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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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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74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2.01.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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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신입(1)

DUMMY

“야. 나랑 얘기 좀 해.”


나에게 다가온 남학생을 올려다봤다.


“나한테 할 말이 남았어? 우리 이제 같은 조도 아닌데?”

“말대꾸하지 말고 따라 나와.”

“여기서 해. 너랑 뭔 중요한 얘기를 한다고.”

“하... 넌 여자 뒤에 숨지 않으면 아무 말도 못하냐? 어린 새끼.”

“욕은 하지 말지?”


게다가 소원이 내 뒤에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랑 소원이 창가자리에 있었고 녀석은 복도쪽 자리에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내가 녀석과 더 가까웠다.


“하. 네가 박준영 믿고 설치나 본데. 요리도 못하는 그놈이 우리 과에서 잘 나갈 것 같아?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다고.”

“왜?”

“박준영 그 새끼! 애비도 없어서 애미랑만 사는데 뭘 배웠겠냐. 뻔하지 애미가 집에 없으니까 집에서 혼자 밥해먹다가 이거 좀 되겠는데 해서 요리 시작한 거겠지.”

“왜 그렇게 말을 심하게 해?”

“너 새끼도 그래. 스스로 생각 못하냐?”


녀석이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밀려고 시도하다가 내 뒤를 보더니 이내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대가리가 비었냐고.”

“왜?”

“왜 밖에 못하냐?”

“뭘?”

“하... 지금 나랑 말장난 하자는 거야?”

“왜?”

“미친 새끼...”

“에이. 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하...”


녀석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번 수업으로 어지간히도 화가 난 모양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런 상황을 만든 건 본인이 아니었나.


“너. 박준영 그 새끼 빽 믿고 설치지 마라. 내가 지켜볼 거야. 네가 얼마나 잘난 집안인지 모르겠지만 요식업계에 얼씬도 못하게 할 거라고.”

“어떻게?”

“야!!”


녀석이 오른손이 내 멱살을 잡아들었다.


“왜. 네가 모든 안다는 듯이 말해서. 다른 애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말해서. 질문한 거잖아. 이런 거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하... 개새끼.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박채담이 내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강의실에서 나가기 위해서 뒤를 돌자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한 사람이 보였다.


박채담의 덩치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박준영이 강의실 문에 서서 우리 셋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뭔데 우리 부모님을 애미, 애비라고 부르냐?”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의 화난 표정은 처음이었다. 어지간한 일로는 화내지 않는 박준영이었다.


“네가 뭔데 우리 집안에 대해서 말해?”


천천히 한 발짝씩 다가오는 박준영의 걸음에 맞춰 박채담도 뒤로 물러났다.


“네가 뭔데 내가 요리하는 이유를 논해?”


몇 발 지나지 않자 더 이상 뒤로 갈 수 없는 박채담 앞에 박준영이 가깝게 섰다.


“네가 뭔데?”


나는 소원의 눈치를 봤다. 창가 자리에 있던 탓에 박채담이나 박준영 모르게 강의실에서 나갈 방법이 없었다. 소름끼치게 박채담을 바라보는 박준영을 마주 서서 볼 수밖에 없었다.


“야. 네가 이전에 너희 아버지 지인 중에 로 호텔 책임자 있다고 했지? 내가 왜 요리를 시작했냐고? 로 호텔에서 메인 셰프로 일하는 어머니가 멋있어서 시작했다. 박군일 아저씨 아들이라서 그냥 적당히 넘어 갈랬는데 할 말 못할 말 구분 못하냐? 스스로 생각 못하냐?”


박준영은 방금 전에 박채담이 했던 것처럼 오른손 검지로 머리를 몇 번 톡톡치며 말했다.


“다신 그런 실언하지 마라. 나든 누구든.”


박준영은 그렇게 말하고는 옆으로 비켜섰다. 그러자 박채담이 기다렸다는 듯이 잰걸음으로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살면서 처음으로 덩치나 무력이 아닌 말과 분위기만으로 누군가를 압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 저딴 새끼를...”


박준영은 마른세수를 하더니 이내 웃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커피는 내가 사야겠는걸.”

“벌써 조교님한테 다녀온 거야?”

“아니... 뭘 좀 두고 가서.”


박준영은 자신이 앉았던 책상의 안에서 돌고래 모양의 키홀더를 꺼냈다.


“어머니랑 처음 여행간 바닷가에서 샀는데 귀엽지. 이번에는 진짜 끝내고 올게. 어디 다른 데 가 있을 거면 연락 좀.”


머쓱하게 웃어 보인 박준영은 그렇게 급하게 강의실에서 빠져나갔다. 나는 소원과 조용히 눈을 마주쳤다.


+++


그때는 1학년이라 유치하게 대했지만 지금은 나이를 먹은 만큼 먹었다. 애들 상대로 유치하게 굴 수도 없고 어떡하지...


그러고 보니 박채담 그 뒤로 한 번도 못 봤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모두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은 건드리는 거 아니야.”


박준영도 그랬고 백로운도 그렇고... 다들 왜 그렇게 무서운지.


그 순간 고서우가 떠오른 것은 왜였을까. 어렸을 적 물음표 빌런으로 입문하려던 기억이 떠올라서였을까. 확실히 그때 말을 심하게 했을지도 몰라...


그 검은 옷을 입은 녀석들이 제대로 된 녀석들이 아니란 건 나도 알면서 그냥 짜증도 나고 욱해서 뭐라고 한 것도 없지 않았다.


“다음에 보면 사과하고 얘기를 좀 들어봐... ㅇ...”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려고 하는 나의 시야에 벽에 걸린 시계가 보였다. 언제 그렇게 시간이 지났는지 수업 시간까지 3분이 남은 시점이었다.


“지각이다!!!”


서둘러 잔을 정리하고 가방을 챙겨서 강의실까지 뛰어 올라갔다. 나이를 먹어서 못할 줄 알았지만 스탯이 생긴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불과 얼마 전 같은 일들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탑도, 몬스터도, 능력도 없던 세계. 우리는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런 평화로운 세계에서 내 친구들과 다시 한 번 웃고 떠들 수 있다면...


+++


토요일, 잠실 운동장.


“오늘은 인원이 이것밖에 없어요?”


로운이 팔짱을 끼고 서서 옆에 서있는 석에게 물었다. 현재 시간 10시 50분. 탑 앞에 와있는 사람은 로운과 석 그리고 나래뿐이었다.


“지혁씨는 오늘 조별과제 회의가 있다고 어제 연락이 왔어요.”

“제천씨는 늦잠이에요. 이거 지혁 씨랑 훈련할 때는 잘만 일어나더니 점점 게을러져.”


로운의 옆에서 나래가 혀를 차며 말했다.


“미혜는요?”

“잠시 화장실이요.”


나래가 조금 떨어져있는 화장실을 보지도 않고 엄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마침 미혜가 화장실에서 손을 털며 나오고 있었다.


“그래도 요즘은 꽤 좋아 보이네요.”

“잘 먹고 운동도 하다 보니 겉은 괜찮아 보이죠? 이제 지혁씨랑 화해 좀 했으면 좋겠어요. 보는 내가 숨이 막혀.”


나래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짧은 비명을 지르더니 곧 머리를 정돈하고 얌전해졌다.


“아무튼... 그럼 쌍둥이들은?”


로운의 질문에 석이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이전에 로운이 팠던 단톡방이었다.


[양승주 : 일이 생겨서요. 최대한 빨리 가보겠습니다!]


“무슨 일일까... 응... 그럴 수 있지.”


로운은 애써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 명 안 빠진 것 같은데 인원이 너무 없어 보였다.


“우리 네 명으로 괜찮을까요?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견학 수준으로 한다면서요?”

“그렇긴 하죠... 확실히 제천씨나 지혁씨 같은 포지션이 한 명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는데...”


13층은 비행형인 박쥐 몬스터들이 다수 등장했다. 로운이 두 사람의 포지션을 대신해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한 명 정도는 더 있었으면 했다.


“흠...”

“저기 혹시 파티원 더 구할 생각 없으세요?”


그때 한 사람이 다가와 로운에게 말을 걸었다. 짧은 머리에 이목구비조차 중성적인 느낌을 풍겨 로운은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목소리조차 남자치고는 높았고 여자치고는 낮았다.


“저기요? 파티원 구할 생각 없으세요?”

“아. 혹시 포지션이 어떻게 되세요?”


상대는 자신이 들고 있는 칼을 보여주었다. 긴 일본도였다.


“검이요.”

“아니 포지션이...”

“뭐든 시켜만 주세요!”


이 무슨 열정 가득한 청춘이란 말인가.


“저희가 지금 13층에 갈 생각인데 괜찮으신가요?”


로운은 지금 당장 지혁의 능력이 그리웠다. 만약 자신들이 1층이나 2층 등을 갔다면 덥석 데리고 갔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추가 인원이 필요도 없었겠지만 말이다.


지혁도 없고 숙련된 힐러도 없는 상황에서 누가 들어왔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네! 저 맡겨만 주시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신입사원이 면접관에게 자신을 뽑아달라고 어필을 하듯이 당당하게 외치는 모습에 로운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좀...”


로운이 옆에 서있는 석을 바라봤다. 그는 고개를 조금 갸웃하더니 이내 끄덕였다. 본인은 상관없다는 의미였다. 반대쪽을 보니 나래도 빙긋 웃고 있었다.


“괜찮지 않을까요? 위험할 것 같으면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로운 씨 혼자 감당하기는 힘들잖아요.”


그도 그럴 것이 로운의 스킬은 넓은 범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지만 빠르지는 않아 수도 많고 빠른 박쥐들을 상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요. 어려울 것 같으면 천천히 이동하면 되니까요.”

“감사합니다! 저는 고서우라고 합니다. 서국대학교 17학번 입니다!”

“아... 예.”


로운은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자신의 학교과 학번을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딱히 궁금하지 않은 정보였다. 그러나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었다.


‘서국대학교?’


어디선가 들어봤다고 생각했지만 곧장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석이 그의 팔을 건드렸다.


“온다.”

“아... 그러네요. 슬슬 올라갈 준비를 하면 되겠어요.”


석이 가리킨 방향에서 자신과 쏙 닮은 남자아이의 팔짱을 끼고 끌다시피 뛰어오는 승주가 보였다.


“죄송합니다!!”


목소리가 얼마나 우렁차면 뛰어오는 승주와 승우를 따라 탑 앞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로운!! 대표님!!”


하지만 뒤이은 승주의 말에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로운을 향했다.


“에휴...”


깊은 한숨을 내쉬는 로운을 옆에 선 석이 조용히 어깨를 두드렸다. 로운에게 사람들의 시선은 익숙한 것이었지만 이제 막 팀에 들어온 양승주와 양승우를 이런 식으로 알릴 계획은 없었다.


“죄송합니다. 버스가 오는 길에 갑자기 마법진이 생겨서... 뛰어오는 바람에...”


승주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로운과 석 앞에 도착했다. 승우는 거의 거품을 물고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로운은 핸드폰을 켜서 현재 서울에서 나타난 마법진의 위치를 확인했다. 논현동 일대에 지름 500m 정도의 마법진이 형성되었다는 뉴스가 메인으로 떠있었다.


“논현동부터 뛰어 왔어요?”

“네. 마법진 주변이 지금 완전 난장판이라서요. 버스를 갈아탈 상황이 아니었어요.”


로운은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마법진이 생겨서 조금 늦을 것 같다고 해서 여기 이해 못할 사람은 없었다. 만약 이해 못한다고 한다면 그가 설득할 자신도 있었다.


“다음에 그런 일이 있을 것 같으면 단톡방에 말해줘요. 그런 일이면 이해 못할 것도 없으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승주가 활기차게 대답했다. 옆에서 승우가 죽어가는 목소리로 손을 들었다.


“승주는... 늦고 싶지 않았대요... 첫날이니까.”


한 마디, 한 마디에도 금방 쓰러질 것 같은 승우가 승주의 입장을 대변했다.


“알겠으니까 숨 좀 골라요. 뭐라고 할 생각은 아니었으니까요.”


로운은 승우를 앉아 세우고는 두 사람이 헐떡이며 오자마자 주변 편의점으로 달려간 미혜가 사온 물병의 뚜껑을 따서 건넸다.


“그래도 장하네. 늦지 않으려고 뛰어오고. 늦잠 자느라고 안온 사람도 있는데.”


미혜가 두 쌍둥이 옆에 쭈그리고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우와. 진짜 쌍둥이에요? 쌍둥이가 다른 성별이면 이란성 아니에요? 근데 이렇게 닮을 수 있구나.”


그런 미혜의 곁에 서우도 쭈그리고 앉아 신기하다는 듯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분은 누구세요?”


이에 승주가 노골적으로 불편한 티를 내며 물었지만 서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일일 파티원이요!”


승주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말단 팀원이 늦은 처지에 대표도 뭐라고 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 왈가불가 할 수 없어 입을 다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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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각자의 목표(7) 21.12.31 9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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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각자의 목표(5) 21.12.29 91 0 12쪽
58 각자의 목표(4) 21.12.28 92 0 13쪽
57 각자의 목표(3) 21.12.27 90 0 13쪽
56 각자의 목표(2) 21.12.26 95 0 14쪽
55 각자의 목표(1) 21.12.25 101 0 11쪽
54 각자의 일상 21.12.24 103 0 13쪽
53 워밍업(2) 21.12.23 110 0 13쪽
52 워밍업(1) 21.12.22 118 0 12쪽
51 Restart 21.12.21 128 0 11쪽
5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8) 21.12.20 122 1 12쪽
4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7) 21.12.19 119 1 13쪽
48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6) 21.12.18 131 1 12쪽
47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5) 21.12.17 118 1 12쪽
46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4) 21.12.16 118 0 12쪽
45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3) 21.12.15 121 0 13쪽
44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2) 21.12.14 125 0 11쪽
43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1) 21.12.13 124 0 12쪽
42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0) 21.12.12 128 0 13쪽
41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9) 21.12.11 133 1 14쪽
4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8) 21.12.10 131 1 12쪽
3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7) 21.12.09 135 1 13쪽
38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6) 21.12.08 14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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