든 잘하니까.”

“그나저나 오랜 만에 와보니 이 동네도 소주방이 꽤 많아졌네요?”

“많이들 따라해.”

“매상에는 지장 없어요?”

“우리가 원조잖아.”

“소맥 폭탄주는 절대 미리 공개하지 마세요.”

“알고 있어.”


양맥 폭탄주는 80년대 중반부터 군·검찰에서 시작돼 90년대 초반인 현재는 정계와 언론계로 전파되었다.

90년대 중반부터 일반 기업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해서 2000년대에 대중화(?)된다.

소맥 폭탄주가 본격적으로 유행하는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그럼 언제쯤 시작할까?”

“97년 전후로 해보세요.”

“그럴게.”


아네모네 소주방 분점 사장들은 대부분 화류계 출신들이다.

그들은 양맥폭탄주 제조에 달인들이다.

현직에 있는 후배들에게 최신 유행도 틈틈이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2010년대에 소위 소맥자격증이 유행할 시절 선보이게 될 퍼포먼스를 이 시기에 할 줄 아는 이모도 있다.

소주방 유행이 시들해질 때 소맥폭탄주를 퍼트릴 계획이다.

이미 채연지도 숙지하고 있는 내용이다.


“유행은 길어야 5년이에요. 안주도 계속해서 개발하시고요.”

“알겠어. 이제 자리로 돌아가서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놀아.”


4시간에 걸쳐 먹고 마셨다.

송별연이 끝나고 오인방만 남았다.

소주를 혼자 4병이나 마셔서 그런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고우찬이 김준우를 보며 투덜거렸다.


“아~ 부럽다, 부러워.”

“뭐가?”

“방위! 것도 육방.”


황재정이 고우찬과 김재욱을 향해 불쌍한 사람 바라보는 듯한 시선을 던졌다.

울컥한 김재욱이 소주를 거칠게 들이켰다.


“후, 얘들아. 나도 다음 달에 입대한다.”


류지호와 고우찬의 눈이 동그래졌다.


“뭐? <하얀 메달> 마치고 간다며?”

“원래는 그러려고 했는데.... 그냥 빨리 갔다 와버리려고. 그래야, 갔다 와서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에 제작부 밑바닥에서 구르지. 부장 달 나이에 막내 하는 것도 그렇잖아. 그래서 해병대 자원했다.”


고우찬이 버럭 화를 냈다.


“이 개놈이! 그런 이야기를 이제야 이야기 하냐? 죽을래?”

“나도 이렇게 빨리 영장이 날아올 줄 몰랐어.”


김준우와와 황재정은 진심어린 표정으로 그를 위로했다.


“잘 다녀와라.”


류지호가 김재욱의 등을 두드려 주는 것으로 위로했다.

모처럼 김재욱에게 동병상련을 느꼈다.

그런 류지호를 김재욱이 노려봤다.


“야, 류지호!”

“왜?”

“여기서 너만 총각 아니지!”

“......?”

“총각 딱지 함 떼자. 오늘!”


친구들의 시선이 대답이 튀어나올 류지호의 입술로 모여들었다.


“.....음.”


김재욱이 술에 취해 꼬인 발음으로 류지호를 욕했다.


“돈 좀 써! 돈도 많은 놈이 친구들 총각 딱지도 못 떼 주냐? 이 치사한 놈아!”


연기다.

녀석은 술이 오르긴 했다.

이 정도에 취할 주량이 절대 아니다.

그저 생떼를 써보는 것 뿐.


“난 끽동이나 옐로우는 별론데....”

“나도!”


황재정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하자, 김준우가 즉각 동의했다.

이 당시 인천 남부의 대표적인 집창촌이 학익동과 고속버스터미널 앞에 있었다.


“가기 싫음 마! 우찬이, 넌 어쩔래?”

“나? 나야....”

“야! 오늘 일은 우리만 아는 비밀이야. 제수씨는 모르는 거로 해.”


큭큭큭.


류지호는 웃겼다.

괜히 웃음이 나왔다.

이전 삶에서는 김준우가 방위 훈련소 입소 전에 송별파티로 사창가 경험을 했다.

설마 이번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어쭈, 웃어?”

“비웃냐?”


김재욱과 고우찬이 도끼눈을 부릅뜨고 류지호를 압박했다.


“하하. 잠시 기다려봐.”


류지호가 웃으며 카운터로 걸어가 삐삐를 치고 왔다.


따르릉!


채 2분도 지나지 않아, 아네모네 카운터로 전화가 걸려왔다.


“류 감독, 전화. 강 과장이야!”


류지호가 카운터의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 넵. 회장님! 강현도 과장입니다.

“입대 전에 재욱이 만리장성 쌓게 해주려고 하는데.....”

- 만리장성이요? 아! 재욱이 총각 딱지 떼주시려구요?“

“심야영업단속에 걸리지 않는 곳으로요.”

- 어디십니까? 제가 바로 날아가겠습니....

“됐어요. 어디로 가야 조용히 놀 수 있는지만 알려줘요.”

- 올림푸스 호텔로 가십시오. 제가 그쪽에 미리 연락해 놓겠습니다.


류지호가 강현도와 통화를 마치고, 친구들에게 돌아왔다.


“막잔하고, 하인천으로 넘어 가자.”

“하인천?”

“올림푸스 호텔.”


범죄와의 전쟁 이후 1990년 1월부터 유흥업소 등 식품접객업소의 심야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카바레, 디스코장, 요정, 룸살롱, 스탠드바, 맥주홀, 카페, 식당, 극장 등이 영업시간이 자정까지로 제한되었고, 만화가게는 밤 9시까지만 문을 열 수 있다.

웃긴 것은 심야활동 주민과 외국인 관광객들 위한 역주변 음식점, 호텔 등 관광업소에 대해서는 시·도지사가 특정지역 업소를 지정·고시 후 영업시간을 제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몰랐지만, 그런 걸 알 사람은 다 알고 밤새 놀았다는 사실.

심야영업 금지는 1998년에 가서야 폐지되는데, 현재 암암리에 불법 심야영업하는 곳이 존재했다.


“석바위가 아니고 올림푸스야?”

“버젓이 검찰청이 근처에 있는데, 석바위 카페골목은 좀 그렇지.”

“크하하하!. 역시 내 친구, 지호!”


이 정도 이야기가 오갔는데 못 알아들을 친구는 없다.


“콜!”

“막잔하고 일어나자! 지호와 재욱이의 입대를!”

“위하여!”


쭉 소주를 들이켠 김재욱과 고우찬이 전투적인 얼굴로 일어섰다.

류지호가 계산을 하려고 신용카드를 꺼냈다.


“아휴. 됐어. 어떻게 회장한테 술값을 받아.”


채연지가 돈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


“회장도 아닐뿐더러 공짜로 먹을 순 없어요. 술값도 꽤 많이 나왔을 텐데....”

“괜찮아.”

“제가 안 괜찮아요. 저희 2차 가야돼요. 빨리 계산해주세요.”


채연지가 직접 류지호에게 카드를 받아 결재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우찬이 김재욱에게 물었다.


“지호 카드는 뭔가 있어 보인다?”

“플래티넘 카드란 거다. 촌놈아~”

“야. 나도 카드 만들어달라고 사정하는 거 안 만들고 있어 왜 이래?”

“지호 카드는 일 년에 연회비만 백만 원 넘게 낼걸?”

“그런 거냐?”

“응. 그런 거야.”


류지호가 사용하는 플래티넘 카드는 골드 카드에 비해 연회비를 20만 원 이상을 더 내는 카드로 일반인에게는 발급하지 않는 카드다.

아직 블랙이나 퍼플, 화이트 컬러 등급이 나오지 않던 시절이다.

암튼 류지호의 카드는 한도 무한까지는 아니지만, VIP에게만 발급하는 카드다.

아네모네 소주방을 나선 일행이 하인천에 위치한 올림푸스 호텔로 향했다.

그곳 지하의 고급술집(?)에서 진하게 놀았다.


“재정아, 이거.”


류지호가 황재정을 불러내 수표와 지폐 수십 장을 건넸다.


“뭐냐 이 돈은?”

“재욱이랑 같이 2차 가라.”

“너는?”

“너희들끼리 재밌게 놀아라.”


류지호는 100만원을 훌쩍 넘긴 술값까지 모두 계산하고 지하 고급술집(?)을 빠져나왔다.


‘원래 이런 건 준우 담당이었는데....’


언제나 술값을 책임졌던 것은 김준우다.

이제는 오인방 누구라도 술값을 계산할 정도의 경제력을 가지게 되었다.

류지호를 제외하고 어쩌다 한 번 뿐이겠지만.

친구들이 어른남자들의 유흥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사실보다 친구들이 그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류지호다.


❉ ❉ ❉


카투사(KATUSA : Korean Augmentation To the United States Army).

주한 미 육군을 지원하기 위해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대한민국 육군 병력이다.

즉 미군의 지휘와 한국군의 관리를 동시에 받는 군인이다.

엄연히 한국군 소속이기 때문에 논산훈련소에서 일반병과 6주 신병 훈련을 받는다.

머리를 시원하게 자른 류지호가 부모님들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다녀오겠습니다.”


심영숙은 입을 열지 못했다.


훌쩍.


연신 눈물을 찍어내기 바빴다.


“군대 별거 아니에요. 울지 마세요.”


류지호는 계속해서 어머니를 달랬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드려도 어머니는 안심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아. 대한민국의 모든 어머님들이여 너무 걱정들 마세요. 남들 다 하는 겁니다.’


라고 내심 외쳐보지만.

착잡하다.

갑자기 담배가 당겼다.


“흑흑. 큰오빠아아~”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자, 류아라도 덩달아 훌쩍거렸다.


토닥토닥.


류민상이 가만히 아들을 안아줬다.


“고생 안하려면 중간만 해. 열심히 한다고 알아주는 사람 없어.”

“예. 아버지!”


남동생 류순호는 굳은 얼굴로 형에게 악수를 권했다.


“형.... 고생해.”


가족과의 작별의 순간이 끝이 나자, 오인방 녀석들이 류지호에게 몰려들었다.

그리고 난데없이 류지호를 헹가래 쳤다.


“야! 창피하게 이게 뭐하는 짓이야!”

“닥치고 순순히 받아들여!”


친구들에게 헹가래를 받는 류지호에게 훈련소의 수많은 시선들이 쏟아졌다.

침착한 성격의 류지호였지만, 부끄러움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류지호는 얼른 연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손을 흔드는 부모님을 향해 허리를 넙죽 숙였다.


“건강하게 잘 다녀올게요.”


그렇게 류지호가 입소생들 사이에 묻혔다.

그럼에도 부모님 눈에는 아들 류지호만 보였다.

류지호는 일부러 부모님이 찾기 쉬우라고 튀는 색상의 외투를 입었다.

안타깝고 안쓰럽고 억울한 감정이 드는 심영숙이다.

한편으로 아들 키워놓으니 이런 경험도 하는 구나 싶기도 하고.

어색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연병장을 한 바퀴 돈 누군가의 아들들이 훈련소 안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부부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돌아섰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군대다.

적당히 드러나지 않을 정도.

병사에 대한 대우도 최악이고 별의 별 종자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보니, 무난한 정도로만 군생활하는 것이 신상에 좋다.

류지호는 제대할 때까지 절대 튀지 않고 딱 중간만 할 생각이다.

사회에서 워낙 벌여놓은 것이 많아서 그렇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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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9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2.06.14 09:26
    No. 1

    입양전야 ㅎㅎㅎ

    찬성: 3 | 반대: 1

  • 작성자
    Lv.88 lo******
    작성일
    22.06.14 10:07
    No. 2

    입양이 비장하죠 ㅋㅋ

    찬성: 2 | 반대: 1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2.06.14 11:57
    No. 3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jee22
    작성일
    22.06.14 12:09
    No. 4

    4인방 아니었던가요? 한명은 누군지 모르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4 트뤼포
    작성일
    22.06.14 21:13
    No. 5

    김재욱입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무한땅꼬마
    작성일
    22.07.06 16:17
    No. 6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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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82 메르시보꾸
    작성일
    22.09.24 20:06
    No. 7

    찾아보니 KOREAN AUGMENTATION TROOPS TO THE UNITED STATES ARMY 입니다. TROOPS가 빠졌어유~홧팅 잼나게 읽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4 트뤼포
    작성일
    22.09.25 19:08
    No. 8

    미8군 관련한 사이트나 한국 병무청 모집요강 등에는 Troops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하몽즈
    작성일
    23.10.25 16:48
    No. 9

    이전 글에도 댓글을 달았던 것 같아요ㅋㅋㅋ 3대가 카투사 출신으로.. 미군 안에 한국단이 작다 보니, 그 안에서의 위계는 오히려 철저한 편이구요. 다만 외출/외박도 잦고, clearance 기간도 있어서 나중엔 더 친하게 뭉친 것 같네요. 한국 휴일/미국 휴일을 모두 다 쉬니 1월에는 워킹데이보다 휴뮤일이 더 많은 적도 있었구요. 지호가 보고 받고 지시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것 같은데, 소비적인 인간 관계가 영화관에는 역시 도움이 안 될 듯은 합니다. 여기도 달라진 부분이 있는 지 기대하면서 읽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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