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Kardi의 작은 책방

커피 한 잔에 고민 한 스푼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드라마

Kardi
작품등록일 :
2015.12.03 18:05
최근연재일 :
2016.03.07 23:14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916
추천수 :
4
글자수 :
57,207

작성
15.12.16 10:35
조회
294
추천
1
글자
12쪽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상담

DUMMY

“솔직히 어떻게 거절한다고 해도 아마 전에 그랬듯이 헛소문을 퍼뜨리거나 할 거에요. 제일 좋은 방법은 가짜 연인 같은 걸 만들어서라도 거절하는 거겠죠?”


분명 생각을 해봤던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그녀 주변에는 믿을만한 남자가 또 없고, 그런 일이 있은 다음인지라 사적으로는 남자를 만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수연은 눈을 조금 크게 뜨고 사장을 바라보았고 사장은 커피 잔을 들고 천천히 돌렸다.


“수연 씨가 바라는 건 핑계를 만들고 싶은 거잖아요? 다른 방법도 분명 있겠지만 가장 정확하게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아는 남자 분께 부탁해서 연인 행세를 해달라고 하면 되요.”


“그렇지만…….”


사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수연은 고개를 조금 숙여서 커피 잔을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지만 제 주변에는 그런 걸 도와줄 남자는 없는걸요. 또 그랬다가 그 애 때처럼 친해져서 연인이 되고, 연인이 된 후에 또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요? 전 그게 제일 무서워요. 그런 일이 있고 나니까 남자들이 전부 그런 식으로 밖에 안 보이고요. 그리고 설령 그렇게 했다고 해도 그 가짜 연인이 다치면 어떻게 해요?”


사장은 눈을 내리깔고 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하는 바이다. 보통 그런 일이 있은 다음에는 그런 일을 저지른 이성에 대해서는 공포를 느끼게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금 그와는 이야기를 이렇게 나눌 수 있는 걸까? 분명 사장 자신도 수연과는 이성인데 말이다. 잠깐 생각을 하던 그는 알겠다는 듯이 눈을 한 번 깜박였다.


‘그렇구나. 공적인 이유로 만나는 남자는 괜찮을지 몰라도 사적인 이유로 만나는 남자는 안 되는 거구나. 그럼 조금 어려운데.’


“그럼 일단 그 해결책은 잠깐 미뤄두고, 제가 하는 질문에 대답해주실래요?”


수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사장은 그녀를 따라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커피 잔 속에 담긴 커피를 바라보았다. 진한 갈색의 액체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는 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그 전 남자친구 분은 어떤 성격인가요? 아까 말씀하신 걸 들어봤을 때는 좀 난폭한 것 같은데요. 원래 일하던 곳에다가 허황된 소문을 퍼뜨린다거나, 아니면 주먹을 휘두른다거나 하는 것 같은데.”


“네. 말씀하신대로에요. 쉽게 짜증을 내고, 마음에 안 드는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의 안 좋은 이야기를 조금 과장시켜서 퍼뜨리고, 또 안 되면 주먹으로 제압하려고 해요.”


사장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다른 사람이기를 바랐지만 그런 걸 바라는 건 무리였나 보다.


“그런 사람이라면 가짜 연인으로 떨쳐 내는 작전은 조금 무리가 있겠네요. 일단 이게 제가 생각한 첫 번째 방법이고, 두 번째 방법이 있는데, 이건 전 남자친구 분이나 수연 씨한테 큰 상처가 생기는 방법이에요. 그래도 들어보실래요?”


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말했다.


“사실을 말해주는 거죠. 수연 씨가 그 남자친구 분과 헤어지려고 마음먹은 이유를 말이죠.”


수연은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사장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 대로였다. 정말로 두 사람에게 상처가 남는 방법이었다. 그 사실을 말하면 그는 분명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수연도 상처를 줬다는 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수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방법은 싫다는 것이었다. 사장도 그 방법은 씁쓸하다 생각했는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쩔 수 없어요. 결국에는 그 남자친구 분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가능하면 첫 번째 방법을 추천해드리고 싶지만 만약 첫 번째 방법이 힘들다면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방법을 선택 해야만 해요.”


수연은 아무런 말없이 커피 잔만 가만히 바라보았다. 커피의 진한 갈색의 액체 표면에 그녀의 얼굴이 투영되어 비쳤다. 넌 어떻게 하고 싶은 거니? 그 사람과는 만나기 싫은데 둘 중에 하나라도 선택하지 않으면 이도저도 안 될 거야. 가만히 묻자 표면에 비친 그녀가 말했다. 사장님이 그랬잖아, 두 사람 다 상처 받지 않고 끝나는 방법은 없다고. 사장님께 도움을 요청해보는 건 어떨까? 사장님도 결국은 남자고.


“저기 그럼……. 사장님께서 좀 도와주실래요?”


수연은 얼굴을 조금 붉히며 그렇게 말했고 사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것인지 조금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전 조금 곤란한데 말이죠……. 저 말고 다른 사람도 된다면 저 녀석한테 부탁해보는 건 어때요?”


사장은 손가락을 뻗어서 성규를 가리켰다. 그렇게 지목된 성규는 사장과 수연을 보더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수연은 성규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장님이 꼭 해주시면 안 될까요?”


사장은 정말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수연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에게 꾸벅 감사의 인사를 했다. 사장은 뒤통수를 긁적이더니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전 괜찮으니까 일단 그 남자친구 분을 저희 카페로 불러주세요. 그래야 얘기를 하죠.”


수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스마트폰을 조작해서 어딘가로 연락을 넣기 시작했다. 사장은 그런 수연의 모습을 보더니 카운터로 돌아가 입고 있던 앞치마를 벗었다.


“잠깐이겠지만 카페 좀 부탁한다.”


“무슨 상담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자업자득이에요. 알아서 해결해요.”


사장은 혀를 차더니 카운터에서 나와 탈의실로 들어갔다. 성규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고 말이다.



잠시 후, 카페에 덩치가 큰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성규의 인사말을 듣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수연이 앉아 있는 자리를 찾아 거기로 다가갔다.


“수연아!”


수연은 손을 들어서 조금은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남자는 가만히 커피를 마시고 있던 수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이런 카페에다가 날 부르고. 설마 그 때 했던 질문에 대답을 해주려고 하는 거야?”


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그걸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기대를 하는 눈빛으로 수연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리라 믿는 것 같았다, 그 때, 사복 차림의 사장이 두 사람에게로 다가왔다. 수연은 조금 어색하지만 그를 반겨주었다.


“아, 왔어요?”


“응. 아, 이 분이 전에 말한 남자친구 분이구나?”


수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남자는 고개를 홱 돌려서 사장을 바라보았다. 사장은 그의 무서운 시선을 살짝 웃어줌으로써 무시하고 수연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서 수연의 손을 잡았다. 수연은 조금 놀랐지만 지금 사장이 연기를 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색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그를 보더니 그에게 날카롭게 말했다.


“당신은 누군데 우리 수연이 옆에 앉고, 수연이 손을 잡는 겁니까?”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전 수연이 남자친구 되는 사람입니다.”


남자는 고개를 홱 돌려서 수연을 노려보았다. 무서운 눈빛이었지만 수연은 주눅 들지 않고 그에게 말했다.


“얼마 안 됐어. 이제 2주 정도?”


“수연이 너……. 나를 두고 어떻게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있어!?”


“수연이랑 당신은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닌데 왜 그렇게 화를 내시는지?”


사장이 조금은 엄격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남자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사장을 노려보았고 사장은 긴장하고 있는 수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더니 남자를 향해 말했다.


“당신이 수연이랑 헤어진 다음에 무슨 짓을 했는지 대강은 들었습니다. 그런 일을 해놓고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만나려고 하는 거죠?”


“내가 수연이한테 무슨 일을 했다고 그래! 당신이 뭘 안다고! 수연이 너도 말 좀 해봐!”


“너 같이 일하던 사람들한테 내 험담 늘어놨잖아. 나중에 상미 씨한테 물어보니까 가르쳐주더라. 내가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알아? 내가 쉬운 여자고, 아무한테나 붙고, 거기다가 집착도 심하다고 했다면서? 다 들었어!”


수연이 소리를 치자 옆에 있던 사장과 카운터를 보고 있던 성규는 물론 카페 안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손님들 전부 수연과 남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수연은 씩씩 화를 내며 남자를 노려보았고 남자는 당황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수연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속상해서 혼자 술을 마시는데 이 분이 와서 날 위로해주고 그랬어. 네가 아니라 이 분이! 그러니까 이제 나한테 집착 그만하고 너도 다른 사람 만나. 너 때문에 이제 골머리 썩기 싫어 나도.”


그 말을 들은 남자의 얼굴이 점점 빨개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수연에게 손을 휘둘렀다. 수연은 깜짝 놀라서 눈을 질끈 감았고, 사장은 재빨리 손을 뻗어서 남자의 손을 잡았다. 남자는 사장 쪽으로 고개를 돌려 노려보았고 사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쏘아붙였다.


“수연이가 당신이랑 왜 헤어졌는지 아십니까? 아까 수연이가 말한 있지도 않은 사실을 부풀려서 말하고, 그리고 이런 것 때문입니다. 당신이랑 사귀면서 수연이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는 아십니까? 알면 이제 그만 포기하시죠? 집착도 병입니다 병!”


남자는 사장의 손을 뿌리치더니 이번에는 주먹을 꽉 쥐고 사장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 사장은 아까처럼 그 손을 잡아냈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이 이상 하시면 진짜로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남자는 사장을 계속 노려보더니 그의 손을 내팽개쳤다. 그리고 수연을 노려보며 말했다.


“어디 그럼 잘 먹고 잘 살아라! 나도 이제 너 같은 년한테 신경 안 쓸 테니까 그 남자랑 잘 살아봐라!”


그러고 남자는 씩씩거리며 카페에서 나갔다. 카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닫히고 그 직후 카페 밖에서 들리는 남자의 괴성이 그들에게 들려왔다. 사장은 한숨을 푹 내쉬고 수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연 씨. 괜찮아요?”


수연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어떻게든 해결은 된 것 같아요.”


“나중에 또 그런 일이 있거나 욕이나 협박 하는 문자 보내면 경찰로 가서 고소하세요. 그게 제일 나을 거예요.”


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은 카페의 문을 가만히 노려보더니 수연을 바라보았다.


“나가는 건 나중에 하세요. 혹시나 저 남자 분이 숨어서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수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까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았다. 사장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는 카운터로 돌아갔다. 그러자 성규가 휘파람을 불며 그에게 말했다.


“멋지던데요? 사장님.”


“놀리지 마. 내가 제시했고 나한테 도움을 청했으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


“애프터 서비스인가요 무슨?”


사장은 눈을 치뜨고 잠시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성규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젓더니 그에게 앞치마를 건네주었다. 사장은 그걸 받아서 앞치마를 다시 입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커피 한 잔에 고민 한 스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04. 명절을 앞둔 중년의 여성 - 고민, 상담 16.03.07 183 0 9쪽
14 04. 명절을 앞둔 중년의 여성 - 일상 16.03.06 222 0 10쪽
13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후일담 16.03.04 183 0 7쪽
12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상담 16.03.03 251 0 7쪽
11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고민 16.03.02 265 0 6쪽
10 03. 밤늦게 찾아온 회사원 - 일상 16.03.01 250 0 11쪽
9 02. 예비 고 3인 학생 - 후일담 16.02.29 278 0 5쪽
8 02. 예비 고 3인 학생 - 상담 16.02.24 260 0 8쪽
7 02. 예비 고 3인 학생 - 고민 16.02.23 271 0 6쪽
6 02. 예비 고 3인 학생 - 일상 16.02.22 229 0 7쪽
5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후일담 16.02.01 254 0 11쪽
»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상담 +1 15.12.16 295 1 12쪽
3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고민 15.12.07 253 0 8쪽
2 01. 면접을 보러 온 여자 - 일상 15.12.06 284 0 14쪽
1 프롤로그. 서울의 여기저기, S 카페 편 15.12.03 439 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