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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의 작은 책방

커피 한 잔에 고민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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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di
작품등록일 :
2015.12.03 18:05
최근연재일 :
2016.03.07 23:14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919
추천수 :
4
글자수 :
57,207

작성
15.12.07 17:23
조회
253
추천
0
글자
8쪽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고민

DUMMY

사장이 커피를 준비하는 동안 수연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면접 때문에 이 자리로 안내받았을 때도 느낀 거지만 그녀가 앉아있는 자리는 다른 자리와는 거리가 좀 있는 편이었다. 한 사람의 고민이라는 것은 남에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러 좌석을 이렇게 배치한 것 같았다.


수연이 한참 독서에 심취해있을 때 사장이 커피를 두 잔 자리로 가져와 그 중 한 잔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고민 커피 나왔습니다.”

수연이 책에서 눈을 떼자 사장은 빙그레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었다. 그 미소가 어찌나 매력적인지 얼굴이 조금 빨개져서는 순간적으로 그의 시선을 회피했다. 사장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고, 그 모습을 카운터에서 보고 있던 성규가 그에게 말했다.


“사장님. 또 웃었죠? 여자들 앞에서 함부로 웃지 말라니까?”


사장은 이제 알았다는 듯 입을 조금 벌리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커피가 올라간 트레이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더니 성규를 향해 고개를 돌려서 말했다.


“내가 웃던가 말던가. 네가 무슨 상관이냐?”


“하 참. 그거 때문에 저 손님이 당황하니까 그러죠. 사장님. 혹시 관심 있어요?”


“뭐라냐? 야 손님 온다. 빨리 받기나 받아.”


성규는 어개를 으쓱하더니 손님이 카페로 들어오는걸 보고 웃어 보이며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사장은 그런 것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고 커피를 수연에게 건네주었다.


“식기 전에 드세요.”


수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책을 덮고 커피 잔을 들어서 그 향을 맡아 보았다. 커피에서는 과일, 그 중에서도 감귤의 향기가 났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한 모금 마셨다. 그러자 그녀의 입 속에서 약간 씁쓸한 맛과 함께 산미가 느껴졌다. 예상도 하지 못한 맛에 조금 당황한 그녀는 가만히 사장을 바라보았다.


“이 커피, 맛이 조금 특이한데요?”


“약간 과일맛이 나죠? 원래 고민 커피를 내릴 때는 저희 가게에서 쓰는 원두랑은 다른 원두를 써요. 조금 입맛에 안 맞나 봐요?”


수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랄까, 약간 달콤하면서도 커피가 가지는 씁쓸한 맛이 어우러져서 그런지 정말로 맛있는 커피가 되었다. 그리고 뭐랄까,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커피 한 모금만으로도 이런 힘을 낼 수 있다니, 분명 사장의 바리스타로써의 실력은 훌륭할 것이다.


수연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가만히 사장을 바라보았다. 사장은 아까부터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에서조차 편안함이 느껴졌다. 정말로 이 남자에게는 자신의 고민거리를 말해줘도 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사장이 권하지 않았는데도 그녀는 저절로 입을 열었다.


“제 고민, 말해도 될까요?”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고민에 대한 게 새어나갈 걱정은 하지마시고 말씀해주세요.”


수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보며 말했다.


“벌써 3개월 전에 있었던 일이에요.”




1개월 전에, 그러니까 아직 학기 중일 때 이야기에요. 그러니까 이력서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다른 카페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어요.


그 때 카페에서 왜 일을 했냐면요. 자취방 월세를 내야해서였어요. 자취를 하는 대학생들은 대부분이 이렇게 하니까요. 물론 집에서 월세를 부담해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전 집에서 자취방 월세는 내주지 않아서 그런 선택을 했어요.


아무튼, 그 때 저는 사귀고 있었던 남자가 있었어요. 그 사람은 저와 같은 카페에서 일하던 알바였고 비슷한 시기에 일을 했어요. 그리고 취향이나 이런 게 저랑 비슷해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서로 사귀는 사이가 되었어요.


그 때는 정말로 좋았어요. 마침 그 애랑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얼굴도 자주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평일에는 같이 일하고 주말에는 같이 놀러 다니거나 같이 공부하러 도서관에도 가고 그랬어요. 정말로 좋았어요. 저한테는 첫 남자였거든요. 그 애가.


이런 말을 해도 되나 모르겠지만 그 애한테는 조금 안 좋은 버릇이 있었어요. 술만 마시면 성격이 좀 안 좋아진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술을 마셔도 꼭 소주를 두 병 세 병씩 마시더라고요. 그만큼 마시지도 못하는데. 그래서 걔가 술을 마시고 그렇게 취하고 나면 꼭 제가 데리러 갔어요. 다른 사람들은 못 말려도 제가 오면 어떻게든 말릴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이었어요. 그 술 때문에 결국 크게 싸웠었어요. 그 날은 기말고사가 끝나고 이제 졸업이라는 기분에 그 애 친구들이랑 저도 같이 술을 마셨었어요. 그나마 제가 있으면 술을 마셔도 어느 정도는 컨트롤이 되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같이 술을 마셨어요. 저 보기보다 술 잘 마시거든요.


문제는 그게 아니라, 그렇게 다 같이 술을 마시는데 그 애는 저희가 말렸는데도 생각보다 많이 마셔버렸어요. 그건 늘상 있던 일이라서 괜찮은데 갑자기 다른 친구가 그 애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해서 싸우려고 하더라고요. 그 때는 간신히 뜯어말렸어요. 다른 친구들이랑 합심해서. 그리고 더 이상 마시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거기서 술자리는 끝내고 제 자취방으로 데리고 갔어요.


하지만……. 그게 제일 큰 실수였어요. 자취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술에 취한 그 애는 절…….


그 다음 날에 혹시 기억하나 물어봤는데 역시나 그 애는 그 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을 못하더라고요.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서 그 날 오후에 헤어졌어요. 그 애한테는 사정을 잘 말해서…….


하지만 아직 알바는 그만 둔 게 아니라서 언제나 그랬듯이 카페에 나갔는데 그 애가 무슨 소문을 퍼뜨렸는지는 모르겠는데 같이 알바 하는 애들이 절 전부 다 경멸하는 눈으로 보더라고요. 뭐 다음은 이야기 안 해도 아시겠지만…….


그 카페에서 나오고 1주일 정도 지났을 때였을까요? 갑자기 그 애한테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잘 지내냐고. 혹시 다시 만날 수 없냐고 라면서 말이에요.



사장은 그 말을 듣고 굳은 얼굴로 가만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수연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다는 것 때문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커피 잔을 쳐다보고 있었다. 사장은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수연을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수연 씨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네. 어차피 만날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이대로 다시 매정하게 거절하는 건 좀 그래서요. 그 애가 무슨 짓을 할지 무섭기도 하고…….”


사장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즉 말하자면, 그 사람과 어떻게 좋게 헤어질 수 있을까가 질문인 것이다. 수연은 고개를 푹 숙였고 사장은 가만히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커피를 또 한 모금 더. 하지만 생각의 시간은 금방 끝이 났고 사장이 입을 열었다.


“도와드릴게요. 그 고민을 해결하는데.”


수연은 고개를 들고 사장을 쳐다보았는데, 사장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실 뿐이었다. 그녀도 그와 같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정말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사장은 자신감 있게 고개를 끄덕이고 잔을 내려놓고, 무릎을 손 위에 가지런히 모은 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작가의말

고민 편 마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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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고민 16.03.02 265 0 6쪽
10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일상 16.03.01 250 0 11쪽
9 02. 예비 고 3인 학생 - 후일담 16.02.29 278 0 5쪽
8 02. 예비 고 3인 학생 - 상담 16.02.24 260 0 8쪽
7 02. 예비 고 3인 학생 - 고민 16.02.23 272 0 6쪽
6 02. 예비 고 3인 학생 - 일상 16.02.22 229 0 7쪽
5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후일담 16.02.01 254 0 11쪽
4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상담 +1 15.12.16 295 1 12쪽
»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고민 15.12.07 254 0 8쪽
2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일상 15.12.06 284 0 14쪽
1 프롤로그. 서울의 여기저기, S 카페 편 15.12.03 439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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