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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의 작은 책방

커피 한 잔에 고민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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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
작품등록일 :
2015.12.03 18:05
최근연재일 :
2016.03.07 23:14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918
추천수 :
4
글자수 :
57,207

작성
16.03.07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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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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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04. 명절을 앞둔 중년의 여성 - 고민, 상담

DUMMY

전 이제 50 다 되가는 주부에요. 다 큰 애들 둘 있는. 아들 하나 딸 하나 있는데 아들은 지금 저기 어디냐, 서울대에 있고 딸은 간호사로 일하고 있어요. 둘 다 얼마나 잘 생기고 예쁘고 착한지 그런 자식들이 없다니까요? 호호호.아, 제 고민이요? 근데 상담사님 얼굴 보니까 무슨 고민 때문에 왔는지 알 거 같다는 얼굴이네요? 후후, 이 아줌마 눈은 못 속여요.


그래요. 명절이 코앞이니까요. 늘 있던 고민이긴 하지만 그래도 직접 상담사님한테 애기를 해보고 싶어서 왔어요. 며칠 있다가 친정에 가서 일을 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픈 거 있죠? 잠도 잘 안 오고 말이에요.

음……. 이런 걸 명절 증후군이라고 부르던가요? 요새 말하는 용어들은 이 아줌마는 잘 모르겠단 말이야~


이번에 내려가면 또 시어머니는 잔소리를 엄청 해댈 테고 거기다가 일은 또 얼마나 해야 하는지……. 차례상에 올라갈 음식도 다 만들고 그 많은 가족들의 식사도 담당해야 되고……. 거기다가 집안 청소도 해야 되고……. 아마 상담사님 부모님도 이렇게 고생을 할 거예요.


그래서 이번 명절에는 가족끼리 여행을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상담사님 생각은 어때요? 뭐……. 요새는 그러는 가족도 있잖아요? 그리고 제가 도망간다고 해서 명절에 친정의 일이 밀리거나 하지는 않을 테고 말이에요. 저희 주부들도 이제는 좀 쉬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담사님의 어머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걸요?


이 아줌마의 고민은 말이에요. 이번 명절에 여행 같은 거라도 가면 이 명절 증후군이 좀 사라질까 에요. 그리고 만약 안 가더라도 어떻게 하면 이번 명절은, 그리고 앞으로의 명절은 조금 수월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여성의 고민을 다 들은 사장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커피 위에 옅게나마 떠 있는 거품이 회오리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여성은 그런 그를 보면서 자기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때, 사장이 컵을 내려놓고 여성을 바라보았다.


“근데 남편 분은 평소에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십니까?”


여성은 생각을 하는 듯 고개를 내려서 커피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애매하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사장은 그 의미를 재빠르게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그럼 자제 분들은 집에 오면 집안일을 도와줍니까?


“물론이죠. 자기들이 있을 때는 엄마는 집안일 안 해도 된다고 하는 애들인 걸요.”


이번에는 긍정적인 대답이었다.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어떤 방법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이미 완성이 되었다. 이제 그것을 말하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상담사님. 어떻게 하면 제 고민이 해결 될지는 생각해보셨나요? 제가 조금 있다가 또 어딜 가봐야 해서 좀 빨리 해주시면 좋겠는데요.”


여성이 사장을 재촉했다.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명절 증후군이라고 하면 결국은 스트레스에 관련된 문제이니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뭐, 이건 가장 정도에 가까운 방법이고, 상담사로써의 의견과는 조금 거리가 있죠.”


사장은 말을 한 번 끊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목이 조금 타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였다. 그가 잔을 내려놓고 말을 이어나갔다.


“잠을 많이 자고, 남편 분께 명절 때의 부엌일이나 집안일을 도와달라는 뉘앙스를 보내는 게 가장 좋습니다. 너무 인지를 못하면 직접적으로 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물론 너무 개방적인 곳에서 그러면 안 되고 둘이 있을 때나 아니면 시골로 내려가기 전 날 밤에 침실에서 그런 얘기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저희 남편은 운전을 자기가 해야 한다면서 안 하려고 할 거예요. 예전에 애들이 어렸을 적에 그렇게 넌지시 물어보긴 했는데 그 때 했던 대답이 저 대답이에요.”


“혹시 아드님과 따님이 운전을 할 줄 아시나요?”


여성은 고민을 하는 듯 고개를 푹 숙이더니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사장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자제분들이 운전을 할 줄 아신다면 올해부터는 얘기가 다르겠네요. 남편 분께 다시 한 번 얘기를 해보세요. 직접적으로 무엇 때문에 힘든지 말이에요. 그리고 운전을 핑계로 댄다면 자제 분들이 운전을 해도 된다고 말을 하면서요.”


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를 본 사장은 다시 잔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남은 커피가 잔속에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는 이내 그것을 멈추고 그대로 한 모금 마시더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여행을 간다는 말씀을 아까 하셨는데 분명 요새 명절에는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시는 분들이 없지 않아 있죠. 근데 명절 연휴 동안 여행을 가신다는 얘기가 되는데 관광지나 이런 곳은 몰라도 식당은 명절 당일 날에는 문을 잘 안 열겁니다. 제가 명절날에는 다른 식당 같은 곳에 가본 적이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럴 겁니다. 그 분들도 다 한 사람의 부모님이고, 또 시아버지 시어머니니까요. 명절에는 손자 손녀들과 아들 딸, 그리고 며느리와 사위들과 함께 보내고 싶기 마련일 겁니다.”


말을 마친 사장의 얼굴에는 아주 잠시지만 그늘이 졌다. 여성은 숙연한 얼굴로 가만히 커피 잔만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사장은 그녀가 아니기 때문에 알 수는 없었지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명절은 어머님께는 힘든 날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 힘든 건 어머님의 가족 분들과 함께 분담할 수 있다면 힘든 것은 조금 덜할 겁니다. 어떤 건 남편 분이 도와주시고, 어떤 건 자제 분들이 도와주시는 걸로 말이에요.”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사장은 가만히 그녀를 보다가 눈만 내려서 자신의 잔에 담긴 커피를 한 번 보았다. 조금 밖에 없었다. 그는 남은 커피를 전부 마시고 말했다.


“가족 분들이 이번 명절부터 집안일을 도와주고, 더 나아가서 평소의 집안일도 자주 도와주고 한다면 어머님의 고민은 해결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작은 데서부터 바꿔 나간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꼭 한 번 그렇게 해봐야겠어요. 조언을 해줘서 고마워요. 젊은 상담사님.”


사장은 그에 미소로 화답할 뿐이었다. 여성은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듯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휴대폰을 열어서 화면을 한 번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겼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곧장 갈 것처럼 하더니 갑자기 사장을 돌아보았다.


“상담사님. 부모님과 무슨 일이 있었죠? 이 아줌마 눈은 못 속인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 잘 될 거예요.”


그렇게 말한 여성은 짐을 가지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 그걸 본 사장은 착잡한 얼굴로 그녀의 뒷모습을 보더니 이내 그 표정을 지우고 싱긋 웃으면서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그녀를 배웅해주었다.


그가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하자 카운터에서 놀고 있던 수연과 성규가 그를 도와주기 위해서 상담석으로 다가왔다.


“사장님 수고~”


“상담 수고하셨어요.”


사장은 두 사람을 보더니 싱긋 웃으며 컵을 트레이 위에 얹어서 두 사람에게 건넸다. 성규가 그걸 받아서 카운터로 가져갔고 수연은 테이블을 닦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 수연이 말했다.


“저도 올해부터는 명절에 엄마를 좀 더 열심히 도와줘야겠어요.”


“그래. 그러는 게 제일 좋아. 부모님들이 명절에 얼마나 힘드신데.”


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다. 그리고 바톤 터치를 하듯이 그녀가 가자마자 성규가 그에게로 다가왔다.


“아까 그 아줌마는 명절에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글쎄다. 그 아주머니의 남편 분이 아주머니를 정말로 사랑하고 아낀다면 편할 수 있을 거야.”


“이 상담 내용을 저희 아버지가 꼭 들었으면 하네요. 저희 아버지는 명절날에 가면 집안일을 안 도와주거든요.”


“올해는 꼭 도와드리라고 말씀드려. 너도 실천으로 옮기고.”


“전 명절날이건 아니건 엄마 많이 도와주거든요?”


그걸 들은 사장은 가만히 웃을 뿐이었다. 성규는 그런 사장을 보고 혀를 차더니 카운터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그 때 반가운 현관종의 소리가 들리고 손님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정말로 반가운지 사장은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고 세 사람은 손님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보냈다.


작가의말

이번화는 전체적인 분량이 좀 적은지라 고민과 상담 파트를 합쳐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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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명절을 앞둔 중년의 여성 - 고민, 상담 16.03.07 184 0 9쪽
14 04. 명절을 앞둔 중년의 여성 - 일상 16.03.06 222 0 10쪽
13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후일담 16.03.04 183 0 7쪽
12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상담 16.03.03 251 0 7쪽
11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고민 16.03.02 265 0 6쪽
10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일상 16.03.01 250 0 11쪽
9 02. 예비 고 3인 학생 - 후일담 16.02.29 278 0 5쪽
8 02. 예비 고 3인 학생 - 상담 16.02.24 260 0 8쪽
7 02. 예비 고 3인 학생 - 고민 16.02.23 272 0 6쪽
6 02. 예비 고 3인 학생 - 일상 16.02.22 229 0 7쪽
5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후일담 16.02.01 254 0 11쪽
4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상담 +1 15.12.16 295 1 12쪽
3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고민 15.12.07 253 0 8쪽
2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일상 15.12.06 284 0 14쪽
1 프롤로그. 서울의 여기저기, S 카페 편 15.12.03 439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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