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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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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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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작성
21.12.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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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0)

DUMMY

“나와 미혜가 다녀온다. 다른 사람들이 오면 연락줘라.”


석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제천의 등을 두드려주고 있던 미혜가 그의 곁으로 왔다.


“근데 오빠... 연락이 말이야.”


연락을 하라는 석의 말에 핸드폰을 확인하던 나래가 고개를 들었을 때 이미 두 사람은 저 멀리 뛰어가고 있었다.


“여기... 전화 연결이 안 된단 말이야...”


마법진이나 던전 안 이라고 하더라도 핸드폰과 같은 전자 기기들은 연결이 된다. 하지만 가끔씩 그렇지 않은 곳이 있었는데, 이번 마법진이 딱 그랬다.


나래의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에는 통화권 이탈 표시가 떠있었다. 나래는 호텔로 오는 길에 다른 일행들에게 연락을 해보려고 시도했지만 한 번이 되질 않았다.


오히려 몇 번은 전화를 걸던 도중에 전원자체가 꺼지기도 했다.


마치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듯이.


“무사히 돌아오기만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나래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일행들을 생각하며 한참을 현관 앞에 서 있다가 멀미로 인해 기운을 잃은 제천을 데리고 올라갔다.


“우욱... 누나... 제발! 차라리 그냥 버리고 가!”


+++


호텔 부지를 벗어나서 멈춰선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봤다. 두 사람의 다리가 각자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선생님. 아저씨 어디 있는 줄은 알고 가는 거예요?”

“아니.”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

“어디 있는지 모르는 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저는 제 감이 말하고 있어요.”

“나도 내 감이 말하고 있다.”


일단 뛰쳐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돌아오지 않은 세 사람이 어디 있을지 몰랐다.


“저를 한 번 믿어보라니까요.”

“근거는 있나.”

“제 감이요!”

“보통은 그걸 근거라고 말하지 않는다.”

“왠지 이쪽에서 아저씨 냄새가 나요!”

“네가 개냐.”

“그건 아니지만 하루 이틀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고 이정도 기척은 느낀다고요.”

“너는 동물이 아니다. 그런걸 보고 보통 기분 탓이라고 말한다.”

“아니, 그럼 선생님은 근거가 있어서 그쪽을 향하고 있는 거예요?”

“...”


두 사람은 한참을 자신이 선택한 길이 맞다며 서서 논쟁을 멈추지 않았다.


“이럴 시간이 없다니까요. 나를 믿어 봐요.”

“늘 말하지 않나. 침착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라고. 믿길 바라면 내가 믿을 수 있는 근거를 대라.”

“아이고. 답답하네. 정말! 지금 선생님도 논리적으로 가자는 거 아니잖아요!”


창과 방패의 대결과 다를 바가 없는 대화가 이어지던 중에 강한 바람이 불어와 두 사람 사이로 지나갔다.


“우으... 무슨 바람이... 잠깐... 선생님. 나 지금 소름 돋았어.”

“뭐냐.”

“우리 뒤에 빌딩이에요.”

“...”


미혜의 말에 석의 시선이 바람이 지나간 방향을 향했다. 길게 이어진 번화가의 끝에 흐릿하게 녹색의 뭉텅이가 보였다.


이전에 예찬이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 석아. 너는 신이 존재한다고 믿어?

- 아니.

- 왜? 다른 사람들은 막 따르진 않아도 존재자체는 인정하는 세상인데.

- 신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테니까.

- 으응... 그렇게 생각하는 구나.


불과 몇 년도 되지 않은 일들인데 오래된 일기장을 다시 돌아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기억이었다.


석은 신을 믿지 않는다. 물론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이었다. 대다수의 사람은 이 상황이 신에 의해 일어난 일이며, 신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이 생각하는 신은 고작 인간따위에게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 바라지도, 괴롭히지도 않는 그런...

이변을 일으킨 그들이 누구였던 간에 존재를 인정할 수는 있었지만 그들이 신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런 석에게 그 한줄기의 바람이 신의 손짓같이 느껴졌던 것은 어쩌면 우연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저 기분탓이었거나.


그것이 무엇이었던 간에 바람을 따라간다면 자신들이 원하는 답이 있을 것 같았다. 감을 넘어서 본능이었다.


평소라면 의심부터 하고 상황을 분석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하던 자신을 모두 뒤엎을 만큼 강렬한 본능.


“이쪽으로 가지.”

“예? 그쪽에 뭐가 있어요?”


미혜가 석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봤다. 눈에 잔뜩 힘을 줘서 찡그린 표정을 지었지만 미혜의 시력으로는 뭐가 있는지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이쪽에 있을 것 같군.”


석은 미혜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무작정 뛰었다. 마치 자신이 뛰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한 번 바람이 불어왔다. 누군가 등을 밀어주는 기분이었다.


뒤에서 미혜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 뛰었다. 곧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녀도 자신의 옆에서 뛰고 있었다.


“차분해지라면서! 상황을 판단하라면서! 그럼 이건 말이 되는 짓이에요?!”


잔뜩 삐졌는지 입술이 삐죽 내밀며 따지는 미혜의 얼굴이 보였다.


“이번만이다.”


자신도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겠다.


“그런 게 어딨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자신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석은 조금 위안이 되었다. 최소한 자신이 이상하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고 있었다.


+++


로운의 오른손이 가볍게 문에 닿았다. 생각보다 무거웠던 문을 떠올렸다. 저렇겐 열리지 않을 텐데...


콰앙-


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문이 통째로 날아가며 먼지를 일으켰다. 먼지가 사라지자 들고 있던 로운의 오른손에서 유리 조각 같은 얼음들이 우수수하고 떨어졌다.


“괘...괜찮아... 요?”

“네. 지난번처럼 또 문이 닫히면 곤란하니까 그냥 부숴버렸습니다.”

“오...”


가끔 보면 정말 화끈한 성격이다.


“들어가죠.”


로운을 서두로 탑 안으로 들어갔다. 문과 문 주변의 벽이 무너져 벽돌 잔해가 바닥에 굴러다녔다.


“조심해서 들어와.”

“응.”


나는 로운의 뒤를 따라 들어가며 소원이 넘어올 수 있도록 부축했다.


탑의 내부는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가장 안쪽에는 수상해 보이는 검은색 마법진이 있었고, 중앙에는 비스듬하게 석판 하나가 세워져있었다.


“지혁 씨. 이거 어떻게 작동하는 건가요?”


로운이 석판의 표면을 손끝으로 쓰다듬었지만 어떤 반응도 없었다.


“잠시만요.”


석판 가운데 서있던 로운을 살짝 밀쳐내고 중앙에 맞춰 섰다.


“후우...”


만약 여기서 안 된다면 어떡하지. 그냥 부숴버리려나. 이것에 대해서 더 알아봐야 하는 게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심호흡을 하고는 석판의 표면을 손가락 끝으로 훑었다.


손가락 끝에서 이전과 같은 황금색의 실빛이 나타나 석판에 새겨진 글자 사이사이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석판이 전체적으로 환하게 빛나면서 안내창과 함께 글자가 나타났다.


[위치 : 대한민국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5층]


화면이 뜨자 소원도 내 옆에 와서 섰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화면을 바라봤다.


“옆에 경로 변경이라는 걸 설정하면 될 것 같지 않아?”


소원이 말했다. 이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나는 손을 움직여 경로 변경을 선택했다.


[경로를 변경하시겠습니까?]


“네.”


[어느 지점으로 변경하시겠습니까?]


우리는 새롭게 나타난 화면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예 경로자체를 없애버릴 순 없어?”

“그게 가장 좋을 것 같네요.”


나는 두 사람의 의견에 따라 빈칸으로 맞추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경로를 지정해주십시오.]


“되지 않는데요?”


몇 번을 해도 경로를 빈칸으로 하고는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었다.


“설마...”


소원이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을 제물로 삼으라는 소리 같군요.”


로운이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듯 한 마디로 정리하여 말했다. 석판은 빨리 답을 달라는 듯 환하게 빛났다.


“어떡하지... 어떡하죠?”


소원을 봐도, 로운을 봐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여야 하는 상황에 온다면 몇이나 바로 자신을 선택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석판 앞에 서 있었다. 이것만 채워 넣을 수 있다면 우리는 탑에 오를 수 있다.


대신...

누군가는 평생을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보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를 이렇게 만든 사람의 국가를 적고 싶었다. 그러나 그 한 사람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 받을 필요가 있을까.


“으음...”


석판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자 한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아. 혹시 그게 될까.”


두 사람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될지 안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것 말고는 다른 답을 내놓을 자신이 없었다.


그 사람이라면 나의 망설임을 확신으로 만들어줄 것 같으니까. 그런 믿음을 가지고 경로에 주소를 적기 시작했다.


+++


미혜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나무의 끝을 보기 위해 고개를 올렸다. 올리고 올리다가 결국은 중심을 잃어 휘청하며 뒤로 넘어갔다.


굵고 단단한 팔이 뒤로 넘어가는 미혜의 등을 받쳤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진짜 높네요. 이만한 나무... 호텔 뒤쪽에서도 본 것 같은데.”

“아마 같은 숲일 거다.”


로운이 했던 설명이 떠올랐다. 자신들은 숲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계획대로 였다면 일행들을 데리고 내일 이곳으로 왔을 것이었다.


숲 바로 앞까지 오자 자신을 이끌었던 본능에 확신이 생기고 근거가 생겼다.


“아마 여기 있을 거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원래 이곳에 오려고 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쪽으로 왔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럼에도 석은 그들이 여기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어디선가 윙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선생님. 나 또 하나 소름 돋는 거 알았어요.”

“뭔데.”


미혜는 언제나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우리 뒤에 그림자가 하나 있네요. 근데 나 이 그림자 뭔지 알아요.”


미혜의 말에 석도 바닥에 생긴 그림자를 바라봤다. 미혜의 입에서 나올 다음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거 무지하게 큰 벌이에요!”


함박웃음을 머금은 미혜와 함께 뒤를 돌아보자 엄청나게 큰 벌 한 마리와 사람만한 크기의 벌 몇 마리가 두 사람 뒤에서 빠른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오늘 석은 미혜에 대한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되었다. 미혜의 뜬금없는 소리는 대체로 치명적이다.


몬스터를 확인한 미혜와 석은 뒤를 돌아 한 발짝 물러섰다.


“와. 나 너무 두근거려요. 이걸 뭐라고 하지. 아주 설레!”


처음 동경하던 놀이동산을 처음 방문한 어린아이같은 화색이 미혜의 양 볼 위로 피어올랐다.


“실전이다. 방심하지 마라.”

“이런 상황까지 잔소리는... 알고 있어요~”


건틀렛을 꺼내 손에 끼며 새침하게 대답했다.


“무기는 항상 끼고 다니고.”

“하지만 더워서 손에 땀 찬다고요!”

“최소한 마법진 안에서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항상 경계하도록.”

“쳇. 알겠다구요.”


건틀렛은 로운이 준 물건이었다. 맨손 싸움에 특화된 두 사람이었지만 조금이라도 덜 다쳤으면 좋겠다며 선물한 것이었다.


“그런데 나 개인적으로 선생님 무기가 더 마음에 들어요.”


석이 끼고 있는 건틀렛도 로운이 준 것이었다. 하지만 미혜의 건틀렛과 달랐다. 오른쪽 손등 가운데에 10cm 정도의 금속 십자가가 박혀있었고, 십자가 주변으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마법진은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마력을 쓰면 활성화되면서 은빛으로 빛났다.


십자가는 듣기론 스킬의 위력을 올려주는 아티펙트라고 했다.


“나중에 돈 모아서 직접 사라.”

“흥. 선생님도 받은 거면서.”


육체를 단련하고 능력자의 삶을 사느라 경제관념이 없는 석이었지만 로운의 선물이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치의 물건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일단 살아서 보자고요.”


미혜가 씩 웃어 보이며 뛰어올랐다. 두 사람을 경계하며 기세를 살피고 있던 몬스터들이 미혜의 움직임에 빠르게 흩어지며 두 사람을 향해 날아 들었다.


석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벌의 배를 있는 힘을 다해 가격했다.


반토막이 된 벌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더니 빛나는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방금 그 비명 소리 뭐에요?”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벌의 정수리를 걷어차고 내려온 미혜가 물었다. 석은 대답하지 않고 턱으로 오른쪽 방향을 가리켰다.


한 무리의 벌떼가 나무 사이에서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나타났다.


“도움 요청이었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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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각자의 목표(4) 21.12.28 92 0 13쪽
57 각자의 목표(3) 21.12.27 89 0 13쪽
56 각자의 목표(2) 21.12.26 94 0 14쪽
55 각자의 목표(1) 21.12.25 101 0 11쪽
54 각자의 일상 21.12.24 102 0 13쪽
53 워밍업(2) 21.12.23 110 0 13쪽
52 워밍업(1) 21.12.22 118 0 12쪽
51 Restart 21.12.21 127 0 11쪽
5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8) 21.12.20 122 1 12쪽
4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7) 21.12.19 118 1 13쪽
48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6) 21.12.18 130 1 12쪽
47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5) 21.12.17 118 1 12쪽
46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4) 21.12.16 118 0 12쪽
45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3) 21.12.15 120 0 13쪽
44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2) 21.12.14 124 0 11쪽
43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1) 21.12.13 124 0 12쪽
»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0) 21.12.12 128 0 13쪽
41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9) 21.12.11 133 1 14쪽
4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8) 21.12.10 131 1 12쪽
3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7) 21.12.09 1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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