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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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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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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2.01.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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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소원(2)

DUMMY

“음! 괜찮은데? 역시 학식으로 유명한 학교다워.”


오늘의 메뉴는 불고기에 잡채였다. 임소원만큼 신나는 리액션은 나오지 않아도 오랜만에 먹는 제대로 된 밥상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 있잖아.”

“응?”


같이 식사를 한다기 보다는 식당에서 만난 옆자리 손님마냥 식판에 코만 박고 먹고 있는 나에게 임소원이 말을 걸었다.


“저번에 그...”


뭔가 곤란한 것을 말하기라도 하는 듯 그녀는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이며 망설이고 있었다.


“편하게 말해. 괜찮아.”


임소원이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지만 살면서 별소리 다 들어봤다. 웬만해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요리를 따로 배운 적이 없었다고 했나?”

“아. 어.”

“혹시 괜찮으면 나랑 스터디 할래?”

“스터디?”

“응. 식권 주신 선배님이 해주신 얘긴데.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간의 스터디를 권장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우리과도 교수님께 따로 말씀드리면 조리실을 빌릴 수 있대.”


숨도 쉬지 않고 빠르게 말한 임소원은 물을 마시는 것으로 말을 끝냈다.


“그런데 왜 나랑?”

“음. 다른 애들은 딱히 내 도움이 필요해 보이지 않거든.”


임소원이 고개를 숙이고 눈동자를 굴렸다.


“아. 그러니까 네가 가르쳐줄 수 있으니까 나랑 하고 싶다는 거야?”

“아니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나는 스터디는 서로 도와주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고 싶지는 않아.”

“나랑 하면 내가 일방적으로 받기만 할 텐데?”


내 말에 임소원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활짝 웃어보였다.


“아니! 너는 뭘 해도 열심히 할 것 같아.”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었을까. 환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임소원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자신감 때문인지, 그녀의 미소 때문인지 스터디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시간이 별로 없는데.”

“그래? 언제 가능해?”

“음...”


수업이 끝나면 편의점 알바가 있다. 주말에도 오전에는 PC방 알바를 하고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주말 오후에도 알바를 하나 더 알아볼 생각이었다.


“음...”

“왜...?”

“미안. 내가 알바를 하고 있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언제 알바 하는데?”


나는 임소원에게 내 알바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와. 그렇게 많이 하는 거야?”

“다음 학기 등록금 미리 준비해 놔야지.”

“확실히 시간 내기 어렵겠다. 그럼... 오늘 오후에는 뭐해?”

“아. 공강이야. 공강에 하면 되겠네.”

“다행이다. 나도 오후에 공강이거든. 그러면 실습 수업 끝나고 오후에 하자! 조리실이 남을지 모르겠는데. 그건 내가 알아볼게.”


왜 이렇게 열성적이지? 그렇게 요리하는 게 재밌나?


“아. 핸드폰 번호 알려줄래?”


임소원이 핸드폰을 건네며 물었다. 산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필름조차 깨끗해 보이는 최신형 스마트폰이었다.


“여기.”

“확실히 정해지면 연락할게. 아 그리고. 주말 오후 알바 구한다고?”

“응.”

“내가 일하는 카페에서 주말 마감 구한다고 하던데 매니저님께 말씀드려줄까?”

“카페?”

“응. 대학로 쪽에 있는 카페라서 거리는 좀 멀지만 손님이 많아서 시급도 세고 사람들도 좋아.”

“아... 그래주면 고맙고.”

“친구끼리 뭘.”


그 대화를 끝으로 우리는 각자 식어가는 음식들이 차가워지기 전에 식판을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서국대학교, 매화관 제 3 조리실


“지혁아. 여기서는 약불로 하는 거랬지?”

“응. 레시피에는 그렇게 나와 있었어.”


스터디를 함께 하기로 한 날 이후 그 다음주부터 우리는 거의 매일을 함께 했다. 처음으로 친구가 생겼고, 친구와 무언가를 함께 했다.


1학년 특성상 거의 모든 수업에서 함께 수업을 들었고, 공강에는 조리실을 빌려서 다음 주에 할 실습을 미리 연습했다. 조별 과제도 알바도 함께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조별과제의 박채담은 여전히 재수 없었지만 박준영와 소원과의 케미로 어떻게 잘 이어가고 있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착실하게 맡은 과제를 수행하고 박채담의 재수 없는 소리를 참는 것 뿐이었다.


얼마 전 우리는 수업이 끝난 어느 강의실에서 피자 한 판을 시켜두고 책상을 붙여 앉아 회의를 하고 있었다.


“지난 주말에 어머니 생신이셔서 로 호텔에서 저녁 먹었는데. 진짜 맛있더라.”

“진짜? 로 호텔이면 진짜 비싸지 않아?”

“뭐, 아버지 지인분이 거기 책임자로 있거든. 덕분에 맛있게 먹고 왔지.”


박채담은 유난히 나를 무시했다. 그것이 혐오인지 우월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박준영과 소원에게 대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은 확실했다.


“아. 지혁이 너는 그런 데 못 가봤겠네. 하긴 네가 맛에 대해서 뭘 알겠어. 가도 별 생각 없을걸.”


처음에는 박준영도 소원도 그의 이런 막말을 막으려고 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고 나조차 반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기했다.


오히려 무시했기 때문에 박채담이 더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 주제가 너무 별로 아니야? 다시 정할까?”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다시 정하면 언제 준비하고 언제 연습해?”


박채담의 그런 행동에 사람 좋기로 소문난 박준영도 조금씩 지쳐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전통 이태리 피자도 아니고... 이런...”


박채담은 자신의 앞에 놓인 한입 베어 문 식은 피자 조각을 손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애초에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우기 위해서 대학에 왔는데 왜 이런 배달 음식이나 먹으면서 분석해야 해? 호텔 코스 요리를 분석하는 거면 몰라도.”

“하아... 채담아. 교수님이 그러셨잖아. 음식은 우리 삶에서 떨어트릴 수 없는 거라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에 대해서 조사하는 게 과제고.”


박준영에 말에 박채담은 불만스럽다는 듯이 입술을 내밀고는 볼펜을 돌렸다.


“그렇긴 한데. 왜 하필 배달음식이냐는 거지. 맛집 분석하는 애들도 있고, 코스 요리 분석하는 애들도 있는데.”

“편의점 도시락 분석하는 애들도 있지.”


불만 섞인 그의 말에 박준영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야. 편의점 도시락은 음식이라고 칠 수 없어. 그게 사람 먹는 거냐?”


나는 말없이 그를 노려봤다.


“왜. 내 말이 틀려? 공장에서 나온 인조적인 온기하나 없는 음식이 어떻게 음식이야?”

“채담아. 우리 학교 점심시간만 해도 하루에 수백 명의 학생들이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워.”

“다른 학과 애들이 어떻게 먹든 상관없어. 우리 학과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한 달하고도 반을 그를 지켜본 바. 이제는 그가 싫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건 그냥 성장과정에 대한 차이일 뿐이다.


나는 일을 시작한지 반년이 지나가는 이 무렵에서야 편의점 폐기를 먹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지만 저 녀석은 주말에 가족끼리 5성급 호텔에서 코스 요리로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집안에서 자랐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녀석이 한 마디만 더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다음 학기부터는 무시하며 지냈을 수도 있다.


“저런 건... 못 배운 집안의 사람들이나 먹는 거야. 서민 음식인 거지. 어느 부모가 애들한테 저런 걸 먹으라고 가르쳐.”


옆을 보니 박준영도 소원도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넌 코스 요리하는 조로 가든가. 교수님께 말씀드려. 편의점 도시락은 사람 먹는 게 아니고, 배달 음식은 너 같은 부유층은 먹지 않을 서민 음식이라서 못해먹겠다고.”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어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회의를 하면서 필요한 일이 아니면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사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소리가 이거였다.


“하. 자격지심이냐?”


박채담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웃으며 눈을 내리 깔았다.


“그래. 너나 이런 역겨운 음식 많이 먹어라. 가축도 아니고...”


녀석은 그 말을 하고는 강의실에서 나갔다.


“지혁아?”


소원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쟤 저러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


박준영의 조심스러운 목소리도 들려왔다.


“괜찮아. 뭐. 저러는 인간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일을 하다 보면 몇 만원 혹은 몇 천 원을 내면서 본인이 주인인 양 행세하는 인간들은 많았다.


녀석은 그 연장선에 있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래그래... 일단 오늘은 이쯤 마무리 할까? 해야 할 일은 내가 정리해서 단톡방에 올려 줄게. 오늘도 수고 많았어.”


박준영이 급하게 끝내는 말을 하며 자리를 정리했다. 숙연해진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물건을 챙기고 옮겼던 책상을 제자리로 돌려두었다.


...


“와. 진짜 맛있는 냄새 나는데?”


지난 조별 회의를 생각하며 심란한 표정으로 손을 움직이고 있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영아! 여기는 어쩐 일이야?”

“너희 스터디 한다고 들었거든. 마시면서 해.”

“어머. 뭘 이런 걸 다 사왔어.”

“대신 끝나면 너희가 만든 거 맛 좀 보여줘. 아직 점심을 못 먹었거든.”

“물론이지!”


먼저 조리를 마치고 플레이팅을 하고 있던 소원이 박준영이 건네는 음료를 받아들며 그를 맞이했다.


“지혁이는 아직 끝나지 않아서. 조금만 기다릴래?”

“그러지 뭐.”


박준영은 조리실 뒤쪽에 정리되어있는 접이식 의자를 하나 가져와서는 내 옆에 앉았다.


“좋겠다. 나도 실습 신청할걸 그랬어.”

“그러니까. 왜 안 했어?”


소원도 의자 하나를 가져와서 준영과 나란히 앉아서 나를 구경했다.


“다른 수업도 너무 궁금했거든. 요리는 집에서도 할 수 있지만 이론 수업은 학교에서밖에 못 듣잖아.”

“그건 그렇지.”


두 사람은 재잘거리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나도 마무리를 위해 그릇을 꺼내와 먹기 좋게 음식을 담았다.


“와. 진짜 냄새 좋다. 즉석밥 데워야 하지? 내가 데워올게.”


박준영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에서 즉석밥 3개를 꺼냈다. 어째서 그게 거기서 나오는 거냐.


“진짜 맛있겠다. 지혁이 성장력이 엄청난데?”

“집에서도 최대한 해먹으려고 노력하거든.”


그래봐야 주말에 일주일을 수고한 나에게 선물해준다는 의미에서 한 번씩 해 먹는 거지만.


“그렇게 열심히 하니까 가능한 거구나. 대단하다.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어.”


소원이 놀랍다는 듯이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닭볶음탕을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첫 스터디 날 나는 꽤 많은 전을 태워먹었다.


“넌 집중력이 좋으니까 금방 더 맛있는 걸 만들어낼 수 있을 거야.”

“고마워.”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아본 것이 언제였지. 집중력이 좋다는 소리를 살면서 들어본 적이 없는데.


“얘들아 밥 됐다. 밥! 밥 먹자!”


준영이 뜨거운 듯 즉석밥 3개를 오두방정을 떨면서 가져왔다.


“준영아. 맛 평가해줘.”

“응?”

“우리끼리는 자주 먹어봤는데 역시 제 3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 그렇지?”


나는 소원의 말에 긍정을 표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 뭐. 맛있는 요리를 해줬는데 그 정도 부탁쯤이야.”


준영이 앞접시에 각각 국물에 적신 감자와 닭고기를 담고는 맛을 봤다. 고기는 둘 다 퍽퍽살 위주로.


“이거. 완전 식당에서 파는 맛이야.”

“와! 정말?”


소원의 닭볶음탕이었다.


“응.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맵고 단 자극적인 맛. 게다가 불 조절 잘못했는지 조금 퍽퍽해.”


퍽퍽살이 퍽퍽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소원은 시무룩하게 이전의 기쁨을 가라앉혔다.


준영은 물로 입을 한 번 행구고 다음 것을 맛봤다.


“음.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면 조금 심심해.”

“그래?”

“맵지 않고 단맛도 적당히 나. 그런데 고기랑 감자가 정말 맛있게 익었어. 이건. 굳이 표현하면 집밥? 평소 너희 입맛대로 만들었구나.”


준영이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내 입에 맛있는 게 남들한테도 맛있을 테니까.”


옆에 앉은 소원이 수줍게 웃었다.


언제 이렇게 다른 사람과 속 터놓고 즐겁게 웃으며 시간을 보내봤던가. 대학에 입학해서 제일 먼저 친해진 사람이 소원이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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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소원(1) 22.01.02 84 0 11쪽
62 각자의 목표(8) 22.01.01 84 0 11쪽
61 각자의 목표(7) 21.12.31 90 0 11쪽
60 각자의 목표(6) 21.12.30 90 0 12쪽
59 각자의 목표(5) 21.12.29 91 0 12쪽
58 각자의 목표(4) 21.12.28 92 0 13쪽
57 각자의 목표(3) 21.12.27 89 0 13쪽
56 각자의 목표(2) 21.12.26 94 0 14쪽
55 각자의 목표(1) 21.12.25 101 0 11쪽
54 각자의 일상 21.12.24 102 0 13쪽
53 워밍업(2) 21.12.23 110 0 13쪽
52 워밍업(1) 21.12.22 118 0 12쪽
51 Restart 21.12.21 127 0 11쪽
5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8) 21.12.20 122 1 12쪽
4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7) 21.12.19 118 1 13쪽
48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6) 21.12.18 131 1 12쪽
47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5) 21.12.17 118 1 12쪽
46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4) 21.12.16 118 0 12쪽
45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3) 21.12.15 120 0 13쪽
44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2) 21.12.14 124 0 11쪽
43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1) 21.12.13 124 0 12쪽
42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0) 21.12.12 128 0 13쪽
41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9) 21.12.11 133 1 14쪽
4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8) 21.12.10 131 1 12쪽
3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7) 21.12.09 135 1 13쪽
38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6) 21.12.08 14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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