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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의 작은 책방

커피 한 잔에 고민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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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
작품등록일 :
2015.12.03 18:05
최근연재일 :
2016.03.07 23:14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913
추천수 :
4
글자수 :
57,207

작성
16.03.03 16:09
조회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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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상담

DUMMY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말을 해야 이 사람이 상처를 안 받고 받아들일까. 어떻게 해야 납득할 수 있을까.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건 지금 그의 앞에 앉아 있는 남자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본인이 아니라 남의 입에서 나온다면 분명 짜증나고 화가 날 것이다. 어떻게 해야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남자가 그 해답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우선은 부딪혀 볼 수밖에 없다. 사장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가만히 입을 열었다.


“사실 손님께 제일 권해드리고 싶은 방법은 계속 거기서 일을 하는 겁니다. 가족이 없거나 아직 나이가 어리다면 이것저것 일을 해본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씀을 드릴 수 있겠지만 손님 같은 경우엔 이미 가족이 있으니까요.”


남자는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표정은 전혀 아니었다. 상담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다는, 짜증이 난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장의 예상 대로였다. 남자의 그런 얼굴을 본 수연은 가만히 고개를 돌려 사장을 쳐다보았다. 사장은 그의 그런 얼굴을 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다른 방법은 없는 겁니까?”


남자의 물음에 사장은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실 뿐이었다. 남자는 사장의 그런 모습에 화가 나는지 얼굴이 점점 새빨개지고 있었다. 사장이 잔을 내려놓았다.


“사람이라면 자신의 고집을 내려놓고 현실을 인정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손님에게는 그게 이번의 경우고요.”


그 말을 하는 사장의 얼굴에는 어딘가 모르게 그늘이 져있었다. 그 말을 들은 손님의 얼굴은 점점 더 새빨개지고 있었고 말이다. 만족스럽지 않다. 내가 원하는 대답은 이런 게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 두 사람을 본 수연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저 손님이 만족을 할까 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만약 일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찾아본다고 하면 분명 가족은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 다시 다른 회사에 취직을 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일을 포기하지 않고 거기서 버틴다면 손님이 힘들어진다. 지금 손님이 말해준 걸로 봐선 계속 해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방법이 더 있긴 합니다만 이것도 결국 가족에게는 힘든 방법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들어보시겠습니까?”


사장의 물음에 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밝아졌다.


“그런 방법이 있으면 왜 말해주지 않으신 겁니까?”


“말씀드렸다시피 가족 분들에게는 힘든 방법일 수도 있으니까요.”


사장은 그렇게 대답하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래도 듣고 싶으신 것 같으니 말해드리겠습니다.


지금 일하는 회사에서 계속 일을 하면서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넣으면서 구하는 방법이죠. 이렇게 해서 뽑히지 않았다면 일단은 회사에서 계속 일을 해야겠죠. 혹시 뽑힌다면 그 쪽으로 이직을 하면 되고요. 그렇게 되면 손님은 평사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물론 승진은 빠르겠지요. 대리까지는 말이에요. 그렇지만 그 이후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돈을 받는 것도 전의 회사보다 적게 받을 겁니다. 대리가 된다고 해서 똑같이 받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러면 가족들은 그 기간 동안은 힘들게 되겠죠. 말 그대로 모험입니다.”


그 많은 단어를 숨 한 번 제대로 고르지 않고 말한 사장은 숨을 조금 길게 내쉬었다. 수연은 그런 사장이 대단하다는 듯 쳐다보았고 남자는 그의 말을 곱씹어보기 시작했다. 분명 그가 말한 방법도 있긴 하다. 그리고 그나마 이 방법이 좋다. 그렇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있는 방법이었다. 정말로 이직을 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평사원들이 받는 월급만큼 받게 될 것이고 그 동안 가정은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 그건 사실이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 그렇게 해서 들어간 회사가 원래의 회사보다 더 좋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의 모험. 그런 리스크를 안고 해야 하는 방법이었다.


“원래 일자리를 옮긴다는 것 자체가 모험입니다. 그러니까 한 번 잘 생각해보시고 선택을 하면 됩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제는 다 식어버린 커피를 전부 들이켰다. 달콤하지만 어딘가 씁쓸한 액체가 그의 목을 타고 넘어갔다. 어째서인지 그 속에 있는 알코올의 맛도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것을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좋은 방법을 하나 알아가네요. 사장님의 말대로 좀 더 생각해보고 이직을 하든지 아니면 그대로 못을 박을지 결정을 하겠습니다.”


“좋은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하는 것 같았다. 사장은 살짝 웃어 보이며 그와 악수를 했다. 그리고 남자는 그 길로 짐을 챙겨서 카페에서 나갔다. 사장은 그의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 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까 나간 남자가 마지막 손님이었는지 홀을 텅텅 비어있었다. 그가 슬쩍 미소를 짓고 고개를 돌리자 수연이 말했다.


“그럼 전 모험에 성공한 건가요?”


사장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다 이해했는지 아~ 하고 조그맣게 탄성을 내뱉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넌 성공한 거지.”


수연은 그의 그런 말을 듣고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했다. 사장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홀로 나가서 성규를 도와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아까 들어보니까 별 시답잖은 이유로 상담을 하던데. 대답은 하나뿐이잖아요? 그 경우라면.”


사장이 다가오자 열심히 바닥을 쓸고 있던 성규가 그렇게 말했다. 사장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상담을 받으러 온 것 자체는 이해가 되는데 그래도 사실 그 손님의 선택지는 하나뿐이었지. 난 거기서 조금 심화된 선택지를 준 것뿐이고.”


“영 이해가 안 되네요. 책임지고 부양해야할 가정이 있으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도 그래.”


사장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미리 빨아놓은 대걸레를 써서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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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고민 16.03.02 264 0 6쪽
10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일상 16.03.01 250 0 11쪽
9 02. 예비 고 3인 학생 - 후일담 16.02.29 278 0 5쪽
8 02. 예비 고 3인 학생 - 상담 16.02.24 260 0 8쪽
7 02. 예비 고 3인 학생 - 고민 16.02.23 271 0 6쪽
6 02. 예비 고 3인 학생 - 일상 16.02.22 229 0 7쪽
5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후일담 16.02.01 254 0 11쪽
4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상담 +1 15.12.16 294 1 12쪽
3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고민 15.12.07 253 0 8쪽
2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일상 15.12.06 284 0 14쪽
1 프롤로그. 서울의 여기저기, S 카페 편 15.12.03 43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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