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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59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1.12.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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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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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2)

DUMMY

“내가 그걸 왜 말해줘야 하지?”


물론 아는 게 없어서 알려주고 싶어도 알려줄 수 없다.


“흐응... 지금 본인의 처지가 어떤지 전혀 모르는 것인가?”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말한다고 우리를 놓아줄 것도 아니고. 우리에게 하던 짓을 멈출 것도 아니잖아.”

“그래... 안 그래도 지난번에 저걸 함부로 만지고 갔더군... 난 내 물건을 만지는 놈들이 정말 싫어.”


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노려보자 푸른 마법진이 조금 더 밝게 빛났다. 검은자가 모두 보일 정도로 크게 뜬 눈이 기괴해보였다.


“말해... 그 눈. 누가 그렇게 한 거지?”


눈? 눈이라니... 설마 이 오른쪽 눈을 말하는 건가. 내 눈 중에서 특별한 눈이라고는 이것밖에 없었다.


“넌 뭐 때문에 우리나라를 방해한 거지?”

“묻는 말에나 답해라.”

“흥!”


쇠창살을 마주한 남자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상대는 피식 웃어보이고는 등을 돌렸다.


“그래... 어디서 왔든 무슨 상관이냐. 어차피 여기서 죽을 목숨인걸.”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뒤를 돌아 사라졌다.


“갔나요?”


겨우 한 명의 얼굴만을 비칠 수 있는 크기의 창문 때문에 비켜있었던 로운과 소원은 옆으로 비켜나 있었다.


“눈이라니... 신의 눈물... 그게 뭘까요?”

“저도 처음 들어보는 말입니다만 하는 말로만 생각해봐서는 제 오른쪽 눈과 관련된 이야기 같습니다.”


신의 눈물.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아이템인가? 그나마 짐작이 가는 것은 그때 소년이 들고 있던 푸른빛의 보석.


진짜 눈물일까? 어떤 능력이 있는 거지? 이것도 사람마다 받은 능력이 다른 걸까? 아니면 주는 신에 따라서 달라지나? 신이 한 명이 아닌 건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는 다른 건가?


황혼의 보스가 남기고 간 말에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그건 나뿐만이 아닌 듯 침묵이 우리를 감쌌다. 처음 입을 연 것은 소원이었다.


“그런데 우리 여기서 어떻게 나가?”

“아...”


소원의 말에 그제야 나와 로운은 생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했다. 우리에게 당장 중요한 것은 내 눈이 뭐냐가 아니었다.


여기서 나갈 방법을 찾지 못하면 다 같이 굶어 죽을 상황이었다.


“황혼의 보스가 이 탑을 제어하는 것 같았어요. 역시 이것도 아까 말한 그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요?”

“네. 그건 확실해요. 탑이 고쳐지기 전에 그 사람 눈에서 마법진이 보였거든요. 아까 사실 대화를 할 때도 뭔가 위험해 보이는 마법진을 쓰고 있었어요.”


몇 겹에 걸쳐서 만들어진 복잡한 형식의 마법진.


“그 사람은 눈의 힘을 사용하는데 능숙해 보이네요. 그렇다는 말은 이 탑. 지혁 씨 말도 듣지 않을까요?”

“하지만 저는 이걸 사용할 줄 몰라요. 고작 해봐야...”


조금 집중해서 로운을 바라보자 로운의 곁으로 문자들이 나타나 나열되기 시작했다.


“스탯을 보는 정도에요.”


생각에서 벗어나자 글자들이 흩어지며 사라졌다.


“다른 사람도 해냈다는 건 지혁 씨도 할 수 있다는 소리일 거예요. 스탯을 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다가가보죠.”

“좋습니다.”


...


“그런데 어떻게요?”

“음. 스탯을 볼 때 어떻게 합니까?”

“그냥 대상을 집중해서 봅니다.”

“집중해서 볼 때 다른 건 없나요?”

“네.”


로운이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허공을 바라봤다.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그의 습관이었다.


“집중할 때 어떤 생각 같은 것도 하나요?”

“아뇨. 좀 세세히 본다는 느낌이지 어떤 생각을 하며 보진 않아요.”


대답을 하면서도 스스로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대체 능력을 주면 뭐하나 쓰지를 못하는데!


“그럼 일단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봅시다. 우리가 여기 있는 한 죽기 전까지는 남아있는 게 시간뿐이니까요.”


이 사람 꽤 살벌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알겠습니다.”

“저... 무슨 얘기야?”


옆에서 말없이 지켜만 보고 있던 소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다 아직 그녀에게 이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오늘도 또 한 사람에게 내 비밀에 대해 이야기해야 했다.



이러다가 세계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어차피 이럴 거 처음부터 자세히 얘기해 줄 걸 그랬다.


+++


미혜가 날아간 방향으로 뛰어간 석은 나무에 걸려있는 제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서 뭐하냐.”

“선생님...”


울먹이는 목소리.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다친 건가?


“배고파요...”


석이 이마를 짚고는 고개를 저었다. 어디 다친 게 아닐까 걱정했던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안 그래도 회복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몸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만 참아라.”


나무에 걸려있는 제자의 작은 몸을 조심스럽게 들어 내려주었다. 바닥에 내려온 미혜가 배가 고프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휘청거렸다.


“...”


그러곤 힐끗 석의 눈치를 보더니 바르게 섰다.


“대표님 만나면 고기나 실컷 사달라고 해야겠다.”

“그래.”


회사의 재정상태가 걱정이 되는 석이었지만 그건 로운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그나저나 이제 어떡해요? 저거 잡으러 가요?”


미혜가 보이지 않는 창으로 무언가를 찌르는 모션을 취하며 물었다.


“일단 다른 사람들부터 찾는 게 좋을 것 같다.”

“와. 선생님 설마 저거에 쫄았어요?”

“...”


석이 말없이 내려다보자 깐족거리던 미혜가 금세 눈치를 보며 얌전해졌다.


“그...그럴 리가 없지. 우리 선생님이. 응. 저런 이상한 거에 쫄 리가 없지.”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고 혼자 대답을 하던 미혜가 팔과 다리를 동시에 움직이며 앞으로 걸어갔다.


“길은 알고 가냐.”

“아뇨. 하지만 어차피 어딜 봐도 똑같은 걸요? 이제 찾아봐야 하지 않겠어요?”

“흠.”


확실히 그녀의 말이 맞았다. 숲의 꽤나 깊은 곳까지 왔는지 숲의 바깥보다 우거졌다.


그나마 빛을 비추어주던 하늘도 울창한 나뭇가지에 가려져 주변이 어두웠다. 고개를 꺾어 보이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던 석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탑이 공터에 있었다고 했지...’


그렇다면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서 보면 뭔가가 보이지 않을까? 이렇게 울창한 숲이라면 나무 위에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덤으로 자잘한 몬스터에게서도 피할 수 있다. 물론 자신들을 따라오는 것은 비행형 몬스터지만 적을 발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높이 날진 않을 것이다.


“위로 올라간다.”

“네?”


미혜가 더 묻기도 전에 석이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몇 십 미터는 될 것 같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자 조금씩 시야가 밝아졌다.


“뭐가 좀 보여요?”

“...”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왔지만 비교적 키가 작은 미혜는 마지막 가지 너머를 볼 수 없었다.


‘저긴가 보군...’


나무 위로 고개를 빼내자 곧장 비어있는 숲의 일부분이 보였다. 뒤로는 호텔이 보였고, 공터 너머로는 병풍처럼 숲을 둘러싸는 형태의 거대한 건물이 하나 있었다.


“대충 알겠다. 저쪽으로 가자.”

“예압.”


미혜는 앞에 뭐가 있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일단 대답부터 했다.


“에휴.”


석이 미혜를 들어 올려 자신이 본 풍경을 보여주었다.


“우와...”

“저기다. 앞에 빈 공터 보이지?”

“숲 한 가운데 왜 저런 공터가 있어요?”

“나도 모른다.”

“저기 뒤쪽에 저기가 우리가 있던 호텔이죠?”

“그래.”

“이햐...”

“그만 내려와.”

“아아~~ 좀만 더 보고 싶은데.”

“혹시라도 떨어질 상황이 있을 때 방향을 잊지 말라고 보여준 거다. 풍경 구경하라고 보여준 게 아니고.”

“네네~”


미혜의 입이 또 삐죽 튀어나왔다. 말은 하지 않아도 ‘고지식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굳이 쓸데없는 일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석은 말없이 먼저 말했던 방향을 따라 나뭇가지를 밟고 뛰었다. 그 뒤를 가벼운 몸짓으로 미혜가 따랐다.


+++


로운의 말대로 시간이 넘쳐나는 우리들은 바닥에 둘러앉아 고민에 빠졌다.


“탑을 뚫어져라 보는 건 안 되고... 속으로 명령하는 것도 안 되고...”

“진심으로 해보긴 한 거죠?”

“당연하죠.”

“솔직히 간절히 바라면 될 줄 알았는데... 소설 같은 거 보면 마법도 간절히 바라며 주문을 외워야 쓸 수 있다고 하잖아.”

“소설과 현실이 다르다는 걸 여기서 알게 되네.”

“그래도 지혁 씨가 우유를 챙겨와 주신 덕분에 굶어죽을 시간이 지체시킬 수 있게 됐네요.”

“이 사람. 위험한 사람일세.”


반은 수다, 반은 회의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며 대안을 찾고 있었다.


“그럼 석판을 쓸 때는 어떻게 했어요?”

“아. 그건 제 의지와 상관없었어요. 그냥 손을 대기만 해도 마력이 흘러 들어갔어요.”

“흠... 탑을 만져도 그런가요?”

“글쎄요.”


로운의 의견에 자리에서 일어나 벽 가까이 섰다. 들어오면서도 문을 제외하고는 만진 적이 없던 탓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탑에는 창문도 없어서 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지만 내부 벽에는 이끼 같은 것들은 없었다. 오히려 깨끗했다. 누군가 매일매일 닦아 주는 것처럼.


나는 침을 한 번 삼켰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나요.”

“긴장하지 마세요. 어차피 안 되면 다른 대안을 찾으면 되니까요.”

“그쵸?”


지금까지 나온 모든 방법들을 쓸 때마다 혹시...? 라는 마음으로 임했지만 성공했던 적은 없었다. 이것도 마찬가지리라.


그러니까 마음을 진정시키고 실험해보자.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한고는 깨끗하게 관리된 벽에 손끝을 가져다 댔다.


“으악!”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이야!”


순간적으로 터져 나온 비명에 로운과 소원이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허...”


너무 놀라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봐요.”

“어후...”


지금까지 스킬을 쓰거나 석판을 움직이거나 할 때 노란색 실빛을 본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휘몰아치듯 밀려나가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댐에서 모아둔 물을 풀어내는 것처럼 내 안에서 노란색의 빛이 쏟아져 나가 탑에 스며들었다.


“이거... 완전 마나먹는 돼진데요?”

“마나먹는... 돼지요?”


내 말을 증명하듯 내 앞에 한 안내창이 나타났다.


[다량의 마나가 소모되었습니다.]


세상이 뱅글뱅글 도는 기분이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렸다.


이럴 때 마나 회복 포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소한 섬세한 따뜻한 아메리카노라도 있었으면...


“이 탑 마나를 흡수하는 것 같아요. 잠깐 댔을 뿐인데 어지럽네요.”

“어... 어. 여기 기대앉아요. 아니 여기 기대면 안 되겠다. 음. 이러고 있읍시다.”


로운은 나를 탑의 벽에 기대앉게 하려다가 곧장 생각을 바꿔서는 나와 등을 맞대고 앉았다.


“감사합니다.”


나는 앉아서 숨을 좀 돌렸다. 그런 내 눈에 어쩐지 마음에 걸리는 무언가가 보였다.


원래부터 저런 게 저기 있었나?


석판 위쪽의 천장과 가까운 곳에 노란색으로 글자가 나타났다.


[ 공헌도

진 쉬에 : 91,000,000

우 지혁 : 12 ]


“공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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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각자의 목표(8) 22.01.01 85 0 11쪽
61 각자의 목표(7) 21.12.31 90 0 11쪽
60 각자의 목표(6) 21.12.30 90 0 12쪽
59 각자의 목표(5) 21.12.29 91 0 12쪽
58 각자의 목표(4) 21.12.28 92 0 13쪽
57 각자의 목표(3) 21.12.27 89 0 13쪽
56 각자의 목표(2) 21.12.26 95 0 14쪽
55 각자의 목표(1) 21.12.25 101 0 11쪽
54 각자의 일상 21.12.24 103 0 13쪽
53 워밍업(2) 21.12.23 110 0 13쪽
52 워밍업(1) 21.12.22 1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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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6) 21.12.18 1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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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4) 21.12.16 118 0 12쪽
45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3) 21.12.15 121 0 13쪽
»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2) 21.12.14 125 0 11쪽
43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1) 21.12.13 124 0 12쪽
42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0) 21.12.12 128 0 13쪽
41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9) 21.12.11 133 1 14쪽
4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8) 21.12.10 131 1 12쪽
3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7) 21.12.09 1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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