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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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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83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2.01.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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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소원(1)

DUMMY

“아. 난 박준영이라고 해. 오티때 못 봐서 혹시나 했는데. 지혁이구나.”

“아...”

“여기 이렇게 우리가 한 조야. 이쪽은 임소원. 이쪽은 박채담.”


박준영이 가리킨 방향에는 누가 봐도 신경 써서 꾸미고 온 듯이 화려한 프릴이 달린 원피스에 코트를 입고 있는 눈이 동글한 귀여운 인상의 여학생이 서 있었다.


그리고 여학생의 옆에는 스포츠 머리에 각진 얼굴을 지닌 남학생이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이햐. 반갑다. 오티때도 안 와서 우지혁이라는 애가 어떤 앨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네. 잘 부탁한다.”


우직해 보이는 박채담이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크고 두터운 손을 잡자 묵직한 압박이 느껴졌다. 오랫동안 요리를 해온 손이었다.


“다들 시간 괜찮아? 우리 커피라도 마시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얘기해볼래?”


커피라니... 그런 음료에 쓸 돈은 없었다. 커피는 그저 쓴 맛이 나는 비싼 물 아닌가?


“저기... 난.”

“아. 어머니가 친구들하고 맛있는 거라도 사먹으라고 카드를 빌려주셨거든. 응? 별 다른 약속 없으면 가자!”


박준영이 친근하게 다가오며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렇게 처음으로 카페라는 곳으로 끌려오게 되었다. 학교 내에 있는 카페는 오전 수업이 끝난 학생들로 붐볐다.


“다들 뭐 마실 거야?”


임소원이 흥미롭게 메뉴판을 바라보며 물었다. 뭐 카페가 거기서 거기가 아니겠나. 아니면 얘도 나처럼 카페가 처음인건가?


“나는 체리 에이드.”


박채담이 먼저 대답했다. 에이드라... 나도 그럼 레몬 에이드로 할까...


“나는 그럼 아메리카노로 할게. 차갑게.”

“어차피 아메리카논데 왜 그렇게 고민한 거야.”


임소원과 박준영이 시시덕거리며 주문을 했다.


“못 보던 메뉴들을 먹어볼까 했는데 그래도 처음 와보는 곳은 아메리카노로 먹어봐야겠거든. 에스프레소는 못 먹겠더라구.”

“너도? 나도 그런데.”


아주 쿵짝이 잘 맞는 두 사람은 나란히 아메리카노를 Cold&Hot 세트로 주문했다.


“지혁아. 골랐어?”

“음... 아 나는... 사실 카페가 처음이라 잘 모르겠어.”


옆에서 풉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웃던 박채담과 눈이 마주치자 그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다.


“왜 그래?”

“아니. 웃기자나 조리학과에 왔으면서 카페도 안 와봤다고?”


그는 무엇이 그렇게 웃긴지 한참을 웃더니 이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배를 부여잡고 멈췄다.


“아. 배아프다. 미안미안. 너무 웃겨서.”

“그럴 수 있지.”


괜찮다. 이 재수 없는 녀석아.


“음... 그럼 평소에 어떤 맛을 좋아해? 신맛? 단맛? 시원한 맛?”

“그런 것도 잘 모르겠는데...”


옆에서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조용히 박채담을 바라보자 그가 입을 열었다.


“와... 요리한다는 애가 자기가 좋아하는 맛도 몰라? 평소에 뭘 먹고 사는 거야?”


좀 여유로울 때는 간장계란밥 해먹고, 그마저도 안 될 때는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받아온 폐기를 먹고 산다.


나는 속으로 그에게 일일이 답을 해주면서도 말로 내뱉지는 않았다. 이런 성격이라면 그대로 말하는 것이 더 위험할 테니까.


대학에서는 절대적으로 소문을 조심해야 한다.


“왜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편식이 없다는 뜻이잖아.”


박준영이 싱긋 웃어 보이며 나를 대신해 대답했다.


“맞아. 그럼 익숙한 맛이 좋겠지. 평소에 단 건 잘 먹어?”

“아. 응.”

“그럼 초코라떼 어때? 커피는 잘 안 마시던 거지? 그럼 커피 들어간 거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럼 그걸로 할게.”


임소원이 메뉴판을 보고 고민하더니 초코라떼라는 것을 주문했다. 라떼라면 우유를 넣어서 만든 음료란 뜻이었지?


주문을 마친 우리는 구석에 비어있는 4인용 테이블에 앉았다.


“아, 근데 무슨 1학년 1학기부터 조별로 진행하냐. 실습 수업도 없으면서.”

“맞아. 그건 좀 의외였어. 그래도 한 과목쯤은 실습 수업들을 줄 알았는데.”

“너희 실습수업 안 들어?”


세 사람은 익숙하다는 듯이 대화를 이어갔다. 이전에 친구들과 이렇게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소원이 너는 실습수업 들어? 어떻게? 1학년 과목 중에 없던데.”

“아냐. 잘 찾아보면 몇 개 있었어.”

“아 뭐야. 실습 수업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쩌냐. 이번 1학년들 실습 없는 줄 아는 데.”


마치 정해진 대본이라도 있는 듯 막힘없이 술술 이어져가는 대화가 마치 물살 같았다. 나는 그 물살에 타고 흘러 다니는 통나무고.


“아. 음료 나왔대. 내가 가져올게.”


박준영이 먼저 일어나서 카운터로 향했다. 카페라는 곳은 주문이 나오면 자신이 가지러 가는 듯 했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방과후에 다른 애들과 어딜 가본 전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자자. 이건 채담이꺼. 이건 소원이꺼. 이건 지혁이꺼.”


박준영은 안에 든 음료를 재차 확인해 보고는 각자의 앞에 내려주었다. 깔끔한 잔의 표면으로 안에서 녹아내리고 있는 짙은 고동색의 시럽이 보였다.


달달한 냄새. 초코 라떼라더니 초코랑 우유를 섞은 건가.


“그런데 다들 어떻게 들어왔어? 나는 실기 전형으로 들어왔어.”


초코라떼는 무척 달았다. 그 단맛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런 사치를 또 언제 누려볼 수 있겠나.


“우리 과면 대체로 실기 전형으로 들어오지 않아? 오더라도 오래 못 버틴다고 하던데.”

“나도 실습 전형이야. 지혁이 너는?”


박준영이 나에게 물었다. 내가 새로운 맛에 빠져있는 동안 대화의 주제가 또 바뀐 듯했다.


“이 녀석. 카페 처음이라더니 아주 푹 빠졌구만.”


박채담이 웃기다는 듯이 말했다.


“뭐라고? 미안. 못 들었어.”

“대학 어떻게 들어왔어? 우리는 실기로 들어왔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어.”


나의 그런 답변에도 박준영은 표정 하나 찡그리지 않고 웃으며 다시 말해줬다.


“아. 나는 정시로...”


어느 학과든 상관이 없었다.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만 아니라면 어디든. 그래서 성적에 맞춰서 왔다.


하지만 내 대답에 다들 어딘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한 놈만 빼고.


“하하하. 이번에 몇 명 있다더니. 그게 바로 너였구나! 왠지 조리학과 온 거 치고는 어리숙해 보이더라.”


솔직한 건지 예의가 없는 건지. 박채담은 큰 소리로 웃으며 나에 대해 말했다.


“꼭 요리 하던 사람만 와야 하는 건 아니잖아. 요리에 관심이 생겼을 수도 있고.”


임소원이 박채담을 말리듯 말했다.


“맞아. 우리 과라고 반드시 요리하는 직업을 갖는 건 아니니까. 영양사나 개발 쪽으로 갈 수도 있는 거고.”


박준영도 임소원을 거들었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박채담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관심 없던 애가 관심가지고 몇 년씩 연습해왔던 애들을 어떻게 따라가. 지혁이 너는 정말 이론 열심히 해야겠다.”

“응.”


어차피 이런 애들이 하는 말들의 대부분은 생각 없이 하는 말들이었다. 신경 써서 들을 필요도 없었다.


“우리 이만 일어나 볼까? 점심도 같이 먹고 싶은데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다음에 같이 먹자!”


박준영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박채담을 데리고 먼저 나갔고 남은 임소원이 아까 전에 박준영이 가져온 쟁반에 빈 잔을 담고 있었다.


여기는 가져다 두는 것도 직접 하는 모양이었다.


“줘. 내가 가져다 둘게. 먼저 가.”

“고마워.”

“근데 어디 가져다 놔야해?”

“아. 저기야.”


임소원이 카페 내의 구석을 가리켰다. 빈 컵과 쟁반들이 쌓여있었고, 커다란 구멍의 쓰레기통이 있었다.


컵을 정리하고 있자니 임소원이 다가왔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신경 쓰지 않는다.


“괜찮아.”

“채담이도 별 뜻 없이 한 말일거야.”


별 뜻 없이 그렇게 무례하게 말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응. 나 정말 괜찮아.”

“그럼 다행이고. 앞으로 잘 부탁해. 지혁아.”

“나도 잘 부탁해.”


나는 마지막 남은 빨대 비닐을 한 데 모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옆을 보니 둥근 눈을 예쁘게 만 임소원이 웃고 있었다.


아마도 그게 소원에 대한 첫인상이었을 것이다.


+++


“뭐야. 이번 1학년 들이 실습 수업이 있다는 걸 모른다는 소문이 있던데 진짜였네?”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 교수가 조리실 내를 둘러보며 말했다. 말과 달리 상당히 무미건조한 리액션을 하며.


조리실 내에는 고작해야 15명 정도 되는 조리복 차림의 학생들이 있었다.


조리학과 1학년 입학생 수가 100명이 조금 넘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적은 수도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그건 나 혼자만의 생각인 듯 했다.


“아직 수강 과목 변경 기간이 남아있으니까 너희가 다른 1학년들한테 소문 좀 내줘라. 실습 수업 있다고.”


교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오늘의 수업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수업은 하지 않겠다. 다음 주부터 실습에 들어갈 거고. 각 수업마다 점수를 매겨서 종합 점수로 학점을 매길 거니 하루도 긴장을 놓치지 말도록.”


학생들 사이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대학 수업은 상대평가 인 거 알지? 15명이면 여기서 A는 많아야 4명뿐이다. 난이도를 내리고 싶다면 소문 좀 많이 내렴.”


교수는 농담이라는 듯이 싱긋 웃으며 말하곤 실습실에서 나갔다.


“지혁아. 너도 이 수업 듣는 구나!”


사람이 늘어나는 게 도움이 될지 아닐지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소원이었다.


“아... 너도 듣는다고 했었지.”


이전에 카페에서 나눴던 대화가 문득 떠올랐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실습 수업에 관한 내용이 지나갔던 것 같다.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아직 다른 애들이랑은 거의 대화도 못 해봤거든.”

“나도.”


의외네. 상당히 인싸로 보였는데. 아무렴 어때. 나도 모르는 거 물어볼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혹시 오늘 점심 누구랑 먹어? 괜찮으면 같이 먹을래?”

“어...”


머릿속에서 아침에 등교하면서 봤던 통장 잔고가 떠올랐다. 하루만 더 버티면 됐지만 당장 어디 가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미안하지만 거절해야할 것 같다.


“나 아는 선배가 식권을 두 장 줬거든. 같이 학식 가보자!”


먼저 선수를 치듯 임소원이 식권 두 장을 들어 펄럭이며 말했다. 이렇게 되면 거절할 명분도 없어진다.


“그래.”

“좋아! 아. 나 학식 완전 기대돼!”

“으응...”

“옷 갈아입고 요 앞에서 봐!”


임소원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손에 들린 식권마냥 신나게 팔랑이며 조리실에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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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각자의 목표(8) 22.01.01 85 0 11쪽
61 각자의 목표(7) 21.12.31 90 0 11쪽
60 각자의 목표(6) 21.12.30 90 0 12쪽
59 각자의 목표(5) 21.12.29 91 0 12쪽
58 각자의 목표(4) 21.12.28 92 0 13쪽
57 각자의 목표(3) 21.12.27 90 0 13쪽
56 각자의 목표(2) 21.12.26 95 0 14쪽
55 각자의 목표(1) 21.12.25 101 0 11쪽
54 각자의 일상 21.12.24 103 0 13쪽
53 워밍업(2) 21.12.23 110 0 13쪽
52 워밍업(1) 21.12.22 118 0 12쪽
51 Restart 21.12.21 128 0 11쪽
5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8) 21.12.20 122 1 12쪽
4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7) 21.12.19 119 1 13쪽
48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6) 21.12.18 131 1 12쪽
47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5) 21.12.17 118 1 12쪽
46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4) 21.12.16 118 0 12쪽
45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3) 21.12.15 121 0 13쪽
44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2) 21.12.14 125 0 11쪽
43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1) 21.12.13 124 0 12쪽
42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0) 21.12.12 128 0 13쪽
41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9) 21.12.11 133 1 14쪽
4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8) 21.12.10 131 1 12쪽
3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7) 21.12.09 1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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