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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의 작은 책방

커피 한 잔에 고민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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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
작품등록일 :
2015.12.03 18:05
최근연재일 :
2016.03.07 23:14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914
추천수 :
4
글자수 :
57,207

작성
16.03.02 12:05
조회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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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6쪽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고민

DUMMY

전 보시다시피 회사원입니다. 뭐……. 직급은 대리입니다. 입사한지 4년 만에 승진할 수 있었죠. 뭐……. 이미 결혼도 했습니다. 아직 신혼이지만요. 제 와이프는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만났는데 예쁘기도 예쁘고 마음씨가 정말로 곱답니다. 저랑 제 아내는 갓 제대 하고 복학했을 때 만났는데 그 때부터 저한테 얼마나 신경을 써주는지……. 복학했을 때부터 계속 신경을 써주고 제가 입사할 때까지 많이 도와줬어요. 그래서 결국 결혼까지 갔죠. 하하.

아……. 제 이야기가 너무 길었네요. 죄송합니다. 원래 제가 제 이야기를 시작하면 좀 끝도 없는지라……. 아마 이런 생각을 하실 거예요. 그 정도면 이미 성공한 거 아니냐고, 이대로 실적을 쌓아서 쭉쭉 승진하면 고민 같은 건 없을 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고민이 많습니다. 사장님은 알고 계시겠죠?


사장님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해주셨죠? 그럼 회사원들의 고민도 많이 들어주셨겠네요. 그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말하던가요?


역시 대부분이 그런 고민을 얘기 했군요. 저도 비슷합니다. 분명 제가 일하는 직장은 좋고 안정적이지만 그래도 역시 상사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니까요. 자기가 할 일을 남에게 떠맡기기나 하고 저희들이 세운 실적은 자기가 독점하려고 하기나 하고 말이죠. 그리고 제 아래에서 일하는 평사원들은 또 어찌나 말을 안 듣는지……. 남자들은 그래도 군대를 다녀온 다음이라 어느 정도는 말을 듣지만 다른 사람들은 글쎄요. 전혀 아니니까요. 그리고 뭔 놈의 회식은 그렇게나 많은지 모르겠네요. 회식을 할 거면 휴일을 생각해서 하는 게 좋은데 그런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아직 신혼이라서 좀 더 즐기고 싶은데 회식을 하고 들어가면 아내와 더 오랫동안 함께 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 이직을 할까 생각 중입니다.


네. 사장님이 말하신 대로 다른 직장도 비슷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지금 제가 있는 직장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결혼도 했고 곧 있으면 아이도 생길 텐데 제가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찾아서 또 돌아다니면 집안은 분명 힘들어지겠죠? 제 아내도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제가 직장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구할 지도 모르고 그 동안은 아내 혼자서 벌어야하니…….


사장님은 상담을 많이 해보셨으니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은 걸 알고 계실 거예요. 물론 사장님처럼 자기 가게가 있으신 분들은 그런 저희들의 마음을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 이직을 하고 싶은데 제가 처한 상황 때문이 이직을 함부로 선택할 수도 없고…….



그 뒤로 남자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망설임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는 그런 것을 모르는지 망설임을 가리기 위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온 몸에 따끈한 기운이 돌았다. 왠지 지금이라면 무엇이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가 일을 그만두면 분명 저희 가족은 힘들어지겠지만 저는 조금 더 좋은 곳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남자가 얼굴을 붉힌 채로 사장에게 말했다. 아이리시 커피도 결국 위스키가 들어간 커피인지라 약간의 취기가 그에게 도는 것 같았다. 사장은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수연은 남자의 고민을 이해하는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장을 바라보았다. 상담을 하는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사장이었기 때문이다.


사장은 생각을 정리하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그리고 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물론 손님이 말하신 대로 많은 회사원 분들의 고민을 들어왔습니다. 대부분이 손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더라고요. 다른 직장으로 옮길까. 아니면 이대로 여기서 버틸까. 손님도 그 분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시네요.”


남자는 그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 사장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사장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일단 제 생각을 얘기하기 전에, 상담을 개시하기 전에 미리 알아 두셔야할 게 있습니다.”


“무엇인가요?”


남자가 되묻자 사장은 가만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수연을 흘끔 보더니 다시 남자에게로 눈을 돌렸다.


“상담을 하면 고민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책을 주는 사람이 있을 테고 또 여러 가지 선택지를 제시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 후자의 경우에 속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당연히 손님께 맡기고요.”


남자와 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연의 경우에도 분명 여러 가지 선택지를 제시해주었고 그 선택은 그녀에게 맡겼다. 그녀는 그녀 본인이 고른 선택지로 고민을 좋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 선택은 상담자가 해주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그 책임은 내담자인 본인에게 있지 상담자에게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말이기도 했다. 과연 남자는 사장이 한 말의 의미를 알아챘을까?


남자는 그가 한 말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사장도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커피 잔을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커피 위에 떠 있던 거품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한참 동안 그것을 보다가 한 모금 마시더니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럼 손님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은 그 모습을 보고 다시 한 번 커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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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04. 명절을 앞둔 중년의 여성 - 고민, 상담 16.03.07 183 0 9쪽
14 04. 명절을 앞둔 중년의 여성 - 일상 16.03.06 222 0 10쪽
13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후일담 16.03.04 183 0 7쪽
12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상담 16.03.03 251 0 7쪽
»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고민 16.03.02 265 0 6쪽
10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일상 16.03.01 250 0 11쪽
9 02. 예비 고 3인 학생 - 후일담 16.02.29 278 0 5쪽
8 02. 예비 고 3인 학생 - 상담 16.02.24 260 0 8쪽
7 02. 예비 고 3인 학생 - 고민 16.02.23 271 0 6쪽
6 02. 예비 고 3인 학생 - 일상 16.02.22 229 0 7쪽
5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후일담 16.02.01 254 0 11쪽
4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상담 +1 15.12.16 294 1 12쪽
3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고민 15.12.07 253 0 8쪽
2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일상 15.12.06 284 0 14쪽
1 프롤로그. 서울의 여기저기, S 카페 편 15.12.03 43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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