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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의 작은 책방

커피 한 잔에 고민 한 스푼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드라마

Kardi
작품등록일 :
2015.12.03 18:05
최근연재일 :
2016.03.07 23:14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924
추천수 :
4
글자수 :
57,207

작성
16.03.0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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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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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일상

DUMMY

밤에도 카페 ‘쉬는 시간’에는 많은 손님들이 오갔다. 대부분의 손님은 저녁 식사 후에 가볍게 커피를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었다. 그 외 소수는…….


“상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답답한 게 많이 풀렸어요.”


“다행이네요. 조심히 들어가시고 해결 잘 하세요.”


카페의 자랑거리인 상담을 받으러 온 손님이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상담을 받으러 오는 손님이 제법 많았다. 한 사람을 끝내면 뒤이어서 한 사람이 하러 오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도 그게 마지막 상담 손님이었는지 더 이상 상담석으로 오는 손님은 없었다. 사장은 잔에 남은 커피를 다 마시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늘 잠자긴 글렀네.”


그리고 또 다시 한숨. 그는 테이블을 대충 정리하고 일어나 카운터로 돌아갔다. 카운터는 손님들에게서 주문 받은 커피를 만든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장은 다시 한 번 더 한숨을 내쉬더니 성규와 수연에게로 가 함께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모든 주문이 다 해결되고 손님들이 더 이상 주문하러 오지 않자 사장은 다시 한 번 더 한숨을 내쉬었다. 성규는 그런 사장의 모습을 보더니 덩달아 한숨을 내쉬었다.


“사장님. 상담 끝나자마자 고생이 많으시네요. 진짜로.”


농담을 하는 말투는 아니었다.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을 한 잔 떠서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잔을 씻고 싱크대에 올려놓더니 캐셔로 다가갔다.


“수연아 잠시만.”


수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사장에게 캐셔를 넘겨주고 성규에게 다가갔다. 사장은 캐셔를 조작해서 메뉴별 판매량을 보더니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오늘 하루 아이리시 커피는 꽤 나갔네.”


아이리시 커피, 이번 주부터 팔기 시작한 신 메뉴였다. 그래서 얼마나 팔렸는지 궁금해서 확인을 해본 것 같았다.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캐셔를 조작해 다시 계산 화면을 켜고 물러났다.


“아이리시 커피 오늘 좀 많이 나갔어요.”


사장이 뒤로 오자 수연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게. 사람들이 많이 찾긴 찾는구나. 수연아, 근데 아이리시 커피 주문 받을 때 신분증 확인 하고 있지?”


“네. 전부 확인하고 있어요.”


사장은 기특하다는 듯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카운터에 나와 있는 재료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쇼케이스 뒤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성규가 그에게 다가왔다.


“사장님. 마침 내일 휴일인데 오늘 한 잔 어때요?”


그 말을 들은 사장은 고개를 들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성규를 쳐다보았다. 그에 성규는 카운터에 나와 있는 병목이 긴 병을 들고 그에게 들이밀었다. 사장은 병에 붙어 있는 라벨로 눈을 돌렸다. 아이리시 위스키라는 이름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성규를 쳐다보았다.


“야. 너 손님들한테 팔아야 할 걸 그렇게…….”


“에이. 아직 창고에 재고 남아 있잖아요. 한 병 정도는 괜찮잖아요?”


“너 그러다가 그거 못 팔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기 전에 사장님이 먼저 주문하겠죠. 안 그래요?”


사장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성규는 이겼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한 쪽 입 꼬리만 올려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는 수연에게 다가갔다.


“수연아. 너도 오늘 한 잔 어때? 내일은 쉬는 날이고 좋은 위스키가 카페에 들어왔잖아.”


수연은 성규를 한 번 보고 성규가 들고 있는 위스키 병을 보았다. 한 번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지만 그거보다 먼저 술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다. 술에 대해서는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그런 걸까?


“전 괜찮아요. 사장님이랑 성규 오빠 둘이서 드세요.”


성규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입맛을 다셨다. 사장에게 했던 것처럼 강요는 할 마음은 없는 것 같았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던 사장은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가 들고 있는 위스키 병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뭐. 한 병 정도는 괜찮겠지.’


“야. 딱 한 병이다? 그 이상 마시면 네 월급에서 그만큼 깐다?”


그 말을 들은 성규는 엑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도 위스키의 가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혀를 한 번 차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왠지 몇 병 더 마실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사장은 그의 생각을 알아채고 그를 한 번 노려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야. 그 비싼 걸 몇 병씩 마실 생각이었냐?”


“그래도 몇 병 정도는 괜찮잖아요. 어차피 아이리시 커피는 밤 시간에만 파는 커피고.”


“그래도 비싸. 일부러 싼 놈으로 가져오긴 했다만 그래도 한 병에 2만원이 넘어.”


성규는 알겠다는 듯 애써 고개를 끄덕이고 들고 있던 위스키 병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수연은 그런 두 사람을 보더니 빙긋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고 말이다. 그리고 손님이 나가자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로 그들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수연이 그렇게 외치자 뒤이어서 사장과 성규도 나가는 손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성규는 행주를 들고 홀로 나갔고 말이다.



10시에 가까워지자 손님들이 하나 둘 카페에서 나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손님들이 나가자 사장과 성규는 함께 손님들이 나간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성규는 손님들이 치우지 않은 트레이를 들고 카운터로 갔다. 카운터에서는 수연이 잔을 씻고 있었다. 그는 수연에게 트레이를 건네주었다.


“이거도 씻어야 돼.”


수연은 성규가 건네준 트레이를 보고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것을 받아서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한참 동안 매장 청소를 하고 있을 때 현관종이 울리고 코트를 입은 30대 쯤 되어 보이는 남자손님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세 사람은 청소 하던 것을 멈추고 그 손님에게 언제나의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 그 손님이 카운터로 다가오는 게 보이자 수연은 손에 끼고 있던 고무장갑을 벗고 캐셔 앞에 서서 말했다.


“주문하시겠어요? 저희 영업시간은 11시까지라 그 전에 나가주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근데 고민 커피는 남아 있나요?”


“고민 커피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수연은 고민 커피에 쓰는 원두가 담긴 통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 한 잔 정도 내릴 만큼은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걸 본 그녀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손님에게 말했다.


“아직 남아 있어요. 커피는 무엇으로 준비해드릴까요?”


그 손님은 메뉴판을 한 번 보다가 캐셔 앞에 있는 입간판을 보고 그녀에게 말했다.


“아이리시 커피로 준비해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아, 그 전에 신분증 한 번 보여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손님이 미성년자가 아닌 건 알지만 그래도 꼭 확인은 해야 해서요.”


수연이 그렇게 말하자 손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에게 신분증 대신 자신의 회사 사원증을 보여주었다. 그걸 본 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럼 커피가 나올 때 까지 저 자리에 앉아서 기다려주시겠어요?”


수연이 한 자리를 가리키자 손님은 고개를 끄덕이고 상담석 쪽으로 가서 앉았다. 그러자 사장이 그에게 인사를 하고 카운터로 들어왔다.


“무슨 커피 주문 하셨어?”


“아이리시 커피요.”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핸드밀에 남은 원두를 전부 넣고 손잡이를 돌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돌렸을까? 수연은 설거지를 마치고 사장이 하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고민 커피에 쓸 원두를 갈 때의 사장의 모습은 언제나 신비로운 느낌을 풍겼다.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면서 원두를 갈고 있을까? 이 원두로 만드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고민이 전부 해결되게 해달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는 걸까? 왠지 그럴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만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고민이 언제나 해결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녀가 가만히 그를 쳐다보고 있자 사장이 고개만 돌려서 수연을 바라보았다.


“흥미로워?”


수연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붕붕 저었다. 그리고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사장은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다시 원두를 가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참 그러고 있다가 행주를 가지고 후다닥 홀로 나가서 사장이 하던 것을 이어서 하기 시작했다. 성규는 아까부터 카운터를 보고 있었는지 그녀가 나오지 피식 웃으면서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원두 갈 때 사장님 참 멋지다고 생각했지?”


테이블을 닦던 수연은 화들짝 놀라더니 성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강하게 부정하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걸 본 성규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돌아가서 테이블을 닦기 시작했다.


이윽고 원두가 다 갈렸는지 핸드밀이 돌아가는 소리가 멈췄다. 사장은 원두가루를 드리퍼에 올리더니 뜨거운 물을 떨어뜨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이리시 커피가 완성이 되었고 사장은 그 커피를 트레이 위에 올렸다. 그리고 에스프레소를 다시 추출하려고 하다가 시계를 보았다. 10시 20분. 곧 있으면 마치는 시간이다. 커피를 마시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다.


‘어쩔 수 없지.’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늘 쓰던 잔에다 뜨거운 물을 붓고 남아있는 에스프레소를 붓고 트레이에 올린 다음 상담석으로 가져가려고 했다. 그 때 홀 청소를 끝마친 수연이 그에게 다가왔다.


“저기 사장님.”


“응? 왜?”


수연은 뭔가를 망설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장이 다시 한 번 더 묻자 결심을 한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말했다.


“오늘 상담하시는 거 옆에서 봐도 될까요? 전부터 사장님이 상담하는 거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많은 손님들을 상담해주는 사장님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옆에서 보면서 배우고 싶어요.”


그 말을 들은 사장은 손님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손님한테 물어보고 나서. 손님이 싫어하시면 안 되잖아.”


“네.”


수연이 대답하자 사장은 빙긋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커피를 가지고 상담석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에 앉아 있는 손님에게 커피를 건네주었다.


“주문하신 고민 아이리시 커피 여기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손님은 커피를 받아 들어서 한 모금 마셨다. 약간 달콤한 맛이 그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장은 그걸 보고 커피를 조금 마시고 그를 바라보았다.


“상담을 하기 전에 저희 직원이 제가 상담을 하는 걸 보고 싶다고 해서 그런데 옆에 같이 합석해도 될까요?”


그 손님은 조금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은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꾸벅 숙이고 수연에게 손짓을 했다. 수연은 그 손짓을 보고 얼른 그의 옆에 섰다. 사장은 그런 그녀를 보고 슬쩍 미소를 지어보였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손님은 무슨 고민 때문에 찾아오셨습니까?”


손님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수연과 사장을 한 번 씩 보더니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이번 화는 예고했던 대로 아이리시 커피입니다.


그만큼 씁쓸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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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상담 16.03.03 251 0 7쪽
11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고민 16.03.02 265 0 6쪽
»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일상 16.03.01 251 0 11쪽
9 02. 예비 고 3인 학생 - 후일담 16.02.29 278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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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후일담 16.02.01 25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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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일상 15.12.06 285 0 14쪽
1 프롤로그. 서울의 여기저기, S 카페 편 15.12.03 44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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